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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5 글로린딜. 후회공 순정수
- 2014.04.21 길엘. 썰백업. 첫날밤.
- 2014.04.20 엘로마글. 썰백업. 현대AU
- 2014.04.15 핀마에. 밤.
- 2014.04.14 레골라스. 무제.
- 2014.04.08 스란안나. 노예상인과 왕자. 외전3
- 2014.04.06 아라레골. 무제.
- 2014.04.04 마에마글. 썰백업 2
- 2014.03.31 스란엘 합작 제출. 눈 2
- 2014.03.31 썰백업. 마에마글. 페아노리안. 2
글
길엘. 썰백업. 첫날밤.
어릴때 불안함에 잠들지 못하면 푸른 큰 망토로 감싸 재웠던 버릇에 부끄럽고도 황홀한 첫날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는 엘론드의 맨몸을 푸른망토로 감싸주는 대왕님. 그건 아마도 완벽한 한쌍.
피곤함에 반쯤 감긴 눈매가 바르르 떨렸다. 온 몸에 꽃길을 낸 흰 피부가 파르라니 빛나는 새벽녘이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이건만 차마 꿈일성 싶어 잠들지 못하는 작은새는 여즉 대왕의 팔을 붙잡는다. 두렵습니다. 눈뜨고나면 아무것도 없을까봐. 곁에 계시지 않을것 같아 무섭습니다. 이토록 행복해져 본 일이 없으니까요. 가만가만 두려움을 표하는 아이의 입술을 바라보며 대왕은 다시한번 가볍게 그 작은 부리를 오물거린다. 그리고 잠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망토를 끌어왔다. 폭 둘러쌓인 모양새가 우스웠다. 이제는 완연히 어른의 골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토는 엘론드에게 버거웠다. 그러나 대왕은 그것이 좋았다. 마치 어릴적 쌍둥이를 한 품에 안았을 때 처럼. 자신의 망토 아래에 잘 감싸인 작은 새를 보는것이 얼마나 기쁘고 사랑스러운 일인지 아이는 모를것이다. 돌돌 감싸 다시 품에 안고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동자를 본다.
자장가를 불러주마. 어릴적 처럼./아직도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십니까/ 오늘을 기념해야지 않겠느냐/무엇을 말입니까/이젠 돌아갈 수 없는 너의 아이시절을 말이다. 동그란 눈동자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 말 사이에 숨은 뜻을 알아내고 새하얗게 질렸다 핏기가 오른다. 그 모습조차 어여쁘다는 듯 대왕님은 흐트러진 고수머리에 코를박고 깊이 숨을 마셨다. 그 좁은 틈 속에서 한참이고 부끄러워 하던 어린새가 속삭인다.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그때처럼. 올려다 본 눈가에 사랑이 일렁인다. 대왕님은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새가 듣게될 마지막 자장가를 나직히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작은 새가 힘차게 날아오르려는 날개짓이 시작되었다. 성인식의 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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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끼님: 레골라스에게 최음제를 먹이자 풀린 다리로 간신히 일어나선 입을 크게 벌리고 제어가 되지 않는 몸을 붙들고 당신에게 프렌치키스를 한다. http://t.co/UcYzML9JDL
"흡..!"
달콤한 맛의 음료였을 뿐이었다. 과일의 즙을 짜내어 만든 특제 주스는 레골라스가 늘 즐겨먹던 음료이기도 했다. 모처럼 땀을 흘린 뒤라 갈증이 나기도 했고 지나가던 엘프(얼굴은 처음보는 이였지만)가 친절하게 건네어 주길래 경계하지 않은 채, 받아마셨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 폐쇄적인 어둠숲 안에 첩자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왕자였기에 충격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이미 떨리기 시작한 몸뚱이는 간신히 다리힘을 지탱하고 있을 정도로 힘겹게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맛이 어떤가요 왕자?"
새카만 머리의 엘프.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엘프는 아직 나이가 어려보였다. 하지만 빛나는 눈동자 속에 탐욕이 보였다. 벽을 짚고 흔들리는 시야를 확보하려 찡그려진 미간이 아파왔다. 점차 다가오는 엘프의 행동을 막을 새도 없이 레골라스는 간단하리만치 얼굴을 내 줘야 했다.
"불쌍하게도... 떨고 있잖아요?"
"무얼...먹인겁니까.."
으득, 소리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은 레골라스가 독기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살살 볼을 감싸며 웃던 엘프가 속삭였다. 별거 아니에요. 최음제를 조금 탔어요. 마치 몸에 좋은 약재를 하나 넣었다는 식의 말투는 레골라스를 거슬리게 했다. 인상을 다시한번 구기며 반항하려는 순간 볼을 감쌌던 손이 떨어졌다. 거짓말 처럼 레골라스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흐으..윽.."
"저런..괴로운가요? 하긴..조금 셀 지도 모르겠어요. 적정양보다 조금 더 많이 넣었거든요."
