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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소린. 덫 1

톨킨버스 2014. 12. 30. 17:19



처음에는 누구나 에레보르의 백성들을 동정했다. 당장 이쪽 땅으로 넘어오라 채근하는 이들도 있었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손길이 넘쳐났다. 그러나 그것이 불쌍한 에레보르의 백성들과 아비와 나라를 동시에 잃은 어린 왕자에 대한 동정때문이 아니라 에레보르에 남은 수많은 보물때문이라는 것을 어린 소린은 아직 몰랐다. 그 용이 사라지기만 한다면, 변덕을 내고 날아가 버린다면 소린과 백성들은 다시 삶의 터전을 찾을 수 있을것이고 그때가 되면 도움을 주었던 손길들을 잊지 않을거라고 예견한 움직임일 뿐이었다. 그러나 생각외로 금방 해결될 양상을 보이지 않았던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금방 무찌르거나 내쫒을 수 있을거라 여겼던 고대의 용 스마우그는 너무도 강력했고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던 전투는 허망하리만치 무력하게 끝났다.

드워프들은 점점 희망을 잃기 시작했다. 재빠른 이들은 먹고살 만한 방법을 찾으려 빠르게 모든것을 단념한 뒤 살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몇몇은 인간들의 틈으로 흡수되었다. 지치고 배고픈 백성들은 너무도 손쉽게 수를 줄여갔고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다. 하루 하루 눈을 뜨는것이 고역이라고 할 정도로 소린은 지쳐갔다. 아버지는 사라졌고 자신은 더 이상 에레보르의 왕자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흩어지는 백성들을 막을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책임져야 할 두 조카가 함께 있었다. 난생 처음 소린은 비단신이 아닌 투박한 가죽으로 얼기설기 엮은 신을 신었고. 섬세하게 보석을 세공하던 손 끝은 뭉툭한 망치를 잡은 채 열기에 데여가며 대장간에서 밤새도록 일을 해야했다. 미학과는 상관도 없는 멋들어지지 못한 농기구를 만들고, 제대로 다듬어지지 못한 허술한 갑옷을 새 제품이라며 내보내야 했다. 남들보다 배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만들려 고집을 부리면 대장간의 주인은 말없이 문을 열고 그를 쫒아내기 일쑤였고 대가도 떼어먹히기를 여러번 반복하며 소린은 결국 생존의 문제와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14시간이 넘는 고된 일을 하고도 대가로 받는 돈은 은화 두닢. 겨우 오늘 먹을 식량을 사고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허름한 쪽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루종일 좁은 곳에 갇혀있다가 뛰쳐나오는 말썽쟁이 조카들이 있었다. 허겁지겁 마른 빵을 입에 쑤셔넣은 채, 종알종알 떠드는 필리와 킬리를 바라보면서 소린은 몸에 남은 피로를 억지로나마 떨쳐내려 애썼다. 복수를 하려면 일단 힘을 키워야 했고 그러려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두 조카가 커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힘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이 버텨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 하며 버텨온 세월이었지만 곧 한계는 찾아오고 있었다.
의욕만으로 버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호의를 가지고 내어주던 돈과 재물의 양은 점점 불어났고 나중에는 소린의 이름 앞으로 달아진 빚 이라는 명목이 되었다. 대장간에서 일하는 틈틈히 여러가지 일을 하며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천히 시작된 압박은 종종 소린을 위협했고 두 조카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 살아가며 아득바득 벼텨내고 있던 소린에게 어느날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무슨.."
"빚을 탕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소."
"스라인의 아들 소린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고?"

숨겨두었던 칼을 겨누며 순식간에 달려들었지만 소린은 그 자리에서 억지로 주저앉혔다. 책상에서 놀라지도 않은 힐데가 끌끌 혀를 차올렸다.

"그런 단도를 만들 돈이라도 있었으면 얼른 갚는 편이 좋았잖아."
"닥쳐라. 애초에 네놈이 고리대금으로 설정해 두었기에 금액이 말도 안되는 정도로 불어난 거잖아!"
"그걸 알고도 내게 돈을 빌렸던 건 당신이었지. 참나무 방패의 소린."

멈칫, 몸뚱이가 분노로 덜덜 떨렸다. 한숨을 쉬면서 외알안경을 벗은 힐데가 콧잔등을 꾹꾹 누르곤 안경을 닦기 시작했다.

