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코안나. 밀회.

톨킨버스 2013. 9. 25. 03:26

너무도 낡은 곳 이었다. 죽은 짐승들의 시체와 오물들이 산을 이뤘고 악취 또한 진동을 했다. 헐거운 못 두어개로 간신히 고정한 문은 마치 오래된 종이처럼 건들기만 해도 바스라졌다. 그분이 계신 곳이라곤 믿겨지지 않았다. 이토록 허술하고 낡고 더러운 곳은 그분의 숨결조차 닿아선 안됬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리만치 잔인했다. 애써 차오르는 울분을 억누른 채, 부서지는 문을 곁으로 던져버린 안나타르는 안쪽으로 향했다.

몸을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질 않았다. 이곳에는 어자피 아무도 오지 않을것이다. 입구에서부터 그랬다. 발라들은 이곳에 그 흔한 보초하나 세워두질 않았다. 죽음의 땅. 파멸이 가득한 대지. 살아있는 존재들은 절로 근처에 오길 꺼리는 곳. 절망만이 가득한 이 제일 깊숙한 곳에 나의 주군이 있었다.
길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발걸음이 절로 향했다. 어느새 바빠진 걸음걸이는 휘청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힘이 샘솟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거짓말 처럼 넓은 홀이 나타났다. 그 끝에 새카만 어둠으로 몸을 감싼 인영이 보였다. 보는 순간 깨달았다. 그리고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미친듯이 그 끝으로 향했다. 마치 인형처럼, 조각처럼 미동도 없이 쇠사슬에 구속된 모습이었다. 억눌린 분노는 탄식의 소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분노와 슬픔으로 떨리는 몸뚱이가 죄스러웠다. 겨우 앞으로 나아가 차마 손조차 내밀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발밑에 엎드려 울다 겨우 용기를 내어 천천히 입맞췄다. 부르트고 갈라진 발 끝은 마치 돌처럼 단단하고 차가웠다. 그것이 더 서러워 왈칵 떨어지는 눈물을 부볐다. 그토록 원했던 온기가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다 작은 파열음을 들었다. 입맞췄던 발에 금이 생겼다.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보람도 없이 쉽사리 균열은 커졌고 금세 부서졌다. 엉겁결에 감싼 손 끝에서 느껴진 온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주...군..?
마치 새로운 생명을 받아 태어나는 것 처럼 부서진 조각들은 별처럼 산산히 흩어졌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는 새하얀 발. 그 발이 보였다. 늘 자신이 입맞췄던 발. 늘 향유를 발라드렸던 그..발.

천천히 고개가 들렸다. 좁은 발목을 지나 종아리 선으로 올라갔다. 툭 도드라진 무릎이 보였고 단단한 허벅지가 보였다. 골반을 지나 늘 끌어안고 싶어했던 허리가 있었고 귀를 대면 늘 다정하게 울리던 심장소리를 품은 가슴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언제나 웃어주시던 입술 끝이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천천히 속삭이고 계셨다.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웃고 있었다.

 

『Annatar..

 

 

나를..
부르셨다..

 

 

 

 

 

 

너무 부끄러운데 새벽 감성이 아니면 쓸수가 없을까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조각비님이 제게 멜코안나를 주셨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
내일보면 펑하고싶어질지도 모르겠는데ㅜㅜㅜ완전 유치한거 아는데 으어어어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
허락받고 그림 가져왔어용 헤헤 ㅠㅠㅠ 

* 클릭해서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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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아엘윙. 아침.

톨킨버스 2013. 9. 22. 20:51

"에아렌딜. 그만.."

새하얗게 빛나는 햇살이 부서지는 곳에 새까만 머리칼이 빛났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것은 마치 고운 비단처럼 흐트러졌다 펴지길 반복했다. 햇빛에 잘 말려 포근한 이불은 서걱이며 부산스레 움직였고 간혹 높은 웃음소리가 섞였다. 한참을 불쑥 불쑥 움직이던 이불 속 움직임이 돌연 멈췄다. 금과 흑. 사방으로 흐트러지며 겹쳐지던 머리칼이 빠르게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아으.ㅇ..."

달싹이는 숨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허리에 감겨오는 따스함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끌어안았다. 닿아오는 단단한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면 자신만 바라보는 눈동자가 사르르 감겼다.
코 끝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면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보답이라도 하듯 턱과 목 근처에 키스하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그의 머리칼을 손안 가득 움켜쥐면 반사적으로 손끝이 골반을 부여잡았다. 침의 사이로 스며든 손가락이 톡톡 노크하듯 두드리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 간지럽다는 듯 허리를 비틀면 놓칠세라 쫒아왔다.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린아이처럼 조르며 다리를 얽었다. 옴짝달싹 하지 못할 정도로 다잡은 팔 안에서 엘윙은 그저 웃어버렸다.

