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발매되었던 스란엘 19금이구요.

해당 샘플과 책 사양은 각각 주소에 들어가보시면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1. Once in a lifetime - http://secretgarden1.tistory.com/48

 

2. (Im)Possible - http://secretgarden1.tistory.com/175

 

선입금 예약이구요.

디 페스티발 (구 동네 페스타) 톨킨 온리전 마2B 부스 에서의 현장수령우편수령 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Once in a lifetime - 4500원
(Im)Possible - 7000원

배송비는 권당 추가 없이 일괄 3500원 입니다.


예약 마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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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입니다!

끄적끄적 2015. 7. 20. 15:44

안녕하세요!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오는 블로그가 아닐 수 없는데요.. ㅇ<-<

트위터에 기생하면서 썰이나 풀고 죽어있다가 드디어 디 페스타 (구 : 동네페스타) 부스배치도가 나왔다는 소식에 한 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마2B - 부스명을 고민중인 부스란엘! 입니다.

아마도 스란엘이 나올거구요...나오겠죠 ㅋㅋ큐ㅠㅠㅠ

 

자세한 정보는 ====> http://event.dong-ne.kr/?event=59fd 이쪽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은 아마도 스란엘이 나올거구요. 정보는 추후에 별도로 올릴게요.

구간도 소량 선입금 예약 받을 예정입니다. 아마 구간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만간 샘플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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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엘쌍. 밤

톨킨버스 2015. 7. 2. 23:20

"엘론드야."

반요정이라고 해서 보통요정들보다 덜 들리는것이 아니라고 수십번 이야기했건만 길갈라드는 늘 엘론드의 창 밑에서 평소보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곤 했다.

"네. 잘 들립니다. 대왕."

하도 고쳐지질 않는 터라 한번은 밖으로 나서지 않아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숨기랴. 낮보다 밤의 소리를 더 또렷히 듣는 요정.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덕에 더욱 더 예민해진 오감. 남들보다 배는 뛰어난 감각을 소유한 왕께서는 엘론드가 방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살금살금 소리를 죽이며 걷고 있는지, 따위를 즐거이 느끼며 더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댔었다.

"지친 이들의 휴식에 방해가 됩니다."
"허나 단잠에 취하기에는 아직 이른시간이란다. 그리고 별들이 쏟아지는 저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손해같은데?"

이렇게 들은척도 안하고 웃어보이는 왕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지. 엘론드는 의례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하고선 시선을 내리깔았다.

"내려갈까요?"

이불로 크게 몸을 감싼 엘론드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그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톡톡 끊어지는 목소리와 아직 졸음이 몰려와 어쩔줄을 모르는 눈꺼플.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써보고는 있지만 엘론드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표정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노곤함에 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만 주렴."

익숙하다는 듯, 엘론드는 테라스에 몸을 기울여 손을 뻗었다. 제대로 갈무리되지 못한 이불뭉치가 바닥에 질질 끌려왔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듯, 쭉 뻗은 팔은 왕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투박한 손이 그 팔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뭔가요?"
"토끼풀이란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손끝부터 타고 올라와 팔 전체에 퍼져나갔다. 이제는 익숙한 흔들거림에 엘론드는 제 손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얌전히 자리에 기대 앉았다. 밤은 깊었고 모두가 잠이 들었는데 왕께서는 여지없이 소꿉놀이중이시구나. 잠시 눈을 붙인다고 해서 혼을 내실것 같지는 않으니까. 흘끗 바라본 손목에선 부지런히 흰 꽃들이 엮어지고 있었고 한참 그것을 바라보다 잠이 든 엘론드의 머리칼이 넘실 불어온 밤바람에 부산스럽게 흩어졌다.

반쯤 엮어온 팔찌를 엘론드 손목에 맞추어 조절하고 매듭까지 끝낸 길갈라드는 고개를 들기도 전에 살랑이는 머리칼을 보고 또 잠이 들었다며 애석해 했다. 오늘은 좀 봐주지. 예쁘게 잘 되었는데.
퉁명스럽게 올려다보다가도 곱게 잠이 든 모습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았다. 잘 어울리는구나.

훌쩍, 난간을 받침 삼아 뛰어오른 몸이 가볍게 테라스에 안착했다. 얌전히 늘어진 아이를 들어 안으면 살풋 떠진 눈동자에는 푸른 별이 떠 있다 금새 사라지곤 했다. 잠결에 품을 파고드는 온기를 도닥이면서 방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 한 구석에 오도카니 앉은 인영이 보였다.

