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안나가 악역이 아닌 이유는 모든 커플링의 베이스에는 멜코르안나가 있기 떄문이 아닐까 ㅇㅇ. 안나가 아무리 지랄맞은짓을하고 여기저기 망충함과 독기를 흘리고 다녀도 그 자신감의 원류는 멜코르에게 사랑받고싶은 어린애에 불과할테니까.
사랑받고 싶은 어린애. 사랑받고 있다는 근자감. 모든 애정을 담아 줄 수 있는 이를 위한 일이란 것을 늘 상기하고있을 것 같다. 그 방법이 선이든 악이든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이든 안는것이든 조롱하고 유혹하는 일이든 뭐든 안나는 멜코르를 위해서 할거같아

멜코르가 아직 중간계에 있을 무렵 새벽이 되면 자고 있는 멜코르의 침전에 들어와 머리도 풀고 옷도 가벼이 입은 채 잠든 멜코르의 발치에 엎드려 있을 것 같다. 멜코르가 깨어나 따스히 손을 잡아줄 때 까지. 정말 시달리듯 힘든 날이면 슬쩍 이불 안으로 침입해도 좋다. 어리광부리듯. 물론 안나는 사랑 이전에 존경하고 경애하는 멜코르라 절대 함부로 하지 않을테고 그것을 멜코르도 안나도 알고 있는데 가끔 이렇게 애교부리듯 안겨오면 아무말없이 안아주는거 좋다.
멜코르가 사우론을 유혹했을 당시부터 안나타르는 사우론의 속에서 조용히 숨쉬었을 것 같다. 정말 모든 사랑을 다 받아 태어난게 안나타르. 선물이라는 뜻조차 멜코르가 지어주었을 것 같아. 심장소리를 부여받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따스함도. 입맞춤도. 눈웃음부터 정말 모든것들을 멜코르에게 배우고 받았을 것 같다. 안나가 모든 방면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건 사실 멜코르때문이라는 동인설정<< 근본적으로 삐뚤어졌지만 애정 하나만큼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안나가 보고싶다. ㅠㅠ

와 진짜 슬프다. 이곳 저곳을 돌며 정보를 얻으려 유혹하고 변태적인 행위를 견뎌내며 수치에 울며 얻은 정보를 멜코르에게 가져가면 그제서야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모습 하나로 모든 노고가 사라지고 행복해하는 안나가 상상된다. 나중 가서는 더더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인내하겠지. 멜코르님이 날 봐주시고 계셔. 그분의 기대를 거스를 수 없어. 웃는 모습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걸..

멜코르는 조련 갑이어서 안나가 유독 기운없어하고 정말 힘들어하는게 눈에 보일때만 상냥해지면 좋겠다. 평소처럼 목욕수발을 들고 향유까지 바른 뒤 발끝에 키스하고 물러서려는 안나의 손을 잡는거지. 아이야 오늘 네 품이 필요하구나.  단숨에 발갛게 열이오른 얼굴로 안절부절하는 안나가 몇번이고 입술을 축인뒤 씻고오겠다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워. 안나가 문을 닫고나서야 천천히 감았다 뜬 눈 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그저 차갑게 가라앉은 어둠이 보일 뿐. 금세 돌아왔지만 서둘러씻은 후에 향수까지 뿌렸어.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를 짓고 이불을 들어 그의 몸을 반겼어. 차가운 몸이 얇은 잠옷에 담겼어. 슬쩍 밀어 헤치며 아직 젖은 머리끝에 입술을 묻지. 온전한 네가 좋단다 아이야. 너와 나 사이에 가로막는 것은 없었으면 해. 그 말을 들은 안나가 스스로 옷을 벗어. 어린아이와도 같은 맨몸으로 다시 멜코르의 품에 안겨. 사실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왔지만 멜코르는 쉬이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아. 그저 정말 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입술을 물고 뺨을 쓸고 품에 꼬옥 안을 뿐이지. 천천히 얼굴선을 쓸어담고 시선을 맞추면 어린아이같은 순진한 동공에 자신이 오롯이 들어와. 살그머니 멜코르의 가운을 부여잡으면 그제서야 웃으며 멜코르는 키스해줘. 천천히. 코끝부터.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도.

