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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고 착하기만 하던 린디르랑. 엘로히르는 적극적으로 쫒아다니고 엘라단은 맘속으로 연모하는데 그게 티가 팍팍날 뿐이고 곤란해 하던 찰나, 황금숲에서 사절이옵니다. 한눈에도 늠름해보이는 엘프였는데 그거시 할디르..첫눈에 반해서 은근슬쩍 가지도않던 밤산책을 다니고 할디르랑 어느새 사랑을 속삭이고 그걸 엘라단이 봄. 엘로히르는 못봄. 낮에는 엘로히르가 견제하는데 엘라단은 할디르 따로 불러서 어린애 가지고 놀지말라고 충고하고..

근데 완전 완쟈님 돋게 내가 책임진다고. 어린애는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은데? 이러면서 비웃으면 좋겠다. 그리고 완전 수순대로 린디르 발정기날에 밤을 같이보내고 'ㅠ' 애생긴거 확인도 못하고 황금숲으로 돌아가야해서 다음에오면 청혼하러오겠다...아 이거앵슷이네

한편, 엘라단은 본건 아니지만 눈치챘음. 린디르도 좋아하는거같으니까 속이 탐. 고백도 제대로 못해보고 자기 동생처럼 들이대본것도 아니라서 너무 가슴아픔. 게다가 황금숲으로 할디르가 돌아가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니까 린디르가 수척해짐

그거 보기도싫고 질투다고 며칠 퉁퉁대면서 있는데 어느날 꺠닫는거지. 각인됐구나.. 엘라단은 알파고 엘로히르는 베타면 좋겠다. 각인을 느끼는게 엘라단 뿐이라서 엘로히르는 여전히 린디르한테 붙어서 늘어붙고 같이 막 놈. 그래서 막 포기하려는 찰나에..황금숲으로 할디르는 돌아가버리고 린디르가 울어버렸음. 알음알음 소문이 난 상태라서 저런..쯧쯧..하고 헤어지는걸 늦춰주긴 했지만 어쨌든 돌아가야함. 그리고 최후의 전쟁이 터져버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린디르는 임신했고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입덧이 심해서 금방 알아채버렸음. 엘론드가 아빠가 누구냐고 추궁했지만(모름) 린디르는 말 못함.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마롣에게 걱정을 끼치고..더군다나 결혼할지 안할지 모르는데.. 감정의 진폭을 조절할수가없어서 린디르가 울망거리니까 한숨쉬면서 묻지않겠다고. 낳을꺼냐고 물어보는데 이악물고 고개를 막 끄덕여. 낳아야겠대. 그럼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고개를 도리도리저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지도 못했어. 엘라단이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와서 조심스레 물어봤어. 왜 결혼하지 않아? 그가 싫대? 엘라단은 알고있었던터라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봤어. 근데 린디르가 웃으면서 울어. 편지를..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요. 그 한마디에 엘라단이 정말 화를내. 그자식 너 갖고논거냐고.

정말 엄청나게 혼자 화를내고 하다가 각인까지 시키고..라는 말 까지 나와서야 린디르가 정말 눈을 크게 떠. 그것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놀라는 모습을 보고 엘라단이 정신이 들어서 린디르를 다독여. 무슨 일이 있을거야. 걱정마. 지금은 아이만생각해.

겨우 진정시키고 재우고나서 엘라단은 엘론드한테 달려갔어. 황금숲으로 전령을 보내야겠는데 도와주십시오. 이러는데 고개를 저어. 지금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그곳도 휘말려있다. 대군을 준비하고 지원하는데 바쁠거다. 무슨일이냐. 라고 말을 하는데 그제서야깨닫지. 연락이 될 리가 없었어. 허탈감에 젖어 엘라단은 방으로 돌아와서 고민해. 불안함이 앞섰어. 자신은 아버지처럼 예지능력은 없어. 하지만..감이란게 있어서. 이걸 과연 린디르에게 말해도 되는건지 판단이 서지않았어. 아이를 가지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렇게 엘라단이 고민하는 새에 린디르의 배가 부풀어올라. 엘로히르까지 알아버렸어. 그전까지 쉬쉬했는데 이젠 다 알아버렸어. 애써 웃으면서 다니는데 제정신일 리가 없어. 아무것도 아닌척하면서 다니는데 뒷소문이 쩔게남. 엘로히르마저 이제 못쫒아다닐정도로.
임라드리스에서는 지원병력을 파견했지만 사우론이 임라드리스마저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없었어. 엘라단과 엘로히르도 자연스럽게 바빠졌어. 린디르에게 점점 소홀해졌어. 그렇게 세 사람에게 무의미한 시간이 갔어.

그러던 중,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어. 사우론이 소멸되었단 소식이야. 바랏두르의 성은 무너졌고. 모든것은 뜨거운 불길속으로 사라졌어. 아라곤이 이겼어. 힘을 잃은 군단들은 모두 사라지기 시작했어. 그들을 베고 지켰어. 이제 모든게 끝났어. 함든 시간들이 지나고서야 엘라단은 언뜻 할디르 생각이 났어. 이제라도 어서 와서 린디르를 데려갔으면 했어. 여전히 빼앗기는건 슬프고 분하지만 그애가 행복하면 괜찮을 것 같았어. 이제 조금 있으면 할디르가 올거야. 라고 린디르에게 전해줘야지. 하고 보고를 듣고나서 막 방을 나서려는 찰나, 전령은 새로운 소식을 전했어. 황금숲의 파견병력은 절반정도로 큰 타격을 받앗다고. 그들을 이끌고 갔던건 젊은 엘프였는데 이번에 목숨바쳐 싸우다가 그만 눈을 감았다고. 멈칫, 하던 엘라단이 저도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의 이름을 물어.

할디르였어.

