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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01 스란디르. 첫날밤.
- 2013.07.28 엘쌍. 헤어짐.
- 2013.07.26 스란엘. 뱀파AU. 비 오는 밤.
- 2013.07.25 스란엘. 동양풍AU. 비녀.
- 2013.07.23 글로엘. 뻘
- 2013.07.23 할린디르. 성인식.
- 2013.07.22 반호온 후기. 2
- 2013.07.22 1. Once in a Lifetime [스란엘/19금]
- 2013.07.13 엘라단린디르 (할린디르) 2
- 2013.07.12 길오로. 무제
글
스란디르. 첫날밤.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곳, 천연의 요새이자 상처받은 이들에게 열려있는 쉼터. 이곳의 이름이 임라드리스라 명명된 이후 가장 아름답게 정비되고 가꿔진 좋은 시기에 군주의 자리에서 모든 것들을 돌보던 엘론드 페레딜은 리븐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많은 초대장을 작성했다. 귀한 종이에 꼼꼼하게 쓰인 서신을 받은 손님들은 임라드리스라 명명된 안식의 땅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첫 손님들을 맞이하려 열린 화려한 연회에서 이제는 군주라 추앙받아도 좋을 이의 환대를 받으며 도착한 귀한 이들이 양껏 먹고 마시며 서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곧 자리가 무르익자 하나 둘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지어 어울리기 시작했다. 은밀한 시간들이 시작될 것임을 눈치챈 시종들은 환히 밝혔던 촛대를 조정하고 몸을 숨겼다.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이 어울리는 자리인 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분 한분 직접 모시고 연회를 주최하던 엘론드도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임라드리스의 엘프들만이 웃음을 띄우고 아직 남아있는 손님들을 서포트하기에 바빴다.
가슴이 뛰었다. 본래대로라면 연회의 정리를 도우려 넓은 홀로 향했어야 했을 걸음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 은밀하게 움직인 린디르는 숨을 죽인 채, 나무뒤로 몸을 숨겼다. 슬쩍 열린 창문 틈으로 언제나처럼 익숙한 주군의 모습이 비쳤다. 하지만 평소의 과묵한 모습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같이 천진해보여 린디르를 당황스럽게 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젊다기에는 애매한 나이의 주군은 아직도 홀로서기를 하고 있었다. 뜬구름처럼 소문이 떠돌았다. 은밀한 연인이 있다던지 혹은 이미 미래를 약속해 곧 혼인을 할 때를 노리고 있다는 그런 류의 소문이었다. 하지만 개중 현실적인 소문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리븐델로 건너오고 나서의 주군은 정말 엘프의 하루 삶을 인간처럼 써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고 고된시간을 보냈던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열린 이 연회에서 만큼은 무언가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새로운 소문에 임라드리스는 조용히 들떠있었다.
그리고 어린 엘프는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주군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조금의 배신감과 체념이 온 몸을 잠식했다. 그랬다. 어린 엘프는 남 모르게 맘속 한 구석에 주군을 담아두고 있었다.
곧 성인식을 맞는 어린 엘프는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주군의 앞에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희망조차 남질 않았다. 충격에 놀란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그럼에도 고정된 시선은 흩어질 줄 몰랐다. 저렇게 환한 웃음을 얼굴에 띄운 주군의 모습은 처음 보는 터였다.
누구십니까. 나의 주군의 마음을 차지하신 분은..
혹여 비명을 지를까 싶어 틀어막은 손가락 위로 눈물이 넘쳐 흘렀다. 훌쩍이지 않으려 애써봤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그 모습을 뵙고싶었다. 흐려지는 시야를 흔들어 눈물을 닦고 주군의 모습을 주시했다.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온화한 모습이 아니었다. 수줍어하고, 살갑게 웃으며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었다. 슬픔에 젖어버린 몸은 둔해졌다. 그저 올곧게 시선만 그의 주군께로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리지 않길 바라며 모든 신경을 주군에게만 쓰고 있었다. 덕분에 어린 엘프는 뒤쪽에서 은밀히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군. 그대는 혹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까?"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곳에서 들린 목소리에 당황한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차마 움직여 확인하지 못한 어깨에 따스함이 감겼다. 충분히 반항할 수 있었음에도 린디르는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손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얼굴을 보이고 말았다. 꾹 감은 눈에 당황한 듯, 눈물이 맺혔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후회를 해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보였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점이 자신을 더욱 당황케했다. 당연하게도 이곳에 온 손님들은 모두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분들이었다.
악햔 한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얼굴로 향하자 움찔거리며 눈을 떠 버렸다. 검은 동공에 맺힌 것은 어둠을 살라먹을 듯 빛이나는 황금의 머리칼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나무관이었다. 그린우드에서만 자란다는 귀한 꽃. 황금색으로 빛나는 열매. 손님이 누구인지 알게된 린디르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몸보다 허리를 잡아챈 손이 빨랐다. 갑자기 타인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된 어린 엘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곧 놀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작게 딸꾹질을 시작한 린디르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것을 그저 지켜보던 스란두일은 잠시 고개를 들어 린디르의 시선이 향했던 곳으로 눈길을 보냈다. 평생의 친우가 그곳에서 웃고 있었다. 맞은 편의 상대는 린돈의 왕이로군. 혀를 차올리며 품속에 들어앉은 작은 새를 스란두일은 포근히 감싸안았다. 크지 않은 키와 땋지 않은 머리로 보아하니 성인식조차 치루지 않은 어린 아이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어린 엘프의 마음속에 그늘을 만드는 이는 어느쪽일까."
안긴 이가 또다시 몸을 떨어냈다. 마치 아이를 돌보는 보모가 된 것 같은 모양새군. 한숨을 쉬어내며 품안을 헤쳐 그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에 새까만 눈동자만이 반짝였다. 묘하게 구미가 당기는 분위기네. 잠깐의 호기심이 왕자를 사로잡았다. 버림받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작은 동물들은 조그마한 온기에 쉽게 마음을 빼앗길지도 몰랐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맞춘 스란두일이 녹아들 듯 웃어보였다.
"나라면 매일 웃게 만들텐데."
커진 동공에 다시 혼란이 느껴졌다. 살그머니 올린 손이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리하고 볼을 감싸쥐었다. 단번에 빨개진 얼굴에 신선함이 느껴졌다. 어려. 작아. 여려. 조금은 순종적인데. 상냥한 모습으로 이마에 입맞췄다. 움찔,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손을 올려잡아 눈을 맞췄다.
"어떠하냐, 나와 함께 정원을 거닐지 않겠느냐. 어쩐지 오늘은 혼자있고 싶지 않은데."
아주 작은 유혹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어두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고민을 하는 것 같아 슬쩍 산책을 멀리나와 방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곤란하다는 말을 덧붙였더니 결정은 오히려 쉬워진 모양이었다. 눈물을 털고 매무새를 가다듬는 모습을 가늘게 눈뜨고 바라본 스란두일의 시선이 아주 잠시 친우의 방으로 향했다. 어느새 불꺼진 창문 틈새로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픽 웃으며 아이가 듣지 못하게 다가가 얼굴을 감싸안았다. 뾰족 솟아오른 귀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몇번이고 쓸었더니 그대로 화끈 달아올랐다. 당황하며 버둥대는 아이를 즐거이 바라보며 한쪽 품에 껴안은 채, 자리를 옮겼다. 그대의 덕에 모처럼 좋은 밤을 보낼지도 모르겠군. 들리지않는 감사의 인사를 친우에게 남기며 스란두일은 어린 엘프에게 이름을 물었다.
"린디르..입니다."
"예쁜 이름이구나."
칭찬을 받는 것이 서툴은 아이같이 시선이 발끝으로 향했다. 무심코 결좋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란두일은 다시 미소지었다. 달이 유난히도 밝은 임라드리스에서의 첫날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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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엘로스가 떠나기로 한 전날. 엘론드는 다 컸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게 베게를 품에안은 채, 다큰 동생의 방으로 갔을것 같다. 주저주저하며 문을 두드리면 이제는 제법 굵직하게 올라오는 목소리가 그를 맞겠지. 쉬이 잠못들고 있던 엘로스가 놀란 눈으로 형.하고 바라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척척 걸어와서 엘로스 곁에 베게 놓고 팡 누워버리는 엘론드 좋다. 잠이안와. 같이자자. 온기가 있으면 쉬이 잠들 수 있을것 같아. 나직나직 뱉어놓은 말들이 외려 온기가 되어 방 안을 따스하게 만들었어. 픽 웃으며 엘론드가 이불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엘로스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의 형을 마주봤어. 이제 언제서야 볼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픽픽 웃은 형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쌍둥이는 알 수 있었지. 서로의 무운을 빌고. 건강을 빌고. 앞날의 어둠이 가시길 빌었어. 한참이나 부여잡고 있던 손에선 땀이 날 정도였지만 누구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 말로 내뱉는 말들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더 와닿았어. 서로를 마주보며 그렇게 잠이들던 밤. 꿈도 꾸지 않았지만 그날의 밤은 정말이지 달았어.
