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말을 담지못한 입술이 몇 번이고 눈가를 훝었다. 흐으.. 큿, 신음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작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 그리고 살이 부딧혀 나는 원색적인 소리가 어우러져 귓가를 울렸다. 바르르 떨리는 귀 끝을 핥아내리며 나는 애써 눈을 감았다. 울 것 처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인간은 이다지도 이기적이다. 널 두고 갈 용기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네 손을 잡을 용기도 없으면서 나는 이렇게 네게 몸으로 절실히 이야기했다. 기어코 맑은 눈에 눈물이 차올라 흘러내릴 때까지 나는 네 몸에 나를 새겼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물만 삼키던 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새빨갛게 열오른 얼굴로 다가와 입술을 말아물었다. 으득, 생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싸늘한 아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밀쳐낼 수 없었다. 마주친 너의 시선은 복잡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슬쩍 피가 고인 부위를 매만지던 입술이 다시 겹쳐졌다. 또 다시는 이를 세웠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랐다.

마치 키스마크라도 남기듯, 너는 정성을 다해 상처 부위를 짓씹었다. 피가 빨리고 상처가 후벼지는 느낌에 아찔해진 나는 엉긴 팔을 그대로 끌어당겨 중심을 맞추었다. 물어뜯겨도 씹어먹혀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것으로 네 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었다.

 


"너의 피와 나의 피가 섞이면 나는 영생을 살지 않아도 될까?"
"...레골라스."
"그러면 나는 네가 죽을때 함께할 수 있을지 몰라."
"......"
"나 홀로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줘. 응?"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얼굴은 서러움까지 서려있었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앞을 가렸고 원망하듯 움켜쥔 어깨를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항변하는 이의 목소리가, 눈빛이, 일그러지는 얼굴이 너무도 가슴아팠다. 끌어안은 품에서 너는 벗어나려 애썼다. 맞닿은 몸뚱아리 위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나는 말없이 쏟아지는 폭력을 견뎠다.  

"달콤한 꿀을 바른 거짓이라도 속삭여줘."
"미안."
"그렇게 쉽게 사과하지 마."
"미안. 레골라스."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나를.. 위해주면 안돼?"

흔들리는 옅은 빛의 바다의 눈동자는 슬픈 말들을 내뱉었다. 세치 혀의 농간에 놀아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처럼 간절한 시선이 내게 비수처럼 꽂혔다. 하지만 그 간단한 소망조차 들어줄 수 없었다. 나는 적어도 네게 거짓을 고하고 싶진 않았다.

"미안."

차라리 웃어보인 나의 얼굴에 너는 말없이 울어버렸다. 급하게 다시 겹쳐진 입술에선 아릿한 피맛이 났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너와 나의 관계. 나는 맹렬히 너를 탐했다. 그것은 지독히 쓰고도 슬픈 입맞춤이었다.  

 

 

*끼님의 설정..인데 전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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