쉬이 듣지 않을 것 같아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귓가에서 왕왕 울렸다. 스며든 소리는 온 몸의 핏줄을 타고 레골라스의 몸을 달구기 시작했다. 뜨거움과 괴로움에 몸부림 치던 레골라스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원하는..흐윽, 게.. 뭐길래.!"
"원하는거요? 별거 없어요. 당신을 원해요."
당연한거 아닐까요? 살갑게 웃어보이는 엘프는 꿈을 꾸는 것처럼 보였다. 그 티 없는 순진함에 헛웃음이 나온 레골라스가 웃자 덩달아 그는 웃어보였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곳은 외진 곳이었다. 궁까지 무사히 돌아갈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고 설사 당도한다고 해도 해결 방법은 없었다. 단 한가지 밖에.
"더러워.'
"미안해요."
"젠..흐..장"
짧은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레골라스는 일어서려 노력했다. 몇번을 허우적대며 무너지기 일쑤였건만 왕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벽에 기대다시피 몸을 가누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이며 엘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세 걸음, 두 걸음, 한걸음.
거짓말처럼 잡힌 멱살에도 엘프는 놀라지 않았다. 그 멱살을 잡은 레골라스도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제어가 풀린 몸뚱이를 진정시켰다. 들린 얼굴에서 푸른 인광이 쏟아졌다. 이후를 각오해야 할거야. 엘프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레골라스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술 틈으로 앓는 소리가 잘게 울렸다. 미지의 엘프는 레골라스의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허리를 단단히 감았다. 적막함이 감돌던 어둠숲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오래지 않아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달은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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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란안나. 노예상인과 왕자. 외전3
평소대로라면 안나타르는 눈웃음을 흘리며 스란두일이 도착하기도 전에 긴 카우치 위에 앉아 가만히 턱을 괴고 바라보며 장난을 거는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피로가 쌓여 주무시고 계시다는 시종의 이야기에 스란두일은 좀더 거칠게 내딛는 발을 쿵쿵 울렸다. 아홉겹의 휘장. 새까만 커튼이 내려앉은 그의 안쪽. 불현듯 떠올려버린 진실에 소스라치듯 놀란 마음이 덩달아 쿵쿵 울렸다. 안나타르는 모르도르의 주인이며 꽃이라 불리우는 사내. 누구에게나 웃음을 팔고 사랑을 팔았다. 그것이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여기면서도 스란두일은 마치 그를 연인 대하듯 품었다. 그 사랑이 갈 곳은 한 곳 밖에 없었는데.
스스로가 우스웠다. 말려들었구나. 그의 꿀 같은 속삭임에 날개를 적셔버렸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화가 나는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없던 긴 회랑엔 방을 지키고 서있는 시종들이 그득했다. 그만큼 마음 한 구석이 싸늘해지고 아려왔다. 성의 주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증거였다. 서슬에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마지막 시종의 얼굴을 위아래로 훝으며 스란두일은 굳게 닫힌 문을 두 손으로 밀어제쳤다. 달콤한 향이 피어오르고 빛 한 조각 들지않는 곳, 안나타르의 침실이었다.
새까만 머리칼에 파뭍히기라도 한 듯, 안나타르는 잠들어 있었다. 잠들 때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다며 흘리듯 속삭인 말은 진실인 듯 했다. 아무렇게나 펼쳐져 휘감긴 얇은 이불은 그가 숨 쉴때마다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상기된 뺨과 목. 열이 있는 듯 해 뻗어진 손 끝이 이마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안나타르의 눈이 떠졌다.
변명을 할 새도 없이 두개의 시선이 맞닥뜨렸다. 한참을 바라보다 몇번을 깜빡인 붉은색 눈동자는 그제서야 앞의 엘프가 누구인지 알아챈 모양인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스란두일은 무심히 그대로 손 끝에 힘주어 그를 눕혔다. 오래지 않아 다시 베게 위로 흩어진 머리칼을 슬그머니 쓸어내린 안나타르의 입술이 열렸다.
"이곳까지 어인일이십니까."
"아프다 들었다."
"별 일 아닙니다. 조금 피로가 쌓여 쉬고싶다 일렀을 뿐입니다."
"열은 없는데."
"다 내렸다 하질 않습니까. 아픈 것이 아닙니다."
"..."
아무런 말도 없이 바라보던 안나타르가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흐트러진 머리를 슬쩍 한 쪽으로 몰아 가다듬고는 막무가내로 스란두일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 서슬에 놀라 벨트를 부여잡은 손을 막은 스란두일은 안나타르에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높였다. 잠깐 머뭇거리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
"오늘은 입으로 해드리지요. 도저히 흥이 나질 않아서요. 그게 싫으시면.. 허벅지에라도."
"누가 하고 싶어서 왔다 했느냐?"
"그럼 왜 절 찾으셨습니까?"
