문득 생각난건데 약간 빗치끼있는 레골라스도 좋다 ㅜㅜㅜ

로스로리엔에 사절로 가있는 도중 탈! 출! 해서 호숫가로 마실나간 레골라스. 그 뒤를 남모르게 감시하며 밟는 할디르. 갑자기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가장 속에 입는 얇은 가운만을 입은 채, 레골라스가 호수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시작하는데 나무 위에서 감시하는 할디르의 가슴이 순간 두근, 하고 울립니다. 새파란 호수에 쏟아지는 달빛이 눈부신데 그위로 너울너울 흩어지는 금빛 머리카락.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크흠크흠 하며 나타나서는 로브를 슥 벗어서 물가에 놔둔 채 비스듬히 물위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는 레골라스 와 이야기를 하는거. 감기걸립니다.왕자./쓸데없이 친절하네요/어쨌거나 그대는 로리엔의 손님이니까요.하지만 예의를 아는 자라면 이렇게 뛰쳐나와 달밤의 물놀이를 즐기진 않았을텐데요./예의가 있으니까 옷이라도 주워입었겠죠. 없었으면 홀딱 벗었어요. 이러저러하다가 앞에서 비스듬하게 서서 한숨쉬는 할디르 다리를 붙잡아 물에 빠뜨리곤 와하하 하고 웃어버리는거. 홀딱 젖었네? 그런 레골라스 앞에서 아무말도 못한 채 핫 차 하며 헛웃음을 웃는데 흐트러진 머리칼을 쓰다듬던 레골라스의 손끝이 입술께로 닿는거. 솔직히 말해봐요 할디르. 관심 있어서 따라온거죠?" 이러면 눈썹이 꿈틀하고 입술이 말려올라감. 그걸 꼭 말해야 합니까? 이러고 느끼하게 웃다가 이러쿵저러쿵 입맞추면서 쿵짝쿵짝하면 짱짱좋겠다u////u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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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엘. 꿈으로 꾼 썰.

2014. 1. 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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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덕질 다시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4년 이네요!
지난 1년간 함께 놀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ㅠㅠ 뿌듯한 2013년이었네요 ㅠㅠㅠ
올해에도 호빗3까지 같이 함께 달려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곳까지 들려주시는 분들 한분한분 성합을 알수는 없겠지만 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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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엘. 약점.

톨킨버스 2013. 12. 29. 00:30

 

"피곤해 보이십니다."

막 의자에 기대어 눈감은 주군의 곁에 새로 우린 차를 내려놓던 엘론드가 빙긋 웃었다. 오늘 회의의 주 목적은 변방의 수비강화에 대한 군사회의였을 테지만 실은 그것이 아니었음을 엘론드는 알고 있었다. 한시간 남짓 하는 시간동안 충심과 대의를 등에 업은 대신들의 잔소리는 주군의 혼을 쏙 빼놓기에 적절했고 그 여파는 꽤나 오래갈 것이 분명했기에 엘론드는 찻잔에 설탕을 두어스푼 정도 더 집어넣었다.

"알면서도 들여보냈지?"
"들켰습니까?"
"미리 눈치챘으면 언질이라도 주지않고."
"제게는 그들을 막을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하아..."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는 주군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은 엘론드가 천천히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신들이 문을 나서자마자 들고 있던 서류를 몽땅 던져버린 주군 덕분에 할일이 아주 많았다. 다행히 많이 섞이지는 않아 정리하기엔 수월하겠다 생각하며 엘론드는 아직도 눈을 감은 채, 잔소리의 늪에 빠져있는 주군께 조곤조곤 입을 열었다.

"하긴 저도 걱정입니다."
"너까지 잔소리를 보태려는 것이냐."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지요. 가신들이 저렇게 성토해보았자 어자피 대왕께서는 결혼 못하실 것 아닙니까. 저래 보았자 헛수고일텐데.. 서로 끝 없는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왜?"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대왕을 엘론드는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지만 이런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기엔 좀 부끄러운데...

"신하된 도리로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그... 안...서시는것 아니었습니까?"
"......응?"
"저는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응?"

충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대왕을 안쓰러히 바라보며 엘론드는 다 정리된 서류들을 책상에 내려 간추렸다. 패닉에 빠져있는 주군을 어찌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 가지가 잘나셨으니 한가지 정도 약점이 있어도 좋겠지요."
"......"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적이 미인계를 써도 넘어가지 않는다는거잖아요?"
"이봐 엘론드."
"예 대왕."
"그러니까 내가 고자라고?"
"....굳이 부인하고 싶으신거라면..."

삽시간에 주변은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길 갈라드의 눈빛을 아련히 피하면서 엘론드는 슬금슬금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시구나. 아니셨구나. 그랬구나. 들릴락말락하게 문장들을 주억거리며 애써 미소짓는 표정에는 가식이 가득했다. 이래서 머리검은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랬는데... 주름이 생기려는 미간을 억지로 편 채, 길 갈라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춤거리는 엘론드에게 다가섰다.

"엘론드야."
"...네?"
"내가 고자라고?"
"...아니라셨으니..아니겠지요?"
"그걸 어찌 믿느냐?"
"예?"
"내가 고자가 아니라는걸 어찌 믿어."
"그럼 진짜..."

코 앞까지 다가온 얼굴에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뒷걸음질치는 엘론드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짜라는건지 아니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처음의 곤혹스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꽤나 차가운 눈빛으로 웃고있는 얼굴은 재밌겠단 표정으로 시시각각 바뀌었다. 움찔. 더 이상 물러날 곳 없이 굳어버린 몸뚱이가 경련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 입술이 엘론드의 귓가로 향했다.

"진짜인지...아닌지.. 몸소 알아볼테냐?"

그 순간 허벅지를 타고 튜닉 사이로 손이 비집고 올라왔다. 어느새 감겨버린 눈이 번쩍 뜨였다. 엉겁결에 놓친 서류들이 바닥으로 흩어지는데도 길 갈라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엘론드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안쪽의 옷까지는 건드리지 않았어도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무어라 한소리 하려는 순간, 귓가에 묘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몸은 이렇게 다 자랏건만 아직도 어린아이같구나."

귓가에 들리는 웃음소리가 몸을 울리는 것 같았다. 점점 이상해지는 기분에 손을 들어 밀쳐보았지만 가만히 있을 길 갈라드가 아니었다. 한손으로는 뒷 목을, 한손으로는 허리를 감싸안으며 몸을 완전히 밀착시킨 후 대왕은 느릿하게 뾰족한 귀 끝을 우물거렸다.

"히익..!"
"이런 건 익숙하지 않느냐?"

허리에 걸친 손이 점점 밑으로 향하고 부드러운 둔덕을 지나 강하게 끌어당기면 자극에 서툰 몸이 움찔하고 놀랐다. 어느새 목선까지 내려온 입술의 따스함에 발끝까지 소름이 돋는것을 느끼며 엘론드는 그저 힘없이 올려진 손으로 미약하게 그를 밀쳐내는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대왕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두려움이 솟아났다. 아 놀리지 말걸. 장난으로라도 하지 말걸. 질끈 감긴 눈꺼플이 불안하게 파들거렸다. 한참동안이나 어린 피부를 유린하던 입술이 풋,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순식간에 엘론드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자 놀란 엘론드가 눈을 크게 뜨고 주군을 바라보았다.

"큽..크큽크하하하하하하"
"........"
"흡.푸흡..흡큭큭..엘론드야.크흡흡."

자신의 앞에서 배를 쥐고 웃는 대왕을 쳐다보다 몸의 이상을 깨닫고 엘론드는 얼굴에 발갛게 열이 올랐다. 우물쭈물하다가 옆으로 주춤주춤 자리를 옮기곤 쏜살같이 방 안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길 갈라드는 아예 주저 앉아 웃으며 소리쳤다.

"너는 그래도 푸흡 고자는 아니로구나 크하핫."

빠른 걸음으로 달려나가며 열오른 얼굴로 싸하게 가라앉은 표정의 엘론드는 이를 갈았다. 네, 잘 알았습니다 아주. 본인이 고자가 아니라는 걸 이런 식으로 알려 주실 필요는 없으셨는데. 머릿속으로 길 갈라드가 유독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가신들의 리스트를 뽑으며 엘론드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고자가 아니시니 결혼은 하셔야겠죠. 전하의 가신인 제가 적극 도와야겠습니다. 차갑게 미소짓는것도 잠시, 다시 얼굴에 가라앉지 않은 열기가 오르기 시작하자 엘론드는 발을 재게 놀렸다. 화장실은 왜 이리도 먼 거야. 투덜거리는 것도 한 순간, 이를 악물고 달려가는 발소리만이 복도에 크게 울려퍼졌다. 특별할 것 없는 평온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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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엘. 별.

톨킨버스 2013. 12. 26. 02:54

"무엇을 그리 보고 있느냐?"

제법 가까이 들린 목소리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들켜서는 안될 모습을 보인 것 처럼 무언가 황급히 뒤로 숨기는 모습에 길 갈라드는 머쓱하게 웃었다. 방해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단다. 다정하게 이야기 해 보지만 우물쭈물하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혹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이냐?"
"...."
"산책을 나왔다가 불이 켜져 있길래 들른 것 뿐인데 괜히 내가 너를 불편하게 했구나. 이만 가볼테니 일찍 자거라."