"아침인데 안 일어 날거야?"
"오늘은 조금 늦장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가씨?"

그제서야 품 속에서 고개를 들고 얼굴을 보여주는 이의 모습이 얄미워 엘윙은 귀를 잡아당겼다. 아무렇게나 자라 삐죽삐죽 흩어진 머리칼이 손끝에 함께 감겼는지 금세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놀란 손끝이 떨어져나가고 귀 뒤로 머리칼을 정리해 넘겼다. 하지만 얼얼한 아픔이 좀체 가시질 않아 보였다.

"아파?"
"응."
"어쩌지."
"어쩌긴. 벌 받아야지."
"응?"

금세 몸을 돌려 엘윙의 위로 올라간 에아렌딜이 짖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멀뚱하게 바라보던 엘윙의 머리칼을 걷고 에아렌딜은 동그랗게 솟아오른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가슴선을 매만지던 손은 턱을 조금 들어올렸고, 눈가와 뺨에 키스하던 입술은 귀 끝으로 향했다. 부러 소리를 내며 짖궂을 정도로 집요하게 애무하던 에아렌딜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새카맣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한참을 키스하고 나서야 에아렌딜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귀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겨우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얽힌 감정이 재미있는지 씩 웃어보이는 모습은 마치 짖궂은 소년과도 같았다.

"못됐어."
"어쩌지?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혼을 무를수도 없는데."
"엘론드랑 엘로스한테 이를거야. 아다가 나 괴롭혔다고."
"그것만은 참아줘. 요전에도 하루종일 잔소리를 들었다고."

금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한번 허리를 감고 밀착해오는 에아렌딜을 보며 엘윙은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전에 지나가듯 투정부린것을 쌍둥이들은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날 밤에도 얼마나 약한척을 하던지. 금세 기분이 좋아진 엘윙은 코끝에서 움직이는 색바랜 금발을 쓰다듬었다.

"또 언제 나가?"
"이제 곧."
"금방 올거야?"
"응. 금방 올게."
"거짓말."
"거짓말같아?"
"응."

너무도 당연하게 나온 답변에 조금 놀랐는지 에아렌딜이 고개를 들었다. 깜빡이는 눈동자를 한참이나 쳐다본 시선이 차츰 사그라들었다. 슬그머니 떨어져 미안한 듯 바라보는 모습에도 엘윙은 움직이지 않았다. 주저하며 입을 연 것은 에아렌딜 이었다.

"미안해."
"아니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과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는데. 엘윙은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단단하게 굳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살짝 까칠해진 얼굴을 매만졌다. 만져도 만져도 그리웠다. 사랑하는 이의 체취가, 온기가, 모습이 그립지 않다고 하면 그것이 진정 거짓일 터였다. 하지만 엘윙은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으니까.

"금방 오지 않아도 괜찮아."
"엘윙."
"돌아오기만 하면 돼."
"...돌아올게. 꼭."
"정말?"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럼 맹세의 키스를 해 주세요."

말갛게 웃으며 접히는 눈동자를 보며 그제서야 안심한 에아렌딜은 그녀의 손을 잡아올려 입술을 묻었다. 한참동안이나 움직이지 않는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 엘윙은 부러 마음에 들지 않는 투로 입을 열었다.

"요즘 뱃사람들은 촌스럽게 맹세의 키스를 손등에다 하나봐요."
"사실 뱃사람들은 이렇게 안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는데요?"
"음.. 공주님이 하시기엔 조금 거칠 것 같은데요."
"지금 절 무시하는 거에요?"

날카롭게 올라간 눈동자엔 장난끼가 돌았다. 뾰족하게 내밀어진 입술을 쳐다보던 에아렌딜은 정말 어쩔 수 없단 모습으로 경고했다.

"못 견딜거 같은데."
"뱃사람들의 맹세 정도야. 뭐."
"그래요? 그럼 하죠. 맹세."

갑자기 다가온 얼굴에 엘윙의 입술이 먹혀들었다. 키득거리며 달아나려 했지만 단단히 끌어안긴 목과 허리는 좀체 움직일 틈을 주지 않았다. 품에 가두었으면서 계속 안으로 파고드는 몸짓에 겨우 뻗어나온 하얀 손가락이 에아렌딜의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신음소리 섞인 웃음은 서로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부스럭대는 작은 소리와 조급하게 서로의 온기를 갈구하는 모습이 이제는 선명하게 떠오른 아침 햇살속에 담겼다. 따스한 여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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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님이랑 레종님이랑 푼거 'ㅠ' 백업.

