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입니다!

끄적끄적 2015. 7. 20. 15:44

안녕하세요!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오는 블로그가 아닐 수 없는데요.. ㅇ<-<

트위터에 기생하면서 썰이나 풀고 죽어있다가 드디어 디 페스타 (구 : 동네페스타) 부스배치도가 나왔다는 소식에 한 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마2B - 부스명을 고민중인 부스란엘! 입니다.

아마도 스란엘이 나올거구요...나오겠죠 ㅋㅋ큐ㅠㅠㅠ

 

자세한 정보는 ====> http://event.dong-ne.kr/?event=59fd 이쪽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은 아마도 스란엘이 나올거구요. 정보는 추후에 별도로 올릴게요.

구간도 소량 선입금 예약 받을 예정입니다. 아마 구간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만간 샘플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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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불청객.

톨킨버스 2015. 5. 20. 23:35

엘론드는 답지않게 눈을 깜빡이며 몇 번이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침에 제 손으로 닫고 커튼까지 꼭꼭 쳐낸 곳이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돌거라 예상하고 연 방문 안쪽에서 머리칼을 흐트러뜨린 바람의 존재는 꽤나 당황스러운 것이어서 엘론드는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테라스 쪽으로 달려와 침입의 흔적을 찾았다.

누군가 들어오진 않은것 같은데.. 방 안을 둘러보며 사라진 물건이라도 있는건지 세심히 바라보고 있을 그 때에 다시 한번 방 안을 스친 바람에 쾅, 하고 문이 닫혔다. 반사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할 때에 창문가에서 쑥 팔이 하나 올라왔다.

"너무 늦잖아."

말쑥한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의 대비가 엉망이라 지적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불쑥 나타난 존재의 놀라움이 더 컸다. 엉겁결에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엘론드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태연하게 하품을 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곤 벌떡 일어나 가볍게 테라스의 난간을 넘었다.

"오랫만이야, 엘론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인사하려 가슴께에 얹었던 손을 내미는 스란두일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뜻밖의 방문이자 뜻밖의 침입.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엘론드가 얼굴을 조금 굳힌 채 그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이런식으로 갑작스레 개인적인 공간까지 방문하는 건 그린우드의 방식입니까?"
"분명 말을 놓기로 한 것 같은데도 딱딱하게 대하는건 린돈의 방식이고?"
"스란두일."
"얼굴 굳히지 마. 못난 얼굴 망가진다."

저벅저벅 걸어 엘론드의 곁을 지나친 스란두일은 보란 듯 테이블로 다가갔고,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은 엘론드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일단 의중을 알아보는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엘론드 또한 맞은 편 의자로 향했다.

"이전보다 키가 꽤 컸네?"
"그런 말을 하려고 온 건 아닐텐데?"
"못 올데 온 것처럼 말하긴."
"한낮에, 정식으로 와도 어려운 사이야."
"너와 내 사이가?"

한 마디도 지지 않으며 바라보는 눈에 진지함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은 엘론드가 나직이 읊조렸다.

"솔직히 불편해."
"길갈라드가 눈치라도 주는거야?"
"주군의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지 마."
"주군? 너의? 이봐 엘론드. 지금 뭐라고 말 하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어?"
"알고있어."
"하...."

성년식은 내일이었고 아마도 그 때에 모두들 알게 될 사실이었다. 반요정 엘론드는 놀도르의 군주이자 상급왕인 길갈라드를 주군으로 모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껏 입 밖에 내지 않은 혼자만의 계획이었는데 어쩐지 불쑥 나와버린 말 한마디에 스란두일의 얼굴은 금새 굳어졌고 엘론드는 당혹스러워 했다. 자신의 선택과 거취여부에 많은 시선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껏 조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어?"
"...응."

자칫 심각해져버린 분위기에 엘론드는 늦은 밤 함부로 자신의 처소를 찾아온 스란두일의 힐난하는 것 조차 하질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앉아있던 스란두일이 이윽고 고개를 들었고, 덩달아 긴장한 엘론드는 자세를 바로한 채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맘에 안들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린우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최전방이라? 신다르보다 놀도르가 더 유리하고 탄탄한 입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건 아니야."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분하기까지 한 얼굴로 똑바로 바라보는 스란두일의 시선을 받으며 엘론드는 슬쩍 자세를 풀어내렸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스란두일은 납득하지 않을 기세였다. 계속 그린우드와 황금숲. 이곳저곳의 귀족들에게서 오는 서신들은 엘론드를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시하거나 얕봐서가 아닌 스스로의 일생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렸던 것 뿐이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묻는 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못한 엘론드는 무어라 말하면 좋을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내려지지 않았고 눈 앞의 스란두일은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해해 주는거야?"
"아니."
"....."
"쓸데없는 일에 더 힘을 빼고 싶지 않은 것 뿐이야. 앞길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랬고 나는 어자피 네게 이방인일 뿐이지. 선택을 했다면 막아설 명분은 없어. 그러나 조금 기분이 언짢은 건 어쩔 수 없네."
"미안."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해버린 입술이 금새 굳게 닫혔다. 사과할 일 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사과를 해? 넌 잘못한 게 없어."
"그렇네.."
"어쨌건 내 기분이 나쁜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혼자 기대하다 혼자 어그러진 거니까."
"어쨌든 내가 연관된 일이잖아."
"그건 부인할 수 없지. 아버지는 조금 슬퍼하시겠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몸이 주욱 늘어져 탁자위로 미끄러졌다.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자세에서 불쑥 얼굴만 들어 바라본 스란두일의 표정은 맨 처음과 같아졌다.

"중요하긴 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굳이 먼저 들으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러고보니 왜 온거야? 그것도 이 밤중에."
"볼일이 있어서 왔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럴거면 서신을 먼저 보내고.."
"벌써 잔소리쟁이인 놀도르인 척 하는거야?"
"..기본 예의를 말하는 거야."
"그런 딱딱한 예의는 별로 지키고 싶지 않아. 보고싶을 때 친우의 얼굴을 보러 오는 것이 뭐가 나빠? 엘론드는 내가 보고싶지 않았어?"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 같아."
"깐깐하긴."