"그러니까 아침에 주시면 되잖아요."
"새벽이슬이 닿으면 꽃이 더 예뻐지니까 꺾기 미안해지잖니."
"어자피 꺾일 꽃."
"인간은 언제든 죽겠지."
"꽃이랑은 다르게 인간은 생을 사니까요."
"꽃은 피어나는 것 자체가 생이란다."
"한 마디도 안 져주시네요."
"너도 그렇잖니?"

어느새 푹 잠이 든 엘론드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이불을 도닥이던 길갈라드는 엘로스를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안 예뻐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꽃을 말해달라니까?"
"싫어요. 득달같이 만들어올거잖아요."
"둘이 하면 예쁠텐데..매정한 엘로스. 불러도 오지도 않고."
"소꿉놀이는 사절이에요. 어린애도 아니고."
"아직도 내 눈에는 어린아이들이란다."
"아 그러십니까?"

볼멘소리로 툭 던져놓고선 보란듯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간 엘로스가 엘론드를 끌어안고 혀를 낼름거렸다.

"그럼 어린아이들은 잠이나 자야겠으니 대왕도 술주정 그만 하시고 돌아가십시오. 저희 키 안큽니다."
"저런저런.. 키가 크지 않으면 안되지. 가뜩이나 지금도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특히 엘로스 너는 더 안보이잖니."
"..키만 큰 꼰대같으니라고."
"뭐라 하였느냐? 늙어서 귀가 잘 안들리는구나."
"안녕히 주무시라 인사올렸습니다."
"오냐. 잘자거라. 린돈의 애기들아."

웃음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길갈라드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큰 손을 들어 엘로스와 엘론드 두 아이들의 머리를 잔뜩 헝클어 놓았다. 뒤척이는 엘론드. 싫다고 투덜대는 엘로스. 그 모습을 눈에 똑똑히 새겨 넣고서야 길갈라드는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달도 밝고 아이들은 잠을 자고. 나는 또 혼자로군."

키 큰 어른을 달래줄 것은 술 밖에 없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뚜벅뚜벅 걷는 발자국마다 포도향이 조금씩 묻어나왔다. 평화로운 린돈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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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불청객.

톨킨버스 2015. 5. 20. 23:35

엘론드는 답지않게 눈을 깜빡이며 몇 번이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침에 제 손으로 닫고 커튼까지 꼭꼭 쳐낸 곳이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돌거라 예상하고 연 방문 안쪽에서 머리칼을 흐트러뜨린 바람의 존재는 꽤나 당황스러운 것이어서 엘론드는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테라스 쪽으로 달려와 침입의 흔적을 찾았다.

누군가 들어오진 않은것 같은데.. 방 안을 둘러보며 사라진 물건이라도 있는건지 세심히 바라보고 있을 그 때에 다시 한번 방 안을 스친 바람에 쾅, 하고 문이 닫혔다. 반사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할 때에 창문가에서 쑥 팔이 하나 올라왔다.

"너무 늦잖아."

말쑥한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의 대비가 엉망이라 지적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불쑥 나타난 존재의 놀라움이 더 컸다. 엉겁결에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엘론드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태연하게 하품을 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곤 벌떡 일어나 가볍게 테라스의 난간을 넘었다.

"오랫만이야, 엘론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인사하려 가슴께에 얹었던 손을 내미는 스란두일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뜻밖의 방문이자 뜻밖의 침입.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엘론드가 얼굴을 조금 굳힌 채 그 손을 맞잡고 일어섰다.

"이런식으로 갑작스레 개인적인 공간까지 방문하는 건 그린우드의 방식입니까?"
"분명 말을 놓기로 한 것 같은데도 딱딱하게 대하는건 린돈의 방식이고?"
"스란두일."
"얼굴 굳히지 마. 못난 얼굴 망가진다."

저벅저벅 걸어 엘론드의 곁을 지나친 스란두일은 보란 듯 테이블로 다가갔고,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은 엘론드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일단 의중을 알아보는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엘론드 또한 맞은 편 의자로 향했다.

"이전보다 키가 꽤 컸네?"
"그런 말을 하려고 온 건 아닐텐데?"
"못 올데 온 것처럼 말하긴."
"한낮에, 정식으로 와도 어려운 사이야."
"너와 내 사이가?"

한 마디도 지지 않으며 바라보는 눈에 진지함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은 엘론드가 나직이 읊조렸다.

"솔직히 불편해."
"길갈라드가 눈치라도 주는거야?"
"주군의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지 마."
"주군? 너의? 이봐 엘론드. 지금 뭐라고 말 하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어?"
"알고있어."
"하...."