심청전ㅋㅋㅋㅋㅋㅋ형님은 집안을 일으켜야 하고 소린은 눈이 멀 지경에 이르러 본인이 자청해 눈을 뜨게만들려고 온갖수단을 구하는데 어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옷입고 어둠숲 깊은 샘물에 다이빙하면 소린을 살릴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를 악물고 그래 내 한몸 바쳐서 소린의 눈을 뜨게하고 필리를 살리자. 하고 뛰어들었는데 뭔가에 부딧혀서 기절하고 꺠어나보니 웬 궁전입지요. 실은 전하가 뱃놀이를 하시려고 작은 보트를 띄워놨는데 그위로 떨어져서..! 왠 작달만한 여자아이인가...수염이났지만...여하튼 데리고 돌아와 침대위에 눕혀놓았건만 이녀석은 배은망덕하게 눈을 뜨자마자 이제 죽었구나 하고 울길래 그 옆에서 전하는 장단맞춰 너는 죽었으니 이제 내것이다. 라고..!ㅋㅋㅋ  머크우드 어두컴컴한 곳을 사의 세계라고 그대로 믿고 있을거같네요. 넌 죽었지만 그 후에도 사는것은 생과 똑같단다. 오늘은 이걸 입어보련?/싫소!그건너무../너무?/여자옷같잖소/여자가여자옷을입는것이 어떻단말인가/난 남잔데!?/뭣이.?!
의외로 육안으로 남여구분이 안된다던지요< 그냥 신기한것을 주웠다 -> 여자옷입고있네 -> 여자겠지뭐. 라는 식의 애완동물 줍줍의 루틐ㅋㅋㅋ일거같아요 ㅋㅋㅋㅋ땡깡부리는거 좋네욬ㅋㅋㅋ

동시에 부자를 따먹고(?) ㅋㅋㅋㅋ머크우드의 애첩이 되어 살다갘ㅋㅋ 두린형제들이 어쩐지 눈을 뜬 소린을 데리고 찾으러 오면 좋겠네욬ㅋㅋㅋㅋ킬리는 그제서야 안절부절;;아;;마따;;;어쩌지;;;ㅋㅋㅋ
그래서 뒷목잡는 소린이랑 필리 앞에서 안절부절하면서 눈치를 보던 킬리는 한숨을 쉬더니 자긴 여기 남겠다고 하면 좋겠네요. 어자피 소린을 위해 버린 목숨이었으니 죽은 드워프인 셈 치라고. 난 소린이 눈을 떠서기쁘다고 언젠가 원정을 시작할때 반드시 소린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근데 지금은 아닌것 같다고. 소린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하는 숙명이있고 나는 나대로 내가 필요한 곳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돌아서버리죠. 그렇게 뛰어들어가서 그대로 스란전하 침실까지 달려간 킬리가 문을 탁 열어제치면 스란전하가 평소의 그 썩소로 돌아와서 가지 그러느냐. 나보단 명예가 중요하지 않느냐. 이러는데 제멋대로 침대위에 발랑 까져서 웃으면서 명예를 챙기는건 조금 후에라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없으면 죽을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가 있어서 차마 떠날수가 없더이다. 이러는데 스란전하가 썩소지으면서 지금 그거 나한테 하는소리냐/아니었소?/...하. 참.  너란 드워프는 도무지 다룰 방법을 모르겠구나/길들이려고 하지마시오. 난 애완동물이 아니니까/그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꼭 이름지어 부를 필요는 없지요. 그저../그저?/온기를 나누는 사이 정도면 괜찮지 않겠소. 하면서 배싯배싯 웃어보이는데 아오 예뻐죽겠네. 그냥 그대로 껴안아서 폭삭 침대위를 굴러서 품에 가두는데 눈을 반짝반짝 뜨고 킬리가 먼저 입맞춰오고. 놀란 스란전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왜. 심장이 두근두근 하오?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크킄/..이젠 아주 미친게로구나?/싫으면 말고. 아직 나의 혈족이 멀리 가지 못하였을텐데..../아니, 아니다./아니면?/..그래 잘생겼다. 내가본 드워프중에서 제일이구나/알았으면 됐소.
하고 끝! 먼훗날 소린이 원정에 나서려 흩어진 혈족들에게 연통을 넣기전까지 둘은 행복하고 예쁘게 잘 살았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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