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불안함에 잠들지 못하면 푸른 큰 망토로 감싸 재웠던 버릇에 부끄럽고도 황홀한 첫날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는 엘론드의 맨몸을 푸른망토로 감싸주는 대왕님. 그건 아마도 완벽한 한쌍.

피곤함에 반쯤 감긴 눈매가 바르르 떨렸다. 온 몸에 꽃길을 낸 흰 피부가 파르라니 빛나는 새벽녘이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이건만 차마 꿈일성 싶어 잠들지 못하는 작은새는 여즉 대왕의 팔을 붙잡는다. 두렵습니다. 눈뜨고나면 아무것도 없을까봐. 곁에 계시지 않을것 같아 무섭습니다. 이토록 행복해져 본 일이 없으니까요. 가만가만 두려움을 표하는 아이의 입술을 바라보며 대왕은 다시한번 가볍게 그 작은 부리를 오물거린다. 그리고 잠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망토를 끌어왔다. 폭 둘러쌓인 모양새가 우스웠다. 이제는 완연히 어른의 골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토는 엘론드에게 버거웠다. 그러나 대왕은 그것이 좋았다. 마치 어릴적 쌍둥이를 한 품에 안았을 때 처럼. 자신의 망토 아래에 잘 감싸인 작은 새를 보는것이 얼마나 기쁘고 사랑스러운 일인지 아이는 모를것이다. 돌돌 감싸 다시 품에 안고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눈동자를 본다.

자장가를 불러주마. 어릴적 처럼./아직도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십니까/ 오늘을 기념해야지 않겠느냐/무엇을 말입니까/이젠 돌아갈 수 없는 너의 아이시절을 말이다. 동그란 눈동자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 말 사이에 숨은 뜻을 알아내고 새하얗게 질렸다 핏기가 오른다. 그 모습조차 어여쁘다는 듯 대왕님은 흐트러진 고수머리에 코를박고 깊이 숨을 마셨다. 그 좁은 틈 속에서 한참이고 부끄러워 하던 어린새가 속삭인다.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그때처럼. 올려다 본 눈가에 사랑이 일렁인다. 대왕님은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새가 듣게될 마지막 자장가를 나직히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작은 새가 힘차게 날아오르려는 날개짓이 시작되었다.  성인식의 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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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글로르는 마에드로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독 첫째를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러움섞인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과묵하고 온화한 성격 탓에 속내를 내보인 적은 없었겠지만 마에드로스는 그런 동생의 맘을 종종 이해하고 배려해줬을법 하다. 근데 그것이 셋째가 태어나고 넷째가 태어나고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까지 갈 수록 마글로르에게 오는 관심은 점점 작아져만 가고. 어리광 부릴 시기를 맘껏 누리기도 전에 마글로르는 동생들을 돌봐야했겠지. 게다가 마에드로스와 각별한 사이니 그가 아버지에게 받는 장자의 무거운 굴레를 나누어 지려 힘써 노력했으면 좋겠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부자와 형제간의 우정이었겠지만 마글로르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형님의 존재는 비등비등할정도로, 아니면 형님이 조금 더 커지는 정도로 차지하면 좋겠다. 거기에 첫 잠자리마저 아비가 아닌 형님과 함께하는 과정(동인설정)을 통해서 그 마음이 굳어지면 좋겠다. 아버지의 말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본다던지, 하지만 형님의 말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받아들인다던지.. 그것이 깨어진 1차시기는 핀곤과 잤다는것을 눈치챘을때. 그리고 2차시기는 핀곤 사후 점점 무너져가는 마에드로스를 확인했을 때. 상고로드림때만해도 마글로르는 마에드로스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원하지않던(생각하지않던) 총지휘관의 자리에 올라야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형님이 이자리에 있다면, 혹 내가 그 상고로드림에 가서 고문당하고 있었더라면 형님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고 형님의 이상적인 사고방식을 따랐을 가능성도 있을법 하다. 형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와 총지휘관으로서의 사고가 번번히 부딧혔기 때문에 그는 평소보다 차가워지고 딱딱해졌을것 같다. 그런 후 다시 마에드로스가 핀곤에게 구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때 1차로 충격을 받은것이 배로 돌아오면서 나는 형님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걸까.라는 자책감과 자괴감이 정신을 지배했을법하다.

그리고 마에드로스가 돌아오고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서서히 2차충격을 받을시기가 오는데 핀곤사후에는 정말 예전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마에드로스의 모습을 지척에서 보면서 마글로르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이겨내는구나. 싶었는데 자기에게조차 내면을 보이지 않는 마에드로스가 어느날 밤 막사에 들어가지도 않고 뒤쪽 숲으로 숨어드는걸 보게되고 거기에서 정말 섧게 망토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는걸 보면 좋겠다. 거기서 2차충격. 내 형님이 울고계시다니. 쓰다보니 핀곤이 개새끼네..

하여튼 그렇게 변한 모든것이 광기와+아버지에대한 굴레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핀곤의 존재가 마에드로스에게 엄청나다는걸 실제로 확인하고나니까 마글로르는 돌이킬 수 없이 멘붕하고 마는것. 형님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나고 고고하고 범접할수 없는 존재였는데 하여튼 그렇게 변한 모든것이 광기와+아버지에대한 굴레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핀곤의 존재가 마에드로스에게 엄청나다는걸 실제로 확인하고나니까 마글로르는 돌이킬 수 없이 멘붕하고 마는것. 형님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이나고 고고하고 범접할수 없는 존재였는데 자기는 형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않고 어느 부분도 차지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그떄부터 표정을 잃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적대면서 형님의 곁에 머물겠지. 아마도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형님, 곁에있는건 저에요. 핀데카노가 아니라. 말없는 마글로르의 절규를 평소의 마에드로스였다면 금세 알아챘을테지만 이때쯤 마에드로스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언제나 보이는 핀곤의 환영, 모르고스의 환영에 싸우기도 바빴음. 곁에서 처연하게 늘 자신을 쳐다보는 마글로르를 전혀 신경써주지 못했겠지. 그렇게 실마릴을 결국 차지하게 되는데 아마 실마릴을 손에 쥔 그 순간이 마글로르가 마에드로스를 완전히 놓아버리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형님은 다르지않을까. 아버지 페아노르랑은 다르지않을까. 달랐으면 해, 욕심. 광기 그것이 제발 형님을 완전히 먹어치워버리지 않았으면 해. 하지만 끝까지 현실은 마글로르를 배신하지. 안녕 마글로르. 난 틀렸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대화에서 마에드로스는 우리라고 표현하지 않고 나는 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 눈빛에 보이는 건 정말 한 톨도 남지않은 마에드로스의 탈탈 털린 영혼이 보이는거.

나는 결국 형님의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구나. 형님보고 그렇게 버리고 그렇게 강하게 단단하게 자신을 다지라 말했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얻을수 없었어. 이제는 바랄수도 없었어. 그런데 여기에서 안녕이라고 하면 영영 만나지 못할까봐. 끝이날까봐 마글로르는 인사하지 못했을것 같다. 그렇게 화염의 불길로 사라지고 마글로르는 떠나는거지. 사라진 형을 찾으러. 어자피 페아노리안의 저주덕에 만도스에 닿지 못할 형의 영혼을 찾아헤매면서 그런 와중에 생각했을것 같다. 핀데카노 너는 만도스의 전당으로 가겠지. 나는 형과 함께 이곳에 있겠어. 몸도 마음도 너는 가졌겠지만. 영혼은 내가.. 내가 함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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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아노리안은 다소 고루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데 그게바로 근친의 시초가 되면 좋겠다. 그리스시대처럼 성인 남자가 어린 남자아이를 1대1로 전담하면서 모든기술을 전수하고 교육하는데 그게 성경험도 포함되어있는거 ㅇㅇ그래서 딱히 근친은 아니지만 다 자본다거나. 페아노르의 아내가 떠난것도 이때문. 보통의 경우야 많아야 두셋인데 이건 아들만 일곱이니 자신이 가르쳐 줄건 없고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부자가 붙어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 사고를 가지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페아노르가 엘프들을 이끌어 중간계로 올때도 ㄴㄴ 안감. 하고 거절.

페아노르는 마에드로스만 유일장자로 인정해 뼈빠지게 키우고 마글로르부터는 마에에게 맡김. 기본적인건 아버지가 신경써주지만 자잘한건 다 마에몫. 그래서 마글이랑도 자보면 좋겠다 <. 사실 이걸 원한 설정인데. 마에마글 좀 좋음 ㅜㅜ

이전에 풀었던 썰중에 여자애들이 꺅꺅대면서 마글로르님 목소리 넘 멋지고 외모도 괜찮고 왕자님같다느니(왕자임) 달콤하다느니 하고 이야기하다가 살짝 음담패설로 빼는데 이전에 마글로르님의 연인으로 있었던 뫄 언니에 의하면 침대위에서 신음소리나 목소리가 평소의 다섯배정도로 섹시하고 달콤하다고.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 미성이신데.. 다들 침만 꼴깍꼴깍 삼킨채 부럽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옆에서 묵묵히 일하던 마에드로스가 그자리 툭 나와서 마칼라우레 신음소리가 확실히 꽤 섹시하긴 하지 하고 웃어보이며 자리를 뜸.

그리고 모두 ㅍ0ㅍ 이표정으로 웅성웅성.  대체 어떻게 알고계신거냐며 자와자와

실제로 처음 잤을때 마에드로스는 나름 환상같은게 생기면 좋겠다 첫경험은 아버지랑 했으나 자신도 어렸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아버지는 천성이 무뚝뚝해서 노력은 해주었지만 상냥하게 해주진 않았는데 마글로르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정줄 놓아버릴뻔 했다던지 무섭다고 두렵다고 손 꼭 끌어안고 흐느끼는 동생을 달래며 안으로 밀고들어갔는데 서툴긴하지만 노력하면서 신음소리내는 모습이 이제껏 늘 보아왔던 그 어느모습보다도 아름답고 성스러워서 입맞출 뻔 했다던지 (왠지 성관계는 되는데 입맞추는것이 금기라던지) 입술에 못하는거 그날만큼은 코끝에 귀에 이마에 여기저기 다 퍼부어주면 좋겠네요<<

그리고 성인이 된 마글로르가 남들과 잤는데 그기분이 안나서 은근슬쩍 서로를 원한다던지...!