그순간 뒤에서 유리깨지는 소리가 났어. 반사적으로 돌린 눈앞에 린디르가 있었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분위기로 린디르도 알고 있었어. 그리로 갔구나. 그러면서 매일밤 기도하고 배를 쓰다듬었어. 아빠가 무사하길 빌자 아가야. 곧 있으면 오실거야..
눈물이 펑펑 솟아올라. 몸을 가누질 못해. 엘라단은 황급히 아버지가 보실까봐 문을 닫았어. 쓰러지려는 린디르를 받치고 자신의 몸에 기대게 했어. 일단 진정해야 할 것 같아서 재빨리 건너편 방 안으로 그를 옮겼어.덜덜 떨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해. 계속 울다가 탈진할것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 진정하게 하려 껴안아보지만 차가워진 체온이 돌아오질 않아. 제발. 그만. 린디르 제발...제발.. 그만..울어.. 애닳는 목소리가 닿지 않아. 텅빈 눈속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울다울다 시간이 지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아 덜덜 몸을 떨고있는 린디르의 혈을 짚어주며 엘라단은 계속 껴안고 있었어. 작게 움직여 그를 밀어내며 시선을 피하는 린디르가 퉁퉁 부은 얼굴로 겨우 말을 꺼냈어. 혼..혼자 있을게요..엘라단.그 모습을 넘길수가 없었어. 그가 누구때문에 슬퍼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엘라단도 린디르를 좋아해. 아직까지 사랑스러워. 그랬기에 보내주려고 했었던건데.. 이미 진정시키면서 들었던 감정을 엘라단은 천천히 곱씹었어. 침대헤드에 기대고 그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무릎꿇었어. 울듯한 눈망울이 그를 쳐다봤어. 다시한번 밀어내려는 목소리가 나오기전에 엘라단의 저음이 방안을 메웠어. 린디르. 나랑 결혼하자.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린디르는 엘라단을 쳐다봤어. 무....무슨.....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맑은 청색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어. 떨리는 손을 꾹 잡아 힘을 줬어.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 엘라단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어. 네가 다른이를 가슴에 담아도 괜찮아. 아이도 낳을 수 있어. 하지만...너 혼자 모든걸 짊어지는걸 내가 못보겠어..나랑 결혼해줘..내가 모두 책임질게. 린디르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어. 아니, 아니에요 엘라단. 당신이 왜요. 엘라단은 더 좋은 반려를 만나야..
내가 괜찮다잖아! 니가 이러는게 싫다잖아! 네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널 보낸거야. 마음조차 고백하지 못했었지만 난 네가 행복하다고 하면 물러설 수 있었어! 근데. 근데 이건 아니야..린디르 제발. 제발..결혼만..응..그것만 해줘..날 평생 바라봐주지 않아도 괜찮아.. 너와 그의 아이잖아..혼자선 힘들어 알잖아. 혼자서 키울 수 있는 능력도 한계가 있어. 내가 너의 방패가 되어줄게. 제발 그렇게 해줘. 난..그것만으로 만족할 수있어 린디르.
서글서글한 눈으로 엘라단은 린디르를 바라봤어. 떨리는 눈동자에서 기어코 눈물이 비집고 흘러나와. 울면서 왜..왜 당신이 그러느냐고. 나같은거 신경쓰지말고 좋은 분 만나실 수있는데 엉엉 울어. 아까는 소리도 못내고 울었으면 이번에는 정말 소리지르면서울어.
다시 린디르를 꼭껴안고 토닥여주면서 속삭여줘. 미안해. 좋아해서. 미안해. 사랑해서. 미안해. 널 모른척 할 수가 없어. 미안해....이러면서 린디르를 달래. 정말 밤새 울어제낀 린디르는 어느순간 울다가 기절해버렸어. 황급히 진맥을 해봤지만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어.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던 린디르는 결국 엘라단의 청혼을 받아들였어.

엘로히르는 화가났어. 아이까지 가졌을 때, 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눈치가 없지만 그정도는 알 수 있어. 형도 린디르를 좋아했어. 자신도 린디르가 임신했다고 했을때, 당황스러웠던건 사실이야. 그런데 아이 아빠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형이 결혼을한다고?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엘로히르는 엘라단을 찾아갔어. 다짜고짜 형에게 가서 주먹부터 날렸어. 한번 대차게 나가떨어지고 발끈했지만 엘라단은 곧 눈을 감았어. 치고싶은대로 쳐. 이러면서 엘로히로의 분노를 받았어. 하지만 엘로히르는 화를 낼 수 없었어. 정말 멱살까지 다 쥐어짜고 숨을 조르면서도 더이상 칠 수가 없었어. 어떻게..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엘라단이 눈을 뜨고 서글프게 웃었어. 미안.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겐 최선의 방법이었어... 엘로히르는 죽일듯 형을 노려보고나갔어.

결국 엘라단과 린디르의 결혼식이 치뤄지고 그들은 부부가 됐어. 항간에는 엘라단이 사고를 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다 나중에서야 회개했다며 수군거렸어. 엘론드조차 정확한 내막은 듣지 못했으나 그는 아들을 믿었지. 엘라단의 의지는 확고했으니까.

그렇게 아이를 낳았어. 아이의 머리칼은 검은색이었지만 옅게 회색의 느낌이났어. 하지만 린디르와 엘라단은 침묵했어.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려 가장 처음 봤던 엘론드는 그제서야 깨달았어. 아이 아빠가 누군지..
엘로히르는 여전히 그 둘을 살갑게 쳐다보지 못했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거야. 그토록 좋아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린디르가 몸조리를 하는동안 엘라단은 아이와 그를돌봤어. 자신에게다가오지 않아도 괜찮았어. 그를 안고 사랑해주는것만이 사랑의전부는 아니야.

아이가 천천히 기어다니고 걸어다닐즈음에서야 린디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어. 한창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고 밤이되자 피곤해진 아이가 보채고 린디르는 아이를 안아서 재웠어. 잠이들자 평소처럼 작은 아이침대에 눞히고 잘준비를 했어.

린디르와 엘라단은 부부였지만 방을 따로 썼어. 공식적으로 한곳은 드레스룸이었지만 알만한 엘프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들이 각방을 쓴다는걸.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한 엘라단은 웃어보이며 린디르에게 좋은 밤 되라고 이마에 입맞췄어. 막 몸을 돌려 나가려는 찰나, 소매를 잡아당기는 감촉에 엘라단이 뒤돌았어. 새빨개진 얼굴의 린디르가 차마 엘라단을 쳐다보지 못한 채, 이리저리 시선을 피했어. 같...이 있어주세요. 밤에 무서워서..
...괜찮겠어..? 린디르, 무리할 필요는../아...아니에요..무리한..거..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어. 린디르가 주절주절 변명을 했어. 아이때문에 요즘 잘 못자는데 밤바람소리가 무서워 잠들기가 겁이난다고..같이있어주면 좋겠다고..
엘라단이 린디르를 감싸안았어. 톡톡 뛰는 심장소리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렸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린디르가 결심한 눈으로 그에게 말해. 부부잖아요..엘라단.

그날부터 엘라단과 린디르는 같은 방을 썼어. 몸을 섞게되기까진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지만 껴안고 자는것 만으로도 발전한 관계였어. 천천히 린디르는 엘라단을 의지했고 애정을 가졌어.

그렇게 한커플이 탄생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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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볼모로 머크우드로 간 소린 왕자 가지고 노는 스란 보고싶다. 혼자 옷도 입을줄 모르는 왕자를 비웃는 스란덕에 이악물고 해내려고 노력하는데 드워프왕국의 몰락으로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된 소린을 스란이 불쌍히 여겨 시종으로 데리고 있는다는거

사실 지위만 떨어지고 별다른 대우가 바뀌지 않으면 좋겠다 한가지 늘어난건 스란의 밤시중. 근데 남들은 다 몸바쳐섬기는줄 아는데 실은 그저 스란이 잠들때까지 책을 읽는거면 좋겠다

근데 그게 다 엘프의 빛나는 역사. 드워프의 하등함 같은 이상한 점만 골라놓은책이라 분위기 완전 싸늘하면 좋겠다. 비꼬듯 매번 읽으라고 시키곤 자긴 다른일 혹은 다른이를 안는걸 눈앞에서 계속 봐야함. 귀신같이 책읽는 소리가 끈기면 뭐라함

드워프의 왕국 멸망후 소린은 건져왔지맘 다른 이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옴 드왈린고 있겠고 아직 어린 필킬리도 있음. 스란은 필킬리를 샀음 공식적으로도 실제로도 놀잇감이었음. 어려서 쌌기 때문인것도 있고 소린을 놀려줄 이유도 있었음

