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불안함에 잠들지 못하면 푸른 큰 망토로 감싸 재웠던 버릇에 부끄럽고도 황홀한 첫날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는 엘론드의 맨몸을 푸른망토로 감싸주는 대왕님. 그건 아마도 완벽한 한쌍.

피곤함에 반쯤 감긴 눈매가 바르르 떨렸다. 온 몸에 꽃길을 낸 흰 피부가 파르라니 빛나는 새벽녘이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이건만 차마 꿈일성 싶어 잠들지 못하는 작은새는 여즉 대왕의 팔을 붙잡는다. 두렵습니다. 눈뜨고나면 아무것도 없을까봐. 곁에 계시지 않을것 같아 무섭습니다. 이토록 행복해져 본 일이 없으니까요. 가만가만 두려움을 표하는 아이의 입술을 바라보며 대왕은 다시한번 가볍게 그 작은 부리를 오물거린다. 그리고 잠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망토를 끌어왔다. 폭 둘러쌓인 모양새가 우스웠다. 이제는 완연히 어른의 골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토는 엘론드에게 버거웠다. 그러나 대왕은 그것이 좋았다. 마치 어릴적 쌍둥이를 한 품에 안았을 때 처럼. 자신의 망토 아래에 잘 감싸인 작은 새를 보는것이 얼마나 기쁘고 사랑스러운 일인지 아이는 모를것이다. 돌돌 감싸 다시 품에 안고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동자를 본다.

자장가를 불러주마. 어릴적 처럼./아직도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십니까/ 오늘을 기념해야지 않겠느냐/무엇을 말입니까/이젠 돌아갈 수 없는 너의 아이시절을 말이다. 동그란 눈동자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 말 사이에 숨은 뜻을 알아내고 새하얗게 질렸다 핏기가 오른다. 그 모습조차 어여쁘다는 듯 대왕님은 흐트러진 고수머리에 코를박고 깊이 숨을 마셨다. 그 좁은 틈 속에서 한참이고 부끄러워 하던 어린새가 속삭인다.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그때처럼. 올려다 본 눈가에 사랑이 일렁인다. 대왕님은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새가 듣게될 마지막 자장가를 나직히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작은 새가 힘차게 날아오르려는 날개짓이 시작되었다.  성인식의 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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