평소처럼 돌아온 목소리. 동그랗게 떠진 눈이 스란두일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잡혀있는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스란두일 또한 몸에 열이 올랐다. 말문이 막힌 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시선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가만히 움켜쥐었던 손을 제자리에 놓고 안나타르를 자리에 뉘인 스란두일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전히 자신을 향해있는 시선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몇 번이고 말을 고르던 입술이 조심스레 열렸다.
"걱정이 됐다."
"...제 걱정입니까?"
"여기에 아픈이가 또 있더냐."
"예하."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 지금은 듣기 싫으니까."
"스란두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시선이 안나타르를 찍어눌렀다. 일국의 왕자의 이름은 쉽게 불리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조금 저자세를 보였다 해서 이리도 방만하게 구는것인가. 한참을 그렇게 노려보다 침실에서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것을 허락했다는 것이 기억난 스란두일은 곧 사나운 눈초리를 거두었다. 천천히 다가온 손끝이 스란두일의 손을 어루만졌다.
"처음입니다. 이리 걱정해주신 분은."
"..내 앞에서 다른 이의 이름을 입에 올릴 셈이냐."
"그럴리가요."
기뻐서 그럽니다. 순수하게 주억거리는 말틈에 웃음이 숨겨져 있었다. 다시 시선을 피한 얼굴이 이번엔 조금 풀어졌다. 여전히 스란두일의 손 끝을 만지작거리며 안나타르는 말을 이었다.
"조금 피곤합니다."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 되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
성큼 일어나려는데 손이 끌려오질 않았다. 강하게 부여잡고 있는 안나타르의 손이 절로 딸려 올라왔다. 다시 내려다 보는 스란두일에게 안나타르는 평소처럼 야살을 부리는 모습이 아닌 수줍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구한 부탁입니다만, 잠 들때 까지만이라도 곁에 있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꿈을 팔고 온기를 파는 곳에서 날더러 시중을 들어달라."
"그리하면 아니됩니까."
버릇없는 말투였지만 잡고있던 손이 떨려왔다. 오늘따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간단히 뿌리치면 될 작은 힘인데 어째서인지 놓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필시 열이 오른 목소리 탓이리라. 실없는 생각을 이으며 한참을 고민하던 스란두일은 그의 손을 놓고 말없이 로브를 벗었다.
겉옷을 벗고 간단한 차림으로 스란두일은 안나타르가 누워있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옷깃에 스민 한기에 기분이 좋은지 안나타르의 손 끝이 스란두일을 더듬어 올랐다. 하지만 그 마저도 오래지 않아 제지당했다. 얌전히 양 손을 그러모아 배 위에 온전히 놓아둔 스란두일이 엄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얌전히 눈을 붙이거라."
"어린아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주제에 얼굴은 새빨갛게 되어선. 어린아이라 해도 믿겠구나."
"예하의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닐런지요."
올려다보는 시선의 붉은색은 변함이 없었건만, 그 속에 담긴 물음은 일전의 눈물을 떠오르게 했다.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스란두일이 큰 손으로 그 눈을 덮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자거라."
"잠이 들면 가실겁니까."
"내 마음대로 할 것이다."
"그렇습니까."
더듬거리며 얼굴로 올라와선 눈을 가린 손 끝을 움켜쥔 안나타르는 그대로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다섯 손가락의 끝에 조심히 입을 맞추며 스란두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때보다 맑아보였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예하."
"..좋은 꿈 꾸거라."
오랜 시간 함께 밤을 보내면서도 인사를 건네본 것은 처음이었다. 살풋 휘어지는 눈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란두일은 다시금 자신을 현혹하는 요망한 눈을 가렸다.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 손 위에 안나타르의 손이 얹혔다. 성의 가장 깊은 곳, 모르도르의 주인이라 불리우는 자의 침실.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이 간신히 들리는 침대 위에는 어느새 두 명이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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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엘. 길엘 합작 제출용 글. (4) | 2014.03.15 |
글
살가운 말을 담지못한 입술이 몇 번이고 눈가를 훝었다. 흐으.. 큿, 신음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작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 그리고 살이 부딧혀 나는 원색적인 소리가 어우러져 귓가를 울렸다. 바르르 떨리는 귀 끝을 핥아내리며 나는 애써 눈을 감았다. 울 것 처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인간은 이다지도 이기적이다. 널 두고 갈 용기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네 손을 잡을 용기도 없으면서 나는 이렇게 네게 몸으로 절실히 이야기했다. 기어코 맑은 눈에 눈물이 차올라 흘러내릴 때까지 나는 네 몸에 나를 새겼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물만 삼키던 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새빨갛게 열오른 얼굴로 다가와 입술을 말아물었다. 으득, 생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싸늘한 아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밀쳐낼 수 없었다. 마주친 너의 시선은 복잡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슬쩍 피가 고인 부위를 매만지던 입술이 다시 겹쳐졌다. 또 다시 너는 이를 세웠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랐다.