아직 청소년기라고 할까..여튼 필킬리는 머크우드로 오자마자 강제로 목욕과 치장을 당했음. 땋은 머리는 다 풀린 채 결박당하고 옷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천을 걸치고 침실로 이동당함. 눈을 가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왔어

소린은 평소처럼 제 자리에 앉아 자리에 놓인 책을 펼쳤어. 오늘은 이름도 망측하게 멸종위기종족 드워프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이딴 책이야. 책은 매일 바뀌는 편이지. 사실 이젠 읽으면서도 다른쪽으로 흘리니까 무덤덤해. 나만 아미라 하면 되는것이다라는생각 그랬는데 문득 침대 위를 보니까 두명이야. 스란의 밤생활이야 워낙 화려해서 그곳도 신경을 쓰질 않았어. 그저. 어린나이같은데 어쩌다...  곧 생각을 접은 소린은 책을 펼쳤어. 책은 늘 두꺼웠는데 그것을 다 읽지 않으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어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는데 침대위의 묶인 둘이 과하게 펄떡거렸어.. 그러면서 소린도 신경쓰였지 그제서야 곁눈질로 보니까 드워프같아. 눈치채지못하기전과후는 달라. 동족의 앞에서 비꼼이 가득한 책을 읽는다는것이 너무나 비참했어

혹 아는자라면..망국의 왕자가 이러고 있다는것이 들통나면.. 목소리가 점범 떨렸어..  한편 필킬리는 이상함을 눈치챘어 이상한 액체를 먹인 탓에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귀은 또렷하게 들렸어 필시 어디에서 들어본 목소리야.. 묘하게 둘은 꼼지락거리며 긴장했어 그때 스란이 문을 열고 들어왔어. 여전히 웃는낯으로 소린에게 먼저 다가와 턱을 치켜든 채. 상품을 확인하듯 휙휙 돌렸어. 오늘의 책은 무었이지?  매번 말하면서도 흔들리는 눈빛 보는것이 가장 즐거워. 더군다나 오늘은 혹여 있을수 있는 즐거운 유희가 또한 기대됬지. 큰 소리로 책을 읽으라며 볼응 툭툭 친 스란은 이제 침대로 향했어

 

스란이 침대위로 올라가자 필킬리는 과하게 긴장했어. 이미 노예시장에서 심하게 굴려졌고 하도 들은 이야기가 많다보니 공포가 배가됐어. 땀나는 손을 서로 붙잡은 필킬리가 보이지않는 눈으로 귀를 쫑긋 세웠어.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손짓에 뒤로 물러서려해보지만 돌아오는건 뺨에 와닿는 뜨거움이었지. 번거롭게하지마라. 한마디 말 이었지만 두 어린 드워프들을 떨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어. 천천히 옷을 벗기고 가슴을 희롱당하고 조그마한 성기가 드러날 정도로 다리를 벌린 스란두일은 정말 장난감이라도 가지고 놀듯, 두 형제의 것들을 주물렀어. 앞도뒤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를 원했기 때문에 둘은 아직도 동정이었지. 괴상한 감각에 발끝을 떨어대며 나오지않은 비명과 신음을 질렀어. 손으로 두명의 것을 주무르면서 허리를 굽혀 벌어진 입속에 번갈아 혀를 섞었지. 반항하지 못하는 몸이 온전히 스란두일의 손에서 놀아났어. 헐떡대며 비트는 몸짓에 침대의 사각거림이 커졌고 곧 낮게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양 손에 질척하게 정액을 묻힌 스란두일은 축 늘어져버린 두명의 가슴에 각각의 것을 발랐어.

소린은 곁눈질로 다 보고 있었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무슨 짓을 당하는지. 다른때야 인간일때도 있었고 엘프가 가장 많았고. 서로 합의 하에 즐기는 섹스르 하는 듯 보였지만 오늘은 달랐어. 어린 드워프 두명에 말도 못하는 듯 했어. 저렇게 강압적으로 정말 '가지고 노는'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인 것도 있었을거야.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은 착실히 해나갔어. 책을 읽는 목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었으니 스란두일은 눈치채지 못했을거야..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소린은 흘끗거리는 시선을 거둔 채, 책을 읽었어.

스란두일은 다 알고 있었어. 미세하게 빨라진 호흡도 느껴졌어. 엘프의 귀를 피할 수 있을거라 여기다니 어리석군. 그러나 이건 이대로 재미있었어. 끈적하게 제것으로 더렵혀진 가슴이 빛났어. 뾰족하게 유두를 세우고 잡아당겼어. 소리가 나지않는 것이 흠이었지만 안대에 가려진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어. 한 녀석을 번쩍 들어다 다른 녀석의 가슴위에 올려다놨어. 뒤로 묶인 팔 덕에 가슴을 내미는 상태가 된 두 드워프들은 서로의 가슴과 배 성기를 맞닿고 비비는 꼴을 보였지. 천천히 위쪽의 드워프의 엉덩이 골 사이에 향유를 부어넣은 스란두일은 이미 노곤하게 풀려 준비를 마친 밀문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었어.

흠칫하고 굳는 몸과 다르게 아래쪽은 흐물흐물 풀려있었지. 스란두일의 취향이야. 들어오기전 몇번의 고통스러운 관장과 훈련을 하고 들어왔을거야. 만족스럽게 감기는 정도를 체크하며 한개 더 밀어넣고 안쪽에서 찔꺽이며 움직이기 시작했지. 비틀리는 몸이 움직이자 아랫쪽에 깔려있는 녀석도 덩달아 자극을 받았어. 느릿하게 손 하나만으로 몸을 흔들리게 만든 스란두일이 벌어져 닿을 듯 닿지 못한 입술을 바라봤어. 반대쪽 손으로 그 안쪽을 훝고 혓바닥을 누르고 따스함을 즐겼어.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물건같아.

손가락을 빼고 둘을 양쪽에 꿇어앉힌 스란두일은 제 아랫춤에 둘의 머리를 처박았어. 입을 벌리고 핥아. 떨리듯 벌어진 입은 배운대로 옷을 헤치고 드러난 성기를 물었지만 서투르기 그지없었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익숙치 않은걸 하려니 어려운게 당연해. 어린 녀석이 먼저 달려들었지만 불쾌하기만 한 느낌에 스란두일은 거칠게 밀쳤어. 그리고 다른 녀석의 머리를 쥐고 끌어왔지. 조금 큰 녀석인지 그래도 이를 세우지 않고 그나마 익숙하게 혀를 감아왔어.