다음날이 되어서야 떨어진 두 손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히 입은 채, 다시 마주했어.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쌍둥이는 서로의 똑같이 생긴 얼굴을 마주보며 슬핏 웃었지. 내가 보고싶으면 수경을 봐도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아?
하지만 그건 네가 아니잖아.. 주저하다 꺼낸 답변에 엘로스의 얼굴이 흐릿해졌어. 하지만 이내 익숙하다는 듯, 다시 웃어보인 엘로스가 덥석 형을 껴안았어. 나의 사랑하는 반쪽.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야.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 너무 슬퍼하지마.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엘론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몇번이고 돌아보는 동생의 눈을 맞춰주며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발코니에 올라가 멍하니 서 있었어. 아주 사라지고서도 혹여 돌아오지 않을까. 놓고간 것이 있을까 하염없이 바라봤어. 엘론드가 고개를 돌린건, 어깨에 닿은 따스함 때문이야. 뻣뻣해진 몸을 겨우 돌려 왼쪽을 바라보자 슬며시 미소짓는 길 갈라드가 곁에서 로브를 걸쳐주고 있었어. 의자도 끌어와 엘론드를 앉히고 자신도 곁에 털썩 주저앉았어. 주군..
오늘 밤은 나도 별을 보고 싶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며 엘론드가 바라보고 있던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어. 어쩐지 울먹해진 눈가가 뿌옇게 변했어. 하지만 울 수 없었어. 혹여 엘로스가 오면. 오면.. 제일 먼저 봐야하는데..
팔을 들어 맺힌 물기를 닦아냈어. 또렷해진 시야에 다시 길이 보였어. 시간은 많아. 기다릴거야. 겨우 진정하고 울음을 참아낸 엘론드의 머리위로 길갈라드의 커다란 손이 내려앉았어. 따스함에 기대지 않을거라 마음먹은 엘론드의 고개는 돌아갈 줄 몰랐지만 다시금 흘러내린 눈물은 차마 닦아내기도 전에 옷깃을 적셨어. 참으로 지독하게 긴 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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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란엘. 뱀파AU. 비 오는 밤.
지독히도 짜증나는 밤 이었다. 비는 흔들리는 마차의 유리창을 무수히 때리고 그 자국을 남겼다. 애꿎은 시가의 끄트머리만 손 끝으로 눌러대다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 뱉으니 앞의 시종이 움찔하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녹색의 프록코트는 습기에 형편없이 흐물거렸고 어제 새로 산 실크햇에 달린 비로드 장식은 축 쳐져있어 현재의 기분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사려고 했던 경매품을 놓친 것에 대한 부아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더럽고 치졸한 글로르핀델. 관심도 없던 조각상에 10만 파운드까지 부른 이유가 고작 내게 우월감을 표시하기 위함임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어쨌거나 스란두일은 하인도 통하지 않은 채, 스스로 일어나 경매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각상을 낙찰받지 못했다. 미청년의 나신을 조각한 대리석이었다. 제작자도 알 수 없는 작자 미상의 것이라 처음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으며 잡담을 하던 그였다. 그러나 그 조각상을 가렸던 휘장이 벗겨지는 순간 스란두일은 첫 눈에 반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단아한 이마. 마치 색이 있었다면 불그스름했을 통통한 뺨. 날카로운 턱선. 목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잔근육들은 너무나 아름다고 황홀했다. 넋을 놓은 자신을 두고 주변이들이 남색가라며 수군대는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저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달게 인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의 꿈 이었다. 결국 글로르핀델의 손에 넘어간 조각상은 단숨에 휘장에 감긴 채, 상자로 포장되어버렸다. 집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낮추어 한 번만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요청하는 언질을 시종을 통해 보냈지만 돌아온것은 유감이라는 말 한 마디가 전부였다. 그렇게 그린우드의 스란두일은 말그대로 체면을 구겨버린 참이었다.
점점 차게 굳어지는 주인의 얼굴을 흘끗 올려다 본 시종은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천성이 난폭하지는 않았지만 다혈질에 혈기왕성한 주인은 가끔 끓어넘치는 화기를 달래기 위해 밤새도록 말을 달리거나 희안한 트집을 잡아 시종들을 밤새 못살게 굴었다. 잠들지 못하는 것보다 걱정스러운것은 까탈스러운 주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어서 시종은 자신에게 애꿎은 화가 미치기 전에 저택에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저택의 근처로 온 마부가 잠시 대문이 열리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 마차를 멈추었다. 환하게 주인을 맞이하려 불켜진 저택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빗줄기 속에서도 그 위용을 자랑했다. 이윽고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자 다시 속력을 내는 채찍소리에 맞추어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부는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급하게 고삐를 잡아당겼다.
"무..무무무슨일입니까!!!!!"
"그..그..저기..그..."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단번에 들어도 불쾌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가 마차 안에서 들려오자 마부는 우물쭈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종이 있는 창 쪽으로 다가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창문을 두드리자 소리를 내며 열린 창문 틈으로 시종과 주인의 얼굴이 내비쳤다.
"그..주인님. 바닥에..왠 놈이 쓰러져있는데요..!?"
"뭐? 여기는 주인님의 저택영지 안쪽이다.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시종이 더욱 당황해 마부를 쳐다보았지만 마부는 몇 번이고 앞쪽의 바닥과 시종을 번갈아 보았을 뿐, 아무런 말도 더 잇질 못했다. 잠깐이나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시간에 짜증이 난 스란두일은 시종을 툭툭 치며 밖으로 나가보라 턱짓했다.
제에길, 그냥 지나가면 되는것이지. 이 밤중에 여기 무슨 사람이 있다고. 졸지에 안맞아도 될 비를 맞게된 시종은 중얼중얼거리며 겉옷으로 대충 빗물을 가리고 마부와 함께 그가 가리키는 쪽으로 향했다. 과연 무언가 거뭇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덥지 않은 쓰레기일 것이라고 주억거리던 시종은 얼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사람 모양을 하고 있자 아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주저앉고 말았다. 반대쪽 창문을 열고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스란두일은 고개를 갸웃하며 큰 소리로 마부에게 살아있나 확인해 보라 명했다.
"살..살아있습니다요!! 맥이 뛰는것 같은데요!! 주인님!!"
살아있는 사람이 이 시간에 나의 저택안에 쓰러져있다..라. 스란두일은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민가에서는 꽤나 떨어져있는 곳인데 구태여 이쪽까지 와 쓰러질 연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어쨌든 살아있는 자를 빗속에 내버려두는 것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다시한번 크게 소리쳐 그를 마차로 데려오라 명한 뒤, 스란두일은 지팡이를 치우고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조각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어떤 자일까. 남자? 여자? 노인? 그도 아니면 아가씨? 즐거운 상상속에 풀어진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때, 마차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시종과 마부가 비에 쫄딱 젖은 채, 끌고온 자는 남자였다.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젖을까 싶어 망설이던 시종은 바닥으로 그를 밀쳐 올렸다. 졸지에 스란두일의 발치에 엎드린 그에게서는 비맞은 짐승에게 나던 퀘퀘한 냄새가 났다. 단번에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쥔 주인의 눈치를 보던 마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주인님. 저택으로 향할깝쇼. 그래. 아, 넌 자리가 없으니 마부와 함께 앉거라. 조금 투덜투덜대던 시종은 어자피 홀딱 젖어 마차에 오를 수도 없다며 굽신댔고 천천히 마차의 문이 닫혔다.
출발한 마차의 덜컹거림에 엎드려 있던 자의 얼굴이 슬쩍 드러났다. 차마 손 댈 수 없어 발 끝으로 건드려 보던 스란두일의 행동이 멈춘 것은 그 때였다.
'이 아이...아까 조각상의 그 아이잖아...?'