이제 겨우 며칠이었다. 이리 훌쩍 자라났다고는 해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 친해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곁눈질로 잠든 엘로스의 모습을 확인한 길 갈라드는 설핏 웃어보이며 엘론드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고는 몸을 돌렸다. 잠이 들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으니 온 목적의 반은 이룬 셈이었다. 그대로 어둠의 장막에 몸을 숨기려는 찰나, 작은 목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딱히 숨기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뒤로 감추었던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우물쭈물하며 눈을 맞추는 아이가 속삭였다. 그저 놀라 감추었을 뿐 입니다. 자연스레 향한 시선에는 기묘한 것이 들려 있었다. 두개의 동그란 유리알을 붙여놓은 듯한 얇은 조각이었다. 천천히 내려앉아 시선을 맞춘 길 갈라드는 예의 물건을 주시하며 엘론드를 올려다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니?"
"...실은 이름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얼결에 건네받은 작은 조각은 길쭉한 네모진 모양이었다. 두 개의 유리알이 둥그렇게 붙은 곳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모양새에 길 갈라드는 다시 엘론드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처음보는 물건이구나."
"하늘을 보는데 쓰인다고 합니다."
"하늘?"
"정확하는 그 속에 담긴 것 이지만요."
"어디서 났는지 물어봐도 괜찮겠느냐?"
"아저씨....마에드로스가.. 만들어주셨습니다."
"...마에드로스가?"
"네. 장난감이라시며.."

자연스럽게 손 안에서 빠져나간 조각은 엘론드의 작은 손가락 안에서 움직였다. 몇 번 유리알을 돌리고 만지작거리다 밤하늘을 향해 높이 쳐든다. 시선이 그 손길을 따라 올라갔다. 둥근 유리알이 묘하게 겹치며 밤하늘의 빛을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흐릿하게나마 눈 앞에 빛이 어렸다. 달이었다.

"달..?"
"아마도요?"

덤덤하게 길 갈라드의 눈가에 조각을 대어준 엘론드가 그것을 건네고는 슬며시 웃었다. 아이가 자랑이라도 하는 모습에 길 갈라드는 흐릿하게 보이는 모양새를 따라 몇 번이고 좌 우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크고 은은하게 빛을 비추는 달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높은 하늘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구나. 밝은 낮에는 꽤나 먼 곳도 보일 것 같은데."
"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찾는것이 있었더냐."
"가장 밝고 아름답다는 희망의 별을 찾고 있었습니다."

한대 얻어맞은 듯한 대답에 길 갈라드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평온할 정도로 담담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청회색의 눈동자를 쳐다보던 길 갈라드가 몇 번이고 입 속으로 단어를 굴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동정? 모른척? 어떠한 것도 당장 합당한 답이 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더 이상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엘론드는 그의 손 안에서 조각을 건네받고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다. 오늘도 보긴 글렀지만요. 아이같이 웃으며 모른척 졸립다는 말을 뱉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앞에 둔 길 갈라드의 표정은 한없이 슬퍼 보이다가 싸늘해졌지만 다시 인자하게 웃어보였다.

"다음에는 꼭 찾았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자는 편이 좋겠다."

의례적인 인사. 다시금 새카만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길갈라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의 잠옷을 여며주었다. 작은 함에 조각을 넣어두고 만지작거리는 손끝과 빤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선에 어쩐지 숨이 막혀왔다. 스스로가 이렇게 무신경하고 배려심 없는 성격이었던가. 감싸주지 못할 아픔을 섣불리 동정하거나 관심가져서는 안된단다. 어릴 적 흘려 들었던 키르단의 목소리가 아이의 시선과 함께 겹쳐 자신을 책망하는듯 보였. 그러나 오래 지체하다간 아이가 이상하게 생각 할 지도 몰랐다. 스스로 굽혔던 자세를 곧게 세운 채, 길 갈라드는 저녁 인사와 함께 황급히 방을 나섰다. 뚫어지게 느껴지던 시선이 사라지고 어룽대던 불이 꺼지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행히 아직 잠들지 않았구나."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작은 초를 들고 다가온 길 갈라드가 누운 채로 눈을 뜨고 있던 엘론드의 곁에 조심히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단단한 나무로 짜여진 함은 엘론드가 몸을 일으켰음에도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켰다. 손 끝을 대어보려다 고개를 들어올린 아이의 시선에 빙긋 웃어보이며 눈짓을 해보였다. 단단하게 잠긴 걸쇠를 열고 뚜껑을 넘기자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네가 찾는 별은 아니지만.. 이 별도 꽤나 괜찮아서 말이다. 괜찮다면 네게 주고싶구나. 혹 뭔지 알겠느냐?"
"사탕...아닙니까?"
"정확히는 별사탕이지."

침대 위에 슬쩍 기대앉은 길 갈라드는 손가락으로 작은 별사탕 하나를 집어 아이에게 내밀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을 뿐, 차마 받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길 갈라드는 짖궂게도 아이의 입술에 닿도록 톡톡 두드렸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무어라 볼멘 소리를 내어놓으려 열린 입 사이로 밀어넣어진 사탕이 애매하게 걸렸다. 빙그레 웃으며 먹어보라는 말에 몇 번을 고민하던 아이는 조심스레 사탕을 물었다.

"맛있느냐?"
"....저는 단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 몰랐구나."
"그치만.. 맛있네요."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길 갈라드가 싱긋 웃어보이곤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 움직임에 상자 안의 별사탕이 와르르 쏟아져버렸다. 놀란 두 엘프가 부리나케 이불 위를 훔쳤다. 많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있는대로 줍다보니 서로의 양 손에 별들이 가득했다.

"쏟아질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움직이시니 그렇지요."
"어쩐지 날 책망하는 이야기 같은걸?"
"...죄송합니다."
"농담이다 농담. 어쨌거나 미안하구나. 모처럼 선물을 하고도 쏟아버렸으니."
"바닥에 쏟아진 것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럴까?"

상자 속에 쏟아진 사탕을 도로 넣은 채, 길 갈라드는 다시 엘론드에게 그것을 건넸다. 묵직하게 닿아오는 상자를 받아든 엘론드는 조용히 길 갈라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아니다. 더 좋은걸 주고 싶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주마."
"이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처음보다 훨씬 다정한 시선으로 바뀌었음을 깨달은 길 갈라드는 다시 엘론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로 늦었으니 이만 자거라. 아까와 같은 인사로 끝을 맺은 후, 이번에는 아이가 누울때까지 곁에서 지켜보았다. 작게 너울대는 초를 꺼트린 뒤에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길 갈라드는 문가로 다가가기 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희망의 별은 새벽녘이나 태양이 저물 즈음에 볼 수 있을게다. 가장 높은 곳에서 태양과 함께 반짝이기에 쉬이 볼 수 없는 그 별은 높이 빛나는 희망의 별, 길 에스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더구나."

혹, 찾는 것이 그 별일까 싶어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엔 수줍음이 묻어났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좋은 꿈을 꾸라는 인사가 방 안을 울렸다. 복도를 지나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사방이 고요해 질 무렵, 아이는 미처 넣지 못해 손에 쥐어둔 별사탕 한 개를 슬그머니 입 속으로 밀어넣었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함에 미소지은 아이는 머리 위에 놓아 둔 상자와 저 멀리 떨어진 창문 밖의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리우면서도 다정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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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드로스 손이 컸으면 좋겠다. 키가 제일 커 장신인 것 처럼 손도 크고 손가락도 길고. 핀곤은 그걸 버릇처럼 만졌으면 좋겠다. 핀곤의 손은 아담해서 사실 칼도 맞추어 제작해야 할 정도였는데 늘 호기있게 웃으며 손이 작은데신 다른데가 크다고 자랑하면 좋겠다. 언제나 마에드로스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마에드로스가 귀찮아서 그만하라고 손을 덥석 잡으면 꼭 한손안에 샥 들어오는게 단단하게 잡히면 좋겠다. 잡아놓고도 어쩐지 민망해 놓지 못하는 마에드로스나 그런 사촌을 보고도 귀엽다며 귀끝까지 빨갛게 될 정도로 웃는 핀곤이 보고싶다. 손가락을 얽으면서 또 장난을 치겠다. 그런 꿈을 꾸고나서 눈을 뜨면 자신의 앞에는 상처투성이의 마에드로스가 잠들어있고 불규칙한 호흡으로 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게 보이면 좋겠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넘기고 천천히 손을 맞잡으려 밑으로 내려갔는데 당도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빈 자리만 있었고 떨리는 그 손은 그 빈자리를 향해 나아가겠지. 이제는 자신의 손에 들어올 정도로 얇아진 손목을 조심스레 만지작대면서 멍하니 있으면 어느샌가 눈을 뜬 마에드로스는 반대편 손으로 핀곤의 손을 잡아채면 좋겠다. "간지러워 핀곤. 하지말랬지." 여전히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던 핀곤이 울어버렸으면 좋겠다.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핀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일어나 등을 두드려보았지만 좀처럼 그치지 않는 핀곤을 보며 마에드로스는 속으로 한숨 쉬면 좋겠다. 울고싶은것은 난데 네가 대체 왜 우는거냐 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때에 핀곤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하는거지. "네가 울고싶으니까 내가 울게."