미적대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스란두일을 보며 엘론드는 답답해졌다. 내일 있을 성년식을 대비해 일찍 잠들려는 계획이 허사가 되어버리기도 했고 목적을 달성한 뒤 스란두일의 거취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것은 꽤 머리가 아픈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 방에서 재워야 하나? 일국의 왕자를 그렇게 재워도 되나? 손님용 방을 멋대로 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엘론드의 표정을 바라보던 스란두일이 히죽 웃어보였다. 뭘 믿고 저렇게 웃는거야.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린 엘론드가 뭐라고 이야기라도 한마디 하려는 찰나 벌떡 하고 스란두일이 일어나 앉았다.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엘론드."
"...뭐?"
"지금 방금 에아렌딜의 배가 정점에 도달했어."

끄트머리로 보이는 테라스 너머의 밤하늘을 가리킨 스란두일이 엘론드에게 웃음지었다. 그 틈새로 희미하지만 밝게 빛나는 별빛. 아버지의 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손 끝과 밤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다 엘론드는 스란두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주고 싶었어."
"..고..마워."
"제일 먼저 축하해 준 것 맞지?"
"응.."
"다행이다. 몰래 온 보람이 있네. 아버지였으면 당장에 사절을 꾸려라 선물을 보낸다 난리를 쳤을거야. 그건 너도 싫을 거 아냐. 안 그래?"

얼떨떨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엘론드를 앞에둔 채 스란두일은 푸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차고온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던 손 끝은 어느새 엘론드의 앞으로 작은 유리병 하나를 밀어냈다.

"원래 성년의 날에는 향수를 선물 받는거야. 이건 내가 직접 널 위해 조향했어."
"...이런 걸 받아도 돼?"
"왜 안돼? 놀도르가 되기로 한 이상 신다르의 선물은 받을수 조차 없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받아 둬. 귀한 거니까. 어딜가서 그린우드의 왕자 선물을 받아 보겠어."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병은 고급스런 그린우드의 문양으로 감싸져 있었고 그 속에는 반투명한 붉은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두 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병을 쥔 채 엘론드가 한참 바라보고만 있자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병을 빼앗고 마개를 손수 열어주었다.

"어때?"
"..나쁘지 않아."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 한마디면 되는걸."
"고마워."
"어 그래."

시키는 대로 답하는 것이 우스운 지 스란두일은 여전히 혼자 웃으며 도로 엘론드의 손에 열린 유리병을 들려주었다.

"아껴써. 귀한 재료로만 만든 거니까."
"그럴게."
"성인식의 첫 축하도 내가했고 첫 선물도 내가 줬네. 어른이 된 기분은 어때?"
"...그런게 어딨어. 그냥 똑같지."
"하긴 넌 어린애일 때도 어른스러운 척 했지."
"어린애가 뭐야."
"방금 전까지 어린애였거든요."
"먼저 성인 되었다고 자랑하는거야?"
"당연하지. 원래 일년을 먼저 태어나더라도 먹은 밥 차이가 난다고 했어. 하물며 삼년인데 솔직히 너무한거 아니야?"
"고작 삼년 가지고. 티끌만한 차이로 어른인 척 하고있어."
"어라 이것봐라? 아직 성년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애가 어른앞에서 말버릇 좀 봐."
"내쫒는다?"

푸흡 터진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배까지 잡고 넘어간 모습을 보면서 엘론드는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거취를 정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고작 어른이 된다며 선물을 준비하고 이렇게 몰래 찾아와 축하까지 해줄 이가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게 어른이 된다는걸 축하해주는 이가 있다니. 새삼 고맙고 부끄러웠다. 이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홀로 성인식을 맞을 동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상해."
"뭐가?"
"축하를 받는다는게."
"당연한거야."
"그런거야?"
"응."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 그럴 자격 충분해. 라고 말해주는 스란두일이 정말로 이상했다. 어쩐지 시큰해지는 눈가를 빠르게 문지르며 엘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밤중의 불청객은 감정도 휘두르는데 능하다고. 이상한 요정이라고. 계속 곱씹으면서 엘론드는 웃어보였다. 친우라 불러주는 이가 웃으라 했으니, 웃어도 되지 않을까 했다.

"웃으니 좀 낫네."
"너보단 좀 낫지."
"어어? 그건 아니지?"
"오로페르님이 그러셨는걸, 내 아들보다 낫다고."
"우리 아버지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스란두일을 보며 엘론드는 소리내어 웃었다. 웃냐? 이봐 반요정. 아무리 니가 루시엔의 후손이라도 이건 아니지! 거울 보고 이야기를 해볼까? 우다다다 쏘아대며 손가락질 하는 스란두일의 목소리가 점점 그 웃음소리와 섞였다. 밤은 깊어갔고 자기에는 이미 글렀고, 불청객과 밤새 투닥이는 수 밖엔 없겠다고 생각한 엘론드의 목소리가 도로 커졌다. 시끄럽고도 이상한,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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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고 있나?"

있는대로 소파 뒤로 제껴져 보이질 않는 얼굴을 흘낏 바라보면서 엘론드는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다짜고짜 찾아오더니 술을 내놓으라 한마디 던지곤 처음 하는 대화였다.

"모르지."
"그렇게 답할 거라고 생각했어."

손 끝에 걸려 위태롭게 흔들리던 잔이 가까스로 탁자위에 안착하는 소리에 엘론드는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긴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킨 이의 금발이 어깨위에 흐드러졌다. 겨우 마주한 푸른 눈동자를 보며 엘론드는 왼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쾌함을 표현했지만 스란두일은 여전히 묵묵 부답으로 훌쩍 밀어둔 잔 속의 술을 마셔버렸다.

"오늘은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이야."
"거짓말?"