젖었다는 것도 잊은 채, 손을 뻗어 눈감은 그 얼굴을 좌 우로 돌렸다. 비를 맞아 열이 올랐는지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싱그러웠다. 조각상은 소년의 어릴때의 모습이었는지 지금은 완연히 자라 청년, 아니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나이로 보였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고작 조각상 따위에 연연해 할 것이 아니었어. 게다가 스스로 내 저택을 향했으니 이 자가 나의 소유라는 것은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무심코 닿은 온기에 투정을 부리듯 기울어지는 고개에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둬들였다. 얼마나 쳐다보고 있었을 까. 마부의 거친 목소리로 저택에 당도하였다 고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한 스란두일은 축 쳐진 실크햇을 머리 위에 얹은 채, 지팡이를 짚고 반대쪽 문으로 내렸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우산을 가져와 수발을 들었다. 관심없는 척, 도도한 표정으로 스란두일은 집사에게 명을 내렸다. 안에 있는 자를 깨끗이 씻겨 내 방에 데려다 놓도록. 오랜 시간 주인을 모셔왔던 집사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여보였을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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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란엘. 동양풍AU. 비녀.
품에 있던 온기가 달아나버리는 통에 왕자는 슬쩍 무거운 눈꺼플을 들어올렸다. 급하게 매무새를 정리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움직임에 따라 흔들거리는 흑색의 머리칼이 폭포수처럼 어깨위로 내려앉는 모양새를 주시하던 왕자는 더듬더듬 근처에 놓인 나비장 안쪽을 더듬어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그리고선 마악 옷가지를 챙겨입고 머리쪽으로 손을 올리는 이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깨셨습니까."
폭삭, 제 위로 나동그라진 이는 미간을 찌푸릴 법도 하건만 그저 순하게 잡아당긴 이를 올려다보았다. 채 묶지 못한 머리칼이 그대로 어지러이 흩어졌다. 윤기가 번지는 머리칼은 흡사 밤의 하늘 같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의 지존이면서도 태양과 같이 빛나는 자신의 머리색과는 정 반대였다.
"일어나게, 불편하지 않은가."
손수 몸을 일으켜 누운 이의 어깨를 들어올렸다. 이제는 완연히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 이의 머리칼을 손끝으로 훝어내려 고르게 만들었다.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에 숨을 들이마시며 조절하는 엘론드의 낯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왕자는 개의치 않았고 이제는 숫제 접문이라도 하려는 듯, 밀착해 양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어느새 감겨 잘게 떨리는 속눈썹을 감상하며 미소지었다. 솜씨좋게 슥슥 올려진 머리칼을 이리저리 틀고 아까전에 꺼내둔 금색의 비녀를 가로질러 꽂았다.
묵직하게 올라가는 느낌에 감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반 장난으로 해보았을 뿐인데 의외로 어울리는 모습에 할 말이 없어졌다. 이래서야..무어라고 놀릴 수도 없었다.
살짝 가늘어진 눈매가 놀란 얼굴을 관찰하다 더듬더듬 손을 올려 머리를 매만졌다. 곱게 틀어올려진 모양새를 훑고 비녀에까지 손이 올라섰을 때, 그의 고운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전하. 저는 여인이 아닙니다."
매정한 손은 무어라 말 할 틈도 없이 비녀를 빼냈다. 순식간에 풀린 흑색의 머리칼이 요동을 치며 흐트러져 아까처럼 어깨에 닿아버렸다. 멍하니 모습을 보고있다가 그가 비녀를 앞에 슬쩍 던져두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화가난 것 같은 모습에 웃음이 났다. 혼자 웃음을 삼키며 비싯비싯 웃다가 그의 손목을 잡은 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평소와 같이 반항하다 못 이긴 척, 품으로 들어온 이를 껴안고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화가났느냐."
"...아닙니다."
"그 비녀는 여인의 것이 아니니라."
"....전하."
"내 것이다. 그러니 화내지 않아도 된다. 엘론드."
작게 한숨쉬는 소리가 품 안에서 들렸다. 하지만 이내 따스한 온기가 흐릿하게 등을 타고 올라왔다. 왕자는 작게 웃으며 그대로 몸을 기울였다. 두터운 원앙금침 위에 금과 흑. 두 가지의 색이 어지러이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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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오로. 전리품 完 (0) | 2013.06.25 |
글
엘윙은 아름답고 아름다우니까 그녀의 흐르는 눈물은 진주가되어 바닥에 떨어지면 좋겠다. 쉬이 울지 않는 그녀가 혹여 시름에 눈물을 보일때면 바닥으로 방울방울 진주가 흐르는걸로.
그의 아들들 또한 그녀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만 엘로스는 쉬이 울지 아니한 당찬 성격이었고 엘론드 또한 안으로 삭이며 인내하는 성격이라 그것을 아는이 또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가끔 홀로 밤을 지새우다 조급히 우는 부엉이의 울음소리에 폭풍처럼 서러워지면 베겟잇에 투명한 햇살같은 보석들을 쏟아내곤 하던 엘론드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며 토닥여줄 수 없음을 슬퍼하는 황금의 꽃이 늘 곁에 있었음을 그가 알았을까..
이제는 쉬이 손 올릴 수 없는 높은 어깨. 조금 더 고지식하고 딱딱해진 성격. 자신을 따스히 바라보는 청회색 눈동자. 그 어느것도 내 것이 될 수는 없기에.. 오늘도 글로르핀델은 조용히 아주 오래전 그 날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모른척 밝게 웃으며 안기면 난감해하면서도 따스히 벌려주던 양 팔에 다가가 손을 잡았다. 곱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보석들은 이곳에 이미 넘칠듯 많으니 나의 주군의 눈에서 더이상 보석이 쏟아지지 않기를..
+) 9월 14일 추가
아마 글로엘을 딱히 파지 못하는 이유가 글로리는 모든걸 초월하며 보는 시선을 갖고 있어서. 만약 엘론드가 손을 내밀었다면 글로리는 언제든 팔벌려 주군을 품에 안았을거야. 하지만 그래서는 안돼. 모든걸 내려놓고 다시 돌아온 글로르핀델에게도 자신에게도 그건 해선 안될 일이야. 아무리 그가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봐도. 자신이 온기가 필요해 몸을 떨어도. 서로 지켜보고 시선으로나마 감싸는 관계가 넘 좋다.
언젠가 딱 한번 정말 외로운 감각이 등골 깊숙히 까지 시려와 취중에 저도모르게 손을 내밀엇을것 같다. 글로리는 아무 말도 없이 내밀어진 손을 끌어당겨 품안에 가두겠지. 으스러질 듯 껴안고 미동도 없이 안을거야 그 품안에서 겨우 안도하면서 엘론드는 잠들었지만.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후회해. 극심한 후회. 죄책감. 글로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중을 들지만 그의 눈을 쳐다보기까지 단단히 다져야 하는 마음고생이 이어질 것 같다. 그런 관계 ㅇㅇ반면 스란두일은 제멋대로 와서 제멋대로 껴안아. 정말 일방적인 애정이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퍼붓는 사랑에 엘론드는 모른척 눈을 감아. 스란두일도 그것을 알아. 알면서도 껴안아줘. 제멋대로 굴다가도 사랑을 줘. 글로리와 방식은 다르지만 아끼는 마음은 같아. 그건 아마도 연민. 안타까움.같은 상실감을 느낌 전우애. 엘론드는 그렇게 적응해 나갈것 같다. 그건 아마도 세 엘프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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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할린디르. 성인식.
숲에 어둠이 찾아오고 고요가 사방을 뒤덮은 야심한 밤. 들릴듯, 들리지 않는 가벼운 발걸음이 풀벌레가 우는 소리에 묻혔다. 몇 번이고 넘어질 듯 급하게 찾은 장소는 달조차 보이지 않는 무성한 수풀과 높은 나무들로 가리워져 있었다. 가파르게 넘어가는 숨을 애써 고른 채, 어린 엘프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약속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남았으니 숨을 고르고 어여삐 보일 정도로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조금 남아보였다. 두근두근 진정하지 못하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검은 머리의 엘프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눈을 감았다. 곧 있으면 보게 될 이를 생각하면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어떤 인사를 꺼내야 하지. 소소한 것 하나하나가 고민이 되었고 두근거림으로 이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달려온 열기를 식히다 바로 곁에서 난 인기척에 흠칫 놀란 그 순간.
"일찍이네."
귓가에 속삭여진 목소리는 꿈에도 그리던 이의 목소리였다. 파들, 떨린 귀 끝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차마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는 수줍음에 속삭이던 이는 가벼이 웃으며 뒤에서부터 그를 껴안았다. 자신을 감싼 온기에 답하듯 천천히 올려진 손끝이 잘게 떨리며 꾹 부여잡은 단단한 팔을 더듬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시선을 올리면 곱게 접힌 눈웃음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은발의 엘프가 보였다. 저도 모르게 힘주어 잡은 팔을 몇번이고 고쳐잡던 린디르는 황급히 돌려진 동작에 잡았던 손을 놓쳤다. 목 근처에 닿은 코 끝에선 알싸한 숲의 향기가 감돌았다.