성년식은 내일이었고 아마도 그 때에 모두들 알게 될 사실이었다. 반요정 엘론드는 놀도르의 군주이자 상급왕인 길갈라드를 주군으로 모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껏 입 밖에 내지 않은 혼자만의 계획이었는데 어쩐지 불쑥 나와버린 말 한마디에 스란두일의 얼굴은 금새 굳어졌고 엘론드는 당혹스러워 했다. 자신의 선택과 거취여부에 많은 시선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껏 조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어?"
"...응."

자칫 심각해져버린 분위기에 엘론드는 늦은 밤 함부로 자신의 처소를 찾아온 스란두일의 힐난하는 것 조차 하질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앉아있던 스란두일이 이윽고 고개를 들었고, 덩달아 긴장한 엘론드는 자세를 바로한 채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맘에 안들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린우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최전방이라? 신다르보다 놀도르가 더 유리하고 탄탄한 입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건 아니야."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분하기까지 한 얼굴로 똑바로 바라보는 스란두일의 시선을 받으며 엘론드는 슬쩍 자세를 풀어내렸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스란두일은 납득하지 않을 기세였다. 계속 그린우드와 황금숲. 이곳저곳의 귀족들에게서 오는 서신들은 엘론드를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시하거나 얕봐서가 아닌 스스로의 일생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렸던 것 뿐이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묻는 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못한 엘론드는 무어라 말하면 좋을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내려지지 않았고 눈 앞의 스란두일은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해해 주는거야?"
"아니."
"....."
"쓸데없는 일에 더 힘을 빼고 싶지 않은 것 뿐이야. 앞길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랬고 나는 어자피 네게 이방인일 뿐이지. 선택을 했다면 막아설 명분은 없어. 그러나 조금 기분이 언짢은 건 어쩔 수 없네."
"미안."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해버린 입술이 금새 굳게 닫혔다. 사과할 일 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사과를 해? 넌 잘못한 게 없어."
"그렇네.."
"어쨌건 내 기분이 나쁜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혼자 기대하다 혼자 어그러진 거니까."
"어쨌든 내가 연관된 일이잖아."
"그건 부인할 수 없지. 아버지는 조금 슬퍼하시겠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몸이 주욱 늘어져 탁자위로 미끄러졌다.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자세에서 불쑥 얼굴만 들어 바라본 스란두일의 표정은 맨 처음과 같아졌다.

"중요하긴 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굳이 먼저 들으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러고보니 왜 온거야? 그것도 이 밤중에."
"볼일이 있어서 왔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럴거면 서신을 먼저 보내고.."
"벌써 잔소리쟁이인 놀도르인 척 하는거야?"
"..기본 예의를 말하는 거야."
"그런 딱딱한 예의는 별로 지키고 싶지 않아. 보고싶을 때 친우의 얼굴을 보러 오는 것이 뭐가 나빠? 엘론드는 내가 보고싶지 않았어?"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 같아."
"깐깐하긴."

미적대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스란두일을 보며 엘론드는 답답해졌다. 내일 있을 성년식을 대비해 일찍 잠들려는 계획이 허사가 되어버리기도 했고 목적을 달성한 뒤 스란두일의 거취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것은 꽤 머리가 아픈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 방에서 재워야 하나? 일국의 왕자를 그렇게 재워도 되나? 손님용 방을 멋대로 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엘론드의 표정을 바라보던 스란두일이 히죽 웃어보였다. 뭘 믿고 저렇게 웃는거야.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린 엘론드가 뭐라고 이야기라도 한마디 하려는 찰나 벌떡 하고 스란두일이 일어나 앉았다.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엘론드."
"...뭐?"
"지금 방금 에아렌딜의 배가 정점에 도달했어."

끄트머리로 보이는 테라스 너머의 밤하늘을 가리킨 스란두일이 엘론드에게 웃음지었다. 그 틈새로 희미하지만 밝게 빛나는 별빛. 아버지의 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손 끝과 밤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다 엘론드는 스란두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주고 싶었어."
"..고..마워."
"제일 먼저 축하해 준 것 맞지?"
"응.."
"다행이다. 몰래 온 보람이 있네. 아버지였으면 당장에 사절을 꾸려라 선물을 보낸다 난리를 쳤을거야. 그건 너도 싫을 거 아냐. 안 그래?"

얼떨떨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엘론드를 앞에둔 채 스란두일은 푸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차고온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던 손 끝은 어느새 엘론드의 앞으로 작은 유리병 하나를 밀어냈다.

"원래 성년의 날에는 향수를 선물 받는거야. 이건 내가 직접 널 위해 조향했어."
"...이런 걸 받아도 돼?"
"왜 안돼? 놀도르가 되기로 한 이상 신다르의 선물은 받을수 조차 없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받아 둬. 귀한 거니까. 어딜가서 그린우드의 왕자 선물을 받아 보겠어."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병은 고급스런 그린우드의 문양으로 감싸져 있었고 그 속에는 반투명한 붉은 액체가 찰랑이고 있었다. 두 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병을 쥔 채 엘론드가 한참 바라보고만 있자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병을 빼앗고 마개를 손수 열어주었다.