마치 키스마크라도 남기듯, 너는 정성을 다해 상처 부위를 짓씹었다. 피가 빨리고 상처가 후벼지는 느낌에 아찔해진 나는 엉긴 팔을 그대로 끌어당겨 중심을 맞추었다. 물어뜯겨도 씹어먹혀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것으로 네 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었다.
"너의 피와 나의 피가 섞이면 나는 영생을 살지 않아도 될까?"
"...레골라스."
"그러면 나는 네가 죽을때 함께할 수 있을지 몰라."
"......"
"나 홀로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줘. 응?"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얼굴은 서러움까지 서려있었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앞을 가렸고 원망하듯 움켜쥔 어깨를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항변하는 이의 목소리가, 눈빛이, 일그러지는 얼굴이 너무도 가슴아팠다. 끌어안은 품에서 너는 벗어나려 애썼다. 맞닿은 몸뚱아리 위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나는 말없이 쏟아지는 폭력을 견뎠다.
"달콤한 꿀을 바른 거짓이라도 속삭여줘."
"미안."
"그렇게 쉽게 사과하지 마."
"미안. 레골라스."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나를.. 위해주면 안돼?"
흔들리는 옅은 빛의 바다의 눈동자는 슬픈 말들을 내뱉었다. 세치 혀의 농간에 놀아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처럼 간절한 시선이 내게 비수처럼 꽂혔다. 하지만 그 간단한 소망조차 들어줄 수 없었다. 나는 적어도 네게 거짓을 고하고 싶진 않았다.
"미안."
차라리 웃어보인 나의 얼굴에 너는 말없이 울어버렸다. 급하게 다시 겹쳐진 입술에선 아릿한 피맛이 났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너와 나의 관계. 나는 맹렬히 너를 탐했다. 그것은 지독히 쓰고도 슬픈 입맞춤이었다.
*끼님의 설정..인데 전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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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에마글. 썰백업 2
마글로르는 마에드로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독 첫째를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러움섞인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과묵하고 온화한 성격 탓에 속내를 내보인 적은 없었겠지만 마에드로스는 그런 동생의 맘을 종종 이해하고 배려해줬을법 하다. 근데 그것이 셋째가 태어나고 넷째가 태어나고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까지 갈 수록 마글로르에게 오는 관심은 점점 작아져만 가고. 어리광 부릴 시기를 맘껏 누리기도 전에 마글로르는 동생들을 돌봐야했겠지. 게다가 마에드로스와 각별한 사이니 그가 아버지에게 받는 장자의 무거운 굴레를 나누어 지려 힘써 노력했으면 좋겠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부자와 형제간의 우정이었겠지만 마글로르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형님의 존재는 비등비등할정도로, 아니면 형님이 조금 더 커지는 정도로 차지하면 좋겠다. 거기에 첫 잠자리마저 아비가 아닌 형님과 함께하는 과정(동인설정)을 통해서 그 마음이 굳어지면 좋겠다. 아버지의 말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본다던지, 하지만 형님의 말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받아들인다던지.. 그것이 깨어진 1차시기는 핀곤과 잤다는것을 눈치챘을때. 그리고 2차시기는 핀곤 사후 점점 무너져가는 마에드로스를 확인했을 때. 상고로드림때만해도 마글로르는 마에드로스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원하지않던(생각하지않던) 총지휘관의 자리에 올라야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형님이 이자리에 있다면, 혹 내가 그 상고로드림에 가서 고문당하고 있었더라면 형님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고 형님의 이상적인 사고방식을 따랐을 가능성도 있을법 하다. 형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와 총지휘관으로서의 사고가 번번히 부딧혔기 때문에 그는 평소보다 차가워지고 딱딱해졌을것 같다. 그런 후 다시 마에드로스가 핀곤에게 구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때 1차로 충격을 받은것이 배로 돌아오면서 나는 형님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걸까.라는 자책감과 자괴감이 정신을 지배했을법하다.
그리고 마에드로스가 돌아오고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서서히 2차충격을 받을시기가 오는데 핀곤사후에는 정말 예전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마에드로스의 모습을 지척에서 보면서 마글로르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이겨내는구나. 싶었는데 자기에게조차 내면을 보이지 않는 마에드로스가 어느날 밤 막사에 들어가지도 않고 뒤쪽 숲으로 숨어드는걸 보게되고 거기에서 정말 섧게 망토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는걸 보면 좋겠다. 거기서 2차충격. 내 형님이 울고계시다니. 쓰다보니 핀곤이 개새끼네..
