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님과 기린님과 두런두런~

리븐델와서 헤어지기 싫어서 매일 밤 술을 청하는 엘론드도 좀 좋다. 둘다 술은 쎄서 밤늦게까지 마시면 꼭 일찍 못일어나서 느지막히 눈뜨는 길갈라드라던지. 한참을 그러다가 길갈라드가 밤중에 술잔을 기울이며 그리도 헤어지기 싫으냐. 운을 띄우면 화들짝 놀라다가 덤덤하게 웃으며 예. 싫습니다. 하는 엘론드 좋다. 그러면 술잔을 다 받고 내려놓은 후 머리를 쓰다듬어주실까. 아직도 내보기엔 어린아이와도 같은데. 어찌 이리도 빨리 컸는지 모르겠다. 하하. 하며 웃는걸 보며 엘론드는 그저 눈을 감겠지. 세월이 대왕께만 흐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허나 이상합니다. 제 눈에도 대왕이 보이질 않습니다. 젋고 당찬 에레이니온만 보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면서 둘이서 서로를 토닥토닥.

 

스란엘.

한창 바쁠 시기에 리븐델에는 서찰 한 통이 도착하는데 갈리온이 보낸 거였으면 좋겠다. 왕께서 몸이 안좋으시니 한번 방문해주십사 하는 편지였는데 스란두일도 아닌 갈리온이 보낸 편지는 필체 한 획 한획을 꾹꾹 눌러 쓴 티가 역력해 긴장하고 있음을 보였다. 엘론드는 그 길로 짐을 꾸려 머크우드로 향했다. 바쁜 일처리를 맡게된 글로리는 한숨을 쉬어냈지만 이내 다녀오시라며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밤낮을 움직여 일주일 후에서야 도착한 어둠숲은 어둠고 캄캄해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겠지. 마치 맹수의 입처럼.
과연 숲의 왕은 갈리온의 말대로 앓아누워 있었고 엘론드는 로브도 벗지 않은 채, 그에게로 향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맥을 짚으려 소매를 걷어 막 닿으려는데 스란두일이 눈을 뜨는거지. 그리고 빙긋 웃겠지. 이젠 꿈을 다 꾸는군. 엘론드는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다가 침대위에 앉으며 다시 소매를 걷어올려서 맥을 짚으며 눈을 맞추겠지. 그래 꿈일세. 그대는 지금 꿈을 꾸고있어. 좀 더 자고 일어나야지. 다정하게 말하며 눈맞추는 이에게 스란두일은 가볍게 웃으며 툭툭거리면 좋겠다.
이렇게 다정한 걸 보니 정말 꿈인가보군. 그렇지만 좋아. 그대의 말을 들어서 안좋은 적이 없었으니 이만 다시 자야겠어. 꿈속의 이여. 안녕. 좋은 꿈이었네. 감은 눈을 몇번 가늘게 떨던 이는 금새 곤히 잠이 들었어. 잡았던 손목을 정리하고 이불을 덮어주고 온전히 잠에 빠질때까지 엘론드가 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날 여전히 아픈 스란두일이 제정신으로 눈을 뜨면 그제서야 엘론드는 인사를 하겠지. 좋은 낮일세. 숲의 왕이여.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표정으로 평소의 삐딱한 눈으로 엘론드를 훑으면 그제서야 왕의 손님맞이가 시작되면 좋겠다. 속으로는 그저 어젯밤의 꿈이 예지몽이었던 것 같다 웃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엘론드를 대하는 그 모습에 그저 임라드리스의 현자는 미소짓겠지. 여전하군.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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