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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 죽겠는 스란엘이 보고싶은 오후 7시 23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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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말이지. 좋은 술이 들어왔어."
모처럼 들뜬 목소리가 들려오자 스란두일의 미간이 되려 찌푸려졌다. 늘어져있던 소파에서 겨우 고개를 들자 바쁘게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꽤나 고심하고 있는 엘론드가 보였다. 한참을 열중하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자 마치 주문이라도 된 듯, 엘론드는 움직이던 손을 멈춘 채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한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왕의 태도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웃으며 말을 건넸다. 분홍색이 예쁠 것 같나, 노란색이 예쁠 것 같나? 답지 않은 그의 질문에 스란두일은 그저 한숨을 쉬어냈을 뿐이었다.
결국 분홍색이 좋겠다며 이제껏 만져대던 비단을 곱게 말아 포장하는 것으로 엘론드의 바보같은 행동이 마무리된 줄 알았건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안쪽으로 향했던 손에 가득 들린 것은 따지않은 포도주 병과 와인잔이었다.
"정말 마시게?"
"자네답지 않은걸? 혹 지금은 내키지 않는건가?"
"베푸는 호의를 거절하는것은 신다르의 특성이 아니라네."
"괜한 걱정을 했군."
밀봉된 병 입구를 뜯으며 엘론드가 웃어보였다. 흥분감에 조금 상기된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술은 달큰한 포도향을 품었다. 건네진 잔을 받아든 스란두일이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도 아니면서 무슨 긴장을 이리 하는지."
"딸이라잖나. 딸은 처음이니 말이야."
"아들은 취급도 안해주는군."
"그 아이들은 둘이 함께 손잡고 나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됐잖나."
"핑계한번 좋은데."
맞닿은 잔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 가볍게 한모금 넘긴 스란두일이 입술끝을 살짝 핥았다. 좋은 술이군. 한마디 칭찬을 내뱉은 뒤, 다시 한모금 넘기는 것을 본 엘론드가 완연하게 웃었다.
"자네가 좋아할 줄 알았지."
"임라드리스의 군주께서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 술을 내올 줄이야. 정말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보군."
"그전까지의 예우는 소홀했다고 힐책할 셈인가?"
"그럴리가. 임라드리스에 공급되는 포도주의 품질과 손님접대의 방식은 익히 알고 있다네. 다만 정말 기분이 좋아보여 농담한 것이니 너무 새겨듣지는 말아."
"사실 가슴이 너무 뛰어 견딜수가 없네."
쑥스러운 듯, 잔에 남은 포도주를 단숨에 비운 채 엘론드는 열오른 얼굴로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한심하게 쳐다보는 표정이 콱콱 얼굴에 꽂혀도 별 수 없었다. 바로 엊그제, 켈레브리안을 보살피던 엘프에게 뱃속의 아이가 여자아이 일거란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터였다. 딸이라니. 막연하게 다가온 새 생명의 존재에 설레임과 사랑스러움이 더해졌다. 엘라단과 엘로히르가 있었기에 내심 바래왔던 여자아이였지만 막상 확인받고 난 뒤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쁜 일과로 불철주야 뛰어다니면서도 아직 배가 불러 거동이 어려운 켈레브리안에게로 종종 달려가 손을 잡아주느라 분에 넘치게 다가온 이 기쁨을 오롯이 느낄 시간도 마련하지 못했던 차에 찾아온 손님이 바로 스란두일 이었다. 꽤나 풀어진 얼굴이었는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엘론드에겐 그마저도 웃음으로 번졌다. 기쁨의 바다에 자신을 던지기에 혼자는 너무 외로운 차였다.
"그리도 좋은가."
툭 던져진 물음에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행복하게 웃는 모습에 졌다는 듯, 스란두일은 엘론드에 손에 있던 병을 빼앗아 다시 잔을 채웠다. 미끄러지듯 담긴 술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막 자신의 잔에도 따라내려는 동작을 제재한 엘론드가 또다시 병을 빼앗은 채, 스스로 잔을 채워냈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딸아이를 위한 건배를 해도 괜찮을까?"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친우의 미소에 스란두일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어쩐지 단단히 굳어진 마음에 당혹감을 느꼈다. 새로 채워넣은 크리스탈의 잔속에서 술이 흔들리자 저도 모르게 흔들리는 감정을 희미하게나마 알아차렸다. 씁쓸해지는 기분이 티가나지 않도록 스란두일은 부러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엘론드의 아이를 축복하며 건배했다. 기꺼이 잔을 맞대고 단숨에 술을 들이킨 두 엘프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후끈한 감각이 몸을 달구고 친우의 웃음소리가 행복하게 귓가를 울렸다. 아까의 이질적인 감정은 천천히 가라앉아 스란두일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졌다. 지금은 저 웃음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그에겐 더 중요했다.
