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임라드리스와 황금숲의 저지력이 무너져 엘론드가 고립된 전쟁도 사실은 조금 보고 싶은 것이다. 도와야 마땅하지만 자신들까지 섣불리 움직였다간 한큐에 몰살당할 수 있어 망설이며 은밀하게 지원군을 꾸리는 황금숲의 레이디. 그리고 가장 가까워 타격을 많이 받았음에도 목숨걸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둔 채 임라드리스로 원군을 끌고 나가는 스란두일. 페라님과 영혼님 해석과 더불어서 엘론드가 무너지고 임라드리스가 함락되는 날에는 그토록 바라던 그린우드의 꿈조차 허물어질 모래성인것을 알기에 향할 길이 그곳밖에 없음을 분명히 알고 출전하는 숲의 왕이 보고싶다.

 

자신도 가겠다 우기는 레골라스에게 화를 내며 네 주제를 생각해라. 네가 지켜야 할 곳은 임라드리스가 아니라 네가 나고 자란 이 땅과 숲 전체이다! 라며 밖으로 끌어내 가두라 명하는 스란두일. 홀로 왕좌에 앉아 준비를 하는 고독한 왕에게 갈리온이 말하겠지. 전하를 원망하실겁니다. 그 말에 휘갈기던 펜대가 멈추는것도 좋다. 이왕이면 그 원망 살아서 받는게 좋겠지.

전군을 이끌고 출정하는 스란두일. 입술을 짓씹으며 제발 엘론드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아들이 무사할 수 있기를 속으로 수없이 기도하는 숲의 왕.

 

장기적으로 엘론드가 당했을 경우 머크우드는 절대 재생할 수 없을걸 알지만 그 숲의 이름을 딴 아들조차 룰렛 위에 세우는 잔인한 왕. 네 존재는 숲과 함께할지니 네가 버티면 숲이 살겠고 네가 죽으면 내 세계가 닫히겠구나. 부디. 무사하거라.

그리고 반쯤 와해되어 불타는 임라드리스로 당도해 수없이 많은 오크들을 물리치고선 엘론드를 내놓으라고 대치를 벌이는데 그와중에 스란두일이 숨겨둔 빌랴를 찾아내는 것도 보고싶다. 엘론드는 살아 고문당하는 상태고 사우론은 빌랴를 찾아내지 못했고 그걸 발견해 빛나는 사파이어반지를 바라보며 매혹당하는 스란두일. 아주 가까이에 있는 절대반지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의 기능을 망각한 채 껴달라 유혹하는 반지. 큰 힘을 줄게요. 나를 껴주세요 날 가져요 숲의 왕이여.

 

아주 짧고도 긴 시간 망각당하며 엘론드의 얼굴. 사우론. 변해버린 머크우드. 과거 찬란했던 그린우드. 그리고 빌랴를 손에 쥔 채 사우론을 이기고 큰 힘을 다루는 자신의 모습을 빠르게 보았을 것 같다. 두렵고도 탐나는 힘. 절대반지보다 더 강력한 유혹. 사실 스란두일 입장으로는 절대반지를 눈으로 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현존반지중 가장 강하다는 세 반지도 처음 본 것이니 그 유혹이 막강했을것 같다. 앞에 멍하니 둔 채 침묵하는 스란두일. 오크들을 따돌리고 싸우며 자신의 왕을 부르는 갈리온. 나는... 잡생각들을 떨쳐내며 손을 뻗는 스란두일. 닿은곳은 반지가 아닌 목에 잡힌 목걸이. 줄을 떼어내 펜던트를 버리고 그것을 꿰어 줄에 매단 스란두일. 침착하게 갑옷새로 잘 갈무리 한 뒤 칼을 빼어들고 갈리온에게로 달려가는 스란두일. 이깟 힘 없어도 충분해. 나는 북쪽 숲의 왕이며 오만하고 지혜로운 지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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