아주 달콤한 키스로 시작했지만 점차 물어뜯으며 탐욕스러움으로 변모해. 모든것을 멜코르에게 맞춘 안나가 가빠진 호흡으로 버티려해보지만 멜코르는 그정도로 만족하지 못하지. 키스하면서 무방비로 드러난 목을 서서히 졸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혼미해지는 정신을 겨우 유지한 채 눈물이 꼬리를 타고 내려오면 그제서야 멜코르는 진정하고 목을 졸랐던 손에서 힘을 빼. 가파르게 넘어가는 가슴팍이 도드라져. 그 속에 뛰고 있는 심장이 아우성쳐. 천천히 입술을 떼고나서야 멜코르는 다시 슬픈 미소를지어.
또 나의 욕심이 너를 상처입혔구나. 그렇지만.. 사랑하고 있단다. 나의 아이야. 그말 한마디로 넘어갈듯 한 숨이 멈췄어. 억지로 고르게 만든 숨이 불안정하게 흐트러졌어. 하지만 안나타르는 웃어보였어. 나의 주군이시여 주군께서 하시는것이면 저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살갑고도 예쁘게 웃어보이는 안나타르의 이마에 멜코르가 가볍게 입맞췄어. 나의 부족함까지 사랑해주는것은 너 하나 뿐이란다. 안나타르. 그 말에 기쁜듯 다시 품으로 안겼어. 아무말 없이 꼭 껴안은 팔에 온기가 돌았지. 피곤과 모자란 숨에 안나타르는 금세 잠이들었어. 가장 사랑하고 은애하는 이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듯 몇번 움찔대던 몸이, 가슴이 고르게 울렁거렸어. 그 모습을 보던 멜코르가 아주 작게 웃었어. 가끔은 이렇게 버림받지 않았다는 증거도 필요한 법이지. 곁에 누가 있으면 잠이들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오늘은 그 짐을 감내해야 할 차례였어. 더듬어진 손끝에 감기는 맨살의 감촉을 오래도록 느끼며 멜코르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어. 다음날 수줍게 일어난 안나타르가 후다닥 제 몸을 숨기고 세숫물을 떠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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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도 신비로운 곳, 천연의 요새이자 상처받은 이들에게 열려있는 쉼터. 이곳의 이름이 임라드리스라 명명된 이후 가장 아름답게 정비되고 가꿔진 좋은 시기에 군주의 자리에서 모든 것들을 돌보던 엘론드 페레딜은 리븐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많은 초대장을 작성했다. 귀한 종이에 꼼꼼하게 쓰인 서신을 받은 손님들은 임라드리스라 명명된 안식의 땅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첫 손님들을 맞이하려 열린 화려한 연회에서 이제는 군주라 추앙받아도 좋을 이의 환대를 받으며 도착한 귀한 이들이 양껏 먹고 마시며 서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곧 자리가 무르익자 하나 둘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지어 어울리기 시작했다. 은밀한 시간들이 시작될 것임을 눈치챈 시종들은 환히 밝혔던 촛대를 조정하고 몸을 숨겼다. 얼마나 오랜 기간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이 어울리는 자리인 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분 한분 직접 모시고 연회를 주최하던 엘론드도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임라드리스의 엘프들만이 웃음을 띄우고 아직 남아있는 손님들을 서포트하기에 바빴다.

 

가슴이 뛰었다. 본래대로라면 연회의 정리를 도우려 넓은 홀로 향했어야 했을 걸음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 은밀하게 움직인 린디르는 숨을 죽인 채, 나무뒤로 몸을 숨겼다. 슬쩍 열린 창문 틈으로 언제나처럼 익숙한 주군의 모습이 비쳤다. 하지만 평소의 과묵한 모습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같이 천진해보여 린디르를 당황스럽게 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젊다기에는 애매한 나이의 주군은 아직도 홀로서기를 하고 있었다. 뜬구름처럼 소문이 떠돌았다. 은밀한 연인이 있다던지 혹은 이미 미래를 약속해 곧 혼인을 할 때를 노리고 있다는 그런 류의 소문이었다. 하지만 개중 현실적인 소문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리븐델로 건너오고 나서의 주군은 정말 엘프의 하루 삶을 인간처럼 써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고 고된시간을 보냈던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열린 이 연회에서 만큼은 무언가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새로운 소문에 임라드리스는 조용히 들떠있었다.
그리고 어린 엘프는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주군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조금의 배신감과 체념이 온 몸을 잠식했다. 그랬다. 어린 엘프는 남 모르게 맘속 한 구석에 주군을 담아두고 있었다.