실제로 잔건 넷째가 누구지 카란시스였나 켈레고름이었나 그쯤까지면 좋겠다. 그때부턴 마에도 바쁘기도 하고 엄마가 싸고돌아서 전담산생이 따로 생기기도했고. 그래서 마에에 대한 충성도가 조금 남다름. 정작 마글로르같은 경우는 받은게 많아서 핀곤과 마에가 사귄다는걸 알고 마글로르는 배신감에 사로잡힘 ㅇㅇ 성인이 되서 박지않고 박힌다는건 터부시되는거였으니. 은근슬쩍 마글로르는 자신의 밑에 깔린 마에를 상상해보지만 곧 포기하고 말지. 음유시인의 기질이 말해주고 있었어 저둘 사이를 갈라놓는것은 아무도못해. 그래서 마글로르 에게는 질투 기대 체념의 시절이 있었지만 셋째부턴 전혀 몰랐음. 그래서 나중에 알게되고 불같이 화를내면 좋겠다. 내 사랑하는 형님이 감히반쪽짜리 핏줄과? 물론 그말하고 쳐맞았지만 쉽게 인정하지 못하면 좋겠다 ㅇㅇㅇ

그애서 페아노리안끼리 잠자리를 하는건 사랑이라기보단 경애. 우정  그런 뜻. 그 사이에서 스물스물 감정이 피어오르면 피어온르는 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뭐. 라는 뻘설정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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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웬 첫사랑이 글로리면 좋겠다. 또래 오빠들은 장난이 기겁하고 에레시는 떽떽거리고 아빠는 좋은데 너무 바쁘고 린디르는 잘 놀아주긴하지만 안정이안된달까..맨날 반짝반짝 빛나면서 당당하고 여유있는 모습의 글로리를 보고 반하면 좋겠다. 엄마품에 안겨서 엄마엄마 글로르핀델님은 왜 머리색이 금색이야? 하고 물어보고 두근두근하게 이야길 듣고 하는걸로 켈레브리안은 눈치채고 오빠들이 놀릴성 싶어 엘쌍에겐 말도 안하고 엘론드더러 아르웬 말타기 선생으로 글로리붙여줄수 있는지 넌지시 찍어보면 좋겠다.

그렇게 원하던 기회를 얻은 아르웬이 두근두근하게 수업을 빙자한 소꿉놀이를 즐길동안 오빠들이 가만있으면 안돼지. 드세던 성격 어디가고 아르웬이 요즘 부쩍 치장을 한단말이지? 수군수군 감을 잡은 엘쌍이 뒤를 캐고 수업때만 예쁜옷 입고 나가는걸 발견함. 그래서 기회를 보다가 엘쌍은 글로리에게 도착하기 직전에 특제 진흙폭탄을 던져버림. 삽시간에 예쁜옷이 말썽이되고 머리에까지 흝이묻어서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아르웬때문에 글로리가 나와보고 숨어있던 쌍둥이들을 잡아 끌어옴. 삽시간에 켈레브리안도 뛰쳐나와 상황 파악을 함. 왜 그랬지? 하고 품에 아르웬을 달래면서 아들들을 혼내는데 엘로히르가 툭, 쟤가 글로르핀델공 만날때만 저렇게 꾸미고 가잖아요! 우리동생인데!/맞아요! 우리동생인데!/ 쭈물쭈물하며서도 명확히 질투를 표현하는 엘쌍에 켈레브리안도 당황하고 글로리도 당황하고 아르웬은 울다가 얼굴이 새빨개져선 엄마 품에서 도망쳐버림. 그대로 자기 방까지 와서 옷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엎드려서 엉엉 움. 그래도 소녀의 마음이란것이 처음 발현되어 두근두근했는데 못난꼴도 보이고 제가 고백해보기도 전에 들켜버린 터라 충격이 더했음. 내일부터 어떻게 봐. 엉엉하고 한참 우는데 조용히 글로리가 방문을 두드림. 레이디. 들어가도 될까요? 근데 아르웬은 보기 싫어. 부끄럽고 날 놀리려는게 아닐까 걱정되서 울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이불속으로 숨었음.  안에서 아무말이 없으니까 글로리는 방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 살핌. 침대 위가 바르르 떨린다며 한숨을 쉬곤 침대로 가 앉았어. 등으로 추청되는 곳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달래기 시작해. 레이디. 미안해요 난 그럴줄도 모르고.. 아까 쌍둥이를 더 혼낼걸 그랬죠. 라며 맘을 알아채지도 못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어. 그리고 오늘 입은 옷도 장신구도 굉장히 예쁘다는 말을 반복했지. 진흙투성이가 되어도 레이디는 레이디인걸요. 제가 본 레이디중에 두번째로 가장 아름다워요. 그러자 이불틈 한쪽이 조금 열렸어.

첫번째는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반쯤 쉰 채로 물었어. 귀여워 죽을것 같은 기분에 소리 없이 웃으면서도 글로리는 대답했어. 로리엔의 레이디 갈라드리엘. 이제는 마님이 되셨지만요. 전 그분보다 아름다운 엘프는 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르웬은 좀더 풀죽었음. 자기가봐도 할머니는 되게 예뻤거든. 더 시무룩해졌음.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말에 화색이 돌았음. 근데 레이디는 갈라드리엘님의 직계잖아요. 켈레브리안님도 저렇게 아름다우신데 레이디가 다 자라시면 얼마나 아름다워지실지..두근거려요.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요. 그 말에 숨어있던 것도 잊은 채, 아르웬이 벌떡 일어났어. 진흙투성이에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있고 머리는 헝클어진 아르웬을 마주한 글로리는 조금 웃어보이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어. 눈물자국을 닦아주고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었지. 정말이에요..? 조심스럽게 묻는 얼굴은 한껏 기대감에 들떴어. 그럼요. 다 자라시고 나면 저 같은건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는걸요. 하고 웃어보이자 아르웬은 도리질쳤어. 글로르핀델님같이 멋진분이 또 있을리가 없어요. 결연한 표정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글로리는 잊지않았지. 내일부터 다시 수업에 나오시는 겁니다. 레이디는 말 타는 모습도 우아해서 잘어울리니까 좀더 연습해야해요. 아시겠죠?/네!/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뭔데요..?/쌍둥이가 사과를 하고싶다고 아까부터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넓은 아량으로 받아줄 수 있어요? 잠시 고민하던 아르웬이 글로리의 눈치를 봤어. 문 밖에서는 이미 빼꼼하게 쌍둥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 엄마아빠에게 혼이 호되게 난 뒤였어. 한참 고민하던아르웬이 고개를 들었어. 그럼 제 소원 한가지만 들어주세요.  어떤 소원인가요?/저..저..저 한번만 안아주세요! 너무 간절하게 쳐다보는 눈빛에 글로리는 잠깐 고민했고 아르웬은 부들부들 떨었어. 하지만 허락이 떨어졌지. 레이디의 뜻대로. 양 팔을 펼쳐보인 글로리의 품에 아르웬이 번개같이 안겼어. 폭 안긴 품에선 꽃향기가 가득 났지. 한참을 그렇게 끌어안고 있던 아르웬이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어. 나중에 성인이 됐을때 글로르핀델님과 결혼할거에요./반가운 소식이네요. 기다리고 있을께요./정말이죠?/물론이죠.마이레이디. 그제서야 웃음이 돌아온 아르웬의 눈치를 보며 쌍둥이들으 사과하러 쭈뼛쭈뼛 다가왔고 아르웬은 글로리도 있으니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사과를 받아들임. 그렇게 다시 아르웬의 꽃생활이 시작되고 엄마가 땋아주는 예쁜머리로 글로리를 매일같이 보러다니며 새록새록 사랑을 키워가던 그 찰나..!

임라드리스에 나타난 것은 아주 작은 아기였음. 그것도 인간 아기. 그리고 그 아기와 마주한 순간 아르웬은 두번째 사랑을 예감했음. 뚜둔!

후일담으로 결혼하러 가기 전날이든 전전날이든 한창 준비하고 있는 아르웬의 방문을 두드려 알현을 청하면서도 섭섭하다는 듯 장난거는 글로리 보고싶다. 레이디 슬퍼요. 저랑 결혼하신다면서요 '_` 시무룩 '_` 언제는 제가 제일 멋지댔으면서 '_`  하고 한껏 놀리는 글로리 보고싶음 'ㅠ' 아라곤을 괴롭히는 장난꾸러기는 이제 도합 세명이 되었음 'ㅠ'!