하여튼 그렇게 변한 모든것이 광기와+아버지에대한 굴레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핀곤의 존재가 마에드로스에게 엄청나다는걸 실제로 확인하고나니까 마글로르는 돌이킬 수 없이 멘붕하고 마는것. 형님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나고 고고하고 범접할수 없는 존재였는데 하여튼 그렇게 변한 모든것이 광기와+아버지에대한 굴레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핀곤의 존재가 마에드로스에게 엄청나다는걸 실제로 확인하고나니까 마글로르는 돌이킬 수 없이 멘붕하고 마는것. 형님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나고 고고하고 범접할수 없는 존재였는데 자기는 형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않고 어느 부분도 차지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그떄부터 표정을 잃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적대면서 형님의 곁에 머물겠지. 아마도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형님, 곁에있는건 저에요. 핀데카노가 아니라. 말없는 마글로르의 절규를 평소의 마에드로스였다면 금세 알아챘을테지만 이때쯤 마에드로스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언제나 보이는 핀곤의 환영, 모르고스의 환영에 싸우기도 바빴음. 곁에서 처연하게 늘 자신을 쳐다보는 마글로르를 전혀 신경써주지 못했겠지. 그렇게 실마릴을 결국 차지하게 되는데 아마 실마릴을 손에 쥔 그 순간이 마글로르가 마에드로스를 완전히 놓아버리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형님은 다르지않을까. 아버지 페아노르랑은 다르지않을까. 달랐으면 해, 욕심. 광기 그것이 제발 형님을 완전히 먹어치워버리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끝까지 현실은 마글로르를 배신하지. 안녕 마글로르. 난 틀렸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대화에서 마에드로스는 우리라고 표현하지 않고 나는 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 눈빛에 보이는 건 정말 한 톨도 남지않은 마에드로스의 탈탈 털린 영혼이 보이는거.
나는 결국 형님의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구나. 형님보고 그렇게 버리고 그렇게 강하게 단단하게 자신을 다지라 말했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얻을수 없었어. 이제는 바랄수도 없었어. 그런데 여기에서 안녕이라고 하면 영영 만나지 못할까봐. 끝이날까봐 마글로르는 인사하지 못했을것 같다. 그렇게 화염의 불길로 사라지고 마글로르는 떠나는거지. 사라진 형을 찾으러. 어자피 페아노리안의 저주덕에 만도스에 닿지 못할 형의 영혼을 찾아헤매면서 그런 와중에 생각했을것 같다. 핀데카노 너는 만도스의 전당으로 가겠지. 나는 형과 함께 이곳에 있겠어. 몸도 마음도 너는 가졌겠지만. 영혼은 내가.. 내가 함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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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합작 제출. 눈
"눈이 보고 싶어서."
몇 십년 만에 찾아온 이는 살갑게 인사를 할 새도 없이 한마디 툭 던져놓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소 무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리븐델의 군주는 아무말 없이 꽤나 자연스러운 태도로 그를 맞이했다. 당황하며 안절부절하고 있는 가신들에게 동편 가장 높고 넓은 방을 준비시키라 명한 엘론드는 살뜰히 여독에 지친 어둠숲의 전사들까지 챙겼고 할 일들 배정받은 인원이 뿔뿔히 흩어지고 나서야 테라스에 멍하니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숲의 왕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같이 산책이라도 하겠는가?"
"그러지요."
꼿꼿하게 세워진 등과 평소같은 시큰둥한 표정은 무심하고 귀찮아 보였음에도 스란두일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불시의 방문에도 늘 자기집인것 같은 당당한 모습에 속으로 웃어보인 엘론드는 더 이상 거리가 벌어지게 전에 그가 향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븐델의 겨울. 새하얗게 내려앉은 눈꽃은 나뭇가지를 꽃피웠고 투명한 햇살을 반사하는 얼음들은 은밀한 계곡을 더욱 신비롭게 감쌌다. 봄이 지척이건만 아직까지 입김을 불면 뽀얗게 피어나는 한기는 가벼운 차림의 두 엘프로드의 귀 끝을 붉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먼저 길을 잡는 이의 발걸음은 도통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스란두일은 이렇게 기별도 없이 훌쩍 리븐델을 찾았다. 가을이 보고 싶어서. 찬란한 햇살이 보고 싶어서. 꽃들이 보고 싶어서. 이유는 다양했지만 매번 달랐고 시기도 제각각 이었다. 처음에는 뜻하지 않은 방문에 매우 당황했었지만 이제는 이런 자유분방함 또한 익숙해졌다. 하기사 이렇게 제멋대로 먼저 찾아오는 일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어지러운 시기에 마음 편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만드는 일조차 엘론드는 만들 수 없었을 터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함께 걷다보면 상대가 무엇을 쳐다보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는 볼주머니 가득 도토리를 깨물은 다람쥐를 관찰 할 때도 있었고, 맑은 소리를 내며 얼음 사이를 흘러가는 냇물을 한참이고 주시하기도 했다. 계곡 굽이굽이 노랫소리가 흐르고 다정함과 온기가 가득한 리븐델. 같은 것들이 있지만 또 전혀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둠숲을 알고 있는 엘론드는 그가 이렇게 찾아올 때 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함께 길을 걷곤했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저 지나버린 영광을 그리워 하는 걸까. 한번도 묻지 못한 질문은 늘 입 속에서만 맴돌았다. 그러나 스란두일 역시 그 긴 세월동안 한번도 입을 열지 않은 채, 함께 산책하는 시간만을 온전히 즐겼기에 그 질문이 서로의 입 밖으로 나오는 법은 없었다.