너무나 섧게 우는 핀곤과 그 앞에서 참고있는 마에드로스. 꼭 겹쳐진 손은 단단했지만 이전과 분명히 달랐다는걸 둘은 알고 있었겠지.

 

 

 

영화판과 완전 다르게 수다수다한 스란두일도 보고싶다 'ㅠ' 제왕의 면모를 가졌으면서 복흑으로 ㅇㅇ 사실 영화판은 대놓고 나 복흑이지렁 하고 광고하는 느낌이라서 ㅋㅋㅋ
맨몸으로 침대에 엎드려 엘프들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바로 코앞에 묶여 앉아있는 소린을 가지고 노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_? 근데 이건 되게 오른쪽도 괜찮네. 스란두일 내게 무슨짓을한거야 ㅜㅜ
앞에서 기분좋다는 신음소리내면서 눈 똑바로 뜨고 소린 주시하는거 참 좋네요. 소린도 지지않는다는 식으로 쳐다보는데 아무리 목석이래도 엘프가 앞에서 미간 찌푸리며 신음소리 비슷한 앓는소리가 입술새로 나오는데 ~_~ 다행히 옷은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묶인상태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스스로도 곤혹스러워서 저도모르게 시선을 피하는데 예민한 엘프의 귀는 숨소리가 변한걸 눈치채지 못할리 없고. 픽, 웃으면서 손을 까딱하면 마사지하던 엘프들이 붉은 침의를 걸쳐주고 스란두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천천히 소린의 뒤로 가는거죠. 가려나보다 하고 안심한 순간 오른쪽 귓가에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스미는거죠. 산밑의 왕도 산 위의 쾌락을 즐길 줄 아시나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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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센티넬/가이드 소개 -> http://www.twitlonger.com/show/n_1ruc16f  취향탐 주의

 

 

센티널 엘론드랑 가이드 스란두일. 각성하기 시작하면서 엘론드는 굉장히 자기관리에 철저해지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감각 조절용 약도 잘 챙겨먹음. 어느정도 착실하기만 한다면 센티널은 예민해지지 않고 일정 주기를 버틸수가 있는데 그것도 사실 주기적인 가이드와의 교류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 물론 아직 엘론드는 센티널로 자각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히트싸이클이라 불리우는 주기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여서 솔직히 스스로를 자만함. 어느정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 여겼음.

가이드 스란두일. 스란두일은 일찍이 가이드로서 각성을 끝냈음. 각성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음. 어딘가에 짝이 있다는것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 그리고 그냥 볼멘소리를 늘어놓는거지. 어휴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스란두일은 여전히 양옆의 이쁜언니들을 껴안고 우는소리를 함. 그리고 서로가 짝인줄 모르는 두 엘프가 대 회의장에서 만나는거지.

먼저 눈치챈건 엘론드였음. 대회의장에 들어섰는데 묘하게 기분이 고양되면서 심장이 두근거림. 강렬하게 다가오는 기분좋음에 순간 비틀거렸는데 글로르핀델이 뒤에서 받쳐줌. 몸이 좋지 않으십니까? 묻는데 대답을 할 수가 없음. 아니. 아닐세. 기분탓이라고 여겼지만 기분탓이 아니야. 회의장 의석에 앉으면서 함께 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기분이 좋아지다 못해 식은땀이 흐르는거. 왜이러지 왜이러지 싶은데 스란두일이 자신을 딱딱한 모습으로 바라보는걸 눈치챔. 억지로 미소지으면서 무슨 일 있느냐고 엘론드는 물었지만 스란두일은 답하지 않았음. 묘하게 싸늘해진 분위기에 갈라드리엘이 두 엘프를 쳐다보다가 켈레보른에게 속닥거림. 켈레보른 역시 두 엘프를 바라보곤 헛기침을 했지. 회합은 조금 뒤로 미루어도 좋을 듯 합니다. 놀란 엘론드가 무슨일이냐며 켈레보른을 바라보았지만 켈레보른은 그저 인자한 미소만 남기고 있었지. 그제서야 어렴풋 깨달았어. 설마.. 놀란 모습으로 앉아있던 이들의 얼굴을 훝어가던 엘론드의 눈에 스란두일이 들어왔어. 맙소사.

여하튼 이 세계에서 스란엘은 절친임. 굉장한 절친. 엘프들에게서는 배우자 이외에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명분이 얼마든지 있음. 물론 동성이나 이성 가리지 않음. 어자피 이들에게는 하나의 객체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ㅇㅇ. 여하튼 그만큼 스스럼없는 관계인데도 엘론드와 스란두일은 친우였음. 그걸 알기에 둘은 놀랄 수 밖에 없었음. 스란두일은 친우가 자신의 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음. 엘론드 또한 그랬음. 하지만 둘의 사고방식은 굉장히 달랐음. 스란두일은 어자피 가이드와 센티넬의 관계로 얽혔다면 응당 그 관계에 합당하게 서로를 보듬어야한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엘론드는 달랐음. 스란두일은 나의 사랑하는 친우일 뿐, 내밀한 관계는 켈레브리안 하나로 족했음. 그만큼 보수적이었는데.. 사실 센티넬이라고 각성한것도 정말 원망스러웠음. 그래서 약으로 꾸준히 관리하려고 했음. 가이드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기도 했음. 하지만 그 계획이 다 허사가 되어버렸지. 그리고 센티넬과 가이드의 첫 만남에는 고통스러운 히트사이클이 기다리고 있었음. 그걸 엘론드도 알고있지. 아니 모두가 알고있지.  그래서 눈치챈 갈라드리엘이 자리를 피해준거고. 여하튼 스란두일은 아직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얼어있는 엘론드를 향해 다가갔음. 네가 내 센티넬일줄은 몰랐어. 하지만 엘론드는 말이 없음. 엘론드? 하고 이름을 부르며 어깨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는데 엘론드가 그걸쳐냄. 화들짝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엘론드가 먼저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지만 그 자리에서 어쩔줄 모르다 먼저 일어나겠다고 자리를 피해버렸음. 남은 스란두일만 황망해짐. 뭐하는거야 대체...
어자피 만나게 된 이상 서로를 피할 순 없음. 그리고 현재 일정상 스란두일은 단기간이지만 리븐델에 머물게 되어있었음. 가까이 있으면 호르몬의 반응으로 신경이 예민해지고 약이 듣질 않아. 안절부절하게 자기방 서재를 돌아다니던 엘론드의 발걸음을 멈춘건 노크소리였음. 엘론드? 여기있어요? 켈레브리안의 목소리야. 한걸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제쳐.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걱정스러운 모습의 켈레브리안이 다가와 품에 안김. 한참을 그렇게 부둥켜안고있던 둘은 천천히 소파로 가 자리에 앉았어. 정신적 충격에 덜덜 떨고있는 엘론드의 손을 잡으며 켈레브리안이 시선을 맞춰보았지만 엘론드는 쉬이 진정하질 못하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어. 자신에게 안정을 가져다 주는 상대였어. 심장소리를 듣고 체온을 나누면 금세 마음이 평화로워졌지. 하지만 이젠 아니야. 그리고 정말 잔인하게도 예지의 능력은 발현되고 말았어. 켈레브리안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겹쳐보여. 저게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으니 더더욱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엘론드를 진정시켜준건 다시 끌어안는 온기와 낮게 읖조린 자장가였음. 엘론드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고 천천히 쓰다듬었어. 착하다. 잘자라. 나의 아이. 계속계속 울리는 노랫소리에 정신은 겨우겨우 현실을 찾았음. 한편 스란두일은 정말 당황했음. 물론 자신의 친우가 가이드라니/센티넬이라니 라는거 충격일 수 있음. 그런데 그정도로 내가 싫은가싶기도 하고 좀 어이없기도 했음. 세상은 여러가지의 교류를 허용하지만 엘론드는 꽤나 담백해서 단 한번도 스란두일을 정욕의 상대로 보질 않았음. 물론 자기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친우이상의 선을 넘는것은 전혀 이상할게 없었는데 방금의 그 벌레보듯하는 그 표정을 보곤 솔직히 화가났음. 막말로 내가 가이드인데 친우로는 좋고 그걸로는 싫단거냐고. 처음엔 화가나서 식식거리다가도 그래 나도 각성할때는 좀 충격이었으니 그거일수도 있겠지. 어자피 엘론드가 센티넬이었다는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니 각성한지 좀 안됬나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음. 그래. 하룻밤자면 진정하겠지 하면서 다음날을 기다렸지. 그리고 다음날 스란두일은 우회적으로 돌아가라는 서신을 받게됩니다 두둥.

엘론드는 생각했지. 자신이 센티넬이긴 하지만 켈레브리안도 곁에 있고 꾸준하고 착실하게 관리하면 발현하지 않을거야. 지금도 좀 고통스럽고 예민해지긴 하지만 어자피 주기적인 히트사이클만 세심히 유념하면 평소에는 괜찮으니까.. 도저히 스란두일을 그렇게 보고 싶지도 않으니 차라리 당분간 익숙해질 때까지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겠어. 라고. 하여튼 그랬으니 우회적으로 당분간 우리 보지말아요 빠잉 하고 서신을 보내고 침실에 틀어박혔어. 공식적으론 가벼운 감기몸살로. 하지만 다 알죠 'ㅅ'. 스란두일은 굉장히 화가났음. 친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사이라 생각했는데 이런식으로 불쾌하게 내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거든. 그래 니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 라는 심정으로 스란두일은 씩씩대며 머크우드로 돌아갔음. 그렇게 사이가 틀어짐.