그래 거짓말. 흡사 혼잣말이나 하는 듯한 목소리로 또 다시 눈길도 주지않고 술을 기울이는 모습에 엘론드는 조용히 자세를 바로한 채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아르웬과 옷을 뒤바꿔 입은 건장한 아들들의 애교 넘치는 문안인사를 받고 에레스토르의 자리에 서서 아침 회의를 주재하던 글로르핀델은 충분히 새롭고도 우스워서 진지하게 보직변경을 이야기할 뻔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서재 의자에 고의성을 보이며 대자로 기절해 누워있던 개구리는 덤이지 않았을까. 그러니 아무리 무덤덤한 나였어도 모를리 없었다고 답하고 싶긴 했지만 정작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이의 앞이니 그저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은 흘러 자정에 가까울 때인데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이 만우절이었다는것을 상기시키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대의 금발이 오늘따라 눈이 부시군."

이런 말이 나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지금 혹시 그걸 거짓말이라고 하고 있는건가?"
"거짓말이라니. 나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

다시 마주한 숲의 왕은 스스로가 내뱉고도 그 말이 우스운지 홀로 웃고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반응해주길 바라는거야. 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바라보면서도 멈출 생각이 들진 않았는지 스란두일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역시 에아렌딜님을 많이 닮았어. 그 꿀 같은 금발 말이야."
"아들이 그 아비를 닮은 것이 거짓말은 아닐텐데?"
"그렇게 대답하면 어떡하나? 이왕 하는거 좀 맞춰줘."
"...자네의 그 흑발은 언제보아도 탐스럽군."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면서도 또 맞추어 주는 엘론드를 보며 스란두일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아예 일어나 흔들거리며 다가온 몸이 가볍게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또렷한 금안도 그대와 참 잘어울려."
"고맙네."
"그대도 한마디 더 해야지."
"내 책상에서 엉덩이 좀 치워주지 않겠나?"
"그럴까?"

훅 끼치는 짙은 포도향에도 엘론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마치 제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기대어 앉은 무릎 위에서 웃는 이의 모습에 오히려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몇 번을 마주했지만 아직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더불어 저렇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어 보이는 눈을 마주하는 것 또한 그랬다.

"스란두일."
"난 그대를 좋아해."

만우절이랬잖아?

"늘 함께 있고 싶어."

마주했던 시선이 자연스레 비껴졌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면 좋을지 몰랐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만우절이랬잖아. 거짓말.. 거짓..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한번도 말했던 적 없었지만 이제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
"... 안 들을래."
"들어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싫어."

두려움이 깃든 눈을 들킬세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주한 이의 표정이 보이지 않을리 없었다. 진지하고도 올곧은 강한 신념으로 차 있는 그 푸른 눈. 술주정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기며 농담이 재미 없는 건 여전하다고 이야기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갔지만 입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엘론드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스란두일은 작게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주했다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숨기기 어려워 했을 그 얼굴이겠지. 어쩌지도 못하고 바짝 긴장한 몸뚱이에 그 손이 닿았다. 숨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손 끝에 온기가 배어들 때 즈음, 스란두일은 입을 열었다.

"사랑해. 엘론드."

흠칫, 굳은 몸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장난일까? 라고 치부하기엔 더없이 진지하고 단호했다. 술기운조차 제대로 배이지 않은 목소리의 의도를 구분해 내는것은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는데. 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엘론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난.."
"응."
"거짓말은 못해."
"알아."

운을 띄워놓고도 벙어리처럼 말문이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을 벌린 채 엘론드는 결국 스란두일을 마주해야했다. 어느새 잡혀버린 손목에 덜덜 떨면서 앞으로 닥칠 일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앞섰다. 진심인 걸까 거짓말인걸까. 불안정한 시선을 담은 눈 속에 스란두일은 웃으며 들이찼다.

"답은?"
"......"
"아쉬운데. 모처럼의 고백인데."
"....무슨 대답을 원해?"
"날 사랑한다는 대답."

고민도 하지 않고 답을 내놓은 스란두일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마저 걸려있었다. 영겁과 같은 일분, 일초. 얼마나 지났는지 깨닫지 못하고 토하지 못한 숨만이 가슴을 두드려 온몸을 경련하게 만들기 전 까지 엘론드는 멈추어 있었다. 그 어쩔줄 모르는 얼굴을 바라보며 스란두일은 한참동안 기다렸다 이윽고 반대쪽 손을 뻗어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톡. 톡. 톡. 까딱이며 꺾어지는 시선. 그 모습을 따라 자연스레 돌아간 시야에는 자정이 한참 지났음을 알리는 시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군."
"...."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의 다음날은 진실만을 말 해야 하는 날이야."
"....."
"대답 안 해줄거야?"

급하게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리고 어이쿠, 하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분주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단숨에 일어나 테라스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평소답지 않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거칠게 문을 닫으려 뿌리치는 손길의 끝을 스란두일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그러나 만만찮은 순발력은 그 손길을 피하고 스란두일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가지고 놀아보니 어떤가. 재밌었나?"
"과대망상이야."
"우습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귀공의 유희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숨에 딱딱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존대를 하는 얼굴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마주하던 스란두일이 아랑곳 하지 않고 끌어 안으려 하자 엘론드는 그 팔을 붙잡은 손을 비틀어 힘을 실었다. 아야아 소리가 나오고 스란두일이 어줍잖은 동작을 멈추고 나서야 엘론드 또한 힘을 풀었다. 아까보단 조금 덜 가까워진, 그러나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뜨겁게 교차하고 있었다.

"어느 누가 리븐델의 영주를 우습게 볼까."
"귀공께서 그리하고 계시군요."
"사랑한다는 고백이 그대를 우습게 보는 태도인가?"
"오늘은!"

벌컥 화를 낼까 싶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만우절이랬잖아? 거짓을 말하는 날이라고? 무슨 화를 어떻게 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게다가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매달리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쉽게 대답하질 못했을까.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을 틈타 스란두일은 다시금 엘론드를 끌어안으려 했다. 반사적인 몸놀림이 더 빨랐지만 저항이 시작되기 전 어렵지 않게 스란두일은 엘론드를 품을 수 있었다.