천천히 구음을 즐기던 스란두일은 비스듬히 누운 채, 소린에게로 시선을 향했어. 움찔, 미세하게 떨린 몸이 다시 책으로 고정됬어.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어.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어. 동족이라 몸이 동하는 건가, 아니면 그대도 내것을 빨고싶은건가. 모욕적인 언사에 책을 읽던 소린의 목소리가 끊기고 눈이 마주쳤어. 타오르는 불 같은 시선이 언제나 갖고싶었어. 이제는 내꺼지만. 웃으며 응수하자 소린은 곧 시선을 내리 깔았어. 대답을 해야 합니까. 아니, 하지않아도 좋다. 계속해. 소린은 계속 책을 읽어갔어. 멈칫한 입술이 맘에 들지 않는지 스란두일은 그조차 밀어냈어. 그래도 꽤나 '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인지 반쯤 선 자신의 것을 몇번 손으로 문지른 스란두일은 옆에 엎어져 헐떡이는 드워프를 번쩍 들어 자신의 위에 앉혔어.

빳빳하게 굳는 몸과 다르게 안쪽은 착실히 스란두일을 빨아당겼어. 약하게 조여오는 감도를 느끼며 조금은 빨라진 호흡이 소린의 귀에도 들려왔어. 평소 안는 모습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형태라 곁눈질하기 애매했지만 소린은 흔들리지 않았어. 그나마 다행인것은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였지. 간혹 담백한 소린이어도 반응할 때가 있었어. 그도 남자였으니. 그러나 지금은 분노와 역겨움으로 가득차 그나마 덜했어. 동족. 그것도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저렇게 무자비하게..손이 떨려왔지만 목소리는 평온했어. 목소리가 들리는 박자에 맞추어 스란두일은 천천히 추삽질을 시작했어.
잡을 곳조차 없는 채로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던 드워프는 고통스럽게 온 몸을 비틀어댔어. 뒤로 묶인 팔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스란두일의 시선에 잡혔어. 처음인지 요령없이 조여오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어. 손으로 직접 들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욕정을 채우던 스란두일은 이제 그저 허리로만 크게 밀어올렸어. 고통뿐인 행위를 감당하고 있던 몸이 바르르 떨렸어. 한껏 지쳐보였던 드워프의 안대가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것이 소린의 곁눈질에 적나라하게 잡혔어. 하도 몸부림을 쳐 헐거워진 안대는 스란두일이 안쪽을 느릿하게 몇번 오가면서 흐트러졌어. 묘하게 익숙한 얼굴이 신경쓰인 소린은 순간 방심하고 고개를 들어 그 드워프를 바라봤어. 스란두일은 보란듯 허리를 몇번 쳐올리다가 안대를 벗겨주었지. 그리고 그의 안쪽에 사정했어.

몸안의 변화에 놀란 드워프가 온몸을 조여오자 만족스럽다는 듯, 스란두일은 그의 골반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어. 몇번 고개를 흔들다 문득 안대가 벗겨진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렸어. 눈앞에 서있는 드워프는 자신의 사촌이자 드워프의 왕자 소린이었어.

이제는 자신처럼 땋았던 머리도 풀리고 엘프의 방식으로 머리를 올린, 엘프의 의복을 입고, 엘프의 신을 신고, 자신을 바라보던 소린의 손에는 두꺼운 책 하나가 들려 있었어. 이제까지 책을 읽던 드워프가...
깨달은 순간 필리는 반항했어. 하지만 안쪽에서 다시 단단해지는 흉기를 감당하기에 몸은 너무나도 여렸어. 눈물을 흘리며 비명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달라진 공기를 킬리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불길해..

소린은 소린대로 정말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어. 그런 소린을 스란두일은 느긋하게 쳐다보았어. 아는 자인가? 비웃으며 허리를 놀리고 반쯤 선 자신의 것을 뽑아냈어. 속수무책으로 넘어진 필리를 내려다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채를 잡아와 자신의 것을 빨게 시키며 품안에 들어오는 엉덩이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장난을 치는 스란두일을 그대로 바라보던 소린이 몇번이고 말을 고른 채, 입을 열었어. 하지만 그의 입술이 떼지기도 전에 스란이 먼저 말을 가로챘지. 원한다면 그대도 동참하겠나? 초야를 치루지 않은 어린아이들 뿐이지만 나의 밤시중을 드는 그대라면 함께할 용의도 있지.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면 여느때처럼 나를 모셔도 좋고.

말이 애매했어. 여느때처럼 모시라니. 그냥 책을 계속 읽으라는 말인가. 라고 소린은 생각했지만 필킬리는 달랐어. 킬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필리는 온전히 그가 소린이란 것을 깨닫고 있었어.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는 소린과 안에서 입에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내며 장난치는 스란두일에게 아래를 함락당한 필리가 울부짓는 것을 스란두일은 그저 편안하게 지켜보았어.
부러 안쪽에서 손가락을 벌려 필리의 아랫쪽을 적나라하게 소린에게 보였어. 생각보다 감도가 좋은 듯 한데, 어떤가. 소린이여. 일부러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들으며 킬리조차 퍼득 놀랐어.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와중에 필리의 아랫쪽에서 정액이 느릿하게 시트위로 떨어지는 것만이 소린에게 보였어. 별 반응이 없자 스란두일은 재미 없다는 투로 필리를 떼어냈어. 침범벅이 된 채, 또다시 반쯤 서 있는 것을 편안하게 만져대곤 옆에서 바들바들 떨고있는 킬리를 들어 앞으로 끌어왔어. 네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책이나 계속 읽도록.
막 허리를 들어 여린 안쪽을 범하려는 순간. 소린의 눈빛이 떨렸어. 왕이시어...! 다급하게 불러댄 목소리에 보이지 않던 스란두일의 입꼬리가 올라갔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어. 책을 쥔 채, 부르르 떨리는 모습으로 몇번이고 입술을 깨물던 소린은 이내 결심한 듯, 운을 떼었어.

제가 대신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풀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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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 뱀파

썰/뻘설정 2013. 7. 5. 13:02
앗 공일님 설정 빌려서 종속적인것도 좋다 ㅜㅜ 스란이 아주 어릴때 실수로 엘론드 물어놓고 나중에 성인되서 뱀파이어로 각성했는데 스란이도 모르고 엘론드도 누구한테 물렸는지 모르는거...

그래서 길갈라드가 어휴 내가 거두마. 이러고 자기 혈족아닌데 거둬서 먹이고 입히고 해놨더니건넛마을 어둠숲혈족에서 자꾸 시비걸어서 나갈일이 있는김에 엘론드 데려갔는데 피가 반응하는거 막 엘론드는 이미 길갈라드 혈족(은아니지만)으로서 입지를 굳히고있었는데 정작 싸우러 나간 곳에서 스란두일네 혈족한테 반응해버리니까 완전 당황함. 스란두일도 영문을 알수는 없지만 일단 쟤는 내꺼임 ㅇㅇ 호기롭게웃으면서 숨겨둔 내자식데려온거야? 고마운데?이러고 뺏어옴. 길갈라드는 소유권이 없으니까 울며겨자먹기로 빼앗길수밖에 없음. 스란두일과 엘론드는 나이차가 어느정도 나서 엘론드가 혈족피를 아주 조금받게 못받기도했고 완전 꼬맹이였음 좋겠다. 그렇게 싸우러나가서 싸우지도 못하고 왠 혈족 하나데려옴   길갈라드쪽에서는 당연히 반발이나징. 그래도 걘 우리혈족으로 받은애아닙니까! 이러는데 워낙 어릴때 물려놓고 스란이가 힘조절못할때라 그래도 인이 세게밖혀서 길갈라드가 물어도 티도안나서 그냥냅둔게 이렇게 큰일이 될줄이야..어느정도 엘론드를 맘에두고있던 길갈라드는 자꾸 궁리를 모색함. 한편 엘론드는 뜬금없이 혈족을 찾고 자신을 물었던게 스란인걸 깨달음. 그치만 이미 뼛속까지 길갈라드 휘하가 된터라 달갑게보이지않음. 스란전하도 그냥 혈족이라기도하고 길갈라드 짜증나서 데려오긴했는데 뭔가싶지. 게다가작잖아

일단 혈족으로서 받아들인다는 의식을 강제로 치루고 그날밤에 침실로 엘론드를 불러. 바락바락 대드는건 아니지만 눈빛에 반항심이 가득해. 그 모습을 보고 불쾌해져. 네가 뭔데 네 아비에게 대드는거지?/누가 내 아비란말입니까/네게 생명을 준자는 나다.