"어때?"
"..나쁘지 않아."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 한마디면 되는걸."
"고마워."
"어 그래."

시키는 대로 답하는 것이 우스운 지 스란두일은 여전히 혼자 웃으며 도로 엘론드의 손에 열린 유리병을 들려주었다.

"아껴써. 귀한 재료로만 만든 거니까."
"그럴게."
"성인식의 첫 축하도 내가했고 첫 선물도 내가 줬네. 어른이 된 기분은 어때?"
"...그런게 어딨어. 그냥 똑같지."
"하긴 넌 어린애일 때도 어른스러운 척 했지."
"어린애가 뭐야."
"방금 전까지 어린애였거든요."
"먼저 성인 되었다고 자랑하는거야?"
"당연하지. 원래 일년을 먼저 태어나더라도 먹은 밥 차이가 난다고 했어. 하물며 삼년인데 솔직히 너무한거 아니야?"
"고작 삼년 가지고. 티끌만한 차이로 어른인 척 하고있어."
"어라 이것봐라? 아직 성년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애가 어른앞에서 말버릇 좀 봐."
"내쫒는다?"

푸흡 터진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배까지 잡고 넘어간 모습을 보면서 엘론드는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거취를 정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고작 어른이 된다며 선물을 준비하고 이렇게 몰래 찾아와 축하까지 해줄 이가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게 어른이 된다는걸 축하해주는 이가 있다니. 새삼 고맙고 부끄러웠다. 이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홀로 성인식을 맞을 동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상해."
"뭐가?"
"축하를 받는다는게."
"당연한거야."
"그런거야?"
"응."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 그럴 자격 충분해. 라고 말해주는 스란두일이 정말로 이상했다. 어쩐지 시큰해지는 눈가를 빠르게 문지르며 엘론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밤중의 불청객은 감정도 휘두르는데 능하다고. 이상한 요정이라고. 계속 곱씹으면서 엘론드는 웃어보였다. 친우라 불러주는 이가 웃으라 했으니, 웃어도 되지 않을까 했다.

"웃으니 좀 낫네."
"너보단 좀 낫지."
"어어? 그건 아니지?"
"오로페르님이 그러셨는걸, 내 아들보다 낫다고."
"우리 아버지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스란두일을 보며 엘론드는 소리내어 웃었다. 웃냐? 이봐 반요정. 아무리 니가 루시엔의 후손이라도 이건 아니지! 거울 보고 이야기를 해볼까? 우다다다 쏘아대며 손가락질 하는 스란두일의 목소리가 점점 그 웃음소리와 섞였다. 밤은 깊어갔고 자기에는 이미 글렀고, 불청객과 밤새 투닥이는 수 밖엔 없겠다고 생각한 엘론드의 목소리가 도로 커졌다. 시끄럽고도 이상한,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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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15. 5. 17. 16:42

보호글은 공지메뉴에 보시면 비밀번호따는법이 적혀있습니당!

모르시는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ㅠㅠ
공지로 검색해도 나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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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임라드리스와 황금숲의 저지력이 무너져 엘론드가 고립된 전쟁도 사실은 조금 보고 싶은 것이다. 도와야 마땅하지만 자신들까지 섣불리 움직였다간 한큐에 몰살당할 수 있어 망설이며 은밀하게 지원군을 꾸리는 황금숲의 레이디. 그리고 가장 가까워 타격을 많이 받았음에도 목숨걸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둔 채 임라드리스로 원군을 끌고 나가는 스란두일. 페라님과 영혼님 해석과 더불어서 엘론드가 무너지고 임라드리스가 함락되는 날에는 그토록 바라던 그린우드의 꿈조차 허물어질 모래성인것을 알기에 향할 길이 그곳밖에 없음을 분명히 알고 출전하는 숲의 왕이 보고싶다.

 

자신도 가겠다 우기는 레골라스에게 화를 내며 네 주제를 생각해라. 네가 지켜야 할 곳은 임라드리스가 아니라 네가 나고 자란 이 땅과 숲 전체이다! 라며 밖으로 끌어내 가두라 명하는 스란두일. 홀로 왕좌에 앉아 준비를 하는 고독한 왕에게 갈리온이 말하겠지. 전하를 원망하실겁니다. 그 말에 휘갈기던 펜대가 멈추는것도 좋다. 이왕이면 그 원망 살아서 받는게 좋겠지.