후일담 둘. 켈레브리안이 잠든 아르웬의 이불을 덮어주고 글로리랑 나오면서 물어봄. 정말 제 어머니가 세상 제일 아름다워요?/그야 물론 레이디 갈라드리엘이 아름답긴 하지만..글쎄요. 전 남차취향이라서./거짓말쟁이/때론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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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드로스가 핀곤에게 구출되고 몇년동안 핀곤의 휘하에 있었는데 사실 고분고분하게 있던게 아니면 좋겠다. 오만가지 능욕과 조교와 고통을 모르고스에게 당하고 살았나 싶었더니 핀곤이 기다리고 있었음. 근데 마에드로스에겐 반항할 여지도 없었음. 목숨을 거두지않고 살려준 것은 핀곤이 맞았으니. 더군다나 아비의 원죄로 고개조차 들 수 없어서 그냥 마에드로스는 핀곤이 하자는 대로 다 함. 서라면 서고 먹으라면 먹고 자자그러면 자고. 근데 그 내려놓음이 가학심이 될줄은 몰랐음.
핀곤은 핀곤대로 잘 지내보려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음. 히슬룸의 군사들도 그러했음. 점차 마에드로스는 고립됬음. 핀곤조차 막대하고 형님에겐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더이상 불명예스러운 페아노르의핏줄이 살아나선 안된다며 세뇌교육부터 다시 하면 좋겠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빛과 같이 다가온 핀곤의 말이 그대로 귀에 박히고 결국 내 밑에서 다리나 벌리고 살라는 모욕적인 언사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것에 한없이 안주하고 길들여지는 마에드로스 보고싶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오직 핀곤만 곁에서 자신을 돌봐주고 있으니 듣고 볼 수 있는건 핀곤 뿐이었고 7여년동안 온통 차가운 곳에서 지내온 자신의 몸을 데우고 뜨겁게 만들어줄 이 또한 핀곤이었다는걸 스스로 스톡홀름신드롬처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다리에 힘이 돌아오고 숙소 바깥을 걸어 다닐수있을정도가 되었을 땐, 그 잘난 페아노르의 아들께서 이젠 정부노릇을 하시려드는군. 같은 수군수군함을 들어도 어자피 나는 어린 사촌에게 매인 목숨이니 그런말 듣는것에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는 핀곤도 더더욱 화가나서 잔혹하게 마에드로스를 다루는거. 상황은 되게 싱겁게 끝나는데 핀곤이 나간 틈을 타 핀골핀이 직접 마에드로스를 찾아왔음. 전날도 잔인한 밤을 보낸 뒤에 뒷처리도 하지 못하고 나간 핀곤덕에 마에드로스는 침대기둥에 손이 묶인 채 알몸으로 천정만 멍하니 바라보고있음. 되도록 보지 않은 채 손을 끌러주면 그제서야 조금 놀란 얼굴로 마에드로스는 가볍게 가운이라도 걸쳐입음. 그 모습을 보며 핀골핀은 경멸의 눈빛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음. 네 꼴을 형님께서 보셨으면 굉장히 좋아하셨겠구나. 형님. 그 한마디에 텅 비어버린 눈동자에 빛이 서림. 잘난 페아노르가 원수처럼 생각하는 이복형제의 아들에게 다리를 벌리는 꼴이라니. 눈 뜨고는 못봐줄 광경이구나. 아무리 비웃어도 마에는 침묵을 지켰음. 대놓고 조롱하지는 못했다면 이런이야기를 듣는것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핀골핀은 아랑곳하지 않았음. 품 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마에드로스의 앞에 던졌음. 어릴적의 정을 생각해 마지막 자비를 베풀겠다. 말과 간단한 식량 정도는 챙겨주지.당장 이곳에서 나가라. 더이상 더러운 핏줄에 내 아들이 농락당하는것을 보고 싶지 않구나. 조금 당황한 것은 사실이었음 하지만 마에드로스는 아무런 말도 못했음. 더러운 핏줄. 아들을 위한 길. 자신이 물러나는것이 맞는 경우였음. 하지만 어디로? 몸을 의탁할 곳이 아직 있었던가. 그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 옴. 그때 핀골핀 역시 생각해둔걸 말함.
적범한 승계권을 내놓거라. 그것을 내놓고 돌아간다면 너는 아마도 네 핏줄에게로 갈 수 있겠지. 사촌 형님을 위한 마음씀씀이가 드넓은 용맹한 핀곤에게 구출당한 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몸을 추스린 후에 지극히 감동을 받고 왕위계승권을 넘겨주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대부분의 놀도르들은 수긍할테지. 거기엔 물론 네 핏줄도 포함되어 있을테고. 마칼라우레에게 서신을 넣어두마. 그 아이도 양심이 있다면 널 그냥 내버려두진 않을테니 말이다. 내 용건은 끝났다. 핀데카노가 돌아오기 전까지 반나절이 남았구나. 그 전에 작별인사를 들었으면 좋겠군. 아, 그 더러운 몸뚱이 씻을 시간은 허하지. 그럼 이만.

그렇게 마에드로스는 정말 가벼운 손으로 쫒겨나는거. 연락을 받은 마칼라우레가 쏜살같이 달려와 형님을 마중했지만 이미 예전의 형님이 아닌거지. 대강 아버지가 계실 때 주기적으로 폭력과 같은 관계를 지속해왔던 형님의 눈동자를 또다시 마주하면서 깨닫는거지. 이미 늦었구나. 아무말도 하지않고 일단 쉬라고 보살피는데 다른 동생들은 왕권이 넘어갔다는 말에 울분을 토하고 마칼라우레는 일단 형님이 몸조리 하실때까지 기다리자고 하고. 핀곤은 핀곤대로 아버지 명따라 잠깐 나갔다왔는데 마에드로스가 사라져서 성질내는데 핀골핀이 싸대기 날리면서 작은거에 연연해히지 말고 숲을 보라고. 상급왕이 된 뒤에 공적으로 마주칠 궁리를 하는게 더 효과적일거라 소리치지. 분하게도 맞는말인지리 꿍하고 있음. 그러나 핀골핀도 생각이 있었음. 마칼라우레나 다른이들이 쉽게 마에드로스을 내주지 않을거란걸 ㅇㅇ 그리고 마에 본인도 보는 눈들이 달라지고 현실을 깨달을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면 여태 해왔던 일들이 잘못된 것이란 걸 깨닫겠지 ㅇㅇ 하여튼 핀골핀의 꿍꿍이대로 시간은 흘러감.
어찌되었든 마에도 점차 기운을 차렸고 핀곤도 제 페이스로 돌아왔음 하지만 겉으로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 뒀던 두 집안은 종종 사절을 보내고 서로의 진영에 오감. 그때마다 핀곤은 본인이 나서서 갔음. 그러니 저쪽에서도 마에드로스를 보낼 수 밖에 없었음. 얼마나 우애깊은 사이냐고 미담삼아 이야기 하는데 겉으로 웃던 핀곤은 주변이 어스름해지기도전에 여독을 풀어야겠다며 방으로 향했고 은밀히 마에드로스도 발걸음을 옮겼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문을 여는데 열자마자 강한 힘이 마에드로스의 머리칼을 잡아당겼음.

악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움켜쥔 손은 가차없이 그를 침대 위로 던졌음. 바로 공포에 질린 얼굴이 핀곤과 마주했음. 많이 좋아보여 마이티모. 살도 적당히 오르고. 이젠 나 없이도 살겠나봐?  솔직히 핀곤이 상냥하게 대해준것은 아니었음 죽도록 자신을 괴롭혔던 모르고스보다 약했을 뿐이었지 게다가 마에드로스는 꼬박꼬박 마이티모라 부르는 어절에 약했음.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느낌. 바들바들 떠는 마에의 옷을 난폭하게 벗기며 밀어붙인 핀곤은 으르렁댔음. 서방님을 오랫만에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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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삼님이 보여주신 할디르 X레골라스 의사의사버젼이 넘 멋져서 1년차 레지던트 라는 설정으로 쏘삭쏘삭 u////u

 

평소에도 멋대로 건강체크한다며 이마맞대고 껴안고 추근덕대던 할디르가 오늘따라 심각하게 챠트도 간호사에게 넘겨버리고 레기를 끌고가는곳은 레지던트실. 무슨일이냐며 짜증내는데 척척 약 꺼내서 주는게 감기몸살약. 먹어/..안먹어도 돼/ 얼른 먹어. 심해진다./요즘 피곤해서 그래. 별거 아냐. 왜이렇게 유난이야? 성질내면서 일어서려는데 사람이 걱정하면 좀 들어라 하고 되려 화를내는 할디르. 그게 정말 짜증나는 레골라스. 작작좀 하라며 소리지르고 나와버리는데 평소같으면 다시 새초롬하게 다가와서 미안하다고 굴려줄 할디르가 그날따라 나오지도 않고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얼굴도 못보는 새에 레기 얼굴은 점점 질려가고.. 선생님 괜찮으세요? 간호사 하나가 물어오는데 좀 피곤하다고 괜찬다고 하는순간 레기가 정신을 잃고. 놀라 비명을 지르는 간호사들 틈으로 퇴근하려던 복장의 할디르가 뛰어와서 레기를 업고 휴게실로 데려옵니다~_~

수액맞고 한참 푹 잔 뒤에 눈을 뜬 레기가 휴게실인거 알고 더듬더듬 일어서려는데 누가 끌어내려서 고대로 침대위에 누워버린 레기가 할디르를 발견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두사람이 아무런 말도 못할 때, 간호사가 들어와서 열재주고 할디르쌤 아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열이 39도까지 올라가서 호흡곤란오고 그런거 미리 체크하고 그러셨다고 이야기해주고 싹 나가버림. 되게 무안해진 레기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할디르를 쳐다보다 미안하다며 한마디 하는데 ...됐다. 쉬어라. 그러고 나가버리는거. 그뒤로 레골라스는 할디르를 잘 볼 수 없게 됩니다 ~_~ 나중에 보니까 시간도 완전 정반대라서 원래 만나기 힘든데 할디르가 계속 찾아온거였고. 간호사들도 쌤 요즘 할디르쌤이랑 잘 안노시네요? 싸웠어요? 소아과 요즘 박터진다는데 할디르쌤이바쁘신갑다~ 하고 그래서 요즈음 굉장히 바쁜 시기에 계속 자기한테 왔다는걸 깨달음. 아 뭔데;; 그동안 솔직히 동기간에 우정같은게 좀 유난하다 싶었는데 이건 아닌거 같음. 기분이 찝찝함. 그래서 레기는 할디르를 찾아가보기로 함. 오후 근무를 마치고 할디르가 있는 소아병동에 들어서는데 진짜 정신이 한개도 없음. 자기네도 바쁜데 여긴 더 박터져. 레지들 막 뛰어다니고 할디르는 보이지도 않고. 오늘 야근 없이 정상 퇴근이랬는데 이래서야 퇴근도 못하고 일하고 있을거 같음. 근데 저 멀리서 할디르가 보여. 부를까 말까 망설이는데 분위기가 평소랑 달라. 굉장히 날서있고 서늘해서 쉽게 다가가기 힘들 정도야. 그러고보면 간호사들이 이야기하는게 그랬어. 평소에는 웃지도 않는데 유난히 레골라스쌤이랑 있으면 많이 살가워진다고. 진짜 친하신가봐요. 한게 생각났어. 할디르는 뭐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성질을 내다 밖으로 나가버렸고 한참을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머리를 식히러 간것 같아서 레골라스는 급하게 뒤를 따랐지.