그리고 절망적인 히트사이클 기간이 돌아왔음. 엘론드는 평소의 몇배가 되는 약들을 입안에 털어넣고 진정하려 애씀. 하지만 평소보다 활성화 된 감각들은 정말 죽을만치 괴로웠음. 문 밖에 돌아다니는 엘프들의 심장소리까지 들릴정도로 예민해진 청력과 참을수 없는 감각들이 몸을 들끓게 했음. 켈레브리안도 이젠 소용이 없었음. 사이클은 이미 만나버린 가이드를 찾아 헤맸지만 가이드는 이미 자리에 없지.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애써보았지만 엘론드는 몇번이고 혼절했음.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어둔 방에 스스로 감금되어 목줄기를 쥐어뜯고 고통스레 신음했음. 그렇게 나흘을 버티고 나서야 히트사이클이 가라앉았음.
결과적으로 엘론드의 주기는 두달마다 돌아왔음. 완벽하게 정상인처럼 행동하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음. 엘론드는 정말 꾸준히 자기관리를 했음. 이정도 고통이라면 참을만하다고 생각했음. 그러나 켈레브리안의 표정은 좀체 나아지질 않았음. 한번 히트사이클이 오면 엘론드의 몸에는 자해흔적들이 늘었음. 모를수가 없지.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음. 엘론드의 마음속엔 자신이 있다는걸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음. 부부는 그렇게 좀더 다정해지고 사랑은 깊어졌음. 한 명만 빼고말이지.

스란두일은 내심 초조해졌음. 보통의 센티넬과 가이드였다면 연락이 진즉 오고도 남아야했음. 하지만 스란두일은 자신이 먼저 연락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음. 몇번이고 불같은 화를 내고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과 대화를 했음. 그저 자신과 친우로 남고싶은 엘론드를 백번이고 이해하려 했지만 덩달아 걱정되는 마음을 버릴순 없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갈등했음. 그렇지만 역시 상처받긴 이쪽도 매한가지라 자존심에 서로 연락을 못한 케이스였음. 리븐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없고 저 마녀같은 황금숲에는 넌지시 찔러보기조차 싫으니 스란두일은 스란두일대로 끙끙 앓고 있었음. 그렇게 일년 가량 시간이 지났음. 점점 스란두일은 포기하기 시작했음. 애초에 엘론드라는 엘프를 몰랏던 체 하며 잊어가고 있었음. 연락도 오지 않는 이에게 달려가기엔 내 자존심이 너무 높다. 친우의 사이였지만 사실은 국가 대 국가로 통용될만한 사이였으니..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음.
그러다 사건이 터집니다 두둥. 켈레브리안의 납치사건이 일어났음. 대담하게도 오크들이 벌인 짓이었음. 그들은 멀찍이 산책을 나온 켈레브리안을 납치해 욕을 보였음. 그 고통의 비명에 깊은골의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고 소문이 났음. 스란두일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애써 티내지 않았음. 자신의 짝이라던 엘론드에게 해가 갈까 두려웠음. 아직 각인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둘은 운명의 상태였음. 엘론드에게 해가가면 자신에게도 위협이 닥쳐올 게 당연했음. 하지만 먼저 연락이 없는 이상 달려가는것은 우스웠음. 불상사가 생긴 곳에 함부로 들이닥칠 정도로 자신이 격 없는 사이가 아니니까. 스란두일이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좋지 못한곳으로 흘렀음. 시름시름 앓던 켈레브리안은 더이상 엘론드에게 힘이 되어주질 못했음. 때마침 겹쳐진 히트사이클로 고통스러워하는 엘론드를 바라보른 켈레브리안의 눈엔 절망이 가득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엘론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몸과 마음의 고통에 울부짖었음. 히트싸이클만 되면 억지로 자신의 로드를 연행해 독방으로 모셔가던 글로르핀델도 이번만은 엘론드에게 손을 대지 못했음.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안되는 서로를 보듬고 있었음.

그렇게 켈레브리안은 결심했음. 이곳은 내게 너무나도 무서운 세계이고 나는 내 사랑하는 이에게 도움조차 줄 수 없는 존재였음. 나를 위해서 이사람을 위해서 해야 할일은 서쪽으로 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음. 그래서 켈레브리안은 스스로의 입으로 이별선언을 했음. 피곤해 쉬고싶다는 말과 함께. 아직도 고개를 숙인채 고통을 참으며 울부짖고 있는 엘론드의 머리를 간신히 쓰다듬으며 속삭였음. 사랑하는 나의 엘론드. 안녕.

켈레브리안을 태운 말이 서쪽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은 스란두일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음.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음. 그래도 엘론드가 버틸수 있었던 버팀목조차 사라진 상황에 보듬어줄 이는 자신밖에 없었음. 혈혈단신으로 말을 달려 미친듯이 리븐델로 향했음. 경비조차 없는 모습에 근위대들은 그를 저지했지만 뒤늦게 따라온 글로르핀델이 쏜살같이 스란두일을 낚아채 엘론드의 방으로 데려갔음. 이전에는 당황스러워 쉽게 느낄 수 없었던 흥분감이 스란두일을 감쌌음. 나의 센티넬. 나의 짝. 거짓말같지만 이전의 미움이나 원망은 사라진 상태였음. 순수한 의미의 소울메이트. 반쪽을 보듬는 일은 가이드에게도 흥분감을 주었음. 하지만 그 희망은 마주한순간 산산히 깨져버렸지.
엘론드는 이번에 보았을 떄보다 피폐해져있었음. 많이 말랐고 많이 히스테릭해졌음. 생채기가 여기저기 늘어났고 촉각이 활성화 된 탓으로 옷조차 제대로 입고있지 못했음. 이미 다가오는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이불로 가린 채 나오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조차 쉽지 않은듯했음. 평소의 엘론드라면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반항하며 우는 모습을 본 스란두일은 적잖은 충격을 먹었음. 글로르핀델은 조용히 바닥으로 시선을 향한 후 쳐다보지않고 문을 닫았음. 그로썬 주군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차린거였지. 천천히 다가가 손을 뻗어보지만 엘론드는 피했어. 입으로는 켈레브리안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돌아가라고 내뱉었어. 그 모습에 스란두일이 화가났어. 대체 날 왜 피하는거지? 왜 거부해? 너는 고작해야 내 센티넬이란 말이다. 한번 몸을 섞는것이 죄가되는것도 아니거늘. 네 까짓게 나를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 왜..어째서.
엘론드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했음. 가이드가 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좋아 어쩔줄을 몰랐음. 이전에는 히트사이클때가 아니었으니까 그냥 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온몸의 힘이 풀려 몸을 주체할수가 없었음. 하지만 안간힘을 다해 뒤로 물러섰고 멀리하려 애썼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돌아다니는것 같아서 정말이지 괴로웠음. 켈레브리안의 고통. 공포에 질린 눈동자. 잊을수가 없었음. 다 자신때문에. 나때문에. 켈레브리안. 내 사랑. 나의 아내. 나의 태양. 그녀가...

한껏 거부하던 엘론드의 앞에 그림자가 질 정도로 스란두일이 다가온 건 그때였음. 공포에 질린 눈을 사납게 바라보며 스란두일은 엘론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음. 흐느적거리며 밀치려는 팔을 잡아채고 키스했음. 버둥거리며 벗어나려 애써보았지만 저도 모르게 열린 입술은 거부의사를 상실했음. 단숨에 쭉 풀려버린 힘에 주저앉으려 했지만 스란두일이 놔주지 않았음. 본능적으로 얽히는 혀와 입술로부터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발 끝까지 내려갔음. 얼마나 지났을까. 숨이 모자람을 느끼고 겨우 입술을 떼고 스란두일은 엘론드를 바라보았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반항한번 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잡혀있는 엘론드가 앞에 있었어.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자신이 벌려놓은 입조차 닫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스란두일이 픽 웃었어. 뭐야. 고작 입맞춤하나로 이렇게 쉽게 허물어진거야? 앞에서 빈정거리는 모습에 엘론드는 고개를 저으려했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고통은 순식간에 반으로 줄었고 몸에는 여전히 힘이 안들어갔어. 그걸 눈치챈 스란두일은 엘론드를 번쩍 안아들었어.
무..무슨.! / 지금부터 네 입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는 더해달라는 소리로 듣겠어./ 스..ㄹ...란두일../ 키스 더 해달라고? 조르기는. 알았어 좀만 기다려.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를 하며 스란두일은 엘론드를 침대위로 눞혔어. 그리고 거침없이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 다시 공포에 물들어가는 시선을 마주하곤 잠깐 움찔했지만 이전의 싸늘한 눈빛에는 변함이 없었어. 그렇게 반항한번 하지 못하는 엘론드의 모든것을 스란두일은 집어삼켰음.