"만우절의 다음 날이지."
"......"
"아닌가?"
".....놓아주십시오."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가 방안을 맴돌았다. 어쨌거나 불쾌하고도 부끄러워졌다. 장난을 거는 자와 받는 자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야 했다. 쉽게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이 관계는 포기하고 감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라고 쉬울리 없잖아."

다시 흠칫, 하고 몸이 떨렸다. 조금 전 보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끌어안은 팔 안쪽이 좀더 옥죄어 가슴이 맞닿았다. 머리칼 사이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문질러 오는 그 온기가 어쩐지 불같이 뜨거워 데일 것만 같아서 엘론드는 뒤로 물러서며 더듬더듬 책상을 짚었다. 그러나 스란두일 또한 한걸음 더 움직였다. 아무도 없는 방. 빛조차 들지 않은 새카만 어둠 속에서 작은 등불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스란두일은 엘론드를 끌어안고 그 품에 자신을 숨겼다.

"가끔은 유치하고 재미없는 장난에 빗대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거짓말을 하는 날이라며."
"그대와 이야기를 시작한 때에 이미 밤은 지나고 있었어."

저 멀리 새의 날개짓이 들려왔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가벼운 소리까지 모조리 들릴 것 같은 침묵이 방 안을 감돌았다. 그러나 엘론드는 뛰는 심장소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 달아오른 귀 끝을 어쩌지도 못한 채, 또다시 한참을 망설였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란두일은 닿은 입술을 움직여 천천히 속삭였다.

"사랑해."

마치 주문이라도 외운 것 처럼 엘론드의 다리힘이 풀렸다. 얼마 만에 들어본 말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느릿하게 미끄러진 몸이 스란두일의 손이 이끄는대로 무너져내렸다. 방금 전 까지 업무를 보던 책상의 서류들은 거칠게 밀쳐졌고 검은색과 금색의 머리칼이 겹쳐 나풀거리며 그 위로 내려앉았다. 그 틈에 엘론드의 품을 벗어난 스란두일의 얼굴은 달빛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천천히 입술을 쓸어낸 손가락이 틈새를 파고들 듯 하다 곁으로 물러섰다.

"대답해줘."

나라고 쉬울리 없잖아. 방금 전 말했던 문장이 귓가에 몇 번이고 울렸다. 나라고 쉬울리가 없는데. 너라고 쉬울리가 없을텐데..

뻗어진 손이 스란두일을 붙잡았다. 끌어당겨진 몸이 순순히 엘론드의 위로 겹쳐졌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귓가에 엘론드는 간신히 입술을 움직여 고여있던 말을 내 뱉었다.

"... .... ....."

두 번째 주문이었다는 듯, 열린 입술 틈새로 순식간에 뜨거움이 밀려들어왔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고 생각하며 엘론드는 질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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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감싸쥐는 손길을 느끼며 몽롱히 잠에 취해 있는 엘론드가 슬그머니 눈을 깜빡였다. 거짓말처럼 앞에 있는 스란두일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좋은 아침이야. 엘론드."

이마에 느긋히 입맞춰오는 스란두일에게 인사하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평소와 다른 향이 전신을 지배했다. 무심코 핥아올린 입술에서 진한 초콜릿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발렌타인 데이. 인간들의 풍습 중 하나라더군."
"들어 본 적이 있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 날이라지?"
"그래서 자네가 벌인 일인가?"
"아무렴. 가장 먼저 주고 싶었거든."

엄지로 살살 엘론드의 얼굴을 쓰다듬던 스란두일의 눈꼬리가 깊게 휘었다. 보드라운 손길에 도탑게 녹아버린 초콜릿이 입가 여기저기에 묻어나왔다. 그 달달함에 침이 고여 자꾸 핥게 되는 혀끝을 조신하게 내리누른 스란두일의 입술이 달게 감겨왔다. 조그마한 조각이 슬그머니 입 속으로 밀어 넣어졌고 설왕설래로 녹아내린 달콤함에 엘론드는 가벼운 현기증까지 느끼고 있었다.

사라져 버린 초콜릿, 주변을 가득 채워버린 향에 키득키득 웃으면서도 스란두일은 엘론드에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몇 번이고 끊임없이 입맞추고 숨을 나눴다. 아침의 흐트러진 모습조차 그에게는 꿈같은 모습이었다. 새벽녘의 희미한 별빛에 얼굴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 얼마나 오래 된 일이었을까. 아침 인사를 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 새가 지저귀는 이른 시간에 한 침대에서 그가 눈을 뜰 때 까지 있어 본 일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일이었다. 마음을 먹는 것은 어려웠고 남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조금 더 어려웠지만 스란두일은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하며 살기로 결정했다. 작은 이벤트였지만 마음에 들어 해 주길. 달콤함은 아침의 저혈압에도 좋은 약이 될 터였다. 쪽쪽. 소리를 내면서 잘게 쪼아올린 부딧힘을 마지막으로 스란두일은 엘론드가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도록 조금 떨어져 그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아침에 보니까 또 새로워."
"그러게. 더 사랑해야할 것 같고 더 예뻐해야 할 것 같아."
"입에 바른 소리는 제일이지 아주."
"입에 발린건 소리가 아니라 초콜릿이지. 괜찮았어?"
"나쁘진 않았어."

희미하게 웃으며 스란두일의 품을 파고든 엘론드가 슬그머니 잠투정을 시작했다. 깜빡깜빡 눈꺼플을 감고 숫제 더 잠이라도 청하려는 듯, 자리를 잡는 모습에 스란두일은 저도 모르게 이불을 덮어 아이를 재우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안 돼, 덮으면."
"왜? 더 자. 아직 이른시간이야."
"조금 있으면 시녀들이 들어올거야."
"리븐델의 시녀들은 참으로 딱딱하기도 하지."
"할 일을 하는 것 뿐인걸."
"조금은 여유로워도 좋을텐데. 로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억지야 그건."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니.. 하루 정도는 괜찮지 싶기도 해."