그 멍청한 길갈라드가 아니라고./그분을욕하지마십시오/내앞에서 감히 그자의 편을 드는것인가?/그분은제 은인이시고 제 혈족의 수장이십니다. 이렇게 블라블라 싸우는데 스란이 심기가 불편해짐. 감히 어디서 누구의 이름을 입에 올려...

성큼성큼 걸어가서 멱살을 잡아틀어쥠 발이 닿지 않는 꼬맹이에불과해(소년이었지만) 어디서 흘린 피를 주워다먹고 혈족이 된 주제에 감히 나를 욕보여?

엘론드가 이를갈며 따박따박 대들었어. 말은 바로하십시오 당신이 먼저 절 범하셨습니다. 당신만 없었더라면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있었겠죠.  말을 들으면서도 어이가 없었어. 뭘 알고 덤비나 싶었지. 스란두일이 코웃음치면서 네놈이 범하는것의 뜻을 알기나 하고 지껄이는게냐? 이러면서 비웃어. 엘론드가 맞불놓는거지. 그럴 의사가 없는 이에게 하는 행동 모두를 뜻합니다. 아닙니까? 눈빛 하나 변하지 않는 엘론드를 보니 스란두일은 가소로워. 정말로 화가나기 시작했어. 멱살잡은 손 그대로 침대로 내팽개쳤어.넘어지면서도 고개를 들어 쳐다본 엘론드에게 스란두일은 차갑게 웃으며 다가왔어. 뜻을 잘 알고 있으니 앞으로 벌어질 일이 어떤 것인지 쯤은 알고 있겠지? 오늘밤을 기대해 봐야겠군?

그날밤 스란두일의 침실에서는 비명소리 밖에 들려오질 않았어. 다음날 아침에 시중을 들러 들어간 하녀가 기겁을 하며 나오기 전까지 혈족들은 모두 숨죽인 채, 싸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피범벅이 된 시트에 엘론드를 둘둘 말아 바닥에 밀어놓은 스란두일은 어디 처박아두라며 지시를 내렸어. 무서움에 덜덜 떨며 엘론드를 데려다 방을 마련해주고 몰래 치료해주고 보살펴 준 혈족들은 겉으로는 쉬쉬했어. 하지만 이 모든게 금방 지나갈 일이란 걸 그들은 알고 있었어. 그들의 혈주는 쉽게 관심을주고 떠나갔어. 그 시간만 견디면 그저 아무 이름없는 혈족1이 될거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스란은 엘론드를 이따끔씩 찾았어. 정말 화풀이 상대로라도 쓰고 있는지 그날만큼은 성 전체가 긴장해야 했어. 반복되는 폭력과. 두려운 밤을 엘론드는 이겨내야 했어. 처음에야 마르고 작았었지만 스란전하가 이따끔씩 기분이 좋을때 자신의 피를 억지로 입에 물려줬기 때문에 엘론드는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기 시작했어.아무래도 혈주의 피고 자신을 만든 모체였기 때문에 피의구속력은 무시할수없었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스란전하의 뇌리속에 엘론드란 이름의 기억이 서서히 옅어져 갔어. 시간이 지나고 분노가 사그라들고 아무런 감정조차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스란은 엘론드를 찾지않아. 하지만 반복되는 폭력에 노출되었던 엘론드는 외려 증오하면서도 스란전하를 생각하게 되. 길갈라드의 따스함을 잊은것은 아니었지만 피의 구속력은 어쩔 수 없었어. 조금씩 끌리는 피와 동화되는 감정이 그와 합할때면 몸과 마음속을 어지럽혔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지. 자신에게는 그저 원수일 뿐인데.더불어 뱀파설정은 일정 주기마다 한번씩 관계를 하거나 흡혈을 주고받아야 유지되면 좋겠다. 엘론드야 생각보다 어릴때 피를 많이 받았으니까 그 텀이 길지만 다른 혈족들은 아닌걸로 ㅇㅇ

덕분에 매일 밤시중이 바뀌고 혹은 흡혈을 해주는 중에 엘론드를 잊어버린 스란전하는 정말이지 생각조차 못함. 어자피 엘론드는 옆동네 미친놈이 데리고있던 자신의 혈족1이었고 되바라지게 대들던애1이었음. 버릇을 고쳐줬다 생각한 뒤로 언뜻 생각날 뿐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한번쯤은 얼굴을 비추겠지. 하는데 안오니까 까먹음. 엘론드는 엘론드대로 아무도 자신을 찾아주지않고 물론 식사나 이런것은 챙겨주지만 근본적으로 자라온배경이 길갈라드쪽혈맹에 맞추어져있어서 어울리지 못했음. 그러니 주기별로 저렇게 흡혈하러 혈주에게 간다는 상식조차 없었음. 어느순간부터 기운없어지고 시름시름 앓게된 몸이 이상하다 여길 뿐 이었음.

 

길갈라드는 억울하게 엘론드를 빼앗기고 내전을 준비하고 있었음. 어자피 어둠숲혈족과는 한번 크게 붙었어야했고 더불어 엘론드도 데려와야했음. 차근차근 준비하는게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출정의 날이 다가왔음. 과감하게 새벽녘에 침입한 길갈라드 혈족은 천천히 잠든 스란두일의 혈족을 제거했음. 빛을 쪼이는 것이 가장 확실했지만 자신들에게도 너무나 패널티가 있어 천천히 목을 베고 사지를 잘랐음. 하지만 쉽지않았음. 전투가 벌어졌고 어두운 곳에서 팽팽한 기싸움과 무기들이 난무했음. 주어진 방에서 책이나 읽고 있던 엘론드는 밖에서 큰 소리가 나자 두려워졌어. 요즘들어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과 몸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무슨일인지 모르겠어. 나가서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순간 스란두일이 자신의 코앞을 지나가. 멍하니 간만에 보는 혈주를 지켜보고 어..싶었는데 스란두일은 지나가다가 멍청하게 서있는 엘론드를 보고 버럭 소리를 질러. 무기를 들지 않고 지금 뭘 하는거냐! 네가 그러고도 스란두일의 혈족이냐!! 이러고 제 앞에 검 하나를 홱 집어던진 채 뛰어가버려. 발밑에 무기가 새파랗게 빛났어.  스란두일은 곧 길갈라드와 그의 정예병과 마주쳤어. 치사하게 새벽에 이렇게 오셨겠다. 맞부딧혀 싸웠지만 쉽게 승부가 나질 않았어. 하지만 준비된 사병과 비무장 혈족의 차이가 서서히 드러났어. 한참 그렇게 싸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길갈라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어. 동시에 모든 무기가 우뚝 서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어. 손에는 검 하나를 든 채, 무장도 하지않은 엘론드가 길갈라드를 바라봤어. 단번에 밝아진 얼굴의 길갈라드는 그대로 스란전하를 무시한 채, 뛰어갔어.