긴 산책이 끝나면 그때부터 진짜 손님 맞이가 시작되는 법이었다. 스란두일은 가신들을 시켜 간단해 보이는 짐들 속에서는 귀한 술들을 꺼냈다.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으로 지체된 로드의 일정을 끼워맞추다가 옮겨지는 '선물'들을 발견하곤 낭패감에 부들부들 떨리는 에레스토르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엘론드는 그저 웃었다. 미안하지만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일정을 비워줘야겠네. 울상인 모습으로 무어라 항변하려는 것을 앞서 가로채 데려가는 글로르핀델의 눈웃음을 받으며 엘론드는 기지개를 펴 몸의 무거운 기운을 털어냈다. 제멋대로 쳐들어온 손님은 어자피 구슬리거나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몸도 마음도 편히 늘어지고만 싶었다. 자잘한 일들을 마무리지은 엘론드의 발걸음이 동편 서재로 향했다. 오랫만의 휴식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실컷 보셨습니까?"
"아니,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사방에 널린것이 눈이니 질릴만큼 가득 담아가시지요."
"내가 바라는 것은 함부로 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야."
낮부터 이어진 술자리 덕분에 대화소재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종래에는 대개 그러하듯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가벼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여전히 두리뭉실한 대답에 엘론드는 말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워진 잔을 채워주었다. 굳이 말 하지 않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난 얼굴에 스란두일은 조용히 웃으며 열린 창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다가와 부드럽게 잔을 감아쥐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놀랄만큼 우아해서 엘론드는 의자에 기대어 저도 모르게 도톰하게 오르내리는 목울대를 주시했다.
절로 올라가는 시선의 끝에는 시리도록 찬 기운을 내뿜는 푸른 바다가 보였다. 자신을 힐책하고 위협하는 것 같은 드넓은 바다. 폭풍의 기운을 품고 있는 다정한 존재. 실례라는 것을 잊은 채 엘론드는 그 바다를 한참동안이나 주시했다. 그러다 퍼뜩 넋을 잃고 바라본 그것이 스란두일의 눈동자라는 것을 깨달은 엘론드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자신의 잔에 남은 술을 마저 따랐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 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쩐지 귓가에서 파도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대는 원하는 것이 없나?"
침묵을 깬 스란두일의 목소리는 단아했다. 낮부터 술잔을 기울였는데 마신 술의 향기조차 배이지 않은 단정함에 엘론드는 기분이 묘해졌다. 아까부터 조금씩 올라오는 열기에 흔들리고 있는것은 자신 혼자 뿐인 것 만 같았다.
"그런 것이 있어야 합니까?"
"자네는 대관절 무슨 재미로 숨을 쉬고 이 생을 살아가는지 궁금해."
"그런 욕구가 들지 않는다 해도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바다는 어떠한가. 자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나?"
속내가 들킨 모양새로 화들짝 놀란 엘론드가 스란두일과 눈을 마주쳤다. 동요하듯 일렁이는 바다. 그 곁에 선 이 조차 두근거림을 갖게하는 광활함. 이런 복잡한 눈으로 자신을 진득하게 주시하는 모습에 엘론드는 늘 스란두일에게 어려움을 느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늘 남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이렇듯 반대로 관찰당하는 시선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 한동안 넋을 놓고 질문을 곱씹던 엘론드의 입술이 어렵게 열렸다,
"바다의 속삭임에서 자유로운 요정도 있습니까."
"그대 입으로 방금 욕구가 없다고 했으면서."
"무슨 말을 듣고 싶으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해진 답이 있을리 없잖나. 그대가 원하는 것을 물었으니 답은 그대가 알고 있겠지."
"그럼 반대로 물어보죠. 당신은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눈이라고 했잖아?"
"..네?"
"불멸의 삶이라고 해서 원하는 것이 하나일 리 없지.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하고 특정 한가지가 오랜시간 머릿속을 점령하는 경우도 있어. 자네는 안 그런가?"
"..그래서 그 눈을 보기 위해서 이곳까지 오셨다고요."
"남는게 시간이니 이런 사치정도야 소소한 것 아닌가."
"원하시는 대로 늘 하실 수 있는 점 하나는 부럽군요."
"누가 자네에게 하지 말라고 명령이라도 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군."
"축복받은 일루바타르의 자손이라 해도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것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잠시 목을 축인 엘론드는 자조섞인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요정은 상실이라는 감정을 아예 몰랐을겁니다."