슬쩍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파묻은 엘론드를 토닥토닥하던 스란두일이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대로 이불을 덮어버렸다. 웃음소리가 차마 새어나가지 못한 이불이 조금씩 들썩였지만 순식간에 움직임은 멎었다.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작은 소리들이 서로의 사이에서 오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초콜릿을 먹은건 오늘이 처음이야."
"나도 아침부터 누구에게 줘 본건 처음이야."
"질 수 없으니까 자네의 첫 밤은 내게 줘."
"오늘 밤을 기대해도 좋은건가?"
"오늘 밤일지는 알 수 없지."
"상관없어. 중요한 건 초콜릿보다 자네가 준다는 걸 테니까."
"하여튼 입발린 소린."
"쉿. 방해꾼이 가까이 왔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문 앞을 사로잡았다. 삽시간에 고요해진 이불 속에 시녀들이 평소와 달리 열리지 않은 문에 우왕좌왕하며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 똑똑. 육중한 느티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불 속 숨 죽인 요정 둘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한참을 부산스레 움직이던 문 밖의 불청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 곧 움직임을 멈췄다. 조금 더 자. 재워줄게. 토닥이는 손길을 느끼며 엘론드가 웃음지었다.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아침이라.
혼자였다면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굉장한 일이라 생각하며 스란두일의 손을 부여잡은 채 엘론드는 눈을 감았다.
이불 속에는 여전히 달콤한 향내가 감돌고 있었고 오랫만에 둘은 함께였다. 잠깐 일 테지만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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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드 기린 스란두일 왕 느낌으로 보고싶다.

스란두일을 왕위에 올리고 곁에서 보필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나라를 이끌어가며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는데 왕권을 공고히 하려면 속히 혼인을 하고 후계를 세워야 한다며 상소문이 빗발치는거지. 딱 혼인하기 좋은 나이이기도 하고 특히나 외모도 수려하고 빠지는데 없이 완벽한 왕을 싫어할 이 누가 있겠어. 스란두일 본인이 주저하며 아직은 나라를 위해 일을 할 때이지 사사로운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닙니다. 라고 거절하고 있어서 그렇지 노리는 이들이 점점 많아짐. 그걸 보면서 엘기린은 미묘한 감정이 드는거.

 

어두운 밤 둘만이 서재에 앉아 서류를 보는데 넌지시 묻는 엘론드. 외롭지 않으십니까? 혼인을 하고 나만의 사람이 생기게 되면 한층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편해진다고 합니다./그렇습니까... 아직 잘 모르겠네요. 별로 생각이 없기도하고.  하며 얼버무리는 스란두일을 보며 내심 마음에 위안을 얻는 엘론드. 그러다 역으로 허를 찔리지. 그대는 어떠십니까. 외롭지 않으십니까?/..저는 기린입니다. 사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제게는 공이 계시질 않습니까. 공께서 태평성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신다면 저는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그렇군요...이상합니다. 외모나 성격 어느 하나 다를 것이 없는데 그대가 사람이 아니라 하니 어색합니다. 하며 빙그레 웃어보이곤 다시 서류를 집어드는 스란두일. 어쩐지 긴장해 마른 입술을 축이고선 다시 지나가듯 넘기는 엘론드. 사람이었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공처럼 수려하지도 준수하지도 않은걸요. 하는데 스란두일이 웃는거지. 기린이라 해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시나 봅니다. 그대는 생각보다 꽤 매력적입니다. 엘론드.

그 말을 듣자마자 세차게 뛰는 가슴. 놀..리지 마십시오. 하며 어설프게 웃는데 환하게 따라 웃으며 고개를 내젓는 스란두일. 저는 이런식으로 농을 하는 성격이 아니란 걸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실례일수도 있으나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 저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습니다. 한마디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다 붉어진 얼굴을 어둠속에 숨기는 엘론드. 그 모습을 보며 조금 과했습니까? 하하. 마음에 깊이 담아두진 마세요. 엘론드. 하고 어깨를 툭툭 치고 다시 서류를 보는 스란두일. 어쩔줄 모르는 마음에 애꿎은 서류만 넘기는 엘론드.

 

그리고 점점 피할 수 없어진 국혼. 여염집 아씨들이 줄지어 선을 보이는데 그중에 가장 곱고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네를 낙점해 날짜까지 정하여 둔 날. 문득 함께 술자리를 갖는데 그때쯤이면 이 어지러운 감정의 이름을 알아채버려 어쩔줄 몰라하는 엘론드 보고싶다. 혹 제 비가 되실 여인을 보셨습니까? 그렇게 곱다 소문이 자자한데 아직 저는 못 보았습니다. 당일날 봐야 잡귀가 들러붙지 않는다나요. 하며 발갛게 술기운 오른 얼굴로 묻는데 간신히 고개를 가로저은 엘론드가 술잔을 더 채워주고 한잔 더 마신 뒤에서야 조심스레 묻는거지.

기뻐보이십니다./일전에 그대가 말한 적이 있지요.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안정감을 가지게 될 거라고요. 지금이라면 그 뜻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게 이리도 기대가 되는 일인줄은 몰랐는데, 내심 어여쁘고 정숙하다 하니 조금은 들뜨게 되는군요. 하며 껄껄 웃는 스란두일. 사실 엘론드는 비가 될 여인을 미리 보았고 어렵지 않게 스란두일의 곁에 선 여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음.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고 누구도 그 틈에 끼어들 수 없다는걸 확고하게 깨닫는 거. 아주 조금, 잠깐. 정말로 잠깐. 그의 곁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그게 너무나 가슴이 저리도록 좋아서, 두려워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죄스러운 감정에 짓눌려 모른척하는 엘론드의 이성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지. 안 될 일이야. 그는 나의 왕. 나는 그의 기린. 해야 할 일이 있고 공생하는 관계긴 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게 두어야지 내가 건드려서는 안 될 일이라고. 끊임없이 다짐하고 스스로를 옭아매는데 이 순간만큼은 질투가 나서 참을수가 없는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다신 기회가 없는데.. 왈칵 치밀어오르는 열기를 삼키면서 웃어보이는 엘론드. 혼인을 경하드립니다. 나의 왕.