곧 성인식을 맞는 어린 엘프는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주군의 앞에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희망조차 남질 않았다. 충격에 놀란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그럼에도 고정된 시선은 흩어질 줄 몰랐다. 저렇게 환한 웃음을 얼굴에 띄운 주군의 모습은 처음 보는 터였다.

누구십니까. 나의 주군의 마음을 차지하신 분은..

혹여 비명을 지를까 싶어 틀어막은 손가락 위로 눈물이 넘쳐 흘렀다. 훌쩍이지 않으려 애써봤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그 모습을 뵙고싶었다. 흐려지는 시야를 흔들어 눈물을 닦고 주군의 모습을 주시했다.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온화한 모습이 아니었다. 수줍어하고, 살갑게 웃으며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었다. 슬픔에 젖어버린 몸은 둔해졌다. 그저 올곧게 시선만 그의 주군께로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리지 않길 바라며 모든 신경을 주군에게만 쓰고 있었다. 덕분에 어린 엘프는 뒤쪽에서 은밀히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군. 그대는 혹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까?"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곳에서 들린 목소리에 당황한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차마 움직여 확인하지 못한 어깨에 따스함이 감겼다. 충분히 반항할 수 있었음에도 린디르는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손이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얼굴을 보이고 말았다. 꾹 감은 눈에 당황한 듯, 눈물이 맺혔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후회를 해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보였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점이 자신을 더욱 당황케했다. 당연하게도 이곳에 온 손님들은 모두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분들이었다. 
악햔 한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얼굴로 향하자 움찔거리며 눈을 떠 버렸다. 검은 동공에 맺힌 것은 어둠을 살라먹을 듯 빛이나는 황금의 머리칼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나무관이었다. 그린우드에서만 자란다는 귀한 꽃. 황금색으로 빛나는 열매. 손님이 누구인지 알게된 린디르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몸보다 허리를 잡아챈 손이 빨랐다. 갑자기 타인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된 어린 엘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곧 놀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작게 딸꾹질을 시작한 린디르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것을 그저 지켜보던 스란두일은 잠시 고개를 들어 린디르의 시선이 향했던 곳으로 눈길을 보냈다. 평생의 친우가 그곳에서 웃고 있었다. 맞은 편의 상대는 린돈의 왕이로군. 혀를 차올리며 품속에 들어앉은 작은 새를 스란두일은 포근히 감싸안았다. 크지 않은 키와 땋지 않은 머리로 보아하니 성인식조차 치루지 않은 어린 아이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어린 엘프의 마음속에 그늘을 만드는 이는 어느쪽일까."

안긴 이가 또다시 몸을 떨어냈다. 마치 아이를 돌보는 보모가 된 것 같은 모양새군. 한숨을 쉬어내며 품안을 헤쳐 그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에 새까만 눈동자만이 반짝였다. 묘하게 구미가 당기는 분위기네. 잠깐의 호기심이 왕자를 사로잡았다. 버림받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작은 동물들은 조그마한 온기에 쉽게 마음을 빼앗길지도 몰랐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맞춘 스란두일이 녹아들 듯 웃어보였다.

"나라면 매일 웃게 만들텐데."

커진 동공에 다시 혼란이 느껴졌다. 살그머니 올린 손이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리하고 볼을 감싸쥐었다. 단번에 빨개진 얼굴에 신선함이 느껴졌다. 어려. 작아. 여려. 조금은 순종적인데. 상냥한 모습으로 이마에 입맞췄다. 움찔,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손을 올려잡아 눈을 맞췄다.

"어떠하냐, 나와 함께 정원을 거닐지 않겠느냐. 어쩐지 오늘은 혼자있고 싶지 않은데."