"보고싶었어."
낮은 저음이 온통 머릿속을 울렸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찾아 헤맸다. 발끝을 들어 시선을 맞추고 그에게 매달렸다. 천천히 뒤로 밀쳐져 크고 거대한 나무에 등을 바짝 대고나서야 그는 꽉 안았던 팔로 내 얼굴을 감쌌다. 얼굴 여기저기에 입맞춰오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보고싶었어요. 한마디 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쉬이 닿을 수 없는 온기이기에. 모든것이 톡톡 뛰는 심장박동처럼 조급했다.
아래서부터 올라온 손이 옷을 걷어냈다. 어딘가로 향하는지 깨달은 린디르의 얼굴이 불과같이 뜨거워졌다. 막 그의 턱끝에 입을 맞춘 후, 목선으로 입술을 가져가던 할디르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쇄골과 어깨 사이에 고개를 묻은 채, 튜닉 안쪽을 향하던 손을 그대로 허리께까지 밀어올렸다.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밖으로 노출된 곳은 여보란 듯, 파르라니 빛낳다. 맨살을 거리낌없이 쓸어올리며 튜닉을 모두 들어올린 할디르가 몇번 더 입을 맞추다 기어이 큭큭 거리며 어깨에 기댔다. 발갛게 올라온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혹 싫어하면 어쩌지. 어쩌지.
한참을 낮게 웃던 할디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올려 어린 엘프를 쳐다보았다. 어쩔 줄 모르는 눈빛에 긴장이 감돌면서도 천천히 허리께와 툭 튀어나온 골반을 쓰다듬으면 움찔움찔 떨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며 그의 위에서 맴돌던 손끝은 다시 얼굴로 향했다.
"이렇게 귀여운 유혹을 할 줄은 몰랐는걸?"
"......당신에게만 하는거에요."
"알아, 알고있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유혹은 참을수 없을지도 몰라."
"참지 말아요. 난 이제 성인이에요. 당신을 받아들여도 된다구요."
어둠속에 파르라니 빛나는 맑은 눈동자에 할디르의 얼굴이 맺혔다. 진심을 담은 고백에 그는 그저 웃어보이며 사랑스럽게 그의 뺨을 감싸안았다. 올곧은 마음. 성년이 되길 기다려온것은 그대 뿐이 아닌데.. 천천히 시간을 가늠해보며 할디르는 조금은 떨리고 있는 린디르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말랑한 감촉이 입안에 퍼졌다. 몇번이고 핥고 물어 맛을 음미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말간 눈매가 어느덧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플지도 몰라."
"괜찮아요."
"행복하지 않을지도.."
"할디르 그만..오늘은.."
슬픈 얼굴로 자신을 막아내는 단호함에 은발의 엘프는 다시 미소지었다. 그래.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오늘은 행복에 취하고 사랑의 온기에 몸을 묻어도 되는 그런 날 이니까.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쉬이 사과하고 만 입술이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조용조용히 애정을 속삭이는 낮은 목소리에 어린 엘프의 뺨은 다시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아주 약한 끄덕거림을 시작으로 두 엘프의 입술이 다시 겹쳤다. 끝나지 않을 성인식의 밤이 이제서야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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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드디어 끝났습니다..장장n달의 삽질이..ㅜㅜㅜ
3만자를 쓰기위해서 몇날 며칠을 몸부림쳤던가 생각하면 참 한숨이 절로 나오는 과정인것같습니다 ㅠ 매일매일 원고하시는분들 글/ 그림 쓰시는 분들 진짜 대단하신거같아요 ㅠㅠㅠ 연재, 혹은 단편을 주로 하다보니까 어떤 이야기를 매듭지어본게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이런식으로나마 책을 내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을(수도 있는) 기회를 경험해봤다는게 정말 뿌듯한 기분인 것 같아요 ㅠㅠㅠ
선뜻 반부스 같이 써주시고 마지막날까지 원고하느라 고생하신 조각비님, 위탁을 맡겨주신 시카님. 두분도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 제가 부스참가로는 두번째지만 혼자 준비했던건 첨이라 이것저것 머리를 써보았는데 뭘 어케 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ㅠㅠㅠ 뭔가 불편한점이 있으셨거나 하면 어쩌지어쩌지하고 맘졸였는데 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 같아서 다행인 것같아요! 신간 너무너무 잘봤어요 ㅠㅠ 아직 시카님 책 중 가장 야하다던(!) 책은 맨정신에 봐야지 하고 못본 상태인데 얼른 퇴근하고 봤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페라님, 기린님 ㅠㅠ 제가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맛난까까도 주시고 ㅠㅠ어허유ㅠㅠㅠ 이제서야 기억이 났는데 저 동인지 보여드리기로 했었네요? 짐이 많아서 진짜 머릿속이 새하얗게 날아간 것 같아요 ㅇ<-< 언제한번 따로 뵙고 독서회라도 열어야 할 것 같아요 ㅎㅎㅎ 대부분 있으시겠지만 보여드리고 싶은 책이 많기도하고 덕톡 너무 좋아요>< 일용할 양식주신거 너무 감사드려요 ㅠㅠ 슈크림은 방금전에 얼려서 해치웠고 비스코티? 비스코스? 여튼 요 예쁜 과자는 이따 저녁에 간식으로 먹어야겠어요 엉어유ㅠㅠㅠ다음에는 시간 넉넉하게 해서 뵈면 좋겠어요!
워터멜론 슈님, 세오니님! 전 사실 얼굴 기억을 잘 못해서 세오니님 첨에 인사드렸는데 슈님이 그새에 염색을 하셨나 ㅇ0ㅇ 이러고 혼자서 생각했는데 나중에 슈님이 오시더라구요. 아이고 이놈의 기억럭....OTL 저희 뒷 부스셨는데 바빠서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그런 것 같아요. 아쉽아쉽. 다음에 또 만날일이 있다면 인사부터 제대로 드려야 할 거 같아요 ㅋㅋㅋㅋ세오님 신간도 넘넘 잘봤어요 ㅠㅠ 슈님건 아직 제대로 정독못해서 오늘 밤 할 예정이긴 하지만요 ㅇ_<
공일님, 냥삼님! 두분 다 너무 아가씨신데요! 배포지도, 책도, 팬시도 넘넘 예뻐서 읽고 보는 내내 두근두근 했어요 ㅎㅎㅎ 팬시는 나중에서야 더 사려고 가보니까 ㅠㅠ 이미 두개는 매진 ㅠㅠㅠ 그래도 마지막건 제가 가져왔죠! 다행이에요 ㅠㅠㅠ 냥삼님 책 덕에 할디레골 생각보다 팬덤 늘어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더 많이 그려주세요 ^0^ 씽난다 ㅋㅋㅋ
그리고 공일님 ㅋㅋㅋㅋ 에델바이스 책보고 살짝 놀랐어요 ㅋㅋ큐ㅠㅠ 이 이야기는 우리 1월 1일이 지난 다음에 하기로 해요 ㅋㅋㅋ 사람 생각이 각각 달라도 이렇게 비슷할 수 있구나! 라는걸 절실하게 깨달았어요 ㅋㅋㅋㅋ 하긴 원래 스란엘이 좀 짠내가 나긴해요 흑흑흑 앗참 그리고 삼비님 ㅋㅋㅋㅋㅋㅋ 저흰 트친이 아니고 서로 모르지만 ㅋㅋㅋ 즐거웠어욬ㅋ 마카롱은 맛나게 드셧나요 ㅋㅋ 왠지 탐라의 아이돌이신것 같아서 재미있는 저 ㅋㅋㅋ 우리 1월 1일날 꼭 교류하면 좋겠네요 ㅋㅋㅋ 반지랑 호빗 파세요 << ㅋㅋㅋㅋ
류하님! 스란두일 등신대가 경매들어갔을때 저는 류하님의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야 말았어요. 아 그러쿠나 저것은 내것이 아니구나. 하하호호 ㅠㅠㅠㅠㅠㅠㅠㅠ휴완전 부럽습니다 ㅠㅠㅠ좋으십니까! 어엉어어 좋으냐고퓨ㅠ 전하 품이 좋으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이건 딱히 부러워서 그런건아닙니다 흑흑 그치만 진짜 예뻐서 부러웟...그래 부러웠어요! 흥! 큨ㅋ큐ㅋㅋㅋ 시중에 잘 없는(?) 부자책도 내주시고 흑흑 감사합니다 ㅠㅠ 요즘 제가 엘프분이 많이 부족했어요 ㅠㅠ엉어유ㅠㅠ부산이라 머셨을텐데 무사히 돌아가셨는지 궁금하네요 ㅠㅠ 다음엔 날짜 편히 잡아서 한번 뵈면 좋겠어요 U///U