전군을 이끌고 출정하는 스란두일. 입술을 짓씹으며 제발 엘론드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아들이 무사할 수 있기를 속으로 수없이 기도하는 숲의 왕.

 

장기적으로 엘론드가 당했을 경우 머크우드는 절대 재생할 수 없을걸 알지만 그 숲의 이름을 딴 아들조차 룰렛 위에 세우는 잔인한 왕. 네 존재는 숲과 함께할지니 네가 버티면 숲이 살겠고 네가 죽으면 내 세계가 닫히겠구나. 부디. 무사하거라.

그리고 반쯤 와해되어 불타는 임라드리스로 당도해 수없이 많은 오크들을 물리치고선 엘론드를 내놓으라고 대치를 벌이는데 그와중에 스란두일이 숨겨둔 빌랴를 찾아내는 것도 보고싶다. 엘론드는 살아 고문당하는 상태고 사우론은 빌랴를 찾아내지 못했고 그걸 발견해 빛나는 사파이어반지를 바라보며 매혹당하는 스란두일. 아주 가까이에 있는 절대반지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의 기능을 망각한 채 껴달라 유혹하는 반지. 큰 힘을 줄게요. 나를 껴주세요 날 가져요 숲의 왕이여.

 

아주 짧고도 긴 시간 망각당하며 엘론드의 얼굴. 사우론. 변해버린 머크우드. 과거 찬란했던 그린우드. 그리고 빌랴를 손에 쥔 채 사우론을 이기고 큰 힘을 다루는 자신의 모습을 빠르게 보았을 것 같다. 두렵고도 탐나는 힘. 절대반지보다 더 강력한 유혹. 사실 스란두일 입장으로는 절대반지를 눈으로 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현존반지중 가장 강하다는 세 반지도 처음 본 것이니 그 유혹이 막강했을것 같다. 앞에 멍하니 둔 채 침묵하는 스란두일. 오크들을 따돌리고 싸우며 자신의 왕을 부르는 갈리온. 나는... 잡생각들을 떨쳐내며 손을 뻗는 스란두일. 닿은곳은 반지가 아닌 목에 잡힌 목걸이. 줄을 떼어내 펜던트를 버리고 그것을 꿰어 줄에 매단 스란두일. 침착하게 갑옷새로 잘 갈무리 한 뒤 칼을 빼어들고 갈리온에게로 달려가는 스란두일. 이깟 힘 없어도 충분해. 나는 북쪽 숲의 왕이며 오만하고 지혜로운 지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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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자님, 스텔라님, 민트님과 함께!

마글이가 왼쪽으로 처참하게 상대를 짓이기면서 (고기몽둥이로) 노래하면 좋겠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에마글만 남아서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면 좋겠네요. 마글이도 넋을 놓고 살육의 길로 들어서며 잔혹의 가인이라 불리울 그때요. 포로를 잡아 매일 밤 침실로 들이는 마글로르. 포로는 밤새 울부짖고 그 곁에서 입을여는 무서운 가인. 녹아내릴것 처럼 달콤하고 음울해서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 노래를 듣는 이는 다음날 여지없이 죽어서 나오고. 무슨 꼴일지 눈치챘지만 침묵하는 마에.

난도질당하고 헤집어진 상처에 말라붙은 정액. 철저하게 유린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사체를 보며 복잡한 심경이 되었지만 눈치 챈 이는 시종 두엇과 마에드로스 뿐. 마글로르의 막사 근처에는 언제나 시체 태우는 불길이 치솟고 점점 평정을 잃어가는 마글로르를 봐야만 하는 마에. 그러나 언제나 슬핏 웃는 낯으로 제 할일을 하는 낮의 동생. 밤의 살인마.

 

"요즈음 포로의 숫자가 줄고 있다고 들었다"

"식량이 부족해 아사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마글로르."

"네 형님"

"......적당히 하거라"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형님께 이런 이야기를 듣는것은 불쾌합니다."

"....."

"도망가는 포로 한두명 벌한 것을 두고 이러시는 거라면...제겐 이제 남은 자비가 없어서. 라고 변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라고 말문을 뗀 마글로르가 마에드로스를 바라보았다. 정신을 꿰뚫어보는 것 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 네가 내게 할 말은 아니잖아. 마에드로스. 라고 외치고 있는 그 눈빛. 저도 모르게 처음으로, 마에드로스는 동생의 시선을 피했다. 아닙니다. 저는 할 일이 있어서요. 나가보죠. 펄럭, 걷힌 막사의 천막이 거칠게 허공을 휘감았다. 그 뒷모습에서 마에는 아버지 페아노르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도.. 그랬지. 너도 저주받은 페아노리안이었지..