해가 다 진 옥상 한켠에서 할디르가 담배를 입에 문 채,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몇번이나 씹다만 필터는 헤지기 직전이었어. 레기는 할디르가 담배를 피운다는것도 몰랐는데. 주춤대며 다가서니 인기척에 놀란 할디르가 뒤돌았다가 멈칫했어. 놀란 모습. 몇번 눈을 깜빡이던 할디르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담배를 빼내 케이스에 넣었어. 오랫만이네./그러게. 바쁜가봐/요즘 그렇지/그래서 요즘 안오는거야? 얼굴을 보자마자 돌직구를 넣었어. 궁금한건 못 참았으니까.
나 궁금한거 있어 할디르./..뭔데/소아과 평소에도 이렇게 바쁘다며/...?/그런데 왜 그 시간을 쪼개서 나한테 오는거야?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할디르는 새삼 레골라스를 바라보았지. 그런 눈빛은 몇번 본 적 있었어. 가끔 할디르는 레골라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었으니까. 솔직히 이제와서 감이 안왔다고는 못하겠어. 근데 남자잖아. 친구고. 동기고. 오랜기간 보지 못했던 시간들은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이곳으로 왔던 거고. 근데 아까 할디르의 얼굴을 설핏 마주한 순간 깨달았어. 그렇게도 틱틱댔었는데 그렇게도 귀찮아하고 그랬었는데 보이지 않으니 찾고있었어. 결연한 표정으로 레골라스는 다시한번 물었어. 왜 나를 찾아 5층까지 올라온거야? 초연한 눈동자를 마주한 할디르가 피식 웃었어. 왜냐니. 널 좋아했으니까지. 자신감 없는 목소리가 낮게 울렸어. 옥상에 기대어 넣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양해를 잠시 구한 할디르는 라이터로 불을 켰지. 느지막히 빨아올리는 목울대에 레기는 저도모르게 숨을 삼켰어. 그런데. 혼자하는 사랑은 할게 못되더라. 너에게도 부담만 지우고. 그래서 그만 뒀어. 이제 궁금한게 풀렸어? 여느때처럼 활짝 웃어보이는 할디르였는데 되게 슬퍼보였어.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레골라스를 한참 바라보며 필터끝까지 타버린 담배를 비벼끈 할디르는 손을 탁탁 털어버린 채로 레골라스를 보고 슬쩍 인사했어. 날 추운데 집에 어서 들어가라. 감기걸릴라. 평소라면 뒤에서 껴안은 채, 얼굴을 부볐을 할디르가 그저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툭툭 두어번 치고 떨어져나갔어. 그대로 지나쳐 안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레기가 멈춰세웠어. 이젠 내게 흥미 없어?/..흥미같은걸로 치부할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어/..그럼 아직도 날 좋아해?/그래 좋아해./그런데 왜 날 안봐? 넌 네 감정을 앞세웠으면서 내 의견은 들어보려하지도 않잖아. 그 말 한마디에 돌아선 할디르의 얼굴은 굳어있었어. 한숨을 쉬며 머리를 흐트린 채, 한참동안 말을 고르던 할디르는 슬픈 모습으로 레기를 쳐다봤어. 나도 눈치란게 있어. 레골라스. 내가 고백을 했다면 넌 거리낌없이 날 받아줬을까? 그런거 아니잖아. 너 나 그런 눈으로 안보고 있잖아. 그래서 말 안한거야. 그냥 친한 친구로 있는걸로 만족하려고 그랬어.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일이야? 이렇게까지 날 비참하게 만들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스럽게 말하는 할디르를 레골라스는 그저 멍청히 쳐다보았어. 무의식중에 자리잡은 상냥하고 친절한 할디르의 모습은 날 위해 배려한 모습이었구나.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저 호기심에 상처입혀버렸어.. 아무말도 못한 채로 바라보자 할디르가 씁쓸히 미소 짓고 입을 열였지.

 미안. 조금 격했지.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그냥.. 잊어버려. 오늘 일은. 갈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찹아떼며 할디르는 걸었어. 평소의 나로 돌아가자.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로 마음 먹었잖아. 움직이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들렸어.
막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멈칫, 하는 사이에 할디르의 가운이 레골라스의 손에 잡혔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레골라스가 말했지. 너 지금 이렇게 보내면 안 될거 같아. 할디르의 몸이 천천히 돌아 레골라스를 쳐다봤지. 고개조차 들지 못한 레기가 눈에띄게 떨고 있었어. 얼마나 용기를 냈을지 알아. 하지만 니감정은 동정이잖아. 천천히 손을 들어서 레기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가운을 빼내려 했어. 그런데 레골라스가 먼저 할디르를 껴안았어. 폭삭 안겨버린 품에선 싸한 비누향이 흘렀어. 놔야지. 레골라스./..싫어/동정하지 않아도 돼. 나 그런거..싫다./..솔직히 모르겠어. 근데 이건 진심이야. 나 너 못보내. 그렇게 귀찮아하고 신경질 부렸어도 진심으로 싫어한 적 한번도 없어./...../그리고 치사하게 너 혼자 고백하고 그렇게 가면.. 나만 나쁜놈 되는거잖아/..아니야..아니야 레골라스. 그런거 아니야./..내게도 기회를 줘./.../널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고./오 레골라스. 이건 아니야. 너 지금 동정과 연민에 휩싸인거야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잖아/ 그럼 뭐가 정상적인 반응인건데? 그런게 정해져 있어? 이게 수학공식이야? 넌 왜 그런식으로 반응하는데? 니가 어렵게 내뱉은 진심만 진실이고 내 말은 그냥 동정이냐? 왜 사람말을 안믿어? 내가 너 좋아할 지도 모른다잖아! 똑바로 쳐다보던 눈동자가 무섭게 빛났어. 미친듯이 뛰는 심장소리가 입밖으로 나올 것 같이 할디르는 긴장했어. 뭐..라고한거야..지금?

그러니까...너를..좋아..에이씨. 몰라. 후다닥 떨어진 공간에 찬바람이 불었어. 옥상끝으로 도망친 레골라스가 아까전 할디르가 담배를 놔둔 곳으로 척척 걸어가서 담배를 끄집어냈어. 저 미친 담배연기도 못맡는게.. 철컥철컷 불을 붙이더니 한모금 빨려고 하기 직전에 할디르는 쏜살같이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냈어. 아뭔데!/..무슨 말이야. 너./알거 없거든요. 저리가시지요./...레골라스. 진지하게 쳐다보는 할디르의 눈빛에 다시 레기가 위축됐어. 남은..진지하게 말하는데 무시나 하고../..진심이야?/그럼 진심이지. 내가 미쳤다고 너 놀리자고 이 꿀같은 퇴근시간에 여기까지 쫒아와서 이럴거 같냐?/...아니./근데 왜 안믿는데?/...너 같으면 믿겠냐?/...모르지 뭐.. 다시 눈이 마주친 둘이서 피식 웃었어. 담배를 빼앗긴 채, 어정쩡하게 올라가 있던 손을 내린 레기가 조용히 이야기하지. 솔직히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 나 게이아니거든. 근데 니가 나 좋아한다고 하고 이제 그만둔다고 하니까 왠지 억울해. 그렇게 쉽게 정리 될 감정은 아닌거 같아./좋아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좋아해도 될걸? 적어도 니 짝사랑에 한줄기 빛은 비춰진거 아냐?/당사자한테 들으니까 기분은 좋네./당연히 그래야지. 다시한번 피식 웃은 레골라스가 난간에 팔을 걸치고 밖을 바라봤어. 진짜 모르겠어. 그치만 너도 날 지켜봐 온 시간이 있을거 아냐. 내게도 그만큼의 시간을 줘야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공평한 거 아냐?/....보장이 없어./그렇다고 포기할거야?/...너 진짜 악질이야/알면서 좋아했으면서./이용해먹기까지./억울하면 노력해. 노력해서 날 네게 반하게 만들어봐. 그럼 되는거 아냐?/..넌 진짜 쉽게 생각하는거같아. 레골라스./이 이상 내게 어렵게 생각할 문제는 없어보이거든? 남의 속도 모르고 그런 말 하지마./키스해도 돼?/뭐!?/내가 널 좋아한단 의미는 그런거야. 키스하고싶고 껴안고싶고 그 뒤의 진도도 나가고 싶단거야. 넌 지금 진짜 착각하는 거라고./..../그러니 이제 그만해. 나 이제 괜찮아. 네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줬단게 기뻐. 진심이야. 더 이상 노력 안해도 돼.
...할 수 있다면 어쩔껀데?/...레골라스./진짜 평소에는 찰떡같이 알아먹더니 묘한데서 머저리같은 구석이 있네. 할디르씨? 나 지금 댁이랑 키스할까? 응?/...레골라스..?

그리고 레골라스가 무턱대고 입맞춤. 당황한 할디르가 뒤로 물러서려고하자 레골라스가 밀어붙임. 입을 열지 않는 할디르덕에 그저 입술만 맞닿은채로 둘은 시선을마주했음. 한참동안 붙어있던 입술이 조금 떨어지고 레골라스가 반걸음 뒤로 물러섬. 그래 씨발. 니 멋대로 해라. 알았다. 찡그린 레골라스가 뒤돌아 그대로 문으로 가자 당황한 할디르가 뒤를 따라나섬. 아까와 반대로 할디르가 레기 손을 잡으려 하는데 레기가 뿌리침. 뒤돌아서 화난 표정으로 씨발 내가 어디까지해야돼냐? 고백도 받아줘. 시간들여서 생각도 해보겠다고 해줘. 긍정적으로 보고있다고 말도해줘. 먼저 키스도 해줘. 씨발 뭔데? 너야말로 사람 가지고 장난하냐? 니 감정만 소중하고 내 감정은 이해 할 필요도 없단거잖아? 둘이 해야 사랑 아냐? 왜 넌 니감정만 들이대고 지레겁먹고 그래? 날 밀쳐내는게 목표야? 그럼 성공한거야? 축하해? 내가 축하를 해줘야 하는거지?/..../왜 말이없는데?/...레골라스./입이 있으면 변명이란걸 좀 해봐/..진짜야?/...젠장.
이해안되는 모습으로 멍하니 서있는 할디르에게 다가가 레골라스가 단호하게 말했어. 나 바보 아니고 어린애 아냐. 내 감정 정도는 알아.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도는 안다고. 그래서 이해해 보겠대잖아. 내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니가 날 믿어줘야 이 과정들이 소용 있는건데../...미안. 아니 아니 미안.. 내가 지금.. 꿈인...미안..   횡설수설하는 할디르를 보며 레골라스는 방금 전 화냈던게 무색해질 정도로 미안해졌음. 적어도 자길 좋아하는게 진심이었다는게 한눈에 보였음. 그동안 얼마나 고민한거야 진짜..어휴.. 아직도 횡설수설 말을 고르지 못해 불안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레골라스는 허리를 쭉 폈음. 할디르를 바라보며 덤덤한 얼굴로 이야기했음. 진짜야. 꿈도 아니야. 그니까 죽상 그만해./...레골라스./나도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이런이야기 이렇게 풀만한거 아니었는데.. 미안./..아니../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시간을 갖자. 아까 말했잖아. 서로를 알 시간이 필요해. 무슨 생각인지 어떻게 서로를 보는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조심히 끄덕이는 할디르를 보며 레골라스는 팔을 뻗어 할디르를 품에 안았어. 너무 가볍게 안겨드는 체온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어. 일찍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둔했어. 이렇게 따듯한 온기가 곁에 있었는데도 말이야./..레골라스./너는 나에대해 많은걸 아는데 나는 널 몰라. 그러니까 이제부터 알아갈거야. 네가 도와줘. 알고싶으니까./나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까지도 안믿겨./또 그 소리네/미안. 근데..진짜..
헛웃음으로 계속 웃으며 안겨있던 할디르가 팔을 빼 되려 레골라스를 안았어.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꽉 끌어안은 힘에 레기는 놀라 숨을 멈췄지. 고마워..고마워. 레골라스. 낮은 저음으로 몇번이고 속삭여진 목소리에 온몸이 울렸어.