"애초에 강제로 밀어붙이고 탈탈 털어내보았자 돈이 나올 구멍은 보이질 않으니 해본 말이야. 솔직히 가장 효율적이고 손쉽게 빚을 탕감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잘 보이지 않아 가늘게 떠진 눈으로 소린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드워프는 거세게 반항했다. 지금 저 자는 에레보르의 적법한 후계에게 고작 돈에 몸을 팔라 요구하고 있었다. 한번에 20굴덴. 특별히 책정한 가격이라며 흥정을 붙이는 모습은 정말 악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꽤나 빨리크지. 아낀다고 해도 비용이 더 들어갈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 그 아이들이 제대로 된 식사라도 하던가? 또래보다 비쩍 마르고 배우지도 못해 덜떨어진 드워프로 자라난다면 결국 그 공은 모두 자네에게 돌아갈테고. 산밑의 왕의 유일한 후계자 소린이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조카들을 매정하게 외면한 채 살고있다. 라는 이야기라도 돌면 흠.. 후원하고 있는 나로서도 기분이 유쾌하진 않거든."
"남의 앞날을 신경쓸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 네 걱정이나 하는 편이 효율적이겠군. 이런 모욕을 받고도 참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내 앞날은 말이지 소린. 네게 돈을 받는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니까 나로서도 여러가지 방법을 찾는 것 뿐이야. 그러나 그 방법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제의를 할 뿐이니까. 강요하진 않아. 하지만.."

똑바로 고쳐쓴 안경의 유리 사이로 크게 떠진 눈이 소린과 마주했다. 뱀같이 교활한 입술이 열렸다.

"상환이 조금이라도 늦어진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나는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어. 스스로 가느냐, 혹은 끌려가느냐. 그 차이 이지 않을까?"

높게 비웃는 목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무어라 욕지거리라도 한번 제대로 날려보지 못한 채 소린은 힐데의 사병들에 의해 질질 밖으로 끌려나갔다. 애써 만든 작은 단도조차 빼앗긴 채, 말그대로 소린을 바닥에 내던져 버린채, 문은 냉정하게 닫혔다.

"언제든 생각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다음 상환일 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처음은 특별히 50굴덴이라고 했다.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흥정을 한 결과였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소린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등을 꼿꼿이 편 채 협상에 임했다. 킬킬거리며 손을 비비는 힐데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후에 다시 일어선다면 제일 먼저 돌로 쳐죽이리라 생각했다. 이를 악물며 노예문서보다 더한 내용에 인장을 찍었고 그 후에 바로 이 방으로 끌려왔다. 처음이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지만 힐데는 충분히 알겠다며 음흉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에레보르에 스마우그가 침범했을 시기에 소린은 미성년이었고 방랑하며 성인의 시기를 지나쳤으니 상황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쉽게 얻을 정보였을 터였다.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힘겨운 부탁을 들어준 것이 그나마 소린의 마음을 위안되게 했다. 사전 정보도 없이 불안해진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 소린은 좁은 방 안을 몇 번이고 오갔다.
방 한구석의 침대와 간단한 탁자. 그리고 싸구려 술. 마시는 편이 좋을거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한잔 따라내어 입에 대어 보았지만 차라리 이 치욕을 몸에 새기는 편이 더 좋을거라는 말도 안되는 자존심에 소린은 도로 손을 거뒀다. 누가 이런곳을 올런지는 몰랐지만 제발 아는 이가 아니기를. 한참을 그렇게 홀로 상념하며 있던 방의 문이 열린 것은 조금 전 이었다.

다짜고짜 달려든 인간들의 손에 간단히 제압당한 소린은 손을 구속당한 채 안대가 씌워졌다. 버둥거리는 몸을 엎드리게 만든 뒤 움직일 수 없게 구석구석 짓누른 손에 극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빠르게 벗겨진 하체에 차가운 바람이 들었고 그만 하라고 소리지르는 입에는 재갈까지 물렸다. 킬킬거리며 몸을 쓰다듬는 손길은 뱀과 같은 느낌이어서 버둥거리며 떨쳐내려 노력했지만 벌써부터 발정나 몸을 헤프게 조롱까지 받았다.

"너무 겁 먹지 마쇼. 하다가 좋아서 더 해달라고 엉덩이를 흔들게 될 지 누가 알아 응?"