언어를 모르는 짐승들같이 둘은 사흘 밤낮을 함께했어. 엘론드가 기절해도 스란두일은 멈추지 않았어. 그동안 아주 희미하게만 느껴졌던 서로의 기운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차오르는 기쁨을 스란두일은 외면할 수 없었지. 엘론드 또한 마찬가지야. 처음에만 극도로 거부반응을 모였지만 점점 줄어드는 고통과 고조되는 오르가즘에 어느순간 넋을 놓았다해도 좋을 정도로 매달렸어. 텅 비어버린 눈동자를 보며 스란두일은 씁쓸했지만 멈출수가 없었어. 첫 각인은 꽤나 오랜시간을 공들여야했고 또한 서로에게 미쳐야했으니까.
나흘이 되던날부터 엘론드는 제정신을 찾기 시작했어. 자신의 안에 들어와있는 스란두일을 오롯이 인지했고 다시 공포감에 질렸어. 하지만 밀어날 수가 없었어. 이미 적응되어버린 몸은 스란두일을 거부하지 못했으니까.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에 호르몬작용이 일어났고 그렇게 각인 후 첫 히트싸이클까지 함께 보냈음.

쾌락과 환희가 가득한 일주일이 지나고 스란두일의 품 안에서 엘론드는 눈을 떴음. 이제 몸의 열기도 가라앉았고 더 이상 두근거림도 느껴지질 않았음. 물론 가이드가 곁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치료사라는 능력이 헛된것은 아니었으니 놀랄만큼 차분하게 엘론드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음. 조심스럽게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몸을 씻었어. 차가운 물을 끼얹어가며 남은 열기를 없애고 평소의 엘론드로 돌아왔음. 무표정함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오는데 그제서야 눈을 뜬 스란두일과 마주쳤음.
쓸데없는짓을 했습니다./ 내가 그대와 함께 잔것이 쓸데없는 짓인가?/ ....시간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대가 속한 곳으로 한시바삐 돌아가면 좋겠군요. / 센티넬이 가이드를 거부하면 죽음에 이른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그대가 생각하는것 만큼 저는 연약하지 않습니다./ 이봐 엘론드.
화가 난 스란두일이 이불을 박차고 나와 엘론드의 앞으로 다가왔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보는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엘론드는 절망을 느끼면서도 스란두일을 올곧게 쳐다봤음. 내 친우.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대를 친우로 볼 수 없겠지.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론 싸늘한 대화들이 오갔음. 방해가 됩니다. 돌아가주십시오 스란두일. / 나를 거부한다고 해서 네가 득 될 것이 없어. 왜 마음을 편하게 가지질 못하지?/ 제게 명령하지 마십시오. 그대가 숲의 왕이듯 저는 리븐델의 로드입니다. 명령을 하고 받을 사이가 아닙니다./ 엘론드!!!/ 스란두일!!!!!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형형함으로 스란두일이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음. 며칠 전의 온기한점 돌지않던 차가운 눈빛이었음. 그렇지만 그 속에서조차 희미하게 다정함을 느끼는 자신을 혐오하던 엘론드는 그 역시 사납게 눈을 뜨고 스란두일을 마주봤음. 리븐델은 몸과 마음이 지친이들에겐 쉼터가 되기도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은 환영하지 않는다네. 더 이상 고집을 부린다면 머크우드와의 화친은 없었던 일이 되겠지. 그럼 먼저 실례하겠네. 제 할말만 다 뱉어낸 엘론드가 뒤로 돌아 썡 하니 문쪽으로 향했음. 어처구니가 없던 스란두일은 대답도 하지 못했음. 문 근처에서 조금 주춤대던 엘론드는 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했지만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음. 그렇게 두 엘프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져버렸지.

 

그렇다고 히트사이클이 무너진건 아니야. 오히려 좀더 당겨졌어. 엘론드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더 철저히 자신을 관리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어. 가장 큰 이유는 스란두일이 싫은게 아니라 켈레브리안을 배신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었지만 어떤것도 자신과 스란두일의 관계를 합당하게 설득시키질 못했어. 스란두일은 여전히 화가난 채로 돌아갔기에 리븐델과 머크우드의 사이는 굉장히 서먹해졌어. 그렇지만 둘 사이의 인연이 끊어지는 법은 없었지. 그 다음 히트싸이클때 엘론드는 좀더 괴로워했고 그 다음 히트싸이클때는 그보다 더 괴로워했어. 자해가 도를 넘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스란두일은 차마 친우(였던 이)를 모른척할 수 없어 방치플하던 달관모드를 내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왔고 엘론드는 스스로를 혐오하면서도 기쁘게 그를 받아들였어. 두달에 한 번. 그렇게 인정하지 않은 채 둘은 서로에 대한 의무를 이행했고 정신이 들기전 헤어지는 굉장히 이상한 관계를 유지했지.

세월이 지나고 백년. 이백년이 지났을까. 스스로의 행동에 조금씩 타협해갈 무렵, 여전히 고통스러움에 울부짖을때 잊지않고 달려와 준 스란두일의 품에 안기던 엘론드의 행동이 조금씩 무뎌질 무렵부터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지만 여전히 아직은 어려운 엘론드와 스란두일의 느리고도 아득한 감정선이 굉장히 보고싶었다는 열린 결말 'ㅂ'!!!!

 

끝..끝은...좀...원래 ..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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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 스란두일

끄적끄적 2013. 12. 19. 22:31

 

 

 


루드비히.

빨간 로브사진이 갑자기 예뻐보여서 주섬주섬 촬영.

배경도 깔고보니 빨간색이고 핀트 다나가고 색번졌지만 그래도 예쁘다.

내새끼라 그런가 어흑. ㅠㅠ

관 다시 만들어야하는데 와이어 사러나가기 넘 귀찮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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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레오로. 무제.

톨킨버스 2013. 12. 12. 14:59

로스로리엔의 로드 켈레보른은 엘웨의 동생인 엘모의 손자로, 갈라드리엘과 결혼하여 딸 켈레브리안을 두었다. 갈라드리엘이 서녘으로 떠난 후, 켈레보른과 그를 따르는 엘프들은 로스로리엔을 떠나 머크우드라고 불렸던 숲 남부에 동(東) 로리엔을 건설하였다. @Arda_wikib_kr

 

 

"의외로군요."
"어떤것이 말인가? 차를 내리는 것이?"

시종도 없이 손수 거름망을 들어올리는 이의 얼굴엔 여느때처럼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언제나 금색의 찬란함을 끌어안고 빛나던 은색의 머리카락은 본래의 투명한 색으로 돌아와 어깨위에 보기좋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평온함은 좀체 변하는 법이 없었다. 스란두일은 말없이 그가 건넨 찻잔을 받았다. 오렌지향이 감도는 달콤한 향내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이래뵈도 꽤 세심한 취미라네. 어떤가 자네도 이 참에 배워보는것이."
"사양하죠. 제 집사가 내리는 것도 꽤 먹을만 합니다."
"아쉽군."

반대편 의자에 앉아 조용히 음미하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묻지 않는 이의 모습에 스란두일은 되려 짜증이 났다. 

"왜 웃으십니까?"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참고 있는 것이 자네답지 않아서."
"질문은 이미 던졌죠. 의외인 점이 있다고."
"그래서 되물었잖나. 어떤 것이 그리도 의외였냐고?"
"이젠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까?"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도 불구하고 켈레보른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침착하게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곧게 등을 편 채 스란두일을 바라보았다. 기대를 벗어난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너무나도 간결했다.

"아직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네."
"그래서 의외라고 한겁니다. 어째서 이곳에 남으셨습니까?"
"그런 자네는?"
"...."

허를 찔린 스란두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몇 번이고 말을 골라내던 혀끝은 결국 답을 찾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질문은 제가 먼저 드렸습니다만."
"글쎄, 왜일까."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담은 시선이 그를 쳐다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동등하게 눈높이를 마주한 채 담소를 나눌만한 이들은 하나 둘 사라져갔기에 스란두일은 새삼 이 자리가 생경하고도 어색했다. 하지만 눈앞에 자리한 이는 그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듯, 그저 씩 웃어보였다. 

"정든 곳을 잊지 못하는 늙은이의 고집이라고 해두지."
"그렇다고 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알고 있었나?"
"임라드리스의 현자라 불리우는 이처럼 예지의 능력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저도 몇 천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모르는게 더 우습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굉장히 평온하십니다?"
"평온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공께서는 지금 그 오로페르의 아들과 이야기를 하고 계신겁니다."
"그렇다고 그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 뭐 이야기 하는 정도야 괜찮지 않겠나?"
"......"

무어라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스란두일의 표정을 잠시 지켜보던 켈레보른은 다시금 손을 뻗어 자신의 잔에 차를 따랐다. 찻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다시 조용해진 방안에 홀짝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실은 내가 먼저 차였어."
"....네?"
"그녀가 먼저 날 놓아줬다네."
"......"
"내게 묻더군. 자신과 함께 서쪽으로 가겠느냐고."
"매우 뻔한 질문이네요."
"물론 그랬지. 그녀의 손을 잡고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했었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내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았으니 함께 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어."
"그런데요?"
"그녀가 웃더군."