 

그날밤 마글로르의 침소에서 들리는 강하고 호소력 있게 퍼지는 노랫소리보다 비명소리가 좀 더 컸던 그날 밤. 마에드로스는 새삼스럽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었다. 저흰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대체 왜..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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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로 향하던 마에드로스의 발길이 돌려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열릴 시간이 아닌 침실의 문이 열려 있었다. 황급히 들어선 방 안에는 물건이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석상같은 것이 하나 있던 것만 빼면 말이다.

"왕자전하를 뵙습니다."

급히 달려온 시녀 하나가 문 밖에서 고개를 조아렸고 마에드로스는 들고있던 책을 탁자 위에 던져놓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침실의 문이 열려있길래 놀라 확인하려 막 달려온 참입니다. 이리로 오신줄은 몰랐습니다."
"별일 아니다. 잠들기 전에 읽을 책을 두러 들른 참이니 신경쓸 것 없다."
"알겠습니다. 물러가겠습니다."

조심히 문을 닫고 사라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마에드로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창가로 다가섰다. 조금씩 미동하는 석상은 어느순간 위태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제 숨 쉬어도 돼."

휘유우우우 길고도 가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마에드로스는 닫힌 커튼을 한번 더 확인한 뒤 근엄한 얼굴로 돌아섰다.

"작은 새앙쥐처럼 남몰래 담을 타고 넘어오라고 일층에 침실을 둔 건 아니었는데."
"오늘은 문으로 왔어요!"
"친애하는 사촌 동생이 당도했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는데?"
"그건..."

불안한 빛을 담은 청색의 눈동자가 빠르게 깜빡였다. 어찌됐든 답은 하나였다.

"이렇게 몰래 찾아오는 것을 숙부께서 용인하셨을 리는 없고."
"헤헤. 형님이 보고 싶어서요."
"보고싶다면 서신을 넣어 약속을 잡으면 될 일이었다."
"숙부님께서 허락해 주실 리 없잖아요. 잘 아시면서."

금세 삐죽 나온 입술이 종알거리기를 멈췄다. 오늘은 걸어다니는 조각상으로 변장을 할 요량이었던 건지 온 몸을 둘둘 감은 이불과 팔 안을 가득 채운 쿠션 덕에 핀곤의 꼴은 꽤나 우스웠다. 머리만 금빛이었다면 아마도 시종들은 작아진 켈레고름이 나타났다고 소란을 떨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터벅터벅 다가가 쿠션과 이불을 둘둘 헤쳐 들어올리자 몇 번 꾸물꾸물하던 소년은 고치에서 나비가 깨어나듯 털썩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조금씩 뻗기 시작하는 팔과 다리가 이전보다 제법 여물게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용건은?"
"말씀 드렸잖아요. 형님이 보고싶어서."
"날 좋아해 주는건 고맙지만 이렇게 자꾸 찾아오면 투르곤이 섭섭해하지 않겠니?
"걔가 왜요?"
"좋아하는 형님이 자꾸 없어져서겠지?"
"절요? 투르곤은 저 별로 안 좋아할텐데? 그리고 저도 별로에요."

툭툭 일어나 구겨진 옷을 털어내며 고개를 까닥이자 흔들리는 새카만 머리칼에 금빛이 반짝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보단 형님이 더 좋아요."
"나도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보단 다 자란 동생들이 더 좋구나."
"정말 이러시기에요?"
"이러기다."

분한 듯 치켜뜬 눈으로 바라보다 금새 축 쳐진 아이의 모습은 정말 주기적으로 보는 광경 중 하나였다. 어쩜 이리 지치지도 않을까. 매번 훈계를 듣는데도 까먹었다는 듯 금세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잘 훈련된 애완동물 같았다. 꼬리를 흔들고 달려오는 강아지? 늑대? 늑대 새끼쯤 되겠군.
막무가내로 불만을 표시하며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향해 한숨을 쉬며 마에드로스는 살그머니 시선을 맞추고 손을 펼쳤다. 이 시간에 침실에 오래 있는 것은 꽤 부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서재로 자리를 옮기기 위함이었다. 늘 그랬듯 쪼르르 달려와 안길 줄 알았던 핀곤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움직이질 않았다.

"화가 난거니?"
"...그건 아니에요."
"그럼?"
"걸어서 갈거에요."

꼬맹이라 그래서 어지간히 삐졌나 보다 생각하며 마에드로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상 움직임을 보이자 어쩔줄 모르는 모습에 웃음이 났지만 근엄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달내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여 몇 걸음 걷던 마에드로스는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손은?"
"잡을래요!"