"한잔 더 할텐가?"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 좋을텐데."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듣는게 정말 놀랍다는거 알고 있나?"
"그럼 자네가 이리도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군."
"가끔은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야."
다시금 병을 기울이는 엘론드의 행동에 스란두일은 어쩔 수 없단 듯 짧게 혀를 차올렸다. 하지만 순순히 내밀어진 잔에 엘론드는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가득 채워진 잔을 부딧히는 소리가 로드의 방안을 몇번이고 채웠다. 모든것이 행복하고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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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이야기하니까 예식때문에 구두신어야하는 마롣보고싶다. 어자피 예전의 구두는 스틸레토에 남자들이 많이 신었으니까. 평소에는 안신더라도 예식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선 신었으면 좋겠다. 길갈라드는 의외로 균형점이 높아서 잘 신고 버티는데 엘론드는 못버티면 좋겠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애를써도 엄청 긴장해서 자꾸 삐끗삐끗 거리는거. 린돈에 있을 적이니 길갈라드 얼굴에 먹칠안하려고 애쓰는데(심지어 걷는 연습도함) 잘안됨 ㅜㅜ
근데 또각이면서 걸어오는 스란전하 좋다. 뭐야 그것도 못걸어? 이러면서 휘청이는거 부축해서 근처 벤치에 앉혀준 스란전하가 문득 엘론드 신발을 벗기더니 뭐가 비뚤어졌네 'ㅅ' 이러고 툭툭툭툭 고쳐버림. 그러다 영안되겠는지 한참을 자기꺼랑 바라보다가벗어줌. 자네가 이걸 신게. 사이즈도 비슷한거같고 굽이 휘어져서 익숙하지 않는 이가 신었다간 금세 자네처럼 넘어지고 말거야. 이러면서 자기 구두 벗어서 신겨주고 자기는 그 휘청이는걸 도로 신고감. 스란두일은 아주 어릴때부터 즐겨신어서 쉽게 안넘어짐. 그러다가 정작 예식 시작해서 거하게 넘어지면 좋겠다. 진짜 콰당하고 넘어진담에 헤헷 거리고 일어나서 다시 자세잡는데 뭘 모르는 놀도르들은 풉 웃고있고 오로페르도 어이구 바보멍충이 이러고있는데 엘론드만 조마조마...나때문에 넘어졌어..
확실히 스란두일이 신던 구두는 밑창대어져있고 쿠션도 붙어있고 발이 엄청 편함. 처음으로 구두신었는데 긴장되지 않는 편안함을 맛봄. 린돈에 당분간 손님이 머무니까 엘론드는 바빠지는데 한번 찾아가야하는데하는데..하면서 날짜가 미뤄져버림.
일틈새에 낑낑대다가 결국 마지막 떠나는날에서야 엘론드는 겨우 짬을 내. 잘 닦아서 손질해놓은 구두를 포장한 뒤 부리나케 뛰어서 떠나려는 신다르 일족에게 왕자를 뵙고십다 청하지. 이미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편한신을 신은 스란두일은 화색을 하면서 반겨.안그래도 만나고싶었는데. 네게 줄게있다. 하면서 잘 손질된 구두를 건넴. 굽도 고쳤고 자기것처럼 이것저것 손본 탓에 훨씬 상태가 좋아져있어.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 원래 스란전하 구두도 건넸어. 하지만 스란두일은 받지않았음. 나는 왕궁에 내것으로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네게 선물로 주마. 이러고 쿨하게 떠나가버림. 졸지에 구두를 두개나 선물받은 엘론드는 불현듯 돌아선 등 뒤로 고마웠다고 소리지름. 힐끗 바라보며 손을 흔든 스란전하와 그렇게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