한참동안이나 듣고있던 레기가 슬쩍 팔을 올려서 할디르의 등을 감싸안았지. 나도 고마워 할디르. 날 좋아해줘서. 아무말도 없이 그저 껴안은 팔 안쪽이 좀더 조여들었어. 그렇게 한참 옥상에서 껴안고 있던 두 레지던트는 나란히 감기에 걸렸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인데! 왜이렇게! 길어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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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님 : 스란엘로 살짝 근대...젊은 장교인 스란은 전쟁영웅인데 다리를 다쳐서 일선에서 물러났음..근데 전쟁의 기억때문에 PTSD에 시달림...근데 말안해서 다른 사람은 모르고...다리 때문에 의사인 엘론드랑 만났는데 엘론드는 빈민대상으로 막 봉사하는 의사라 항상 자금이 모자람. 근데 봉사 일 도와주는 애가 레골라스임. 레기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는걸보고 도와준다고 했는데....존나 으르렁거리는 스란을 보고 한숨쉬는 엘론드...스란이 의사라는 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고 튕기니까 꼭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고 시간이 나면 가끔 와서 티타임이나 하자고 함...레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해준다고 꼬심..ㅇ 스란은 거기에 혹해서 승낙함. 스란은 전쟁나가기 전에는 레기가 엄마 뱃속에 있었고 돌아오니 애 엄마는 죽어 있어서 멘탈이 바슬바슬한데 레기는 또 엄빠없이 집사랑 같이 살아서 또래보다 어른스러움. 그래서 스란은 레기랑 서먹한데... 스란은 엘론드한테 치료를 받는데 그러다가 패닉상태에 빠져서 엘론드한테 상처를 입힘. 스란은 충격받음+레기도 다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별장에서 혼자 살겠다고 떠남. 레기는 머..아니에게 왠 날벼락이여...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빠가 사라져버리니까 레기도 멘탈 파사사ㅏ사ㅏㅏ....엘론드는 다친건 난데 왜 이렇게 가해자같은 느낌인가 억울해하면서도 스란을 데리고 오려고 떠나는데...그래서...잠도 제대로 못자고 챙겨 먹지도 않고 폐인꼴된 스란을 엘론드가 돌봐줌....스란이 평소처럼 악몽에 시달려서 엘론드가 옆에서 도닥도닥해주는데 스란이 엘론드한테 먼저 키스해라..근데 엘론드가 거부하지 않으니까...진도를....!

그렇게 시카님의 빛나는 썰에서 반짝반짝 눈물이 솟아나와 소녀의 가슴에 떨어져 버렸으니..!

일어나선 되려 당황한 두일이주세욬ㅋㅋㅋㅋㅋ자네가 여기에 왜 있지..? 이러면섴ㅋㅋㅋㅋㅋ지가 박아놓고 당한것마냥 반응할거같구ㅋㅋㅋ 아픈허리를 부여잡고 자리피하는데 도통 꽁한거< 막 스란두 엘론드가 자기 그렇게 보는거 눈치채고있었는데 자기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몸 들이댄걸로 막 오해하곸ㅋㅋ되게 별장은 별장인데 오지산간이라서 쉽게 가지도 못하곸ㅋㅋㅋ한집 다른곳 ㅋㅋㅋㅋㅋㅋㅋㅋ을 바라보고 데면데면하는거 좋아욬ㅋㅋㅋㅋ자기도 허전하고 엘론드도 다리 절뚝거리는거보고 흐음..싶으면서 내가 잘못했나..ㅋㅋㅋ

가만히 있다가 제정신인거같으니까 성질내는것도 좋아요. 아니 먼저키스해놓고 기억 못한다고 우기면 답니까? 아픈건 난데 당하긴 또 자기가 당한것처럼. `ㅅ' 되려 세게나오니까 화가난 듯 쾅 문 닫고 나가는데 밖은 눈보라< ㅋㅋㅋㅋ그래서 쿨하게 다시들어가서 비비적대는 엘론드도 좋아요. 눈만 그치면 갈꺼요! 이러면서 소파에 주저앉아서 스란두일이 먹다만 커피를 홀짝<

설상가상으로 전기가 끊기고 밤에 폭풍우가 치고 연료도 떨어져가서 거실에 오도카니 떨어져 앉는데 평정을 가장하곤있지만 점점 떨리는걸 엘론드가 알아채고 슬그머니 일어서서 진정제 가지러가는데 쾅 하는소리가 들리며 나무부서지는소리가 들리는데 그소리가 포탄떨어지느소리랑 비슷해서 엉겁결에 비명지르는 스란두일이라던지. 놀라서 달려가는데 이미 패닉상태에빠졌고 엘론드는 스란위에올라탄 채 진정제놓으려고하지만 주사바늘 다 튕겨내고 떨림이 멎질 않아서 엘론드는 일단 한대 쥐어 패서 몸이 멈춘 틈을 타서 진정제 투여하고 몸부림치려는 스란을 껴안고 괜찮다며 품안에서 꼬옥꼬옥<<
진정제의 특성상 몸 열을 빼앗아가는데 점점 차가워지는 몸을 부벼주려 노력하지만 불도 꺼져가고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스란두일은 울기시작하고 아오 씨발 몰라. 하면서 옷벗긴 채 입부터 맞추는 엘론드 주세요 'ㅠ' 담날도 분명 스란이 먼저 깨는데 이번엔 저번과 달리 중간에 제정신으로 왔다갔다해서 엘론드가 자기보듬어주는 소리도 들렸고 껴안아주는것도 다 느낀 스란이 어쩐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자리먼저 피한새에 엘론드가 눈뜨고 씁쓸하게 혼자 벗겨진 채 이불덮은 자기몸 보면서 이게 뭐하는짓이냐. 짝사랑은 그만두자며 허탈하게 웃는거 좋아요. 그렇게 각자 방에서 씻고나와서 데면데면하게 밥 먹고 있는데 스란이 어색하게 몸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엘론드가 신경끄시라고. 이제 귀찮게 않할테니까 걱정 마시라며 농담처럼 넘기는데 분위기가 벌써 다른거지. 아 이게 아닌데;; 근데 엘론드한테 뭐라 말할 것도 없고 보니까 지난번일도 자기때문에 엘론드가 손해본건데..사과할 기회를 매번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 스란이 일부러 커피타서 곁에 두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순간 레기가 눈을 뚫고 별장에 들어옵니다(...) 걱정되서 온거였는데 부산스레 사람들 막 데리고 와버린덕에 암말도못한 채 그렇게 헤어져버리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서도 그래도 뭐 다음주면 만날수 있겠지 라면서 일말의 기대를 가져보는데 이제 엘론드 집에 안옴 ㅋ 초조하게 전화를 해도 안받음 ㅋ 편지 씹음 ㅋ
은근슬쩍 아들에게 물어보는데 레기가 막. 아 요즘 선생님 바쁘세요. 새 프로젝트도하고 환자들도 많아져서요..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그랬는데.. 이래서 일부러 연락도 못해. 진짜로 큰맘먹고 슬쩍 병원 근처를 지나는데 말도 못하게 바쁜 엘론드 모습만 보이고 그렇게 아 이게 진짜..사랑이었는데. 놓쳐버렸구나. 씁쓸하게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스란. 그리고 술집에 다니길 시작하는데 이게 사실 몸에 되게 안좋은거라.. 약하고 상성이 별로라 레기가 걱정하면서 엘론드에게 상의하고. 엘론드 입장에선 깨끗하게 잊자며 미친듯이 일하다보니 솔직히 안보이니 잊는다고 괜찮다 싶었는데 스란이 저런다니까 걱정도 되고 은근슬쩍 조언도 해주고 하는데 레기는 내심 아빠한테 가주길 바라는거지. 그래서 시간나면 가보마 하고 언질만 주고 한참이 지났는데 스란두일은 이제 술만먹는게 아니라 바에가서 사람도 꼬시고 하여튼 좀 방탕하게 돌아다님. 근데 하나같이 입맞추고 방에만 들어가서 불을끄면 소리를지르고 바들바들 떨어대서 상대가 다 도망가는거. 나중엔 술집에 소문이나서 아무도 상대를 안해주니까 술먹고 행패나부리고. 그래도 군인신분이고 지위가 있으니까 함부로 건들질 못하고 그러다 간만에 일이 끝나서 피로나 풀자 하고 엘론드가 들린 술집이 우연히 거기였을 뿐이고. 한구석에 앉아 행패부리고 있는 스란두일을 보자마자 멈칫하는데 웨이터가 괜찮다고 저러다 잔다며 손님을 호객하는데 그거에 말려서 엘론드는 바텐더에게 스란두일의 근황을 듣는다. 잠자리도 못하면서 꼬셔가긴 엄청 꼬셔가고 술도 늘었고 헛소리도하고 하여간 총체적난국이라는 이야길 듣고 좀 화가남. 지가 거부했으면서 왜 또 실연남행세야. 잊기로한건 한거고 이거대로 짜증이 남. 친구를 보낸 후 다시 바에들어선 엘론드는 곧장 스란두일에게 다가가서 그를 일으킴. 이미 흐릿해서 얼굴이 보이지않음. 술취해서 웃으며 허리를 감아올리며 스란두일은 호쾌하게 앞으로 나감. 오늘은 헌팅에 성공했다는 듯 주절대며 엘론드를 더듬고 입맞추려고 하는데 엘론드가 거부함. 사람이 많아요. 부끄럽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스란두일은 밖으로 나감. 집까지 오는길에서도 스란은 추행을 멈추질 않음. 결국 막 나가려던 레기가 문을 열고 미안하다며 아버지를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옴. 근데 레기가 일이있어서 나가봐야한대. 어자피 내일 휴일이니까 내가 오늘 봐주마. 다녀와라. 하고 레기 보냄. 방으로 들어온 엘론드를 스란은 양팔을 뻗어 끌어안음. 내가 예전에 보았던 미인과 닮았는데/침대위에서 다른남자이야기하는건 어느나라법도지?/미안미안. 근데 너무 닮았어. 꿈을 꾸는 것 같군/좋아했나?/..아마도? 그렇지만 침대위에서 다른남자 이야긴 안해도 될것같은데? 이러면서 손뻗어오는 스란두일을 엘론드는 역시 거부하지 못함. 마지막 한마디 떄문에 흔들렸지 뭐. 그래서 결국 자기로 결심하고 불을 껐는데 또 발작이 일어남. 뒤로 한참 도망가서 바들바들 떠는 스란을 엘론드는 가슴아프게 쳐다봐. 전혀 나아진게 없어. 처음과 똑같아. 하긴 약먹으면서 술먹으니 더했지. 그래서 예전에 하던대로 엘론드는 그냥 스란두일을 껴안아줘. 혼자 진정하는것 밖에 방법이 없어. 그렇게 둘은 걍 잡니다. 담날 아침이 되고 스란두일이 눈을 떴음. 또 깨질거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이젠 맘대로 술도 못마시겠다며 혀를 차는데 옆에 사람이있어서 화들짝 놀램. 평소같으면 도망가는데; 누구지; 하고 봤는데 엘론드야.