사랑에 빠진 달콤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켈레보른이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이나 말을 고르던 모습은 천진한 어린아이와도 같았지만 그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덤덤한 모습만이 남았다.

"더이상 욕심부리면 안될 것 같다며 내 손을 놓았지. 사랑하는 나의 켈레보른. 이제 가세요. 자유롭게. 그대가 원하는 곳으로."
"....무슨 전해 내려오는 노래같습니다."
"앞으로 전해지게 되겠지. 황금 숲의 여주인이 남긴 마지막 노래라던지?"
"재미 없는데요."
"그대의 재미는 내 알 바 아니라네. 여전히 내게는 사랑스러운 공주님이니."
"그렇게 사랑하던 분은 놀도르의 공주셨죠."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나를 비난할 텐가?"
"네. 힘 닿는데까지요."
"그런 점은 정말이지 오로페르와 많이 닮았군."
"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자네였다네."

순식간에 분위기가 사나워졌다. 그러나 켈레보른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설탕을 조금 더 넣고 찻잔속을 휘저었을 뿐 이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처럼 그는 우아하게 혼자 차를 마셨다. 그리고 그 평화로워보이는 모습에 작은 새 한마리가 탁자 위로 날아와 앉았다. 

"솔직히 눈치채지 못할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건 나는 그녀가 내게 준 선물을 품에 안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왔네. 그 뿐이야."
".... 정작 아버지에게 제대로 이야기 한 적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자네는 내가 오로페르에게 사랑이라도 고백하길 바랬나?"

내밀어진 손 위에 올라선 작은 새는 부리로 손가락을 쪼았다. 하지만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 켈레보른이 재미없다는 듯, 금세 포르르 날아가버렸다. 아쉬운 듯, 움켜쥐어보아도 남은것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새가 날아가버린 곳으로 향했다.

"지나가 버린 기회가 돌아오는 법은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셨습니다."
"가끔은 가슴 속에 묻은 케케묵은 감정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네. 이유는 그것 뿐이야."
"....."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기억이 자네에게도 있겠지. 이만하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나?"

숲의 레이디는 항상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을 비추어냈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짙고 단단한 눈동자는 마치 호수와 같이 고요했다. 시선을 피하는 법이 없던 스란두일이 먼저 눈을 감았다. 어쩐지 그 올곧은 시선 끝에 닿은 이가 누구인지 보여버릴 것 같아서.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을 시간은 충분했지만 나와 차 한잔 같이 할 여유는 없었나보군."

작은 핀잔에도 스란두일은 자리를 털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식은 찻잔이 그대로 어여쁘게 놓여 있었다. 성큼성큼 문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걸이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배웅하는 이에겐 인사가 없었다. 그렇게 조용한 이별을 하던 두 엘프의 사이의 고요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저 추억하는 것 만으로 만족하십니까?"

문득 제자리에 우뚝 선 스란두일이 물었다. 의자에 기댄 채, 밖을 바라보던 켈레보른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물론."
"힘드실겁니다."
"곁에 없는 이를 그리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지.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길인걸."
"......"
"조심히 가게. 에린 라스갈렌의 왕. 오로페르의 아들 스란두일. 그대의 앞길에 평안이 있기를."
"나마리에. 언제나 별빛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단단하고 규칙적인 발걸음이 점점 멀어지고 방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비로소 온 몸에서 힘을 뺀 켈레보른은 가만히 눈을 감고 기억속에 자리한 이의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거짓말처럼 눈앞에 그려진 이의 모습에 그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아야 희미해질 터인데 앞으로 칠백년 정도는 문제 없겠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켈레보른은 문득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저귀던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자신을 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좀 더 멀리 가버리기 전에 그리던 이와 함께 차 한잔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티포트를 들어올렸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석양이 아름다운 여름 날이었다.

 

 

 

 

 

 

 카르님.....사랑합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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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왓챠! 에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ㅠㅠㅠㅠ
뒤늦게서야 시사회 응모를 할 수 있단걸 깨닫고는 페이스북과 다음, 네이버 등을 통해 여러군데를 응모했었는데요. 진짜 우연하게 페이스북에 로그인하고 제 눈을 비비고 몇번이고 의심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코엑스에서 하는 M2관 호빗2 시사회에 다녀왔어요 ㅠㅠㅠ

7시에 선착순 배포라고 하셔서 부리나케 달려서 도착했는데 매표소 앞에는 아무런 표시가 되어있질 않더라구요. 줄이라도 서 있어야 하는데 이럴리가 없는데..하며 은근슬쩍 매표소로 컨택을 하니 에스컬레이트 위쪽에 부스가 마련되어있다고 하더라구요ㅠㅠ 매표소 앞에 종이라도 한장 붙여주셨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ㅠ
부리나케 에스컬레이터 위로 올라가 보니 이미 많은 줄이 ㅠㅠ 그래도 시사회를 볼 수 있다는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줄서서 표를 받았답니다:D

친구와 함께 보러다녀온 M2관은 사실 처음 가보는 관이었어요. 워낙 사운드와 시설이 굉장하다는 소문을 듣고 간거라 호빗에서 나오는 광활한 대자연과 멋진 풍경들에 대해 기대가 굉장히 컸었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잘 보고 나왔습니다^^

러닝타임 2시간 40분이 굉장히 짧다고 느꼈을 정도로 호빗 2의 전개는 빨랐습니다. 이전의 1편은 여정을 시작을 알리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2편에서는 외로운 산으로의 여정을 생동감넘치게 표현한 것 같았어요.

------이후 굉장히 세세한 스포일러가 시작됩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먼저 가장 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역시 주인공인 빌보였습니다. 전편에서 소린과 진정한 의미로 마음을 나누고 난 뒤에 빌보는 본격적으로 원정대에 자신의 자리를 굳혀갑니다. 특히 초반부에서 살짝 모습을 보인 베오른이 변한 모습을 보고 용기 있게 칼을 꺼내들기도 하죠. 앞서 예고편에서 나왔든 빌보는 간달프에게 동굴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 장면 또한 의미있는 컷이었어요. 반지는 그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주었고 자신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주었죠. 그 덕에 용기를 냈는지 호빗이란 종족이 원래 용기가 가상한 건진 알수 없으나 하여튼 빌보는 2편의 전면에서 활약합니다. 머크우드로 발걸음을 돌렸을 때, 그는 용기있게도 나무를 올라 방향을 잡습니다.(이 부분은 확장판에서 매끄럽게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갑작스레 나무에 오르길래 읭? 하고 놀랐습니다만.) 그리고 쉴롭(이맞는지모르겠군요..?)에게서 동료들을 구해내기도 하죠. 엘프떼가 나타났을 때는 용감하게도 그들의 눈과 귀를 피해 궁내로 잠입합니다. 이렇게 따지면 자잘하지만 전체적인 열쇠는 빌보가 잡고 있어요. 심지어 소린이 포기를 하고 돌아서는 그 때에도 그는 인내하며 생각하죠. 1편과 달랐던 점이 이런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어요. 1편에서의 빌보는 말하자면 간달프의 행동 하나하나에 휘둘리며 허세를 부리죠. 스스로 무언가 하려고는 했지만 그 행동은 간달프가 깔아둔 멍석위를 벗어나질 못했어요. 하지만 2편에서는 간달프가 사라지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그위에서 뛰놀기 시작했죠. 종내엔 스마우그를 만나고 모습을 보인 후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3편에서의 그의 활약이 매우 기대가 되는 2편이었어요:D