카르님! 카르니뮤ㅠㅠ넘 짧게 왔다가셨어ㅠㅠㅠ엉어엉어유ㅠㅠㅠ 친구분이랑 오셔서 더 잡아둘 순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아쉬웠네요 ㅠㅠ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조만간 꼭 비님과 양꼬치를 먹으며 술잔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욜로님 ㅋㅋㅋ 책 완매(맞나!) 한거 넘 축하해옄ㅋㅋㅋ갈라마님이랑 행복하닠ㅋㅋㅋㅋ 이제와선 아쉬운 마음만 가득가득하지만 그래도 좋은 몸종(?) 만나서 마님도 행복하시지않을까 ㅋㅋㅋㅋㅋㅋㅋ슈리아랑 같이와서 이녕 이뿌다고도해주고 헤헤 여러가지로 도움 많이 받은것 같아서 언젠가 밥이나 한끼 먹어야지 하고 생각만(!) 늘 열심히 하는거 같당 ㅋㅋㅋ원고 두개하느라고 수고 많이 했엉!! 컬러책 진짜 잘나왔더라! 보면서 헉헉댐 ㅋㅋ큐ㅠㅠ
달님! 멀리서 와주셔서 진짜 감사해요 ㅎㅎㅎ 어쩌다보니 제가 금수본을 내서 ㅠㅠㅠ 보실게 없었지만 흑흑 우리 1년반 후에는 꼭 뵈여 ㅠㅠㅠㅠㅠ아니면 그전에라도 제가 스란엘을 연성하게된다면 전연령가를 내지않을까..< ㅋㅋㅋㅋ큐ㅠㅠ 스란엘시장이 많이 좁아져서 넘 슬프네여 ㅠㅠ 그러니까 존잘님이 어서 연성을 하시는 수 밖에 없어요! 앞으로 연성 기대할께요+_+
그리고 제가 닉을 까먹긴 했지만 온리전에서 안나스란 내주신 모님 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 전세계에서 저 혼자 글연성 하는줄 알았어요ㅠㅠㅠ 캐릭터노선이 다르긴하지만 정말 인포에서부터 안나 라는 글자를 보고 정말 기절할 것 처럼 놀래서 저희부스에서는 그 책을사려고 오시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갔었드랬죠.< 넘 반가운 마음에 냅다 제 트윗아이디를 던지고 오긴 했는데 넘 부담가시면 추가 안해주셔도 돼요 흑흐규ㅠㅠ 전 그냥 너무 반가워서 ㅠㅠㅠ 그림러는 그래도 존잘님들이 계시지만 글러는 진짜 저 혼자인거 같아서 (쭈글 암튼 넘 반가웠어요! ㅠㅠ
제가 분명...분명 빼먹은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ㅠㅠㅠ 진짜 기억력이 3초라서..ㅇ<-< 얼굴기억 못하는것도 다반사인데 이름을 적어놓을걸그랬어ㅠㅠㅠ흑흑흑 진짜 먹을것도 많이주시고 ㅠㅠㅠ인형 예쁘다고 칭찬 많이해주시고 ㅠ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엉엉어유ㅠㅠㅠ
책 사주신 분들도 넘 감사합니다. 닉네임이 오타가 날 줄 몰랐던 제가 지금까지 딱 2개의 오타를 찾았다는 내용인데요.....
혹 보실진 모르겠지만 초반의 2시대 라고 나온 단어는 3시대가 맞습니다 OTL 원고를 넘기고서야 발견해서 소리를 질렀다는 후문인데요ㅠㅠㅠ시간을 몇세기 거슬러올라가서 스란엘을 애기로 만들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ㅠ
진짜 넘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10여년 전 절반동주최와 다른 모님의 주최로 열렸던 온리전을 상기하면서 그땐 그랬지.. 라는 생각도 들고. 많이 변한 분위기나 진행방식같은것을 비교해보기도하고 혼자서 꿍얼꿍얼 마음에 행복함 가득 담아둔 시간이었어요 ㅎㅎ 행사진행하신 주최분들 반년넘게 행사 신경쓰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참가하신 분들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0^
후기 엄청길다(,..) 제가 항상 인평은 잘 안쓰긴 하는데 오늘따라 주저리주저리 쓸게 많네요 ㅋㅋㅋ
진짜 몇년만에 반지쪽 동인지꽃는 곳에 새 책이 들어오는건지 모르겠어요 ㅋㅋ 그 흥분감에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에와서 더 다양해진 캐릭터 해석과, 같은 방향 다른 느낌의 캐와, 새로운 소재들 그리고 뉴페이스 스란두일(ㅋㅋㅋ)덕에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기되서 너무너무 기뻐요 ㅠㅠ 호빗 2편이 개봉하고 제가 드워프에 발을 담글지 안담글진 잘 모르겠지만 엘프파도 좀 많이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흑흑 특히 스란엘<<<
그리고 인형 꾸미느라 진짜 고생 많이했는데 뻘짓도 예쁘게 봐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ㅎㅎ 사진찍으시구 예쁘다고 말씀해주시고 ㅠㅠ 혹 궁금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거지만 스란두일 ver (루츠 이벤트헤드 2011) 엘론드 ver (k-doll kill-u) 입니다!
엘론드는 문양맞추는것 때문에 낑낑댄 것 빼고는 괜찮았는데 스란두일...전하..전하.ㅎ..ㅎ.ㅎㅎ... 앞판뒷판 옷본조각 도합 22판의 전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그래도 예쁘게 나와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욬ㅋㅋㅋㅋㅋㅋ전하 전하꺼는 내가 안감도 달았다고 ㅋㅋ알어?ㅋㅋㅋㅋㅋㅋㅋㅋ엉엉 저눔의 왕관...좀 허접해보이긴하지만 그래도 없는것보단 낫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구요 ㅠㅠ 나뭇잎으로 가리니까 좀 낫지 않나요< 아니면..아니면 그냥 울구요..<
와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친구 위탁찾으러였지만 먼길와서 중생에게 마카롱 드랍하고가시고 이녕 바디도 빌려주신 리리님 완전 사랑합니다!!!! 부스+ 스란두일/ 엘론드 이녕코스 사진은 밑에 올릴께여!!!!
마지막은 슬쩍 손잡는 스란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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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호온 빗7] 중간계프리덤 부스에 나오는 스란엘 떡제본(19금) 수요조사합니다. (13) | 2013.07.11 |
글
1. Once in a Lifetime [스란엘/19금]
[Sample]
마치 내일은 날씨가 좋으니 사냥을 나가겠다는 가벼운 말투로 스란두일은 무서운 말들을 내뱉었다. 선연히 떨리는 눈동자를 감출 생각도 하지 않는 채 자신을 바라보는 엘론드를 가벼운 미소 하나로 받아내며 응수했다.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스란두일의 푸른색 눈동자를 바라보았지만, 엘론드에게 보이는 것은 無.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그저 푸른색의 바다. 아니 하늘. 아무것도 없이 그저 끝없이 이어진 광활한 허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미래는..
얼결에 뒤로 물러난 엘론드가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스란두일은 그저 침묵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봤을 테지. 미래를. 확인했겠지. 나의 결심을. 가늘게 떨리는 어깨를 끈질기게 주시하던 눈동자는 탁자 위에 남겨진 잔으로 향했다.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서 반쯤 남아있던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말을 고르느라 메마른 목 안을 독한 술이 적시며 넘어가는 소리가 경쾌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넣은 후 그는 잔을 바꾸어 물을 채웠다. 마음의 무게라도 담긴 양, 무거워진 잔을 들고 스란두일은 아까의 자리로 돌아와 엘론드에게 조심스레 건넸다. 그의 손끝이 닿은 곳마다 얼음같이 차가운 냉기가 서렸다. 창문 틈 사이로 그러모았던 희미한 온기가 다시 사라지고 손끝이 시려왔다. 그 서슬에 눈을 뜬 엘론드는 마주하고 있는 얼굴에서 따스한 미소가 흘러나오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추위를 느꼈다.
"이제야 자아를 찾은 걸 축하해 주지 않을 텐가?"
"....당신은 끝까지 멋대로군요."
"알아. 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이 나 스란두일의 방식이다."
"같이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그대와?"