진짜 식겁하고 놀래서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엘론드가 그 서슬에 깨버림. 눈을 뜨고 마주친 눈을 스란두일이 먼저 피함. 오늘은 그래도 먼저 자리를 뜨진 않았네요? 이러면서 엘론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입음. 상황판단이 안돼..우리설마..설마../잤죠. 이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엘론드가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봐. 일단 좀 씻고나오죠. 술냄새에 쩔었네. 이러고 밖으로 먼저나감. 남겨진 스란은 아주 하이킥을..!

거실로 내려오는데 대강 씻기만 한 엘론드가 커피를 타왔어. 저번이랑 똑같아. 그래도 드문드문 기억이 안나니까 스란은 할말이없음. 가만히 다리 꼬고앉은 엘론드를 죄스런 눈으로 바라볼수밖에. 근데 자긴 뭘 자. 껴안고 잔것도 잔건갘ㅋ 저러고있는거보니까 좀 꼬심. 눈치보는것도 좀 귀엽네. 근데 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음. 마시던 커피를 탁자위에 소리나게 놓은 엘론드가 스란을 쳐다봄. 한가지만 물어볼게요/.../나 좋아해요?/뭐..? 화들짝 놀란 고개가 들려올라감. 엄청 강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엘론드가 앞에 있어. 솔직히 미안하기도하고 의도가 아니었지만 상처도 입혔어. 그래도 좋은 맘으로 도와주려던 사람인데.. 내가 잘못했지. 스란은 천천히 미안하다며 사과부터했어.  

별로 표정이 좋게 변하진 않았지만 엘론드는 이번엔 멋대로 일어서지 않았음. 스란두일이 다음 이야기를 꺼낼때가지 들어줌. 저번에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솔직히 나도 내 감정이 혼란스러운데 자꾸 자네 생각이 난다고 그래서 저번에도 사과하려고 했는데 의도치않게 자네를 몰아붙인거 같아 내내 맘이 안좋았다고 고백했음 그걸 듣고 엘론드가 뚱한 표정으로 까딱임.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아. 저 고집불통에 자존심 센 인간이 앞에서 저러고 있는걸보니 짠하기도하고 쏘쏘해. 그치만 좀 강하게나 나오던지 무슨 비맞은 강아지마냥..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엘론드가 조금 남은 머그잔을 돌리며 딴청을 부렸어. 나도 당신이 좋아요. /뭐?/좋다구요.
근데 솔직히 그전까지 좀 짜증났어요. 혼자 오해하고 혼자 피해자인것마냥 하고있다는게 나로썬 기분좋진 않았다며 주절주절 털어놓았어. 진짜 죄인처럼 얼굴도 못들고 있는 스란두일을 보니 좀 불쌍하긴 해.
그래서 좀 보려구요. 솔직히 고백이니 뭐니 그런 간지러운걸 당신이 할 리도 없으니까 그런건 거두절미하고. 우리 기간을 좀 두죠. 이러면서 딜을 시작함. 목표는 트라우마가 모두 고쳐질 때 까지. 당장 마음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스란두일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지만 엘론드는 아랑곳하지 않았음. 일단 술부터 좀 끊고. 운동좀 시작하고. 검사도 체계적으로 받../그러니까 자네도 날 좋아한다는거지?/...그게중요해요?/중요하지/뭐..좋아요. 하지만 지금은 완벽하진 않아요. 당신이 모두 나았을 때 쯤, 다시 고백하면 그때가서 생각해보죠. 어깨를 으쓱거리는 엘론드를 보며 스란두일은 좀 열정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봄. 엘론드/왜요/안아봐도 되나?/아. 침대라면 사절이에요. 완벽하게 나으./아니 지금..지금 말이야. 한번..이라도/....뭐 그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까.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란두일이 자리에서 일어남. 지팡이도 짚지 않은 채 절뚝거리며 다가와 무너지듯 엘론드를 끌어안음. 솔직히 좀 이런 저돌적인 방식이 의외기도 하고 늘상 껴안았던 어깨에 안기는것이 기분 나쁘진 않았음. 피식 하고 웃고있으려니 스란이 꼭 껴안은 걸 놓아주지 않으면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계속 속삭여대. 직접적인 말들을 계속 듣고있자나 얼굴에 열이올라서 엘론드는 딴청을 부리지. 그러니까 고백은 나중에 듣겠다니까..요.. 하면서 한참을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는 이야기'ㅠ'!

나중에 레기가 들어와서 엌.뭐..뭐에여; 이러고 화들짝 떨어져서 엘론드가 딴청부리고 있으니까 스란두일이 막 엘론드선생님 앞으로 여기서 살거라고. 그래서 엑?! 하고 둘이 쳐다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난 엘론드선생이랑 결혼할 예정이다. 그게 싫다면 나가도 좋아. 라며 뜬금없이 핵직구를 던지고. 기겁하는 엘론드가 혼이빠져나간 틈에 레기가 어머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이러고 박수를 짝치는데 그게 더 웃기고 하여간 그렇게 해서 스란두일은 병도 치료하고 부인(?)도 얻고 메데타시한 새로운 신혼생활을 즐기게 되었다는 행복한 이야기를 ㅇ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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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두일은 밤을 지새운 뒤에 아침에서야 정신을 차렸음. 엘론드는 항상 느지막히 일어나는 터라 집안은 고요했음. 글을 배운적이 없어서 무어라 적어놓고 나가진 않았지만 스란두일은 자신이 그동안 받은 것 중에 가장 기본적인 옷이나 구두 빼고는 모두 모아 침대위에 놓고 집을 나섰음. 더이상 곁에 있기 두려워서. 돈주고 날 샀는데 가만히 있는것조차 무서웠음. 어자피 나는 그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으니 착각을 하는것도 자유였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축시켰음. 더이상 곁에 있어봤자 득없이 실만 될거라는것을 스란두일은 알고 있었음. 근본도 없는 천한 남창을 데리고 있다는것이 나름의 귀족급인 엘론드에게 좋지 않을거라는 것은 뻔한 거였음. 게다가. 자신이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을 수가 없었음. 어젯밤은 분명 악에 받친 채로 덤빈거였지만 다른 마음도 있었음. 우아함. 깨끗함. 모든것들이 자신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고귀함. 자신까지 받아줄 수 있는 인품. 재력. 모든것이 부러웠음. 부럽고도 탐이나고 개인적으로 연민을 느꼈음. 곁에 있으면 언젠가는 한번쯤 바라봐주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꿨음. 남창답게 처절하고 주제에 맞는 꿈을 꿨음. 그러나 어젯밤 엘론드는 스란두일에게 절망만을 안겼음. 부끄러움. 그것 뿐이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한번도 보지 못한 그 연민의 표정. 숱하게 자신의 위를 지나간 그 표정을 엘론드가 지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음. 그제서야 스란두일은 모든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음. 난 이분처럼 변할 순 없구나. 뼛속까지 나는 쓰레기구나.

안개를 헤치며 걷던 거리는 어느덧 햇살이 가득했음. 모든것을 버려두고 나온 터라 주머니엔 한 푼도 남아있질 않았음. 스란두일이 있을 무렵 엘론드는 집안의 모든것을 그에게 맡겼음. 실수하는대로. 잘하는대로. 돈도 맡기고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맡겨왔지만 그것들을 가져오지 않은 건 마지막 자존심이었음. 그렇게 거리를 걷고 하염없이 걸어 예전의 동네로 돌아왔음. 갈곳이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했음. 분수대에 앉아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는데 예전에 엘론드와 만났던 구석진 거리가 눈에 들어왔음. 벌써 몇달 전 이었지만 아직도 생생했음. 새벽에 가까울 시간이었지. 하며 상념에 젖어있을 때,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쳤음. 고개를 들자 험상궂은 모습의 사내 둘이 스란두일을 내려다봤음. 어이 형씨. 생각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한데 여긴 우리자리거든. 흔히 있어왔던 건달들의 알력다툼이었음. 스란두일은 말없이 일어나려했지만 강한 힘이 어깨를 짓눌렀음. 에이. 뭘 또 일어나기까지 하려구. 그냥 자릿세만 내면 돼지 안그래? 건들건들 웃어보이는 모습에 조금 위축된 스란두일이 덤덤하게 입을열었어. 저 돈 없어요. 그건 내가 봐야 아는거고 니 말을 믿을수가 있나. 솔직히 덩치보고 만만찮다 여기려고 했는데 존대말에 눈치보는 모양새를 보고 건달들은 꺠달았어. 좀더 위협적으로 나오며 스란두일을 가운데에 둔 채 껴 앉았지. 대놓고 몸을 더듬으며 동전을 찾았어.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험상궂은 건달 하나가 다른 이에게 눈짓을 했어. 형씨 저기로 좀 갈까? 스란두일은 일어서는 순간 도망치려 했지만 멀리가지 못했어. 노련한 손놀림에 제압당하고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밀착해 뒷골목으로 끌려갔어. 이미 그쪽에는 건달 패거리들이 모여있었어. 눈짓을 하고 스란두일이 들어서자마자 무릎을 꿇리고 있는 옷들을 뒤졌어. 조끼의 안쪽 주머니까지 뒤진 건달들은 정말 한푼도 없음을 알게되고 건달 두목은 거지새끼 데려오지 말라며 건달들에게 소리쳤지. 가만히 몸을 옹송그리고 있던 스란두일은 그저 참았어. 어자피 건달들은 돈이 없단걸 알게되면 놔줄거야. 그런데 그날따라 두목의 심기가 편하질 않았어. 억지로 스란두일을 일으켜선 빙글빙글 웃으며 복부에 주먹을 꽂았어. 그러길래 돈이 없으면서 분수대에 앉으면 쓰나~ 스란두일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지만 건달들 모두가 긴장했어. 반항할 새도 없이 몇대 맞고 코피흘린 채로 헐떡거리던 스란두일이 바닥으로 무너지자 건달들이 그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어. 똑바로 못하냐는 잔소리를 듣고 잘하겠다며 맹세하는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어. 나랑 별반 다를것 없는 놈들이 다른 척 하고 있어. 하지만 가만히 있었지. 더이상 분란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 엘론드에게서 도망쳤지만 막 살겠다고 나온건 아니야.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을 그 때에 어떤 건달녀석 하나가 조그맣게 두목에게 고했어. 근데 두목. 저새끼 저거 남창같아요. 뭐? 따가운 시선들이 스란두일에게 내리꽂혔어. 중간쯤 되어보이는 어린 놈이 더듬거리며 멀쩡할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저 꼴 보고 생각났다고. 저아랫쪽 창녀굴에서 남자들한테 다리벌리던 놈이었다고 그제서야 스란두일의 눈이 그자에게 향했어. 하지만 건달두목은 그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았지. 천천히 다가서며 스란두일앞에 쪼그려앉았어. 너. 남창이냐? 스란두일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그나마 자존심으로 눈을 부릅뜬 채, 바라보고 있었어. 하지만 그 짧은 눈싸움으로 이미 승패는 결정나있었어. 더러운 손으로 스란두일의 볼을 쓰다듬으며 두목은 말했어. 어쩐지 꼴리게 하는 냄새가 나더라니. 닳고닳은 년이었구만?