투다다다 뛰어와 폭싹 잡힌 손 끝이 따끈따끈했다. 애는 애지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일이니?"
"이전에 가르쳐 주신 동작 보여드리려구요!"
"벌써?"

한껏 우쭐해진 모습으로 과자를 한 입에 털어넣은 핀곤이 허리춤에 차인 나무목검을 빼 들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향한 뒤 자세를 가다듬은 채 마에드로스를 바라보았다.
끄떡. 고개가 움직이자 얍! 하는 작은 기합소리와 함께 핀데카노가 움직였다.

어쩌다 몇 번 연무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짝이는 눈빛이 귀여워 장난삼아 이것 저것 알려주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흡수력이 빨랐다. 그러나 전문 선생이 붙기도 전에 과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지라 이리저리 미적대고 있었는데 멋있는 걸 해보고 싶다는 말에 생각난 것이 검무였다. 활동 반경이 크고 단순하지만 움직임이 많아 성장기에 도움이 되겠지 싶어 가르쳐준 것을 핀곤은 빠른속도로 익히고 있었다.
한 발을 딛고 휘두른 목검이 크게 한바퀴 반을 돌다 날렵하게 섰다. 겨누어진 칼날과 눈빛이 매섭게 마에드로스를 향하고 있었다. 두번 반. 보폭을 크게 벌려 도움닫기 후 바닥으로 한번에 내리꽂은 칼과 몸이 중심을 아슬하게 잡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아이의 몸으로 실리는 힘이 조금은 부족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칼과 그 칼에 의지한 몸이 반응이 있기만을 기다리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을 눈치챈 마에드로스는 흐트러졌던 자세를 풀고 바르게 앉아 박수를 쳤다. 한껏 밝아진 얼굴이 마에드로스를 마주했다.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 핀곤이 달려와 마에의 품에 안겼다.

"잘했어요?"
"꽤 많이 늘었구나."
"맨날 칭찬은 안해주시고."
"칭찬이잖니?"
"칭찬은 이렇게 하는거에요."

마에드로스의 손을 번쩍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둔 핀곤이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핀데카노 정말 놀랍구나. 어린애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야. 정말 잘했다."
"어린애 솜씬데..?"
"형님!"
"농담이야 농담. 정말 잘했어. 어린아이치고 말이야?"

장난스레 넘겨보았지만 또 잘했다는 이야기만 쏙 빼 들은 모양인지 히죽거리며 웃는 모습에 마에드로스는 덩달아 웃어보였다. 주섬주섬 던져둔 목검을 챙겨온 핀곤이 자리에 앉아 남은 과자를 들었고 그런 핀곤을 위해 마에드로스는 다시 주전자에 찻물을 부었다.

"핀데카노는 검술이 좋니?"
"좋아요. 엄청."
"나중에 크면 숙부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멋진 전사가 되겠구나."
"하지만 아버지는 제가 검 잡는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그래? 왜?"
"아직은 때가 아니래요. 조금 더 큰 후부터 시작해도 된다고요."

무슨 말인지 뜻을 모르는 것 처럼 핀곤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마에드로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숙부는 태어났을 때부터 완벽에 가까운 페아노르의 그늘에서 발버둥쳐야 했을 터였다. 아무리 어떤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 보아도 어린아이의 힘으로 다 큰 성인을 이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얼마나 빠져리게 깨달았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검술과 체력에 한해서 페아노르가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기에 숙부께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임을 마에드로스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역시 자신의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숙부님 말이 맞아.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이야. 어린아이의 시절은 다신 돌아오지 않거든."
"그래도 싫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단 말이에요."
"하고 싶은 일?"
"네."

비어버린 찻잔을 두손으로 치켜든 핀곤의 손을 찰싹 내리친 마에드로스는 얌전히 잔을 받침 위에 올려 놓는것을 보고 나서야 주전자를 들어 찻물을 따라주었다. 목이 말랐는지 허겁지겁 마시는 모습을 보며 뜨겁지도 않냐며 한마디 툭 던지고 소파에 도로 앉은 마에드로스가 몸을 느슨하게 기울였다.

"뭔지 물어봐도 돼?"
"음... 좀 부끄러운데. 나중에 말씀드리면 안돼요?"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어른이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하는걸요?"
"요 꼬맹이가 못하는 말이없네?"

손가락을 튕기려 달려들자 와악 하며 허겁지겁 잔을 놓고 도망치는 핀곤이 귀여워 마에드로스는 부득불 발목을 끌어잡고 한껏 간지럼을 태웠다. 항복! 항복! 외치는 소리가 지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괴롭힘 당한 핀곤의 눈꼬리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나중에 말이에요. 싸울 일이 있으면 형님과 등을 맞대고 싶어요."
"내 등을?"
"네!"