갑작스러운 반문에 엘론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럴 줄 알았다며 스란두일은 소리 내어 웃었다. 들고 있던 잔이 넘칠 정도로 침대가 움직이자 스란두일이 겨우 진정하고 잔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놓은 채, 엘론드의 곁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어서야 스란두일은 사뭇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엘론드를 바라봤다.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입술이 아주 잠깐 멈추었다가 열렸다.
"아니 그럴 리 없어."
"......스란두일.."
3시대가 지나가고 4시대를 맞이하기 전, 엘론드와 스란두일의 이야기를 담은 카피본입니다.
◈ A5 떡제본 ◈ 40 페이지 ◈ 19금이하 구독불가 ◈ 4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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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엘라단린디르 (할린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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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고 착하기만 하던 린디르랑. 엘로히르는 적극적으로 쫒아다니고 엘라단은 맘속으로 연모하는데 그게 티가 팍팍날 뿐이고 곤란해 하던 찰나, 황금숲에서 사절이옵니다. 한눈에도 늠름해보이는 엘프였는데 그거시 할디르..첫눈에 반해서 은근슬쩍 가지도않던 밤산책을 다니고 할디르랑 어느새 사랑을 속삭이고 그걸 엘라단이 봄. 엘로히르는 못봄. 낮에는 엘로히르가 견제하는데 엘라단은 할디르 따로 불러서 어린애 가지고 놀지말라고 충고하고..
근데 완전 완쟈님 돋게 내가 책임진다고. 어린애는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은데? 이러면서 비웃으면 좋겠다. 그리고 완전 수순대로 린디르 발정기날에 밤을 같이보내고 'ㅠ' 애생긴거 확인도 못하고 황금숲으로 돌아가야해서 다음에오면 청혼하러오겠다...아 이거앵슷이네
한편, 엘라단은 본건 아니지만 눈치챘음. 린디르도 좋아하는거같으니까 속이 탐. 고백도 제대로 못해보고 자기 동생처럼 들이대본것도 아니라서 너무 가슴아픔. 게다가 황금숲으로 할디르가 돌아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니까 린디르가 수척해짐그거 보기도싫고 질투다고 며칠 퉁퉁대면서 있는데 어느날 꺠닫는거지. 각인됐구나.. 엘라단은 알파고 엘로히르는 베타면 좋겠다. 각인을 느끼는게 엘라단 뿐이라서 엘로히르는 여전히 린디르한테 붙어서 늘어붙고 같이 막 놈. 그래서 막 포기하려는 찰나에..황금숲으로 할디르는 돌아가버리고 린디르가 울어버렸음. 알음알음 소문이 난 상태라서 저런..쯧쯧..하고 헤어지는걸 늦춰주긴 했지만 어쨌든 돌아가야함. 그리고 최후의 전쟁이 터져버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린디르는 임신했고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입덧이 심해서 금방 알아채버렸음. 엘론드가 아빠가 누구냐고 추궁했지만(모름) 린디르는 말 못함.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마롣에게 걱정을 끼치고..더군다나 결혼할지 안할지 모르는데.. 감정의 진폭을 조절할수가없어서 린디르가 울망거리니까 한숨쉬면서 묻지않겠다고. 낳을꺼냐고 물어보는데 이악물고 고개를 막 끄덕여. 낳아야겠대. 그럼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고개를 도리도리저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지도 못했어. 엘라단이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와서 조심스레 물어봤어. 왜 결혼하지 않아? 그가 싫대? 엘라단은 알고있었던터라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봤어. 근데 린디르가 웃으면서 울어. 편지를..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요. 그 한마디에 엘라단이 정말 화를내. 그자식 너 갖고논거냐고.
정말 엄청나게 혼자 화를내고 하다가 각인까지 시키고..라는 말 까지 나와서야 린디르가 정말 눈을 크게 떠. 그것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놀라는 모습을 보고 엘라단이 정신이 들어서 린디르를 다독여. 무슨 일이 있을거야. 걱정마. 지금은 아이만생각해.
겨우 진정시키고 재우고나서 엘라단은 엘론드한테 달려갔어. 황금숲으로 전령을 보내야겠는데 도와주십시오. 이러는데 고개를 저어. 지금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그곳도 휘말려있다. 대군을 준비하고 지원하는데 바쁠거다. 무슨일이냐. 라고 말을 하는데 그제서야깨닫지. 연락이 될 리가 없었어. 허탈감에 젖어 엘라단은 방으로 돌아와서 고민해. 불안함이 앞섰어. 자신은 아버지처럼 예지능력은 없어. 하지만..감이란게 있어서. 이걸 과연 린디르에게 말해도 되는건지 판단이 서지않았어. 아이를 가지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렇게 엘라단이 고민하는 새에 린디르의 배가 부풀어올라. 엘로히르까지 알아버렸어. 그전까지 쉬쉬했는데 이젠 다 알아버렸어. 애써 웃으면서 다니는데 제정신일 리가 없어. 아무것도 아닌척하면서 다니는데 뒷소문이 쩔게남. 엘로히르마저 이제 못쫒아다닐정도로.
임라드리스에서는 지원병력을 파견했지만 사우론이 임라드리스마저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없었어. 엘라단과 엘로히르도 자연스럽게 바빠졌어. 린디르에게 점점 소홀해졌어. 그렇게 세 사람에게 무의미한 시간이 갔어.
그러던 중,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어. 사우론이 소멸되었단 소식이야. 바랏두르의 성은 무너졌고. 모든것은 뜨거운 불길속으로 사라졌어. 아라곤이 이겼어. 힘을 잃은 군단들은 모두 사라지기 시작했어. 그들을 베고 지켰어. 이제 모든게 끝났어. 함든 시간들이 지나고서야 엘라단은 언뜻 할디르 생각이 났어. 이제라도 어서 와서 린디르를 데려갔으면 했어. 여전히 빼앗기는건 슬프고 분하지만 그애가 행복하면 괜찮을 것 같았어. 이제 조금 있으면 할디르가 올거야. 라고 린디르에게 전해줘야지. 하고 보고를 듣고나서 막 방을 나서려는 찰나, 전령은 새로운 소식을 전했어. 황금숲의 파견병력은 절반정도로 큰 타격을 받앗다고. 그들을 이끌고 갔던건 젊은 엘프였는데 이번에 목숨바쳐 싸우다가 그만 눈을 감았다고. 멈칫, 하던 엘라단이 저도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의 이름을 물어.
할디르였어.
그순간 뒤에서 유리깨지는 소리가 났어. 반사적으로 돌린 눈앞에 린디르가 있었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분위기로 린디르도 알고 있었어. 그리로 갔구나. 그러면서 매일밤 기도하고 배를 쓰다듬었어. 아빠가 무사하길 빌자 아가야. 곧 있으면 오실거야..
눈물이 펑펑 솟아올라. 몸을 가누질 못해. 엘라단은 황급히 아버지가 보실까봐 문을 닫았어. 쓰러지려는 린디르를 받치고 자신의 몸에 기대게 했어. 일단 진정해야 할 것 같아서 재빨리 건너편 방 안으로 그를 옮겼어.덜덜 떨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해. 계속 울다가 탈진할것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 진정하게 하려 껴안아보지만 차가워진 체온이 돌아오질 않아. 제발. 그만. 린디르 제발...제발.. 그만..울어.. 애닳는 목소리가 닿지 않아. 텅빈 눈속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바닥에 무릎꿇었어. 울듯한 눈망울이 그를 쳐다봤어. 다시한번 밀어내려는 목소리가 나오기전에 엘라단의 저음이 방안을 메웠어. 린디르. 나랑 결혼하자.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린디르는 엘라단을 쳐다봤어. 무....무슨.....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맑은 청색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어. 떨리는 손을 꾹 잡아 힘을 줬어.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 엘라단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어. 네가 다른이를 가슴에 담아도 괜찮아. 아이도 낳을 수 있어. 하지만...너 혼자 모든걸 짊어지는걸 내가 못보겠어..나랑 결혼해줘..내가 모두 책임질게. 린디르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어. 아니, 아니에요 엘라단. 당신이 왜요. 엘라단은 더 좋은 반려를 만나야..
내가 괜찮다잖아! 니가 이러는게 싫다잖아! 네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널 보낸거야. 마음조차 고백하지 못했었지만 난 네가 행복하다고 하면 물러설 수 있었어! 근데. 근데 이건 아니야..린디르 제발. 제발..결혼만..응..그것만 해줘..날 평생 바라봐주지 않아도 괜찮아.. 너와 그의 아이잖아..혼자선 힘들어 알잖아. 혼자서 키울 수 있는 능력도 한계가 있어. 내가 너의 방패가 되어줄게. 제발 그렇게 해줘. 난..그것만으로 만족할 수있어 린디르.