반쯤 벗겨진 바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린 사내는 드러난 속살에 쩍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 자국을 새겨두었다. 작은 신음소리가 앞에서 들려왔지만 그 소리를 내는 행위마저도 치욕스럽다는 듯, 몸을 웅크린 드워프는 눈을 꾹 감은 채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었다. 이런 거였다면.. 하지 않는거였어. 이럴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러나 그런 소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특별히 첫 손님이라 귀하신 분으로 모셨다고. 잠자코 그분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잘 모시라는 이야기를 내뱉곤 힐데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소린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싫다고. 없는것으로 하자고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를 해도 소리는 재갈에 막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불안함에 공포는 배가되면서 이런 선택을 내린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필리와 킬리의 얼굴이 교차되고 아버지 또한 뇌리에 스쳤지만 진정보다 원망이 앞섰고 깎여나간 자존심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당장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거리며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는 문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몸이 굳었다. 질겁하며 뒤로 물러서려는 본능적인 모습에도 방 안으로 한걸음 들어온 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도 커서 그 발자국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건지도 몰랐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의자를 가볍게 끌어당기는 소리가 들렸고 고급재질의 원단이 겹쳐져 걸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절경이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아니, 들어본게 다가 아니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저주스러운 목소리를. 가장 보고싶지 않은 상대를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에 소린은 마주하고 말았다. 이 목소리는 분명 스란두일의 목소리였다.







"귀한 것을 구했다고 하도 하도 호들갑을 떨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수다스러운 입을 도려내버릴까 했는데."
"그래도 이만하면 귀한 것이 아닙니까요."

뒤따라 들어온 힐데는 흘끗흘끗 숲의 군주를 올려다보며 손바닥을 비벼댔다. 인간이긴 했지만 힐데는 숲의 가능성을 보고 대담하게 사업에 뛰어든 참이었다. 다른 이었다면 감히 시도도 하지 못했을 일을 그는 저질렀다. 폐쇄적이기로 소문난 어둠숲의 군주를 과감히 끌어내 테이블에 앉히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요정들이 구하고 있는 잘 말린 과일들과 질좋은 포도주의 판로를 제시하며 파격적인 조건으로 딜을 건 것과 동시에 왕께 진상할 귀한 선물이 있으니 친히 발걸음을 해주신다면 더 없이 기쁠 것이라고 하루가 멀다하게 연통을 보내 애쓴 보람이 있었다. 숲의 군주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받았을 때 힐데는 당장이라도 거래가 이루어 진 것 같은 기쁨이 도취되어 있었다. 스란두일의 흰 보석을 가로채간 것이 에레보르의 드워프들이라는 것은 알음알음 퍼져있는 사실이었고 결국 스란두일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드워프와 요정의 사이가 나빠진 계기라는걸 어렵사리 캐낸 힐데는 숲의 군주에게 그 왕자를 직접 취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도 어린 왕자를 짓밟는 것 자체가 훌륭한 화풀이가 될 수 있었고 마음에 들어 취한다면 그것대로 좋았다. 손 안에 이미 들어온 순진한 드워프 하나를 휘말리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성인도 아닌 어린 드워프 둘은 노예로 팔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계획된 일이었다.

"듣자하니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몸이라 합니다."

아직 피우지도 못한 몸입지요. 힐데는 성큼성큼 걸어가 소린이 발버둥쳐 엉망이 되어버린 이불을 거칠게 걷어냈다. 순식간에 헐벗은 하반신이 그대로 노출되어버렸다. 움찔거리는 움직임 모두를 눈에 담은 스란두일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감돌자. 힐데는 더욱 흥분해 소린의 엉덩이를 억지로 벌려 스란두일에게 보였다.

"기념할만한 성인식이 아니겠습니까."
"내게 바쳐진 것에 쓸데없는 손을 보태는구나."

순식간에 떨어진 힐데의 손이 다시금 비벼졌다. 눈치를 살살 보면서 스란두일의 앞에 무릎을 꿇은 힐데는 금새 나긋한 목소리로 설탕발린 말들을 꺼내놓았다.

"미천한 인간이 많은 것을 갖고계신 전하께 드릴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유익한 것을 드리는 것 뿐입니다. 어여삐 봐 주십시요."
"그 성의는 고맙게 받지."
"그럼..."
"일단은 물건의 확인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네만."
"물론입죠, 물론입니다. 이곳에서 확인이 불편하시다면 지금 아예 데리고 돌아가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린이 별안간 몸부림을 쳤다. 이곳에서만 하기로 했던 계약과는 이야기가 다르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저 자는 지금 자신을 스란두일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치욕을 당하는것과 팔려가는 것은 달랐다. 소린은 안간힘을 내어 자신의 몸을 묶은 줄을 풀어내려 애쓰며 소리질렀다.