새로운 병을 따내며 제멋대로 잔을 채우는 엘론드를 바라보며 스란두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늘히 굳힌 미간의 주름이 누군가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잔을 빙빙 돌려 향을 퍼지게 만들던 엘론드의 잔을 빼앗은 스란두일의 손은 망설이지 않고 엘론드의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 짧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두서너걸음 앞질러 가는 그 버릇은 술을 마셔도 변하는 법이 없지."
불시의 기습은 기분나빠할 겨를도 없이 헛웃음으로 번졌다. 이 나이 먹고도 딱콩을 맞을 줄은 몰랐지. 경미한 고통이 번지는 이마를 몇번 문지른 엘론드가 앞에서 무뚝뚝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스란두일을 바라보았다.
"번번이 절 휘두르려 드는 당신만 하겠습니까."
"이제는 남의 탓까지 하는군?"
"취했나 보지요. 말꼬리를 잡고 늘이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간만의 술자리라 몸이 따라주질 않나 봅니다?"
"남의 일인양 이야기하는 버릇도 버릇이지만 그 늙은이 행세는 그만둬. 쉽게 인정하는게 더 재미없어. 알아? 차라리 취하지 않았다고 우겨볼 생각은 들지 않는거야?"
"설사 우긴다고 해도 당신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아닙니까. 이런 자리에서조차 절 질책하는 이는 당신밖에 없을테니까".
"그리웠다고 돌려 말하지 말게. 좋아할지도 몰라."
농담처럼 던져진 말에 엘론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희미하게 감돌고 있는 웃음에 덩달아 마음이 풀어진 엘론드는 우울한 생각들을 단숨에 털어버리고는 빙글빙글 웃었다.
"그리웠다고 고백하면 좀 더 자주 오십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절대 말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부끄러우니까요."
풀린 얼굴근육이 보기좋은 모습을 만들었다. 취기가 돌아 어지러운지 엘론드는 탁자에 턱을 괴고 마주한 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되려 미간을 찌푸린 것은 스란두일이었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나를 설레게 만들지?"
"내일이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꽤나 좋은 핑계이질 않습니까."
"이건 뭐 대놓고 유혹이군."
"그런 점을 이용하는 당신이 제일 나쁜거 아닙니까?"
"나는 원래 성격이 이러니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던지는 말에 엘론드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스란두일 역시 활짝 웃고 있었다. 몇 백년을 이어져 온 이상한 방문.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제멋대로 쳐들어와선 까다로운 요구가 많은 어둠숲의 군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는 좋은 타이밍과 좋은 시기에 맞추어 방문한다는 것을 엘론드는 알고 있었다. 한없이 피곤하고 모든걸 놓아버리고 잠들고 싶을 무렵에만 귀신같이 찾아오는 손님은 딱딱한 듯 보여도 배려를 할 줄 알았고 제멋대로인척 자신을 휘두르면서도 오랜 친우처럼 곁에 있어주었다. 한바탕 크게 웃어버리고 개운한 표정을 짓던 엘론드가 슬며시 눈을 감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더 이상은 정말로 안되겠습니다. 내일 못 일어날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내게는 좋은 일이로군. 그대가 깨어날 때 까지 품에 안고 괴롭혀 줄 수 있을테니 말이야."
"자신만만한 얼굴이 보기 싫어서라도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가슴아픈 말을 내뱉는 입술과 착한 손의 밸런스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군."
"오늘의 마지막 잔이라는 의미겠지요. 따라주시겠습니까."
"미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빼앗긴 잔 대신 스란두일의 빈 잔을 움켜쥔 채, 엘론드는 배시시 웃었다. 상기된 얼굴, 기분 좋아보이는 웃음. 건배를 제의하는 엘론드의 모습에 한숨처럼 단숨을 내쉰 스란두일이 못 이기는 척 잔을 들었다. 흔들리는 잔 속에 푸른색과 청회색의 눈동자가 어룽거렸다. 그리고 한순간이나마 둘은 짧게 겹쳤다.
◈ ◈ ◈
의자에 기대어 눈감은 엘론드의 얼굴을 바라보던 스란두일은 부축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추켜세웠다. 슬쩍 품에 안고 겹친 온기를 온전히 지탱하고서야 얼굴에는 다시 희미한 웃음이 어렸다. 새벽의 한기가 몸에 스쳤는지 엘론드는 조금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온전히 서로를 끌어안게 된 두 요정의 몸은 짝이라도 되는 것 처럼 꾹 맞물렸다. 태평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기대했었는데. 너무 큰 기대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은연중 무언가를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 스란두일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대의 말이 맞아. 엘론드. 무한한 생명을 가졌다고 해도 가질수 없는 것은 있기 마련이지.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던 손 끝이 엘론드의 이마선을 따라 관자놀이에 닿았다. 곱게 감겨진 먹색의 속눈썹을 바라보며 스란두일은 조용히 속삭였다. 눈을 보러 왔어. 엘론드. 하지만 엘론드는 고르게 안정된 숨을 내쉬며 조금 몸을 움직였을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눈감은 이여. 어찌하여 나를 보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어쩐지 마음은 편해졌다. 오늘로 부족하면 내일도 보고, 내일로도 부족하면 만족할때까지 마음에 담으면 될 일이니까. 리븐델의 현자의 조언은 여간해서 틀리는 법이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스란두일은 점차 기울어지는 자세를 고쳐잡고 침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은 눈을 뜨자마자 눈을 보고 싶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다며 조용히 웃는 그림자 사이로 새벽의 별빛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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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썰백업. 마에마글. 페아노리안.