아주 작은 유혹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어두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고민을 하는 것 같아 슬쩍 산책을 멀리나와 방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곤란하다는 말을 덧붙였더니 결정은 오히려 쉬워진 모양이었다. 눈물을 털고 매무새를 가다듬는 모습을 가늘게 눈뜨고 바라본 스란두일의 시선이 아주 잠시 친우의 방으로 향했다. 어느새 불꺼진 창문 틈새로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픽 웃으며 아이가 듣지 못하게 다가가 얼굴을 감싸안았다. 뾰족 솟아오른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몇번이고 쓸었더니 그대로 화끈 달아올랐다. 당황하며 버둥대는 아이를 즐거이 바라보며 한쪽 품에 껴안은 채, 자리를 옮겼다. 그대의 덕에 모처럼 좋은 밤을 보낼지도 모르겠군. 들리지않는 감사의 인사를 친우에게 남기며 스란두일은 어린 엘프에게 이름을 물었다.

"린디르..입니다."
"예쁜 이름이구나."

칭찬을 받는 것이 서툴은 아이같이 시선이 발끝으로 향했다. 무심코 결좋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란두일은 다시 미소지었다. 달이 유난히도 밝은 임라드리스에서의 첫날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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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쌍. 헤어짐.

썰/뻘설정 2013. 7. 28. 02:13

엘로스가 떠나기로 한 전날. 엘론드는 다 컸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게 베게를 품에안은 채, 다큰 동생의 방으로 갔을것 같다. 주저주저하며 문을 두드리면 이제는 제법 굵직하게 올라오는 목소리가 그를 맞겠지. 쉬이 잠못들고 있던 엘로스가 놀란 눈으로 형.하고 바라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척척 걸어와서 엘로스 곁에 베게 놓고 팡 누워버리는 엘론드 좋다. 잠이안와. 같이자자. 온기가 있으면 쉬이 잠들 수 있을것 같아. 나직나직 뱉어놓은 말들이 외려 온기가 되어 방 안을 따스하게 만들었어. 픽 웃으며 엘론드가 이불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엘로스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의 형을 마주봤어. 이제 언제서야 볼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픽픽 웃은 형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쌍둥이는 알 수 있었지. 서로의 무운을 빌고. 건강을 빌고. 앞날의 어둠이 가시길 빌었어. 한참이나 부여잡고 있던 손에선 땀이 날 정도였지만 누구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 말로 내뱉는 말들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더 와닿았어. 서로를 마주보며 그렇게 잠이들던 밤. 꿈도 꾸지 않았지만 그날의 밤은 정말이지 달았어.

 

다음날이 되어서야 떨어진 두 손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히 입은 채, 다시 마주했어.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쌍둥이는 서로의 똑같이 생긴 얼굴을 마주보며 슬핏 웃었지. 내가 보고싶으면 수경을 봐도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아?
하지만 그건 네가 아니잖아.. 주저하다 꺼낸 답변에 엘로스의 얼굴이 흐릿해졌어. 하지만 이내 익숙하다는 듯, 다시 웃어보인 엘로스가 덥석 형을 껴안았어. 나의 사랑하는 반쪽.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야.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 너무 슬퍼하지마.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엘론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몇번이고 돌아보는 동생의 눈을 맞춰주며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발코니에 올라가 멍하니 서 있었어. 아주 사라지고서도 혹여 돌아오지 않을까. 놓고간 것이 있을까 하염없이 바라봤어. 엘론드가 고개를 돌린건, 어깨에 닿은 따스함 때문이야. 뻣뻣해진 몸을 겨우 돌려 왼쪽을 바라보자 슬며시 미소짓는 길 갈라드가 곁에서 로브를 걸쳐주고 있었어. 의자도 끌어와 엘론드를 앉히고 자신도 곁에 털썩 주저앉았어. 주군..
오늘 밤은 나도 별을 보고 싶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며 엘론드가 바라보고 있던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어. 어쩐지 울먹해진 눈가가 뿌옇게 변했어. 하지만 울 수 없었어. 혹여 엘로스가 오면. 오면.. 제일 먼저 봐야하는데..
팔을 들어 맺힌 물기를 닦아냈어. 또렷해진 시야에 다시 길이 보였어. 시간은 많아. 기다릴거야. 겨우 진정하고 울음을 참아낸 엘론드의 머리위로 길갈라드의 커다란 손이 내려앉았어. 따스함에 기대지 않을거라 마음먹은 엘론드의 고개는 돌아갈 줄 몰랐지만 다시금 흘러내린 눈물은 차마 닦아내기도 전에 옷깃을 적셨어. 참으로 지독하게 긴 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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