"저자도 기대가 되는지 기쁨의 몸부림을 치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손을 비벼오는 힐데를 스란두일은 느긋하게 내려다보았다. 악취미로군. 어쨌거나 선물은 선물이니 선물의 의지같은 건 살필 필요 없겠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로 스란두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대로 포장해서 마차에 싣거라. 돌아가서 느긋하게 확인해보지."

발소리가 나지 않는 가벼운 몸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다시 끼익 소리를 내며 닫힌 문 틈에서 울부짖는 비명소리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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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드로스 손이 컸으면 좋겠다. 키가 제일 커 장신인 것 처럼 손도 크고 손가락도 길고. 핀곤은 그걸 버릇처럼 만졌으면 좋겠다. 핀곤의 손은 아담해서 사실 칼도 맞추어 제작해야 할 정도였는데 늘 호기있게 웃으며 손이 작은데신 다른데가 크다고 자랑하면 좋겠다. 언제나 마에드로스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마에드로스가 귀찮아서 그만하라고 손을 덥석 잡으면 꼭 한손안에 샥 들어오는게 단단하게 잡히면 좋겠다. 잡아놓고도 어쩐지 민망해 놓지 못하는 마에드로스나 그런 사촌을 보고도 귀엽다며 귀끝까지 빨갛게 될 정도로 웃는 핀곤이 보고싶다. 손가락을 얽으면서 또 장난을 치겠다. 그런 꿈을 꾸고나서 눈을 뜨면 자신의 앞에는 상처투성이의 마에드로스가 잠들어있고 불규칙한 호흡으로 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게 보이면 좋겠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넘기고 천천히 손을 맞잡으려 밑으로 내려갔는데 당도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빈 자리만 있었고 떨리는 그 손은 그 빈자리를 향해 나아가겠지. 이제는 자신의 손에 들어올 정도로 얇아진 손목을 조심스레 만지작대면서 멍하니 있으면 어느샌가 눈을 뜬 마에드로스는 반대편 손으로 핀곤의 손을 잡아채면 좋겠다. "간지러워 핀곤. 하지말랬지." 여전히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던 핀곤이 울어버렸으면 좋겠다.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핀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일어나 등을 두드려보았지만 좀처럼 그치지 않는 핀곤을 보며 마에드로스는 속으로 한숨 쉬면 좋겠다. 울고싶은것은 난데 네가 대체 왜 우는거냐 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때에 핀곤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하는거지. "네가 울고싶으니까 내가 울게."

너무나 섧게 우는 핀곤과 그 앞에서 참고있는 마에드로스. 꼭 겹쳐진 손은 단단했지만 이전과 분명히 달랐다는걸 둘은 알고 있었겠지.

 

 

 

영화판과 완전 다르게 수다수다한 스란두일도 보고싶다 'ㅠ' 제왕의 면모를 가졌으면서 복흑으로 ㅇㅇ 사실 영화판은 대놓고 나 복흑이지렁 하고 광고하는 느낌이라서 ㅋㅋㅋ
맨몸으로 침대에 엎드려 엘프들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바로 코앞에 묶여 앉아있는 소린을 가지고 노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_? 근데 이건 되게 오른쪽도 괜찮네. 스란두일 내게 무슨짓을한거야 ㅜㅜ
앞에서 기분좋다는 신음소리내면서 눈 똑바로 뜨고 소린 주시하는거 참 좋네요. 소린도 지지않는다는 식으로 쳐다보는데 아무리 목석이래도 엘프가 앞에서 미간 찌푸리며 신음소리 비슷한 앓는소리가 입술새로 나오는데 ~_~ 다행히 옷은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묶인상태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스스로도 곤혹스러워서 저도모르게 시선을 피하는데 예민한 엘프의 귀는 숨소리가 변한걸 눈치채지 못할리 없고. 픽, 웃으면서 손을 까딱하면 마사지하던 엘프들이 붉은 침의를 걸쳐주고 스란두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천천히 소린의 뒤로 가는거죠. 가려나보다 하고 안심한 순간 오른쪽 귓가에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스미는거죠. 산밑의 왕도 산 위의 쾌락을 즐길 줄 아시나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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