 

미소를 띄우다가 문득 손을 뻗는 스란두일. 눈가를 톡, 하니 건드리자마자 쉴새없이 빠져나오는 눈물. 조금 놀란 표정을 보이다가도 금새 양 손을 뻗어 눈물을 흝어주는데. 섭섭하십니까. 어쩐지 아쉬운 표정입니다. 그대만의 왕이 아니라 그렇습니까. 하는데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질 못해 입을 열지 못하는 엘론드. 흉하게 보이지 않으려 참아보는데 좀처럼 멈추질 않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안아 주러 오는 스란두일. 품에 끌어안고 토닥이며 울지 마십시오. 잘 살겠습니다. 그대가 걱정할 일을 만들지 않아요. 절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면서 달래주는 스란두일과 그 품에서 소리도 못내고 한참을 우는 엘론드 보고싶다.

 

그리고 기린으로서 왕의 혼인을 축사하고 증인이 되어야 하는 엘론드.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는 스란두일에게 스스로의 입으로 여인만을 평생 사랑할 것이냐 묻는 엘론드. 국본의 혼인을 공표하고 선언해 하늘에 직접 고해야 하는 엘론드. 새까맣게 타들어간 가슴을 숨긴 채 새로이 빛나는 한 쌍을 축복하는 엘론드. 첫날밤을 치룰 곳에 미리 당도해 축성하고 도망치듯 신전으로 들어와 소리없이 절규하며 가슴을 쳐대는 엘론드. 욕심을 가져선 안된다. 너는 기린이다. 왕의 앞에 서 있다고 해서 그가 네 욕망에 휩쓸리게 두어서는 안된다. 기린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흠칫 정신을 차리는 엘론드. 안돼. 기린으로서도 있을 수 없다면.. 더이상 왕의 곁에 있을 수 없어.. 안돼. 그것만은. 안 돼. 하며 마음을 다잡는 엘론드.

 

왕과 왕비의 첫 동침이 있던 날. 기린은 국가의 태평성대와 국본의 바로세워짐을 가슴에 담고 밤새 하늘께 축복을 기원 했다고 전해져왔다. 다음날 왕께선 기린의 앞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비를 맞이하였다 고하고 비와 함께 무릎 꿇어 하늘의 축복을 함께 기도했다. 혼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왕비는 태기를 보였고, 이듬해 튼튼한 왕자아기씨를 생산하시어 국본을 바로 세우셨다. 왕은 크게 기뻐하였고 기린 또한 그 아기씨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무럭무럭 자라난 왕자와 전쟁없는 태평성대가 계속되었지만 왕비가 먼저 소천했고 슬픔에 빠진 왕이 다음 해에 숨을 거두었다. 끝까지 곁을 지킨 기린은 식음을 전폐하고 성군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러다 피를 토하며 그 명을 다했다. 곧 새로운 기린이 모습을 드러냈고 새로운 왕으로 올라선 왕자의 곁을 보필하며 태평성대가 이어졌다.

 

 

 

 

스란두일이 병석에 누워 길게 자리를 보전할 때, 엘론드는 빠짐없이 곁을 지켰겠지. 이제는 주름이 지고 말랑해진 손을 잡고 쉴새없이 기도하는 엘론드를 보며 스란두일은 이따금씩 눈을 뜨고 가만히 쳐다보았을 것 같다. 십수년도 넘어 곁에서 평생 자신을 지켜봐 온 엘론드를 바라보면서 무언가 말 하고 싶어했지만 쉽게 용기내지 못하던 스란두일을 엘론드는 묵묵히 수발을 들고 기도를 해주었겠지. 그러다 마지막임을 깨달은 스란두일이 엘론드를 불러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여주면 좋겠다. 내가 너무도 주위에 무심했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오랜 시간 망설였지만 이제는 이야기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하며 웃어보이는 스란두일. 

 

심하게 흔들리는 엘론드의 얼굴을 살살 매만지며 한자한자 분명하게 내뱉는거지. 그대를 남겨두고 떠나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을 전해서 또 미안합니다. 주제넘게 제가 그대를 은애했습니다. 하고 수줍어 하는 스란두일. 턱 막힌 숨을 쉬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엘론드. 안쓰러히 웃으며 얼굴을 쓰다듬던 손 끝을 그때처럼 눈가에 가져가는 스란두일. 울지마십시오. 이젠 제가 달래줄 수가 없어요.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올리며 눈물을 떨구는 엘론드. 고개를 흔들면서 소리내어 처음으로 울어보는 기린.

아니라고, 제가 먼저.. 제가.. 제가 주제넘은 마음을 품은 거라고. 공께서는 잘못하신 것이 없다고 변명하고 부정하고 싶은데 입에서 나오는 것은 흉하고 매서운 숨소리 밖에 나질 않아 울부짖는 기린. 아닙니다. 아닙니다 주군. 나의 왕이시어. 아닙니다........제발...

다 울때까지 가만히 엘론드의 뺨을 붙잡고 있는 스란두일. 눈이 퉁퉁 붓고 히끅거리면서도 눈은 스란두일을 바라보고있는 엘론드. 가볍게 웃으면서도 농을 던지는 스란두일. 이렇게 그대 얼굴을 보고있자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기린은 늙지 않아 조금 질투한 적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어쩐지 젊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하며 웃어주는 스란두일. 날 선택해줘서 고맙습니다. 곁에 하루도 빠짐없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대가 있어 삶이 더 행복했어요. 깜빡이는 눈. 점점 힘이 빠지는 손길. 나긋나긋하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 한 수 청하는 스란두일. 울컥 솟는 울음을 억누르고 가만가만 불러주는 곡조에 천천히 고개가 끄덕여지고 감긴 눈꺼플이 떨림을 멈추며 곧 미동하지 않는데...