서글서글한 눈으로 엘라단은 린디르를 바라봤어. 떨리는 눈동자에서 기어코 눈물이 비집고 흘러나와. 울면서 왜..왜 당신이 그러느냐고. 나같은거 신경쓰지말고 좋은 분 만나실 수있는데 엉엉 울어. 아까는 소리도 못내고 울었으면 이번에는 정말 소리지르면서울어.
다시 린디르를 꼭껴안고 토닥여주면서 속삭여줘. 미안해. 좋아해서. 미안해. 사랑해서. 미안해. 널 모른척 할 수가 없어. 미안해....이러면서 린디르를 달래. 정말 밤새 울어제낀 린디르는 어느순간 울다가 기절해버렸어. 황급히 진맥을 해봤지만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어.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던 린디르는 결국 엘라단의 청혼을 받아들였어.
엘로히르는 화가났어. 아이까지 가졌을 때, 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눈치가 없지만 그정도는 알 수 있어. 형도 린디르를 좋아했어. 자신도 린디르가 임신했다고 했을때, 당황스러웠던건 사실이야. 그런데 아이 아빠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형이 결혼을한다고?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엘로히르는 엘라단을 찾아갔어. 다짜고짜 형에게 가서 주먹부터 날렸어. 한번 대차게 나가떨어지고 발끈했지만 엘라단은 곧 눈을 감았어. 치고싶은대로 쳐. 이러면서 엘로히로의 분노를 받았어. 하지만 엘로히르는 화를 낼 수 없었어. 정말 멱살까지 다 쥐어짜고 숨을 조르면서도 더이상 칠 수가 없었어. 어떻게..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엘라단이 눈을 뜨고 서글프게 웃었어. 미안.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겐 최선의 방법이었어... 엘로히르는 죽일듯 형을 노려보고나갔어.
결국 엘라단과 린디르의 결혼식이 치뤄지고 그들은 부부가 됐어. 항간에는 엘라단이 사고를 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다 나중에서야 회개했다며 수군거렸어. 엘론드조차 정확한 내막은 듣지 못했으나 그는 아들을 믿었지. 엘라단의 의지는 확고했으니까.그렇게 아이를 낳았어. 아이의 머리칼은 검은색이었지만 옅게 회색의 느낌이났어. 하지만 린디르와 엘라단은 침묵했어.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려 가장 처음 봤던 엘론드는 그제서야 깨달았어. 아이 아빠가 누군지..
엘로히르는 여전히 그 둘을 살갑게 쳐다보지 못했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거야. 그토록 좋아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린디르가 몸조리를 하는동안 엘라단은 아이와 그를돌봤어. 자신에게다가오지 않아도 괜찮았어. 그를 안고 사랑해주는것만이 사랑의전부는 아니야.
아이가 천천히 기어다니고 걸어다닐즈음에서야 린디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어. 한창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고 밤이되자 피곤해진 아이가 보채고 린디르는 아이를 안아서 재웠어. 잠이들자 평소처럼 작은 아이침대에 눞히고 잘준비를 했어.
린디르와 엘라단은 부부였지만 방을 따로 썼어. 공식적으로 한곳은 드레스룸이었지만 알만한 엘프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들이 각방을 쓴다는걸.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 엘라단은 웃어보이며 린디르에게 좋은 밤 되라고 이마에 입맞췄어. 막 몸을 돌려 나가려는 찰나, 소매를 잡아당기는 감촉에 엘라단이 뒤돌았어. 새빨개진 얼굴의 린디르가 차마 엘라단을 쳐다보지 못한 채, 이리저리 시선을 피했어. 같...이 있어주세요. 밤에 무서워서..
...괜찮겠어..? 린디르, 무리할 필요는../아...아니에요..무리한..거..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어. 린디르가 주절주절 변명을 했어. 아이때문에 요즘 잘 못자는데 밤바람소리가 무서워 잠들기가 겁이난다고..같이있어주면 좋겠다고..
엘라단이 린디르를 감싸안았어. 톡톡 뛰는 심장소리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렸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린디르가 결심한 눈으로 그에게 말해. 부부잖아요..엘라단.
그날부터 엘라단과 린디르는 같은 방을 썼어. 몸을 섞게되기까진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지만 껴안고 자는것 만으로도 발전한 관계였어. 천천히 린디르는 엘라단을 의지했고 애정을 가졌어.
그렇게 한커플이 탄생했다는 이야기.
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사방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검은 갑옷을 입은 군사들과 은빛 휘장을 두른 엘프들이 서로에게 활과 칼을 겨눴다. 아무리 보아도 수적으로 엘프들에게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헛점을 노리기에는 충분했다. 죽음을 감행한 엘프들의 공격에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나갔다. 어자피 돌아가기 힘들 거라는 것을 오로페르는 알고 있었다. 멍청한 놀도르 상급왕에 대한 신다르 일족의 선물이라 명명하자며 그의 가신들과 마지막 만찬을 즐긴것은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적진에 은밀히 침투하여 최대한의 피해를 내는 것, 그것이 오로페르의 목표이자 그를 따르는 그린우드 병사들이 명받은 최후의 임무였다. 신다르의 손으로 승패를 결정하자. 라는 저돌적인 왕의 뜻에 엘프들은 쓰러지면서도 손에서 칼을 놓지 않았고 숨이 끊어지려는 그 순간에도 적의 목숨을 노렸다. 그러나 용맹함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군대는 아니었다. 이미 절반 이상의 수가 무너졌고 비명과 열기가 가득한 이곳에 희망은 없었다. 이젠 죽음까지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침착하게 자신의 품안으로 날아든 오크의 팔을 던져버리고 오로페르는 다시한 번 숨을 몰아쉬며 뛰어내렸다. 피에 젖은 칼날이 점차 무뎌지고 있었다.
몇 번이고 검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터라 그린우드의 사기는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큰 목소리로 독려하며 앞을 헤쳐보지만 오로페르에게도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것은 이쪽이다. 상황을 눈치챈 적들은 순식간에 무장을 한 채, 침입자들에게로 뛰어들었다. 애써 잡은 우위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오로페르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어자피 버리기로 한 목숨. 아까울것은 없었다. 다만 한놈이라도 더 쓰러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빌었을 때, 눈 앞에서 녹슬은 쇳덩이가 번뜩였다.
"주군!!!!!!!!!!!!!!!!!!!!!!"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에 반사적으로 막아선 검이 오크의 칼날을 가로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팔에, 검에 닿은 것은 오크의 더러운 살덩이가 아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소리를 지른 가신의 몸뚱이였다. 두 눈을 크게 뜬 채, 날붙이에 가슴을 뚫리고 검붉은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며 고통스러워하는 가신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무..사하시군요. 한마디 말을 내뱉고 다시 꾹 다문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해 볼 시간도 없이 가신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을 꿰뚫은 오크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천천히 무너지는 가신의 몸뚱이를 붙잡고 소리지르며 검을 휘둘렀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동작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무너져내린 엘프 둘 따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떨리는 손으로 채 감지못한 가신의 눈가를 지그시 눌러준 오로페르는 혼자 보내지 않겠다며 조그맣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나 위협당하고 있는 궁병들의 앞으로 달려나갔다. 갑자기 막힌 공격에 오크떼들이 괴성을 지르며 그에게 몰려들었다. 막 앞에서 달려오는 놈의 정수리에 내리찍으려고 준비하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오크의 이마 정 중앙에 꽂혔다. 그 한 발의 화살을 기점으로 뒤쪽에서 화살비가 쏟아져내렸다. 용케 엘프들은 걸러낸 채, 적들을 겨냥하는 화살에 당황한 그린우드의 전사들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지원군이 없을텐데..? 막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오로페르의 눈에 낭패의 빛이 어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푸른 문양이었다. 완전 무장을 하고 말을 탄 린돈의 군사들은 서둘러 살을 날려 적들을 위협했다. 동요하는 군사들에게 당황하지 말라며 크게 외치는 오로페르가 다시 침착하게 남은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무하리만치 짧은 시간이 지나고 작은 부대하나가 완전히 궤멸된 후에서야 그린우드의 병사들은 고개를 들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그 눈빛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린돈의 군사들이 끼어드는 순간 많은 동료의 희생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탄식하며 미간을 부여잡은 오로페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어라 소리지르려는 순간, 목 뒤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희미해진 시야에 무섭도록 차가운 길 갈라드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몇번이고 쿵쿵대며 벽을 울리는 소리에 길갈라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풀어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서겠지. 움찔대며 신경을 쓰려는 부관에게 눈짓을 하자 큼큼 목소리를 더듬어가며 사후보고를 마쳤다. 간결하게 요약된 보고서 마지막에 거칠게 사인을 하고서야 길 갈라드는 부관을 내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 방으로 향했다.