사실 빌보보다 언급하고 싶었던 배우는 타우리엘, 스란두일, 소린, 킬리(필리) 정도네요. 천천히 해볼까요:D

타우리엘은 솔직히 정이 가질 않는 배우였어요. 아무래도 감독의 오리지널 캐릭터였고. 전편인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남자들로 가득한 브라운관은 칙칙하다 여긴 피터잭슨의 고질적인 여캐 생성하기(?)를 통해 들어온 캐릭터이니만큼 오리지널 설정에서 얼마나 녹아들어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물론 저는 벨라인을 파다보니 이런 아름다운 여캐(?)가 휘몰아치는걸 가장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1인중에 하나였으니 말은 다했죠. 하지만 그녀가 브라운관에 처음 나왔을때 저는 외쳤습니다. 미친, 너무 예뻐!!!!! 네.. 예뻐요. 예뻤어요.. 진짜에요.. 사실 전 여캐 좋아합니다 ㅜㅜ 예쁘잖아요 ㅠㅠㅠ 내용이 어떻고 간에 예쁘니까 좋아요 어흑 ㅠㅠ 활도잘쏘고 칼질도 잘하고 터프한 언니 ㅠㅠ어흑흑 ㅠㅠ 물론 설정상으로 레골라스 휘하의 부하 이며 스란두일이 아끼는 부하인 것 같았습니다. 근데 여기서 웃기는 포인트 하나 ㅋㅋ 타우리엘 덕분에 스란두일의 시월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요 ㅋㅋㅋㅋ
영화의 노선은 명확합니다. 레골라스는 타우리엘을 좋아한다. 이것은 조금 뒤에 나올 킬리와의 연애노선을 언급할 때에도 나올테지만 일단 표면적으로는  레골라스->타우리엘-><-킬리 이렇게 표기가 됩니다 ㅋㅋㅋㅋ 처음에 스란두일이 시월드 파워를 내보이며 내아들이 네게 관심있어하는구나. 네가 알아서 정리하거라 'ㅅ'-3 라는 포스를 넘실거릴때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ㅋㅋ아니 포스만이 아니었구나 그냥 말 그대로에요 ㅋㅋㅋ행동도 대사도 딱 저거였어요 ㅋㅋㅋ 스란두일파였던 제가 괴팍과 짜증으로 범벅된 전하이미지를 파고 있는건 사실이었지만 시월드를 보게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는뎈ㅋㅋㅋㅋ 하여튼 좀 재미있었어요. 여하튼 타우리엘은 왕궁으로 잡혀들어온 킬리오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나눕니다. 창살을 사이에두고 같지도않은 대화를 하며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하죠. 이후 원정대가 탈출하고 그들을 쫒는 오크떼를 공격하며 타우리엘은 킬리가 독화살에 맞은것을 알게 됩니다. 타우리엘은 그걸 핑계삼아(?) 왕의 명을 어기고 드워프들을 따라 인간마을로 ㄱㄱ하죠. 물론 레골라스는 따라옵니다... 이 호구....아빠 명도 거역하고...
하여튼 그 후 킬리와 러브신을 빙자한 상처고침퍼레이드를 찍은 후 아주 닭살스러운 대사를 미친듯이 읇어대는 킬리와 손을 슬며시 잡기도 하고. 눈꼴시린짓은 다 하죠. 물론 그 전에 레골라스가 드워프는 신경쓰지 마. 어서와! 라는 지지않으려는 대답을 들어주지 못한 채 킬리의 눈빛에 사로잡힌 모습은 ㅋㅋㅋ참 ㅋㅋㅋ엘프도 얼굴을 따라가는구나..싶었어요.(레골라스가 못생겼다는게 아니라 킬리와 타우리엘이 첨만나고 난 뒤부터 타우리엘이 킬리 얼굴에 반한듯 보이긴했어요<)
하여튼 여캐 비중이 참 적은 톨킨 세계관이다보니 오리지널캐의 필요성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긴 할테지만 걱정했던것보다는 조금 나은 듯 보여서 한숨 놨어요. 물론 3편에서의 노선을 보고나서 가슴을 쥐어뜯을지 말지 결정이 나겠지만 말이에요 ㅠㅠ

대망의 스란두일!!! 이분을 보러가기위헤 시사회를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ㅠㅠㅠ 제 최애기도 하죠 ㅠㅠ 사실 1편에서는 움짤밖에 안나왔잖아요 ㅠㅠ 심지어 목소리도 안나왔어ㅠㅠㅠㅠ 예고편에서는 목소리밖에 안나오고 얼굴만 나오고 ㅠㅠㅠ 그 이후로 풀리는 짤에도 다 같은 포즈로 (아실겁니다 그 칼 휘두르는 모습) 돌아다니는 짤에 사실 저는 이 스란두일이라는 배역은 마네킹으로 제작된 채 영원히 박제된 것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 시달렸답니다. 예고편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움직임에 진짜 영화관에서 스란두일이 움직이면서 말하면 레알 로봇같을거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요 ㅠㅠ 전하 등장하시는 순간 아주 ㅠㅠㅠ 맘속에 천둥이 콰콰쾅 몰아쳤죠 어흑흐ㅠㅠㅠㅠㅠ
제일 먼저 등장하는 씬이 역시 하도 공개된 얼굴 클로즈업이었기 때문에 두근거림이 심하진 않았지만 역시 또 고정된 모습과 움직이는 모습의 격차는 극과 극이더라구요 ㅠㅠ 생각보다 목소리도 잘 어울렸고 괴팍한(?) 그의 성미를 표현하는것에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스란두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도 적절했고 고귀함이나 고통을 드러내는 모습또한 배역에 충실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웃긴 장면은 아들을 위해 타우리엘에게 충고하는 장면이었는데 이무슨 시월드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진짜 ㅋㅋㅋ진짜 한국의 시월드 같았어요 ㅋㅋ 내 아들이 널 좋아한단다. 말도안되는 일인거 알지?!?!?! 이러면서 운을 던지면 또 타우리엘은 저같은 천한 엘프를요...!? 아닐텐데;;; 어;;;; 이러는 답정너같은 반응을 보여욬ㅋㅋㅋ 물론 대사가 현지적응 한것도 있겠지만 상황 자체가 넘 웃기잖아 ㅋㅋㅋ 무슨 시엄마가 해야할 것같은 대사를 치며 아들 보호에 나섰으면서 정작 도발하는 오크를 분에 못이겨 훌렁 죽여버리는 모습에서는 다혈질의 기미도 보여요. 진짜 매력터지는듯 ㅋㅋㅋㅋ 사실 스란두일 캐릭터가 원작이랑 조금 다른 노선으로 탐욕에 쩔고 흰 보석에 집착하는 면모를 지닌 폐쇠적인 군주로 그려지는것에 굉장히 아쉬움이 있었는데 2편에서는 그 해석을 확정이라도 지어주듯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3편에서 어떻게 치고 나올런지가 다음편을 관람하는 가장 중점적인 면이 될것 같아요.
잡설이 길었죠. 사실 2편에서의 2대 갈등중인 하나는 스란두일과 소린, 소린과 스란두일의 갈등입니다. 스란두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군주의 면모를 보여요. 포로로 잡한 소린과 독대하며 거래를 하려 애쓰죠. 물론 스란두일이 노리는 것은 아르켄스톤이에요. 하지만 소린 또한 같은것을 목표로 두고 있기도 하고, 엘프와는 골이 깊으니 대놓고 무시를 하는 장면에서 둘 사이의 알력다툼이 꽤 맘에 들었어요. 나중엔 대놓고 큰소리를 치는 소린의 도발에 허리를 굽히고 얼굴을 맞대고 짓씹듯 내뱉는 말에서 스란두일의 진심이 나름 엿보였다고 할까요. 사실 이번에 기대안했던것 중 가장 좋았던 베스트 3안에 들어가는 장면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스란두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기괴한 상처가 드러나죠. 하지만 그 상처는 순식간에 없었던 것 처럼 사라집니다. 마치 소린에게만 보여진 것 처럼요. 실제로 소린만 봤는지 안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장면은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용에대한 두려움. 겪어본 고통. 아직까지 계속되는 싸움. 영지을 지키기만을 고수하는 왕의 답답한 행태. 어쩌면 호빗에 등장하는 모든 종족 가운데에 제일 축복받은 엘프라는 종족의 아픔과 두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엘프를 죽게 만드는 것은 지독한 슬픔과 상처라고 했던가요. 스란두일은 이미 지독한 슬픔과 두려움을 맛봤고 끊임없이 이겨나가고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 그의 성격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탐욕에 찌든 폐쇄적인 왕이 아닌 나름의 이유가 있고 지킬것에 대한 욕심이 강한 왕의 면모? 왕의 위엄? 같은 복합적인 노선을 본 것 같아서 캐릭터 방향에 꽤나 안심되더라구요.
스란두일의 등장씬은 짧아요. 짧아서 더 아쉬워요 ㅠㅠ 물론 호빗에서는 몇줄 등장한것으로 끝나지만 팬심이라는게 또 다 이런건가 봅니다 ㅠㅠ 3편에서는 아무래도 활약할 여지가 있을테니 좀더 많이 나와주면 좋겠어요. 타우리엘이 아무리 불호감에서 호감으로 가고있는 캐릭터라고는 해도 왕이 대신 해야 할 것들을 하기엔 너무 아쉬운 감이 있으니까요 ㅠㅠ