 

가신들이 들어와 기린을 떼어놓을 때 까지. 엘론드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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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바다.

2015. 2. 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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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피스틸버스 2

2014. 11. 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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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틸버스 간략요약 => 피스틸(오메가,수)과 스테먼(알파,공)으로 나뉨.  관계 시, 각성 과정에서 새겨진 나무의 가지에는 상대 스테먼의 고유의 꽃이 새겨진다. - 관계의 횟수와 자신에게 새겨지는 꽃 송이의 수는 비례한다. 참고 블로그 http://blog.naver.com/ywtvxq93/220085632767

 

 

피스틸버스로 스란엘+안나 보고싶다. 방탕한 왕자께서 안나타르의 주선으로 만난 엘론드에게 마음을 빼앗겨 밀어를 속삭이는데 낮엔 그렇게 차갑던 얼굴이 밤만되면 요부로 변하는 모습에 홀리는거. 낮에도 상냥하게 대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엘론드. 결국 동침에 성공하는데 등 위에 피어난 꽃들을 보며 절망하는? 내심 실망하는 스란두일 보고싶다. 그러나 그의 등에 자신의 자리한곳이 있음에 만족하고 관계를 이어가는데 문제는 자신의 꽃 말고도 다른이의 꽃들이 피어난다는것. 과거는 상관없지만 내게 충실하지 않다는 것에 화가난 스란두일이 엘론드더러 그 값싼몸 이젠 필요없다고, 그 등에 피워진 내 꽃이 아깝다며 뻥 차버리면 좋겠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다음날 엘론드가 숙소로 찾아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이야기를하면 조금의 호감이 섞인 말들을 하는 엘론드는 다른사람같음. 그래서 일부러 비꼬았는데 대놓고 넘 상처받은얼굴인거. 낌새가 이상해서 물어보니 우리가 언제 그렇게 친밀한 관계였냐며 반문하는 엘론드. 그제서야 그동안 이상했던 점들이 하나둘 생각나고 그런짓을 할수있는 자는 안나타르밖에 없단 사실을 깨달음. 그럼 내앞의 엘론드가 진짜란 말이잖아. 당황한 스란이 사과하고 착각을 했다며 달램. 조금의 호감을 보여준 엘론드에게 다시 두근거리고 안나타르에게 증오를 느낌. 그렇게 엘론드와 사귀게 되고 스른두일은 그길로 안나타르의 멱살을 잡으러감. 어두운 길목. 늘 만났던 장소로 향하는데 이제껏 눈에띄지않던 새 길이 보이는 거. 그동안 은밀한 곳에서 만났다고생각했는데 바로 곁에 큰 홀이 있었음. 말소리가 들리길래 그리 로향했더니 정말 충격적이게도 안나타르가 여럿과 얽혀있었음.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맞추고 배를 맞추며 나른하게 웃어보이는 얼굴은 지독하게 색정적이었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안나타르가 뒤에 있는 이에게 키스하려 몸을 트는 순간 자신의 꽃과함께 익숙한 문양들이 보임. 그제서야 정말로 엘론드인척 했다는 걸 깨달은 스란이 다가가 멱살을 쥠. 감히 네놈따위가 엘론드를 사칭해? 순식간에 고요해진 사방에 상대들은 슬금슬금 물러섰음 안나타르만이 가보라며 손을 내저었지. 화가난 손아귀에서 도망칠 여력을보이지않자 스란은 슬쩍 물러나는 이들을 버라보는데 그들은 일반인도 아닌 노예들이었음. 노예중에서도 제일 하층민인 성노.

 

맥이 탁 풀려 안나를 놓아 던져버리곤 막 등에 새겨져새빻갛게 피를 배고있는 문양을 주시함. 새로운 꽃이 아니야. 수많은 꽃들 중 간간히 섞여있어 익숙했던 꽃. 엘론드라 생각하면 수많은 밤을 함께 동침하고 문양을 쓰다듬었어. 모를리가 없지. 나와 만나고 있던 와중에도 성노와 동침한거야. 창녀같이 구는 모습이 닳고닳았다고 생각했더니 오는이 막지않는 싸구려 몸뚱아리였군.귀하다 여긴 내 시간이 아깝다고 스란두일은 침을뱉었지. 다행히 히트싸이클이 오기전이었고 그몸에 꽃이 새겨졌을지언정 수정은 이뤄지지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하고 돌아나와버림. 우아하게 사람을 짓밟는건 취미가 아님. 전방위로 그가하는 모든일에 태클걸고 압박을 주면 됨. 그리고돌아와 엘론드와 어브러브.확실히 그보다 조금 더 우아하고 품위넘치는 느낌이랄 비로소 안도함. 그 악마같은 녀석의 꿍꿍이는 모르겠지만 그대가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끌어안음. 무슨일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였지만 엘론드는 굳이 묻지않음. 그저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니 마음 잘 추스리라는 말로써 달랠 뿐이었지. 그러다 결국 동침하게 되었는데 엘론드의 등에는 오로지 한 종류의 꽃만 피어있었음. 수가 많은것도 아닌 딱 세송이. 내심 궁금했지만 긴 세월 지나오면서 없는것이 더 이상했기에 그저 스테디한 관계가 있었구나 싶을 뿐. 그 곧은 등에 자신의 꽃을 새기며 괴로움에 울부짖는 몸뚱이를 달래던 스란두일의 얼굴에는 어느새 환희의 미소가 피어올랐지. 아직은 남들 눈이 두렵다는 말에 그들의 관계는 비밀이었지만 점치 낮에도 서로 아는척을하고 웃음을 건네는 일들이 잦아질 즈음 스란은 슬슬 각인을 생각함. 힛싸가 오지않았으니 대비하는건 어색한일은 아니지. 잠자리가끝난뒤 은근슬쩍 꺼내는 말에 엘론드는 수줍다는듯 웃어보임. 아이가 들어서면 이야기하는것도 좋겠다며 의중을 내비침. 식을 먼저 올리고싶었던 스란은 조금 당황했으나 아무 의심없이 네 뜻에 따르겠다며 웃어보임.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고 슬슬 기간이 다가옴.