더러운 천으로 뒤덮인 길쭉한 자루가 방 한 구석 침대 위에 덜렁 있었다. 무언가 하고 있는지 꿈틀거리며 얇은 천이 움직이는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기척을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길갈라드는 묶여있는 자루로 다가가 끈을 풀기 시작했다. 더운 공기가 훅 뻗어나오고 군데군데 피로 얼룩졌지만 여전히 빛나는 은발이 드러났다. 정신을 차린지 꽤 오래되었는지 무어라 억눌린 신음소리를 내며 과하게 몸을 비틀어 자루를 빠져나오려 애쓰던 오로페르는 겨우 상반신이 바깥으로 노출되고서야 정신을 다잡고 길 갈라드를 노려보았다. 분노의 가득찬 시선을 받아내는 이 치고 무표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길갈라드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걷어내고 입을 막은 재갈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호의를 보이자 마자 돌아온 것은 저주의 언사를 내뱉는 과격함이었다.
"네놈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성문 정도는 열 수 있었다!!! 이게 무슨짓이냐!!"
"....당신이야 말로 이게 무슨 짓입니까. 시정잡배도 아니고."
"놀도르의 대왕을 자칭하는 그대에게 참으로 어울리는 언사가 아닌가. 이런식으로 뒷통수를 칠 줄은 꿈에도 몰랐군."
"말은 바로하셔야지요. 뒷통수를 맞은건 저이지 않습니까."
자신을 향한 분노를 그대로 받아내며 길갈라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이 멀쩡한 것을 보니 어디 부러지거나 한 곳은 없는 모양이군. 한참동안이나 저주의 말이 섞인 이야기를 내뱉는 오로페르덕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길갈라드는 몸부림치는 그를 도와 감싸고 있던 자루를 벗겨내었다. 궁지에 몰린 그를 보자마자 뒷목을 쳐 기절시킨 후, 남들의 이목에 띄지 않도록 수레에 던져넣고 진지로 귀환한 터였다. 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외려 처리하기에는 수월했다. 사라진 군대에 대해선 비밀 임무를 띈 채, 은밀히 이동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고 그 인솔을 그린우드의 왕께 맡기었다 하면 또 그만이었다. 어자피 살아남은 이들은 정신을 잃은 주군을 확인한 뒤 스스로 무기를 던졌다. 한 가지의 문제라면 많은 수의 군대를 잃고 홀로 서야 할 왕의 거취 뿐이었다.
겨우 빼낸 자루를 뭉쳐 근처에 던져둔 길갈라드는 손을 털며 굽어진 허리를 폈다. 귀 뒤로 넘겨준 보람도 없이 다시 흐트러진 은빛의 머리칼에 가리워 오로페르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자루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발길질이라도 날아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얌전했다. 다시한번 머리칼을 정리하려 뻗은 손길에 무언가 딱,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묶여 늘어진 몸이 작게 움찔하더니 그대로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에 엎어진 몸뚱이를 일으켰다. 다 터진 입술에 무언가가 물려있었다. 화려하게 세공된 왕의 목걸이. 작은 유리로 된 장식 속에서 검은 가루가 산산히 흘렀다.
"이런 젠장."
입속으로 우악스럽게 손가락을 쑤셔넣으며 목 안쪽을 긁어냈다. 소리를 높여 입구에 대기하던 부관을 불렀다. 막 헛구역질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한 부관이 그 길로 달려가 엘론드를 데려왔다. 다급하게 응급상자를 가지고 들이닥친 엘론드가 다가왔을 때에는 이미 억지로 물을 주입하고 토해내게 하는 중 이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으니 염려말거라. 그보다 저것을 먹었다. 무엇인지 확인해보거라."
다시한번 물을 먹이고 등을 세게 두드려는 손짓이 빨라졌다. 곁에서 남은 가루를 찍어 맛을 본 엘론드의 낯색이 희게 질렸다. 가지고 온 상자를 열어 이것 저것을 섞어내던 엘론드가 흰 종이위에 해독제를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든 오로페르가 이를 악물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엘론드! 그걸 물에 타라!"
격렬하게 몸부림치는 오로페르의 뺨을 몇대 갈기던 길갈라드는 도무지 진정하지 않는 모습에 오로페르의 위쪽으로 올라탔다. 움직이려는 얼굴을 붙잡고 숨쉬지 못하게 코를 막은 뒤 엘론드가 받쳐준 그릇에 담긴 물을 머금고 입술을 겹쳤다. 반항하려는 몸짓은 길고도 끈질겼으나 부족한 산소에 몸이 잘게 떨려왔다. 기어코 입을 열고만 틈새로 물이 줄줄 흘렀다. 그릇이 바닥을 보이고서야 경련이 멈추고 몸에서 힘이 풀렸다. 마지막 모금까지 넘긴것을 확인한 길갈라드가 그제서야 우악스럽게 잡았던 턱과 코를 놓아주었다. 잔기침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린 오로페르의 눈동자에 촛점이 제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길갈라드는 조용히 엘론드를 물러나게 했다. 너저분해진 얼굴과 시트에 떨어지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뜨거운 눈물이었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마십시오."
"...나이어린 전사들도, 함께 그린우드에 입성한 친우들도 모두 떠나보냈다. 백성을 지키지 못한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쓸데없는 짓은 네놈이 하고 있지 않느냐!!!"
"잃은 백성만 백성입니까!!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은 이들은 당신의 백성이 아닙니까!!!!"
저도 모르게 잡아올린 멱살에 숨이 막히는지 열오른 얼굴사이로 거둬지지 않는 적개심이 보였다. 여전히 냉정한 모습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한 번이라도 나를 살갑게 봐준 적이 있었던가.
잡았던 멱살을 풀고 도로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굴러다니는 천조각을 들고 다시 기침을 시작한 틈을 타 길갈라드는 재갈을 물렸다. 허튼짓을 하게 둘 순 없었다. 인간과 요정의 동맹. 그 이전에 놀도르와 신다르의 동맹. 이 자리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있었는지 그가 모를리 없을터. 묶여진 매듭을 쓰다듬으며 다시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했다. 몸부림쳐도 이젠 소용없었다.
"이 지옥의 끝에서 혼자서 도망치게 제가 놔둘 것 같습니까?"
"ㅇ..ㅇㅡ.읍..읍!!!!!"
"그린우드에서 지원군이 온다는 서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돌려보냈습니다. 어린 왕자에게는 길고도 잔혹한 싸움이 아닙니까."
거짓말처럼 몸부림이 멈추었다. 크게 떠진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눈을 하는 때도 있구나. 새삼 길갈라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늘 자신을 쏘아보던 눈이었다. 한참 그렇게 오로페르를 쳐다보던 눈은 잠깐 감겼다 평소의 눈으로 돌아왔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당분간은 제 침소에 계셔야겠습니다. 대단한 분이 벌이신 소동을 수습하려면 제게도 시간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십시오. 오로페르."
처음으로 멋대로 불린 이름에 오로페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입끝에서 굴러가는 발음을 되뇌어보던 길갈라드는 슬며시 미소를 입술에 띄웠다. 허튼짓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겁니다. 그대에게도, 그대의 왕자에게도 말입니다. 협박조의 문장을 주억거리며 엉킨 은색의 머리칼을 모두 풀어낸 길갈라드는 남은 천조각을 길게 찢어 침대의 기둥과 오로페르의 손목을 연결시켰다. 몇번이고 묶인 매듭을 확인하고 오로페르가 보이지 않게 얇은 이불을 덮은 후에서야 몸을 일으켰다. 무어라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왕이 있는 곳을 잠시 바라보던 시선이 사라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방안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이의 흐느낌만이 아주 가늘게 퍼졌다.
오로페르가 길갈 명령 어기고 결사대 이끌고 나갔다가 부하들과 함께 죽을 각오였는데 길갈이 도중에 오로페르만 구해서 온거 보고 싶어요ㅠㅠㅠㅠ오로페르는 부하들 다 죽이고 자기만 살아 돌아오면 뭐하냐고 길갈한테 제발 죽게 해달라고 하면서 막 자살하려고 하니까 길갈이 자기 침소에 가둬놓고 입에 천 물려놓고 양손 구속하고 다리에 족쇄 채워서 꼼짝 못하게 해놨는데 안전을 위해서 였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속에 위험한 욕망이 이글이글...아... <- 라는 카르님 리퀘..인데....:Q.....욕망 어디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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