스란이는 화가났어. 또 저녀석이야. 기억났어. 한참 잊어먹고있었는데 저녀석 때문에 쳐들어온게 아닐까 싶었어. 스란이는 작은 활을 들어올렸어. 어쨌거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어. 감히 누구앞에서 애틋한 척이야. 소리도 없이 살은 날아갔어. 특유의 소리는 스란이네 혈족에게만 들려왔어. 당연히 엘론드도 들렸겠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길갈라드를 보다 소리를듣고 낭패한 표정으로 달렸어. 아주 간발의 차로 길갈라드 대신 엘론드는 화살을 맞았어.

비껴맞았지만 약해진 몸에 화살은 무리였어. 천천히 무너지는 몸을 길갈라드가 받아냈어. 차마 비명도지르지못하고 고통에 부들부들 떠는 엘론드를 부여잡은 채 길갈라드는 애절하게 무어라 말을 시켰지만 엘론드는 듣지 못한 채 기절하고 말았어. 스란두일이 천천히 걸어왔어. 어쨌든 자신의 혈족이야. 비릿한 모습으로 칼을 빼들고 길갈라드의 목에 가져다댔어. 엘론드를 추스리며 흔들다가 섬뜻한 쇠붙이의 느낌에 고개를 들어올렸어. 두 혈주의 눈이 마주쳤어.

내 아이다. 그대로 내려놓고 손들어. / ....너는 네 아이라 말할 자격이 없다./ 어째서지?/ 이렇게..이렇게 만들고서도 어떻게 혈족이라 할 수 있나!!! / 우리 혈족 내의 일은 스스로 할테니 이방인은 빠져주시지? / 나는 이 아이를 데려갈테다

하. 네가 왜? 쟤는 내것이다. 내 소유물이란 말이다!  하는데 어느순간 스란에게도 칼날이 겨눠짐. 정예병들이 놀고있었던게 아니지. 죽이진 못했지만 스란의 혈족들은 어느정도 제압이 다 된 상태였음. 수많은 칼날이 자신을 향해 겨눠지자 조금 당황했어

길갈라드는 스란의 칼끝을 치웠지. 그리고 엘론드를 안아들고 일어섰어. 분노에 불타는 표정으로 말했어. 이 아이의 피를 빼겠다. 그리고 새로운 내 혈족으로 받아들이겠어. / 누구 맘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거라면 난 지금 여기에서 어둠숲의 섬멸을 명령할거다. 어느편이든 난 상관없지. 선택해라.  길갈라드는 분노로 타오르는 스란의 눈동자를 한참이나 쳐다보았어. 머릿속이 복잡할거야. 엘론드를 건네주기에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에겐 혈족들과 자신들의 영지가 더 중요했어. 마음을 읽은 뒤 길갈라드는 픽 웃으며 엘론드를 안아들고 본거지로 향했어. 뒤에서 분노를 참지못한 스란두일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상관하지 않았어. 엘론드는 자신의 품 안에 있었어.

어찌어찌 자신의 영지로 돌아온 길갈라드는 서둘러 치료를 시작했어. 피를 빼고 새로운 혈족으로 만드는 것, 간단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죽을수도 있는 큰 일이야. 혈족이었다면 혈주의 피 한모금으로 상처가 금방 나았을텐데..빌어먹을 피라도 빼올걸 그랬다며 길갈라드는 이를 갈았어. 다만 독이 없는 화살이라 다행이야. 상처는 천천히 아물어갈거야. 그보다 훌쩍 큰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어. 기절한 엘론드의 곳곳을 만지고 살펴보며 길갈라드는 감회에 젖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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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초여름의 하늘은 푸르렀지만 그 밑에 펼쳐진 대지에서는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다. 미친듯이 오크들을 베어나가는 칼날에 빛이 반사되어 무지개가 보였다.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 멀리 올리폰트와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모르고스의 군사들이 보였다. 그들을 맞서려 선두에 선 군대는 놀랍게도 임라드리스의 군주와 머크우드의 군주였다.

창-챙!

화살이 두 엘프를 갈랐다. 적시에 떨어진 등이 다시 철컥 소리를 내며 맞붙었다. 마치 맞춘 것 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갑옷은 튼튼하고 가벼운 듯 보였다. 미친듯이 베어나가며 경계하는 두 로드의 주변으로 정예병들이 오크들을 몰아세웠다. 피와 오물들이 튀었지만 엘프들의 머리칼에는 한점의 먼지도 묻어나지 않았다. 긴 흑발과 금발의 머리칼이 휘날리고 은색의 칼이 춤을 추며 적들을 베어나가는 그 순간, 머크우드의 군주 스란두일은 그의 하나뿐인 왕자를 소리높여 불렀다.

"레골라스---!"
"아다!"

저 멀리 어린 왕자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잎이라 불린 청년은 막 화살로 오크의 머리통을 쑤셨다가 빼낸 뒤였다. 왕의 부름을 받고 새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달렸다. 전통적인 놀도르와 신다르의 의식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경황이 없는 전투중이었지만 두 군주들의 주변에 놀도르와 신다르의 갑옷을 입은 엘프 둘이 각각의 군주들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오크를 처단했는지 그것이 기록의 쟁점이었다. 빠르게 숫자를 적어가며 서로의 군주에게 눈짓을 했다. 신다르의 왕자가 도달해 붉은색의 화살을 높이 올리는 그 순간까지 촉박하게 움직이던 펜은 작은 새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멈추어버렸다. 고개를 들고 왕자에게 양피지를 건넨 엘프들은 소임을 마쳤다는 듯, 동시에 칼을 빼어들었고 빈틈을 노리던 오크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들아, 결과는?"

막 오크 두마리를 베어넘긴 스란두일이 고개를 돌려 레골라스를 쳐다보았다. 빠르게 눈으로 숫자를 세는 레골라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찰나의 시간 끝에 왕자의 입이 열렸다.

"신다르의 승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이건 음모야!"

활을 쏘다가 가까워진 오크를 넘어뜨리고 칼을 꽂은 엘론드가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금세 엘론드의 근처로 손을 내민 스란두일이 그를 일으켜세웠다. 가까워져 온 표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억울하면 백년 뒤에 다시 와."
"칫."

뒤쪽에서 레골라스가 소리를 질렀다.

"의식 얼른 끝내야 할 것 같은데요! 저쪽에서 트롤이 옵니다!!"
"젠장, 약혼식도 못하게 하다니 매너가 없군."
"그런거 하고 싶지 않거든?"
"억울하면 백년 뒤에 다시보자니까?"