근데 썰인데 그냥 건너뛰면 안되나. 하여튼 그렇게 신나게 굴려지고 오랫만에 느껴보는 굴욕감에 눈물이 줄줄나는데 한번에 두개세개 막 들어오고 비명지르면 조여댄다고 엉덩이 철썩철썩 쳐대고 몇시간을 굴려지고 해가 뉘엇뉘엿 지고서야 끝이나고 두목이 옷입혀줘야한다고 엘론드네서 입고온 옷을 다 갈기갈기 찢어서 그위에 뿌려두면 좋겠다. 넋나가서 눈물도 안나온 채로 움직일 여력도 없이 그렇게 뒷골목에 방치된 스란두일. 솔직히 아예 힘다 빠진건 아닌데 자기가 넘 비참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분의 곁에서 뛰쳐나와 고작 하는게 몸 굴리는것밖에 안된다며 자조적인 웃음반 울음반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한밤중이 되고 슬슬 쑤신 몸을 일으켜 어덯게든 이자리를 벗어나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발소리가 들리는거지. 너무나도 익숙한 발소리. 저도모르게 숨죽인 채, 죽은듯 누워있는데 발걸음이 골목 끝에서 멈췄고. 똑바로 자신에게 걸어왔고. 여전히 똑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엘론드는 자신을 보며 입을 열었음. 일어설 수 있어요? 정신을 잃은 척 하고 싶었는데 미동도 않는 모습에 스란두일은 눈을 뜰 수밖에 없었음. 옷이 찢어진 것을 살피고 자신의 망토를 빼네어 스란두일을 감싸고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지켜보았음. 그러나 쉽진않지. 비틀거리자마자 곁으로 가서 그를 부축 하고 큰길가에 서있는 마차로 데려갔음. 처음과 같이 스란두일은 그의 마차에 올랏고 처음과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않은 채 둘은 다시 엘론드의 집으로 돌아왔음. 마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스란두일이 움직이지 않아. 엘론드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자신은 이곳에 들어갈 염치가 없대. 그제서야 엘론드는 스란두일의 눈을 보며 입을 열어. 염치가 필요한 곳이 아니니 자네가 원한다면 들어와도 좋네. 어쩐지 명령같은 그 말투에 스란두일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음. 예전과 같이 목욕을 하고 부엌에 가서 먹을것을 먹은 뒤 엘론드는 스란두일을 재웠음. 침대에 올라가 눈을 뜬 채로 대체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자신을 질책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이 쳐진 창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는데 엘론드가 밖으로 향하고 있었음. 조용히 홀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평소 느지막히 외출을 하던 모습과 동일했음. 발걸음은 어느샌가 엘론드의 뒤를 좆고있었음. 평소보다 조금 빠른 엘론드의 걸음에 스란두일은 불편한 몸으로 그를 미행했고 당도한 곳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음. 아까 자신이 있었던 곳임. 엘론드는 잠시 앞을 바라보다가 골목 안쪽으로 숨어들었음. 이곳 저곳 길을 안다는 듯이 돌아다니며 은밀한 곳을 휘젓고 어떤 작은 헛간같은 곳에 멈추었음. 심호흡을 한 뒤 노크도 없이 들어간 곳에서 스란두일의 발걸음이 멈추었음. 더이상 들어갔다간 들켜버릴 지도 몰랐음. 헐거운 문 틈 사이로 안쪽을 보려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음. 그때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음. 스란두일은 이런 류의 비명을 잘 알고 있었음. 사창가에서 흔히 들리는 소리였음. 그런데 엘론드가 들어간 곳에서 들려왔음. 엘론드가 위험한거..? 머리보다 몸이 빨랐음. 흔들거리는 문을 조심히 제치고 들어가 안쪽으로 향했음.

더러운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와중에 희미힌 불빛이 어룽댔음. 스란두일은 소리를 죽이고 그곳으로 향했음. 안쪽의 침실이었나본데 조심히 머리를 들이민 스란두일은 숨을 쉴 틈 없이 그자리에서 멈춰버렸음. 상상도 하지 못할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져있었음. 가녀려 보이진 않았지만 유약해 보이기만 하던 엘론드의 손 끝이 건달두목의 목줄기를 한 손으로 조르고 있었음. 허공에 둥둥 떠서는 신음을 내뱉으며 살려달라고 비는 꼴이 우스웠음. 그러나 엘론드의 손아귀가 좀더 조여들었고 눈이 튀어나올정도로 열오른 두목은 발버둥치며 밀어내려 애썼음. 이미 곁에 있던 창녀 하나는 숨이 끊어진 듯,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음. 조금씩 조여가던 손아귀에서 어느순간 뚝 하는 소리가 들렸음.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진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였음.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은 엘론드는 그의 벌어진 목덜미를 파헤치고 속삭였음. 네 죄를 사하러 온 것이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몸뚱이가 부들부들 떨렸음. 그릉그릉한 목소리가 살려달라 빌었음. 하지만 부러진 목뼈로 사는것은 사는게 아니라는걸 스란두일은 알고있었음. 천천히 고개를 숙인 엘론드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두목은 비명을 질러댔음. 아주 오랜 시간동안 엘론드는 미동하지 않았음.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스란두일은 곧 그 생각을 후회했음. 엘론드가 일어났고 곁으로 비켰을 무렵 제법 덩치가 있던 건달두목은 마치 굶주려 죽은 시체처럼 바싹 말라있었음. 천천히 죽은 창녀에게 다가간 엘론드는 채 감기지 못한 눈을 감긴 채, 성호를 그었음. 늘 보아왔던 얼굴에 입가가 부자연스럽게 다가왔음. 엘론드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을 때, 스란두일은 안쪽에서 반짝이는 송곳니와 입가에 묻은 피를 발견했음. 마른침이 목안쪽을 넘어갔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음. 엘론드가 시체를 수습하는 사이 스란두일은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킨 채, 밖으로 나왔음.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침대위에 누운 스란두일은 엘론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소리를 들었음.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려고 노력했음. 거짓말처럼 방문이 열렸고 다가오는 엘론드의 발소리가 들렸음. 그는 한참동안이나 스란두일을 쳐다보았고 이마를 짚어 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방을 다시 나섰음. 그렇게 스란두일은 뜬눈으로 밤을 새웟음.

아침이되고 새들이 지져귀는소리가 들리자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났음. 꿈일거야. 오랫만에..더러운 일을 당해서 꿈을 꾼 걸테지. 암. 무슨 그런 소설같은 일이 일어나. 하하. 억지로 웃은 스란두일은 씻으려 욕실로 향했음. 하루 가출을 했지만 평소와 다를바가 없었음. 욕실로 가서 물을 긷고 세수를 하려 막 고개를 숙인 그 때에, 스란두일은 실내화를 신은 자신의 발을 보았음. 새하얀 실내화가 새까맣게 변해있었음. 어제 신발조차 잃어버린 스란두일은 꿈속에서 실내화를 신고 나갔었는데....

등골이 오싹해지는것을 느끼며 스란두일은 흐릿한 거울을 쳐다보았음. 초췌한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그 등 뒤로 어느새 열린 문 틈으로 엘론드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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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풀었던 네임버스로 스란엘 보고싶다

이세계의 사람들은 손목 안쪽에 이름을 갖고 태어남. 그건 연결된 정인의 이름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을 노출하고 거리낌없이 부르며 소통함. 대신 짝을 만나거나 결혼한 경우엔 그 이름을 가림. 서로에 대한 예의랄까. 그리고 짝이 있다는 증거가 되지.
굳이 그사람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지만 짝을 찾는게 되게 당연시 되는 분위기 ㅇㅇ.

현실 AU로 엘론드의 손목은 항상 시계로 가리워져 있어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길갈라드는 꾸준히 대쉬하고 곁에서 보살펴 주고 있었고 엘론드는 은근슬쩍 정인을 찾으면 좋겠다. 스란두일 또한 바로 곁에서 정인을 찾고 있는데 바람둥이면 좋겠다. 굳이 정인과 이어지기만 하면되지 애인사귀라곤 안했자나? 이러면서 아무나 만나서 자고 그러면서 은근슬쩍 손목 확인하고 아니면 ㅃㅃ 하는 스란두일 보고싶다.
어느날 엘론드가 일하는 바에 스란두일이 왔는데 오자마자 주위가 술렁술렁. 소문의 그 사람이잖아? 하고 엄청 수군거림. 스란두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의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데 엘론드가 그날의 전담 바텐더인거. 길갈라드는 솔까 스란두일이 난잡하다는걸 알아서 별로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여기서 불리는건 대부분 이름이 아닌 성이라 이름도 모르고. 하여튼 둘이 만남.