페아노리안은 다소 고루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데 그게바로 근친의 시초가 되면 좋겠다. 그리스시대처럼 성인 남자가 어린 남자아이를 1대1로 전담하면서 모든기술을 전수하고 교육하는데 그게 성경험도 포함되어있는거 ㅇㅇ그래서 딱히 근친은 아니지만 다 자본다거나. 페아노르의 아내가 떠난것도 이때문. 보통의 경우야 많아야 두셋인데 이건 아들만 일곱이니 자신이 가르쳐 줄건 없고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부자가 붙어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 사고를 가지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페아노르가 엘프들을 이끌어 중간계로 올때도 ㄴㄴ 안감. 하고 거절.
페아노르는 마에드로스만 유일장자로 인정해 뼈빠지게 키우고 마글로르부터는 마에에게 맡김. 기본적인건 아버지가 신경써주지만 자잘한건 다 마에몫. 그래서 마글이랑도 자보면 좋겠다 <. 사실 이걸 원한 설정인데. 마에마글 좀 좋음 ㅜㅜ
이전에 풀었던 썰중에 여자애들이 꺅꺅대면서 마글로르님 목소리 넘 멋지고 외모도 괜찮고 왕자님같다느니(왕자임) 달콤하다느니 하고 이야기하다가 살짝 음담패설로 빼는데 이전에 마글로르님의 연인으로 있었던 뫄 언니에 의하면 침대위에서 신음소리나 목소리가 평소의 다섯배정도로 섹시하고 달콤하다고.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 미성이신데.. 다들 침만 꼴깍꼴깍 삼킨채 부럽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옆에서 묵묵히 일하던 마에드로스가 그자리 툭 나와서 마칼라우레 신음소리가 확실히 꽤 섹시하긴 하지 하고 웃어보이며 자리를 뜸.
그리고 모두 ㅍ0ㅍ 이표정으로 웅성웅성. 대체 어떻게 알고계신거냐며 자와자와실제로 처음 잤을때 마에드로스는 나름 환상같은게 생기면 좋겠다 첫경험은 아버지랑 했으나 자신도 어렸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아버지는 천성이 무뚝뚝해서 노력은 해주었지만 상냥하게 해주진 않았는데 마글로르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정줄 놓아버릴뻔 했다던지 무섭다고 두렵다고 손 꼭 끌어안고 흐느끼는 동생을 달래며 안으로 밀고들어갔는데 서툴긴하지만 노력하면서 신음소리내는 모습이 이제껏 늘 보아왔던 그 어느모습보다도 아름답고 성스러워서 입맞출 뻔 했다던지 (왠지 성관계는 되는데 입맞추는것이 금기라던지) 입술에 못하는거 그날만큼은 코끝에 귀에 이마에 여기저기 다 퍼부어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성인이 된 마글로르가 남들과 잤는데 그기분이 안나서 은근슬쩍 서로를 원한다던지...!
실제로 잔건 넷째가 누구지 카란시스였나 켈레고름이었나 그쯤까지면 좋겠다. 그때부턴 마에도 바쁘기도 하고 엄마가 싸고돌아서 전담산생이 따로 생기기도했고. 그래서 마에에 대한 충성도가 조금 남다름. 정작 마글로르같은 경우는 받은게 많아서 핀곤과 마에가 사귄다는걸 알고 마글로르는 배신감에 사로잡힘 ㅇㅇ 성인이 되서 박지않고 박힌다는건 터부시되는거였으니. 은근슬쩍 마글로르는 자신의 밑에 깔린 마에를 상상해보지만 곧 포기하고 말지. 음유시인의 기질이 말해주고 있었어 저둘 사이를 갈라놓는것은 아무도못해. 그래서 마글로르 에게는 질투 기대 체념의 시절이 있었지만 셋째부턴 전혀 몰랐음. 그래서 나중에 알게되고 불같이 화를내면 좋겠다. 내 사랑하는 형님이 감히반쪽짜리 핏줄과? 물론 그말하고 쳐맞았지만 쉽게 인정하지 못하면 좋겠다 ㅇㅇㅇ
그애서 페아노리안끼리 잠자리를 하는건 사랑이라기보단 경애. 우정 그런 뜻. 그 사이에서 스물스물 감정이 피어오르면 피어온르는 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뭐. 라는 뻘설정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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