킬킬 웃으며 다시 칼을 휘둘렀다. 떨어진 등 뒤가 허전했다. 아들을 보며 눈짓을 하자 가까이에 퍼져있던 신다르의 군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신다르의!!!!!!!!!!!!!!!!!!"
"나 스란두일은!!"

그러자 놀도르의 군사들이 화답했다.

"놀도르의!!!!!!!!!!!!!!!!!!"
"나 엘론드와."

볼멘소리로 엘론드가 대답하며 칼을 휘두르자 레골라스가 킥킥대며 웃었다. 빨리 진행하라는 무엇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금세 진지해진 레골라스가 소리를 높였다.

"혼인했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붉은색의 화살을 허공으로 쏘아올렸다. 그것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살. 엘프의 활을 떠나자마자 점점 커지며 용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정확히 삼 초가 지난 뒤 큰 날개를 편 채 적들을 향해 위협적인 날개짓으로 향했다. 우왕좌왕한 적들이 삽시간에 허물어졌다. 근거리의 적들을 여전히 베어 넘기는 군주 둘을 보며 레골라스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부부의 증표요!!!!!!!!!!"
"젠장. 왜이렇게 근거리에 많아!!"

투덜거리면서도 떨어져 있던 스란두일과 엘론드가 성큼성큼 서로를 향해 다가섰다. 피에 젖을 것 같은 왼손을 허공에 털어낸 스란두일은 다가온 엘론드의 뒷머리를 부여잡은 채 진하게 키스했다. 강하지만 짧게 맞추었던 입술에서 피맛이 났다. 금세 떨어진 시선에서 많은 것들이 오갔다.

"다음에는 절대로. 내가 이길거야."
"기대하지요. 엘론드 부인."

큭큭대던 둘의 등이 다시 마주닿았다. 전투는 거진 마무리가 되었고 적들은 거의 허물어진 상태였. 하늘이 맑고 피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닿은 온기와 엄숙히 맺어진 혼인의 동맹. 신다르와 놀도르의 존속은 향후 백년간 굳건하게 이어질 터였기에 좋은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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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에루께서 이 세계를 창조하시고 자손을 번식시키신 이래 가장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자신에게만 한정된 권한은 아니었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 엘로스. 용감한 선원 에아렌딜괴 아름다운 별 엘윙의 자손인 우리 둘 모두에게 다른이가 할 수 없었던 선택을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기회는 공평했지만 선택은 공평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공평한 것일지도 몰랐다. 엘로스는 인간이 되길 희망했고, 나는 엘프가 되길 원했다. 자라면서 한번도 떨어져 본 적 없었던 쌍둥이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나눠지게 되었다. 유한한 생명이라니.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삶이었다. 몇번이고 엘로스를 설득하려 해보았다. 네가 원하는 그 길은 엘프여도 갈 수 있는 길이다. 무언가 더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무섭게도 생명의 책이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일이 아니겠느냐. 사랑하는 동생아. 나의 아우. 나와 함께 에루의 품 안에서 뜻을 펼치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엘로스는 고개를 저었다. 희미하게 웃음진 입술로. 눈끝에는 어쩐지 눈물이 살짝 고인 상태로 나의 손을 꼭 쥐었다. 사랑하는 나의 형님. 빛나는 별 엘윙과 위대한 선원 에아렌딜의 아들 엘론드 페레딜. 나는 가야합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그곳에 있습니다. 엘프여도 할 수 있겠지요. 무서운 것이 어딨습니까. 죽지않는 유한한 생명. 튼튼한 체력. 모든것이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 그래서 지금껏 시대를 지배해왔고 이렇게 영생을 누리며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않습니까. 하지만, 그렇지만 형님. 내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엘프이기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약합니다. 아직 제대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일은 느리기만 합니다. 쉽게 늙고 쉽게 죽고 쉽게 아픕니다.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바쳐 무언가에 매진할 수 있는 끈기가 있습니다. 올곧음. 정의. 그리고 결단력. 저는 그런 것이 좋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머니가 나와 형님의 손을 잡고 들려주셨던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그런 짧으면서도 강렬한 인생. 무언가를 해냈다는 거대한 성취감. 생명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자들의 맹렬함. 그런것들은 일루바타르의 영광을 안고 사는 엘프에게는 없는 것들 입니다. 저는 그런 생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반쪽. 그러니 슬픔을 거두세요. 나는 망자의 길을 걷는것이 아닙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길로 향하고 있으니까요.

어머니를 떠나보낸 그 때 처럼,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뒤돌아 걷는 엘로스를 잡을 수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에루의 축복이 너의 길 앞에 언제나 함께하시길. 상투적인 축복의 인삿말 한 번 뿐 이었다. 씩 웃어보인 채, 뒤 한번 돌아보지 않는 사랑하는 반쪽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 인간의 길을 선택한 채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먼 곳에서 엘로스의 소식이 들려올 때 마다 주군은 나의 눈치를 보았다. 오래 전 일인데도 방금 일어난 일인듯 느껴지는 깊은 슬픔이 늘 곁을 맴돌았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는지 궁금하다며 모른 척 주군에게 채근을 했다. 그러면 주군께서는 약하게 한숨을 내쉬곤 서찰에 쓰인 내용들을 조곤조곤 읽어주셨다. 주군의 입술이 벌어질 때 마다 속으로 한없이 에루께 빌었다. 그의 건강에 이상이 없기를,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기를.. 혹여나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면...그것을 읽는 주군의 마음에 슬픔이 깃들지 않기를.. 그저.. 덤덤하게 읽어 주시기를..
다행히 한장의 편지가 읽혀질 때 까지 내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말미까지 다 읽으신 주군이 고개를 들고 내게 편지를 건내시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가슴에 품고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내내 건강하기를. 먼 곳에서나마 함께 이어져 있는 이 대지 위에서 떠나지 않기를. 사랑하는 나의 반쪽. 네가 원하고 갈구하는 치열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원히 살아가기를.

차마 전할 수 없는 강렬한 바람이 허공에 흩어졌다. 당장이라도 손을 잡고 도망칠 수 없도록 힘주어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 길은 엘로스가 선택한 엘로스의 길이었기에..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내가 선택한 나의 길이었기에.. 차마 다가설수도, 나타날 수도 없었다. 우리의 발걸음은 각기 다른곳을 향하고 있었다.

너는 나의 하나뿐인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니까. 엘로스 페레딜. 나의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부디 행복하길. 너의 길 위에서 행복하길.

그저 작게 속삭이듯 입 밖으로 내뱉어 보는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엘프의 숙명을 지닌 자의 아픔은 그저 그렇게 낙엽이 지듯 켜켜히 쌓여 크기를 늘렸다.
그것이 하프엘프의 숙명을 지닌 나의 슬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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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바뀌는 왕의 관은 늘 주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좋은가지를 골라 크고작은 열매들로 장식한 관이 머리위에 얹어질때면, 똑같은 관 하나는 그의 손에 들려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주인을 기다리며 소중하게 만들어진 왕관은 오늘로 꼭 일천개가 되었다.

