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드와 수하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어. 처음 보는 증상이야. 어떤 계기로 이렇게 됐는진 알 수 없지만 큰일이 난게 분명해. 진맥을 한다, 약초를 구한다 노력했지만 남들 모르게 움직인다는게 쉽지 않았어. 수상한 움직임에 북쪽 숲의 신하들도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눈치챘어.
그날 왕께서 누군가와 동침하셨다는걸 신하들은 알고 있었어. 왕가의 핏줄은 대대로 손이 귀해 왕의 후사는 언제나 북쪽 숲의 가장 큰 관심사야. 다행히 스란두일은 선대 왕들과는 달리 즉위 초반에 얻은 아들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왕자 하나론 안심할 수 없었기에 신하들은 되도록 왕을 홀로두지 않으려 했어. 스란두일은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쉽게 여성체와 접촉하고 될 수 있는대로 동침했지. 그게 온전히 기록이 되고 관리되어 왔지만 그날은 왕의 후원에서 나선 이가 아무도 없었어. 분명 동침한게 맞는데 그게 누군질 몰라. 혹여 후원에 있던 여인이 아닌 다른이라 하더라도 급히 입궁시키고 관리하면 될 일이었지만 본인이 나오질 않으니 알 도리가 없어. 심지어 사라져버렸지. 신하들은 백방으로 수소문했어. 그러다가 문득 손님으로 있던 엘론드의 무리에서 수상한 행동이 포착되었다는 연락이 들어왔어. 그들은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지. 아직 각성도 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잔병치레라며 엘론드쪽에선 둘러댔지만 시기나 여타 다른것들이 의심스러웠어. 그랬기에 신하들은 호의를 빙자해 그들의 의원을 보내 진찰하게 했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확인을 해야했지. 혹여 귀한 왕의 씨가 어디론가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들은 노심초사했어. 애써 조심스레 거절하려는 엘론드의 난처함을 손님을 불편하게 모실 수 없다는 웃음으로 무마시킨 채 신하들은 린디르의 방까지 쳐들어왔어.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린디르를 발견했어.

당장 난리가 났어. 이 아이가 여성체인지 남성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일단 왕의 승은을 입은 자들은 무조건 궁으로 들어와야했고 죽지 않으면 궁 밖을 나설 수 없었어. 신하들은 그런 왕실의 법도를 들먹이며 린디르를 데려가겠다고 선언했지. 린디르는 아직 완전히 각성을 하지 않은 상태라 몸이 좋질 않았는데 억지로 일으켜지고 이리저리 흔들렸어. 엘론드는 크게 화를 내며 무슨 짓이냐 소리쳤지만 이곳은 북쪽숲의 왕궁이었지 자신들의 공간이 아니었어. 그나마 예우를 해준답시고 신하들은 아이가 온전히 각성을 할 때까지는 그대들의 품 안에서 감시하겠다고 말 한마디 남기곤 쌩하니 나가버렸어. 스란두일조차 있지 않은 빈 궁전에서 이방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리고 그제서야 엘론드와 그 가신들은 린디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어.

며칠간 이어지던 각성이 끝난 뒤, 린디르는 성체의 모습을 그럭저럭 갖춰나갔어. 엘론드 쪽 가문에서 나오는 짙은 푸른 빛은 아니었지만 어릴때보다 조금 단단해진 몸과 꼬리는 완벽한 남성체의 모습을 갖췄어. 하지만 엘론드는 알고 있었어. 잡히는 맥과 여타 다른것들은 또 완벽히 여성체였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막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된 린디르가 충격을 받을까봐 말하진 못했지만 엘론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어. 그랬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신하들은 정중하게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어. 왕의 승은을 입은 이상 린디르는 거처를 옮겨야 한다고.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가까스로 잊을 뻔 했던 일들이 악몽처럼 되살아났어. 그제서야 린디르는 자신을 범했던 이가 왕이라는걸 깨달았지. 몰랐던게 당연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반항했을텐데.. 스스로를 자책하며 덜덜 떨고있는 아이를 보며 엘론드는 그저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지.
결국 린디르는 왕의 여인들이 살고있는 후원으로 자리를 옮겼어. 남성체가 이곳에 기거하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라 그들은 여인들의 거처와 분리해 새로운 장소를 꾸미느라 분주했어. 다소 약해보이는 몸을 고려해 약을 잘 챙겨주겠다며 엘론드네와 이별시킨 신하들은 금남의 구역이라며 좀더 머물려는 엘론드와 가신들을 물리쳤어. 한동안 그렇게 옥신각신 하던 엘론드는 밀린 중한 일들이 닥쳐오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야했지. 그리도 허무하게 린디르는 엘론드의 무리와 이별하고 말았어.

후원은 조용한 동네야. 더군다나 여인들이 있는 곳과 분리된 이곳에는 정말 아무도 돌아다니질 않았어.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는 이만 오갈 뿐이었지. 이런저런 감정에 사무쳐 하루종일 눈물을 달고 지내봤지만 보는이 하나 없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 마음만 피폐해졌을 뿐이야. 하지만 슬픔이 그리 오래가지만은 않았어. 곧 기운을 차리고 자신이 오갈 수 있는 곳들을 돌아다녔어. 어서 기운을 내고 왕이 돌아오면 이야기 해 볼거야. 그날밤은 실수였다고. 자신을 리븐델로 돌려보내달라고. 그 방법 밖에는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당연히 왕도 받아줄거야. 자기는 남성체잖아. 섣부른 희망을 가지며 린디르는 몸을 회복시켰어.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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