처음엔 잘 모르고 껄떡대다가 엘론드가 말없이 가려진 손목을 가리키자마자 임자가 있는 줄 알고 다른사람을 찾아보려 했는데 분위기도 그렇고 단골들 수군거리는 걸 들어보니 엘론드는 그냥 바에서 하도 귀찮게 구는 사람들이 많길래 가리고 있는거라고 이야기를 들었음. 그걸 알고 스란이 엘론드 꼬시려고했는데 전 원나잇 안합니다 라고 딱 거절하는 엘론드보고 호기심이 동해서 뭐야 그럼 원나잇 아니면 괜찮아? 하고 추근추근 거리는걸 길갈이 바텐더에게 찝적대려면 나가 ㅇㅇ 해서 못하고. 거절당한적 없었던 스란두일이 거절당하고 나니까 자존심이 쎄서 이거 좀 먹음직스러운데? 하고 엘론드를 노리는거 좋다. 장난식으로 가려진 이름이 뭔데? 라고 물어도 안알려주고 ㅇㅇ. 하여튼 그날부터 매일같이 가게로 찾아오는 스란두일. 매일매일 데쉬하고 집갈때까지 데려다주고 하니까 소문 다남. 이목도 쏠리고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스란두일은 거절할 생각이 없어보임. 근데 바람둥이라고 소문난것 치곤 생각보다 매너도 좋고 일단 잘생겼기떄문에(...) 엘론드는 좀 두근두근 함. 누가 자기 공주취급해주고 떠받들어주는데 싫어하겠어. 하여튼 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길갈라드가 그거보고 속터지는거지.

길갈라드는 사별남이면 좋겠다. 일찍이 정인을 만나 결혼했는데 사고로 부인이 죽어버렸음. 그 뒤에 어릴적 같은 학교를 나왔던 엘론드를 만남. 솔직히 그전부터 맘에 있었는데 다시만나고나니까 이건 운명인거같아. 엘론드 손목에 새겨진 이름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분명 알아. 그렇지만 자신은 이미 정인이 죽어버렸으니 굳이 그런거 안믿어. 자신의 눈과 가슴을 오히려 믿는거지. 근데 그걸 엘론드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어. 비록 오랫동안 곁에서 엘론드를 도와주고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말야. 치기어린 감정을 가졌을 때는 엘론드에게 울면서 고백도 해봤어. 하지만 엘론드는 쓸쓸한 눈으로 그저 안아줬을 뿐이야. 그 이후로 성적인 접촉은 ㄴㄴ. 되게 그냥 애틋한 선후배사이로 남아있었어.
근데 스란두일이 나타나서 겁나 공주대접하고 챙겨주고 그러는걸 보니까 좀 화가나는거. 더 웃기는건 가소롭다 생각했는데 엘론드가 흔들리고 있다는거야. 정인을 만날 때 까지 애인도 사귀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하던 모습과는 좀 다르잖아. 왜 자신은 안되는건지 좀 화가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하여튼 그렇게 하고 있던 어느날.

엘론드는 피곤해졌어.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애정이 안느껴졌다면 거짓말이야. 매일같이 부담스럽게 나오는 스란두일에 휘말려 어느순간 계약연애같은 기간을 갖기로 해버렸어. 기간은 백일. 그 짧은 시간내에도 꿈쩍하지 않으면 스란두일이 포기하기로. 솔직히 마지막 단어만 들려서 불현듯 끄덕여버린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스란두일은 애인사이가 되었다며 번호를 귀신같이 따갔음. 오히려 그러니 오는 시간이 줄었어. 띄엄띄엄 문자하는 시간만 늘어갔지. 사람이 매일보이다가 안보이기 시작하면 주변 관심도 꺼지기 마련이지. 포기했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은 고스란히 엘론드 마음속에 쌓이고 있었지.

주말에 한두번 만나서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늦게끝나는 엘론드를 배려해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솔직히 들리는 소문과는 많이 달랐어. 보자마자 벗겨서 따먹고 버린다더만 그건 아니었나보네? 하면서 이야기를 어느샌가 두런두런 하고 있자니 생각보다 사람이 나쁘지는 않아. 연애란게 혼자만 하는건 아니다보니 어느덧 눈치채는 사람들이 늘어났어. 핸드폰은 그저 전화를 걸기위해 있는것이다 를 표방하던 엘론드가 문자를 보내고 가끔 웃기도 웃는걸보며 바 단골들은 입맛을 다셨지. 생겼구나. 생겼어. 길갈라드도 눈치챘음. 자기에겐 말 안했지만 운명의 상대를 찾은건가 싶었어. 가까운 사이어도 그런이야기는 또 안할수도 있으니 애써 모른척했어. 하지만 봐버리고 만거지. 저녁에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바 앞에서 기다리던 스란두일을.
엘론드는 늘 끝까지 정리를 하고 갔는데 요즘은 일찍일찍 마무리를 하고 나섰어. 집이 먼 편은 아니라 길갈라드와 두런두런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게 확 줄어든거지. 그냥 기분탓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나가겠다는 엘론드를 배웅하고 조용히 뒤를 밟았어. 너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열어주는 차에타는 엘론드를 보았지. 그순간 정말이지 길갈라드는 화가났어.

그날 저녁은 사귄지 두 달 된 날이었어. 새벽까지 여는 레스토랑은 없어서 스란두일은 자신의 집으로 엘론드를 초대했어. 부담스럽게 하지 않을테니 와달라는 말에 엘론드는 거절할 수가 없었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자기 오피스텔로 데려와 스란두일은 요리를 시작했어. 근사하게 와인도 한잔 따르고 고기를 세팅하고 진짜 좋아하는 사이였다면 두근두근 할 정도로 기분이 좋은 시간들을 보냈어. 식사도 다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엘론드는 방심한 사이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상을 치워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음. 덩달아 일어서면서 제지하려는 스란두일이 엘론드의 손목을 잡았는데 앗 하는순간 와인병이 쓰러졌음. 그리고 스란두일에게로 술이 튀어버렸지...!
으아 일쳤다;; 괜찮아요? 하면서 냅킨으로 닦는데 옷이 흠뻑 젖어버린거. 젖은 소매를 걷어올리고 괜찮다고. 튀지 않았죠? 앉아있어요. 하며 스란두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무리를 했어. 걷어진 손목엔 가죽 팔찌가 얇게 여러줄 있었는데 그것까지 다 젖어버렸는지 싱크대로 그릇을 가져간 스란두일은 팔찌들을 풀어 물에 담그고 손을 씻었지. 식탁까지 다 정리하고나서야 옷을 갈아입었어. 편안한 니트티로 바꾸어입은 스란두일은 올려둔 물이 끓어오르자 커피를 타왔어.
놀랬죠? 괜찮아요. 하면서 둘은 커피를 마셨지. 그런데 문득 손목이 허전한 스란두일이 멍하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자신의 손목을 내려봤어. 스란두일의 시선이 향하자 자연스럽게 엘론드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어. 그리고 숨을 쉴 수가 없었지. 거기엔 엘론드의 이름이 있었어.
엘론드는 당황스러워서 시선을 돌리고 커피를 마셨어. 잠시만요. 스란두일은 황급히 일어나 방으로 향했고 손목시계를 차고 돌아왔어. 보진 않았겠지. 하면서 눈치를 살피는데 엘론드는 순간적으로 모른척 했어. 이제껏 스란두일과 이야기하면서 한번도 이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어. 그래서 스란두일도 그런거 신경쓰지 않는 줄 알았거든. 머릿속이 복잡해진 엘론드는 이만 가보겠다고 일어섰어. 데려다주겠다며 겉옷을 챙기려는 스란두일에게 괜찮다며 재빨리 밖으로 나와버렸지.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엘론드는 슬그머니 손목시계를 풀었어. 그 속에는 스란두일 네글자가 또렷하게 박혀있었어. 이제껏 그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스쳐지나간 그의 손목에는 분명 엘론드 라는 글자가 있었어.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했어. 이름에 얽매여있긴 했지만 자신도 스란두일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멋진 사람이었어. 저 사람이 정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었어. 내일은 이름을 물어봐야지. 자신도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 혹 그가 아니라면... 어쩔수 없겠지만 그냥 남은 한달동안은 편안하게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음.

다음날이 되고 바에 나와 준비를 하고 있는 엘론드의 뒤로 종소리가 들렸음. 형 벌써 나왔...  고개를 돌린 엘론드가 멈칫거렸음. 침착하지만 조금은 무서운 얼굴의 길갈라드가 서있었음. 평정을 가장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음. 너 혹시 걔랑 사귀니..?
어쩐지 몸이 떨렸지만 엘론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긍정했어. 어쩌다 보니까..사귀게 됐어요. 뭘 그런걸 물어보느냔 식으로 웃어보였지만 길갈라드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넷이 우그러들었어. 놀란 시선이 마주쳤고 타오를것 같은 분노의 얼굴로 길갈라드는 짓씹었어. 그 바람둥이는 되고 나는 안되는거야? 가까워진 거리에 엘론드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지만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어. 형.. 좀 진정하고. 흥분한거 같은데...그../그래 흥분했어. 화도 났지. 아닌줄알았어. 차라리 다른사람이었으면 이해했을지도 몰라. 니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정인을 만났구나 했을수도 있어. 근데 그 바람둥이랑 사귄다고? 걘 되면서 왜 난 안되는데? 걔랑 나랑 다른게 뭐야..? 분노로 타오르던 얼굴이 무너졌어.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쳐다보던 길갈라드가 웃었어. 엘론드. 나도 널 사랑해.. 몇 년 전의 고백과 같았어. 그때도 길갈라드는 울듯한 얼굴로 고백을 했었지. 최대한 가까워진 입술에 엘론드는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어. 닿지도 못한 입술이 부르르 떨렸고 길갈라드는 한참을 그곳에 멈추어 있었어.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만 같았어.

작게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 감았던 눈이 절로 떠졌어. 잘 보이지 않는 입구 쪽에 누군가가 서 있다가 황급히 자리를 피했어. 길갈라드도 뒤돌아보는 틈을 타 엘론드는 그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어. 입구쪽에 떨어져 있던 건, 엘론드의 장갑이었어. 어제...스란두일네 집에 놓고 왔던 건..ㄷ...

엘론드가 계단쪽을 쳐다보았지만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어. 정신이 아득해져옴을 느끼며 엘론드 역시 밖으로 뛰쳐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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