 

 

-----------------------------------------------------------------------------------

 

 

"언제까지 방 안을 채우실 작정이십니까?"
"그대가 쓸데없는 질문을 할 때도 있군."

방금 막 완성한 관을 벽에 고정시킨 걸쇠에 걸어둔 채, 중심을 맞추려 이리저리 기울여보던 스란두일은 이내 손을 털고 물러섰다. 이전의 것과는 다르게 상큼한 붉은 색의 열매가 돋보였다. 따스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왕은 그제서야 곁에 있던 집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던 모습 사이로 아주 조금의 부드러움이 새어나오는 것을 눈치챈 갈리온이 못볼 것을 보았다는 눈으로 혀를 끌끌 차올렸다.

"그런 바보같은 표정을 하실 거라면 절 쳐다보지 마십시오."
"그래도 명색이 이나라의 왕인데 언사가 너무 심한것 아닌가?"
"이정도면 괜찮지요. 선왕이셨다면 좀더 거칠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렇게 늙은 집사를 잡아먹을 것 처럼 바라보시는 분이 하시는 행동 치고는 참으로 소심하지 않습니까?"
"사내의 연정은 집사를 보는 것보다 훨씬 다정한 것이니까 말일세."
"쓸데없는 변명일랑은 집어 치우시고요. 차라리 자빠뜨리지 그러십니까."
"자네의 그 발언은 수많은 놀도르를 순식간에 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발언이야. 알고있나?"
"그 놀도르의 수장을 신다르로 만들면 해결 될 문제이지요."

늙은이의 말장난엔 못 당한다니까.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스란두일은 공들여 문양을 넣은 찬장의 문을 닫았다. 진심을 말해버린 입술에 혹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수많은 난관이 뒤따르는 법이었다. 제멋대로 손목을 잡아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반항하는 몸을 묶어 강제로 취하면 이 열기가 사그러들 것이라고 되뇌었던 적이 과연 한번도 없었을까.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것은 고작 몇 년으로 충분했다. 치기어린 감정에 충실한 인생을 보내기에 엘프의 인생은 너무나도 길었으니까.

"영양가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방에 숨겨놓은 술이나 가져와봐."
"좋은 술은 왕의 창고에 그득이 쌓여있건만 어찌하여 불쌍한 늙은이의 조그마한 기쁨을 탈탈 털어가려 안달이십니까?"
"나의 창고에는 쓰레기만 가득하고 좋은 술은 그대의 방으로 따로 들어간다지. 그걸 모르는 머크우드의 엘프도 있던가?"
"하여간 말도 되지않는 누명을 씌우신다니까 .. 정말 서러워서 못살겠습니다. 늙으면 어서 서역으로 떠나버려야지.."
"떠나게 되면 이별의 선물로 큰 오크통으로 한개 실어주지. 그러니까 어서 가져와봐."
"두 통으로 해주십시오. 가는길이 너무 지루해서 그 전에 술이 떨어지면 곤란하니 말입니다."
"생각해보지."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보이는 스란두일을 쳐다보던 갈리온은 못마땅한 얼굴로 잔뜩 굽힌 허리를 두드려댔다. 날씨가 궂으려는지 허리가 아프다는 둥, 엊그제 좋은 토끼고기가 들어온 것 같은데 이 놈팽이들이 어디다 밖아두었을지 찾으러 가봐야겠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을 나서는 집사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왕은 문이 닫히고서야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닫아둔 찬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머리위에 얹은 관은 한없이 가벼웠지만 찬장 안에 걸려있는 관은 한없이 무거워보였다. 똑같은 한 쌍의 관이었음에도 그래보였다. 지고있는 의미가 달라서였을까.. 뭐 아무래도 괜찮았다. 당분간 관의 주인은 오지 못할 것 같으니 이곳에 잠시 놓아두면 된다 생각했다. 먼 훗날 주인이 도착해 무겁다 투정하면 새털같이 가벼운 관으로 새로 만들면 되는 터였다.

물끄럼히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채, 스란두일은 방을 나섰다. 불러놓고 저보다 늦게 도착하면 늙은 집사는 또 중얼중얼 잔소리를 늘어놓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 잔소리를 벗삼아 술에 취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답지않게 노랫소리를 흥얼거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끊겼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모든것이 죽어 곱게 말라있는 공간에서 방금 걸어둔 화관만이 싱그럽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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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엘스란. 썰. 처음.

2013. 5. 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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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와닿은 맨살의 감촉에 안나타르는 황홀한 듯 웃어댔다. 하지만 웃음이 오래가진 못했다. 왈칵 올라오는 비릿한 체액이 바닥으로 뿌려졌다. 제 입에서 떨어지는 피웅덩이를 보고도 그는 웃었다. 아니 즐거워했다.

"미친새끼."
"큭...큭크큭..흣.."
"말해. 엘론드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하아..왜. 왜 그분을..크큭.. 입에 담으십니까?"

참으로 이상하다는 듯 안나타르는 고개를 올려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웃으며. 입가에는 피범벅이 된 채로. 그저 웃었다. 정말 말로 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스란두일의 표정이 한껏 험해졌다. 거칠게 다뤄 찢어진 상의덕에 잡을 곳이 없어진 스란두일은 두 손에 온전히 힘을 넣어 안나타르의 목을 감싸쥐었다. 한껏 가늘어진 눈가. 벌벌 떨리는 입술. 울컥울컥 나오는 피가 주위에 지저분하게 퍼졌다. 숨이 가빠 헐떡이는 순간에서도 안나타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진정 제멋대로 굴며 끝까지 하고픈 말을 지껄였다.

"정인..큭..이..라도. 되십니까? 크큭. 흑..흡..그는 단지..길 갈..라드..의. 가솔..일 뿐..히익!!!"
"닥쳐라. 네 입에 담을만한 이가 아니다."

목을 강하게 조여오는 압박감에 안나타르의 눈이 크게 떠지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가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이런 미친 놈은 내버려두고 엘론드부터 찾아야 했다. 해명해야 했다. 팔에 온 힘을 실어 안나타르를 내팽개쳤다. 바닥에 고꾸라진 채 밭은 기침을 내뱉는 안나타르를 내버려 둔 채, 스란두일은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미친듯이 뛰던 심장이 겨우 진정됐다. 강하게도 묶여있지도 않은 손목의 끈을 흔들어 빼낸 뒤, 안나타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입가를 문질러 닦았다. 손 끝에 피가 가득 묻어났다. 즐거웠다. 그래, 찾아낼 수 있을까. 너 따위가. 이 안나타르를 모욕한 대가는 작지 않을텐데 말이지.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울렸다. 미친놈처럼 보여도 상관없었다. 기쁘고 통쾌하고 속이 다 후련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소원을 깨뜨렸다. 사랑? 정인? 다 소용없는 말이었다. 한낯 감정에 호소하고 밀어를 속삭인다 해서 굳건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말의 불씨로 갈라놓을 수 있었고 혼란에 빠뜨릴수도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용맹스럽고 위엄있는 어둠숲의 왕자의 하룻밤 정을 받았던 이는 그가 그리도 원했던 엘론드가 아닌 안나타르. 바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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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안나. 유혹.

2013. 5. 1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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