 

슬슬 준비해야겠다며 몸상태를 봐두는데 힛싸오기 전후같은 모양새가 보임. 퍽 서글서글해진 엘론드를 새삼 사랑스럽다고 느끼면서 스란두일은 엘론드와 다시 동침함. 직접적으로 말을 해둔 적은 없지만 어느정도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으니 암묵적인 동의를 거쳤다고 생각한 스란두일은 각인을 시도함.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고통스러워 엘론드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아무것도 못한 채 바라보며 스란두일은 한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각인이란게 하면 바로 수정이 되면 좋을텐데 성향에 따라 또 그게 안될 수도 있어서...하여튼 그렇게 길고 긴 각인이 끝나고 늘어져 가쁜숨을 쉬는 엘론드를 끌어안으면서 스란두일은 수고했다며 온 몸에 입맞추고 밀어를 속삭임. 아이를 갖는다는 번식의 욕망과 드디어 소중한 이가 내 사람이 되었다는 충만감이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듦. 슬슬 혼인을 위해 공개해도 괜찮겠다 생각하며 며칠 몸이 좋지 않을수 있으니 스란의 처소에서 머무는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엘론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거절함. 중요한 시기에 몸이 익숙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는것이 더 나을거라는 이야기를 함. 그도 맞는 이야기지. 스란두일은 하루빨리 안정되서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함. 홀로 자랐고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가장 바랬던 일은 책임지고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생기는 일이었으니까. 여튼 유독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집 앞까지 엘론드를 데려다주고 스란은 집으로 돌아감.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서신이 도착함. 일때문에 방문을 요청한다는 공식서한이었음.

 

그 몸으로 설마 밤새 무리하며 일을 한거야? 당혹스러운 마음 반, 아침부터 엘론드를 볼 수 있다는 설렘 반으로 스란두일은 서둘러 나감. 평소의 살갑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엘론드가 스란을 기다리고 있었음. 일적으로 문제가 크게 났기 때문ㅔ 스란두일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회의에 열중했음. 문득문득 엘론드를 훔쳐보면 낯빛은 파리하게 질린 채, 일처리에 열중하고 있어 안쓰러웠음. 설마 밤새 자지도 못하고 저렇게 일한건가 싶어 얼추 마무리에 들어갈 때 스란두일은 엘론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새에 에레스토르에게 넌지시 물어보는거지. 엘론드 얼굴이 많이 안좋다고 혹시 어제 잠도 못자고 계속 밤샌거냐고 하는데 에레스토르가 잘 만났다는 듯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함. 말도마세요 얼마나 골칫덩이인지 모르겠어요. 주무시라고 말씀올려도 귓등으로 들으시곤 벌써 삼일째 저러고 계신다니까요. 아무리 워커홀릭이어도 그렇지.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꼬박 집무실에 붙어있는데 잠깐 숨조차 돌리질 않으세요.

스란두일 얼굴에 핏기가 가시지. 3일? 계속? 반문하는 모습에 역시 심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에레스토르는 계속 떠들어댐. 스란두일님이 말씀좀 해주세요. 일 해결하는것도 좋지만 본인도 스스로 챙기셔야죠. 진짜 사무실에서 한발자국도 안나오고 저러시니 걱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구요. 이쪽에서 먼저 초상치를일 있나.. 한창 중얼중얼 푸념하는데 엘론드가 다시 돌아왔음. 식겁하며 입을 다문 에레스토르가 총총 나가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엘론드를 스란두일은 멍하니 쳐다보았음.

어젯밤까지 품 안에서 끌어안고 있던 이가 아닌것 같음. 이질적인 분위기.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더니 엘론드가 막 서류를 넘기다가 그 시선을 눈치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살가운 말이었지만 아무도 없는데 연인사이에 건네는 말이라기엔 어색하기 짝이 없었음. 스란두일은 아니길 바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음. 어제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막 서류를 읽던 눈을 들어올린 엘론드가 웃어보였다. 그럼 그렇지. 과장된 거.."어제요?" 그 순간 스란두일은 정신을 놓을 뻔 했음.

어제 새겨진 꽃은 분명 목 뒤쪽 조금 밑에 피어났음. 그걸 잊을리가 없었음.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엘론드에게 다가갔음. 잠시. 엘론드. 잠시. 실례좀 하곘습니다. 성급한 손이 엘론드의 옷 새로 들어왔음. 당황해 말리려는 엘론드가 큰 소리를 내기도 전에 로브의 깃이 젖혀졌음. 큰 소리를 듣고 달려온 에레스토르와 글로르핀델이 경악에 가득찬 얼굴로 달려오는 동안 엘론드의 옷가지는 찢어질 듯 팽팽히 당겨져 등을 내보였음. 제발.. 제발.. 제발. 그렇게 떨리는 손끝으로 더듬는 끝에 제발 한 송이만

걸리길. 조금 더 밑일지도 몰라. 내가 착각했을지도 몰라. 하며 양쪽에서 가신들이 잡은 손을 뿌리치고 스란두일은 기어코 엘론드의 상의를 주욱 벗겼음.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등에 피어난 오직 한송이의 꽃을 확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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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메뉴 정리.

끄적끄적 2014. 6. 23. 21:45

책 소개 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통판게시물도 정리했습니다.

현재 어둠숲 온리전(머크우드온리전)에 나온 스란엘 신간(19금) (im)Possible 한권 남았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메일로 연락주셔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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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대의 악이 소멸한 뒤 납치당한 엘론드와 스란두일의 이야기입니다.

◈ A5 떡제본 ◈ 64 페이지 ◈ 19금이하 구독불가 ◈ 7000원 ◈ 배송료 3500원

구매 원하시는 분들은 tjgml1107@네이버 <- 이쪽 메일로 아래의 해당 사항을 적어주시면 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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