툴툴거리며 이야기 한 것 치고 놀라운 내용에 마에드로스는 차마 감정을 숨기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놀란 얼굴을 마주한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이었다. 어쩐지 간지러운 느낌에 마에드로스는 곤란한듯 웃어보이며 되물었다.

"이런 말 하면 웃길지 모르지만 나는 충분히 강해."
"알아요."
"그런데?"

조금은 수줍은 얼굴로 망설이던 핀곤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언젠가 숙부께서 왕이 되실지도 모르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형님께서 상급왕의 자리에 오를지도 모르잖아요."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혹시 모르죠. 할아버님께서 왕이 귀찮아지셨다던지 하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유모가 말했어요."
"매우 가능성이 적은 이야긴데?"
"어쨌든요."
"그래. 내가 왕이 된다고 치고. 그래서?"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땐 저도 어른일거잖아요. 그래서 형님이 왕위에 오르셨을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형님을 지켜드리는 호위기사가 되고 싶어요."

희망과 신념이 가득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가득 채웠다. 동그랗게 떠진 눈. 멍하니 확신에 찬 아이를 바라보며 마에드로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어. 아니.."
"...?"

갸웃거리며 바라보는 핀곤의 시선을 도무지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도 없는 꿈을 가진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걸 발견해서일까. 마에드로스는 한대 맞은 것 처럼 멍해진 머리속을 정리하려 애쓰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하필 나인지 물어도 되겠니?"
"그야.. 멋있으니까요."
"멋있다고?"
"힘도 세고 검술에도 능하시고 머리도 좋으시잖아요. 다른 형님들도 뛰어나시지만 그중에 가장 멋진걸요. 그리고 제일 용감하니까요. 저는 아직 어린애지만 자라서 꼭 형님처럼 되고 싶어요. 반짝반짝 빛나고 당당한 어른이요. 그리고 솔직히 형님한테만 말씀드리는거지만.. 아버지보다 형님이 더 강해보여요."

반짝반짝. 몇 번이고 곱씹으며 말 뜻을 이해한 마에드로스의 얼굴에 그제서야 핏기가 돌았다. 핀골핀님보다 강하다니. 큰일날 소리를. 진지하게 주의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기쁨이 커서 마에드로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아이는 나를 허투로 보고 있지 않았구나. 언제나 진심으로 봐주고 있었구나.

"..고맙다."
"네?"
"고맙다고."
"혹시 화가 나신건.."
"아니야. 정말로 고마워."

엉겁결에 덥썩 잡힌 작은 손 안에서 쿠키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자신을 선망하며 목표라 말해주는 이가 있었던가. 설사 빈말이어도 상관없었다. 크고 완벽한 페아노르의 그늘에서 조금씩 목표와 확신을 잃고 있던 자신에게는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는지 당황한건지 핀곤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나 마에드로스는 그런 핀곤의 앞에서 더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맹세했다.

"그럴 일이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혹시나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네가 꼭 내 등 뒤에 있었으면 좋겠다."
"저.. 저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네 등 뒤에도 내가 있을거야. 네가 성장하는 만큼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될게. 이건 발라의 이름으로 맹세할거야."
"저두요! 저도 맹세할래요! 형님의 뒤에는 꼭 제가 있을거에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부끄러움과 벅참이 공존하는 빛나는 얼굴이 마에드로스의 가슴에 박혔다. 한참동안이나 맞잡은 손을 사이에 둔 채 둘은 티없이 웃어보였다. 나이와 불편한 관계 따윈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생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동반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러려면 일단 실력을 키워야겠지?"
"그럼요! 저 연습 더 열심히 할거에요!"
"숙부님께 이야기를 해 두마. 내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못하실거야."
"저.. 정식으로 형님께 배울 수 있는거에요?"
"왜 겁나니?"
"아뇨! 아뇨! 정말이죠? 정말 배울 수 있는거죠?"

당장이라도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에 마에드로스의 얼굴에도 슬쩍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나 조심히 손을 놓아준 뒤에서야 짖궂은 얼굴로 핀곤을 바라보았다.

"내일부터는 각오해야 할거야."
"옙! 형님!"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한쪽 무릎을 번개같이 꿇은 핀곤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마에드로스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반대로 올렸단다 핀데카노. 한마디를 듣고 부랴부랴 자세를 바꾸며 처음이라 그렇다 변명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에드로스는 피식거렸고 덩달아 핀곤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행복에 가득차 서로를 바라보던 핀골핀의 아들 핀데카노와 페아노르의 아들 마에드로스의 운명을 묶은 첫 맹세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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