드디어 소린입니다! 저는 사실 드워프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2편을 보고나서는 조금 달라진것도 같지만 애초에 제 바운더리 안의 종족도 아니었고(...) 반지의 제왕에서조차 비중이 크질 않았기 때문에 정작 드워프들을 알게된건 호빗의 개봉일자가 잡히고 난 뒤였어요. 사실 호빗이라고 반지 전 시대 책이 있는줄도 몰랐구...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어느 존잘님이 해외토픽을 물어주시고 연성을 해주시면 그걸로 세계관이 구축되고 캐릭터가 잡히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시기에도 드워프들. 특히 소린과 함께 원정을 같이했던 드워프들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한톨도 접해보질 못했답니다. 10년전 메이저는 엘프였어요 여러분.. 그리고 10년전에도 호빗 이라는 책보다는 실마릴리온 쪽에 무게가 실어진 것이 제 바운더리에서 일어난 일이었죠. 여하튼 그렇습니다.
호빗의 주인공은 두명이 있죠. 하나는 빌보라는 호빗, 또 하나는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인 드워프 소린. 소린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왕국을 되찾아 왕위에 오르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빗1에서는 확실히 그의 굳건한 마음을 보여준 채 여정에만 집중하는 단단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한다면 2편에서는 그가 그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와, 훨씬 내면에 자리한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내보인다고 생각했어요. 딱딱하고 소리만 지르고 명령할 줄 아는 드워프에서 그의 속에도 자리하고있는 두려움. 목표에 대한 혼란. 아무것도 정제되지 않는 그런 기억들. 엘프에 대한 분노. 이런것들이 천천히 보여지는 순간 확실히 드워프. 라는 틀에 갇혀서 주인공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분명한 캐릭터라는 것을 내가 보지 못했었구나 를 깨달았어요. 특히 스란두일과의 독대 씬이 생각이 나네요. 소린은 여전히 당당합니다. 무장해제 당한 채, 엘프의 왕 앞으로 끌려가도 분위기를 휘어잡으려 노력하고 시선을 피하는 법이 없어요. 조심스럽게 건네어진 제의를 크게 비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두린의 날. 산에 당도해 방법을 찾지못했을 때의 그 허탈함. 그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생명체이구나. 깐깐하고 소리만 지르고 냉혈한일것 같은이미지가 확 깨졌죠. 여태껏 실낱같이 잡고있던 희망이 끊겼을 때의 그 공허함.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희망에 다시 굳건히 자기를 다잡죠.
중요한 건, 확실히 호빗 2를 보고와서는 소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조금 넓어진 기분입니다. 생각보다 스란소린, 혹은 소린스란의 캐미도 괜찮은 면모를 보이는 까닭에 관심이 가기도 하네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마지막으로 킬리. 와 필리. 킬리는 확실히 빛이 났어요. 설정상으론 소린삼촌을 따르는 어린 조카 중 허둥대고 매번 실수하는 막내역할을 맡았었죠. 그 면모는 2탄에서 빛을 발합니다. 언제나 허당인 막내는 뭔가를 해보아야 겠단 결심에 갇힌 수문과 들이닥친 오크떼의 습격에서 기어이 밖으로 뛰쳐나가 수문을 엽니다. 그러다 화살에 맞죠. 사실 그 화살은 독화살이었는데 :D 하지만 어린 막내는 아픈척하기 싫어요. 엄하기만 한 소린삼촌은 봐주지 않을게 분명하거든요. 원정대에서 주력으로 하는 일 없이 짐만되기 싫은 막내는 마비되어가는 다리를 애써 참아요. 그러다 사고를 터트리죠. 무기를 훔치다 아픈 다리를 헛디딘 나머지 드워프들은 전원 연행되어버리죠.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킬리의 다리는 낫지 않아요. 급기야 소린은 킬리에게 오지 말것을 명령하죠. 이 대목에서 굉장히 다르게 대우하는 소린의 모습이 인상깊었는데요. 사실 계보로 따져보면 필리는 킬리의 형이자 적법한 에레보로의 계승자에요. 삼촌뻘이 되는 소린이 자식이 없으니 소린의 형제들 중 그 계승자를 이어야 하는데 모두 죽고 남은건 필리와 킬리 형제 뿐이고 그중에 첫째는 필리이니 차별대우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어요. 물론 소린입장에서야 자신은 어릴적부터 최고의 수준으로 배웠던 제왕학을 필리에게는 가르쳐줄 수 없는 환경이었으니 자신의 식대로 혹독하게 알려주어야겠지만 부모없이 홀로 서로를 의지해야했던 형제에게는 어찌보면 미묘한 감정의 싹을 키웠을지도 모르죠. 하여튼 킬리는 소린의 말에 제대로 대꾸하지도 못합니다. 낫지않은게 사실이고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던 원정대의 막내는 뭐라고 해보지도 못한 채, 소린의 결정을 받아들이지요. 여기서 조금 놀라웠던 건 필리였어요. 계승자로서 생각해라 라고 외치는 소린에게 동생의 곁에 남겠다고 냉정히 이야기한 후 건너가는 모습은 소린과는 다른 필리만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씬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린은 잃을것 없이 혈혈단신으로 조부와 부친의 복수를 꿈꾸고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것을 지켜야 하는 큰 짐을 지었다면 필리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에도라도보다 언제나 자신과 함께 있었고 피를 나눈 형제를 지켜야 하는 온도차가 나뉘어져 보이는것이 앞으로의 일들을 암시하는 복선인것 처럼 느껴졌어요. 이건 후반부에 가면 알 수 있겠죠:D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타우리엘과 킬리, 킬리와 타우리엘의 관계입니다. 대체 왜 이 둘을 붙여놓은건지 피터잭슨의 의중을 아시는 분? 아 모르시는분이 없을거에요 ㅜㅜ 잘생겼잖아 ㅠㅠ 예쁘잖아 ㅠㅠㅠㅠ 그냥 감독은 제일 잘생기고 예쁜 배우 둘을 붙여놓은거라구요 ㅠㅠㅠㅠ 어이구 킬리 ㅠㅠ 젠장 ㅠㅠㅠ 진짜 독샷 잡아줄때부터 느꼈어요. 애초에 타우리엘과 엮으려고 생각한 캐구나... 확실히 킬리가 드워프 치곤 엘프처럼 생겼죠(?) 난 미모에요. 오죽하면 타우리엘도 킬리와 눈이 마주치자 한눈에 반한것처럼 새침새침굴고 레골라스조차 경계를 하냐구욬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킬리도 더웃겨요... 그 짧은시간동안 마주치고 창살을 앞에둔 채 슬쩍슬쩍 끼를 부리더니 나중에 부상으로 환각을 볼때 타우리엘을 보고 울부짖어요.. 이자식봐라..? 그걸 또 눈에 밟힌다고 따라오는 타우리엘이나 나중에 이건 환상인가봐여...타우리엘...그녀가 여기있을리없어...날 사랑할까.. 이 난리를 치는 킬리나...어휴.... 이무슨 말도안돼지만 납득이가서 더 화가나는 러브라인이요..... 그와중에 질투하는 레골라스가 더 불쌍해 ㅠㅠㅠ어흑 ㅠㅠㅠㅠ 우리 완쟈님 ㅠㅠ 짝사랑이라니 ㅠㅠㅠㅠ
하여튼 드워프와 엘프와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나왔던 건 이성간에는 처음있는 일이잖아요.(진득한 우정에는 레골라스/김리 가 있음.) 그래서 좀 흥미진진하고 선남선녀는 무조건 된다는 이론에 기대서 저 사랑의 화살표가 대체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진진합니다. 킬리는 과연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결말 생각하면 크흡...눈물이 앞을 가리지만요 ㅠㅠㅠ

 

일단 대강 선별된 캐릭터에 대한 감상은 다 쓴것 같네요. 무슨 글이 쓰다보니 한시간을 넘어가..ㅇ<-< 맙소사. 여기에 언급하지 못한 캐릭터들도 다수입니다. 특히 봄부르. 진짜 ㅋㅋㅋ 대박이에요. 봄부르 최애캐이신 모 지인분이 격하게 생각이나서 선덕선덕한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어요:D 지분율 짱짱이네요 ㅋㅋ 그리고 간달프옹은 여전히 건재하시고 돌굴두르에서의 전투 또한 흥미진진했습니다. 강령술사의 모습을 빛과 어둠을 이용해 타오르는 불빛으로 표현하다 사우론의 모습을 흐릿하게 보여준 효과도 매우 좋았구요. 굉장히 짧게 등장했지만 베오른의 활약이라던지 바르드! 바르드는 진짜 상남자였어요 두큰..! 하여튼 내가 지금은 여기서 촌부로 살지만 왕년에는 내가! 우리 가문이 말이지! 라는 냄새를 풀풀 풍겨대는 바르드도 꽤나 두근두근 했답니다:D 헤헤. 그리고 언급을 계속 못했지만 역시 우리 존재감 짱짱맨인 스마우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계속 보면서 해당 배우분이 모션캡쳐 촬영하면서 연기하는 짤이 생각나서 넘 웃겼어욬ㅋㅋ 아니 용연기한다고 실제로 배깔고 누워서 얼굴로 연기를 하다닠ㅋㅋㅋㅋㅋ 그배우는 진짜 오이짤로 넘 유명하고 못생김을 연기하는걸로도 유명한데 볼때마다 괜시리 터져섴ㅋㅋㅋㅋ 팬될것 같아요 ㅋㅋㅋㅋ 초반에는 여러가지 캐릭터와 모습들에 선덕대다가 마지막엔 스마우그의 꼬리자락을 붙잡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기억밖에 나질 않네요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이렇게 뒤죽밖죽인 캐 후기와 잡상을 남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갈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내일...용산에서 4DX 시사회에......당첨이 되서.....일단..일단 갈거지만 ㅠㅠㅠ 하여간 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무슨 올해의 운을 여기에 다쓰니? ㅠㅠㅠㅠ나 4DX도 첨가보는데 ㅠㅠㅠㅠㅠ 일단 다시 또 보고 와서 빠트리 감상 있으면 남길게요 ㅠㅠ어흑흑 ㅠㅠㅠㅠㅠ

넘 잘보고 왔어요. 아마 두세번 정도 더 보러 갈 것 같아요:D

참, 자막이 모두 올라간 뒤 이스터에그나 뉴짤, 예고편은 없더라구요. 시사회라서 없는건지 원래 없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참고하시라고 적어봤어요:D

앞으로 D-1 !!!!! 서울쪽에는 배급사 간의 협의 때문에 원활하지 못한 공급이 될 것 같다고 예견하고는 있지만 ㅠㅠ 기대하시는 것 만큼의 뿌듯함과 재미를 느끼시길 바래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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