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흐흣..조..조금만..앗, 천천히.!"
"왠일이야. 네가 이정도로 엄살을 피우고?"
숲의 요정은 젖은 머리칼을 슥 쓸어올린 뒤 옅은 청색의 튜닉을 좀더 걷어올렸다. 하얗게 드러난 허벅지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서슴없이 안으로 제것을 밀어넣으려 부여잡으면 꼭 꽃처럼 붉게 피가 몰렸다. 언제고 그리웠다. 임라드리스의 별. 쉬이 볼 수 없는 처지여서 그런지 더 애틋했다. 궁합이 잘 맞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먼저 시작한 건 엘로히르였다. 아주 어릴적 재미난 일이 없을까 산책나온 밤에 노골적으로 유혹당했다. 왕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손님에게 이래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벌어진 다리와 뜨거운 키스에 거절할 수 있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 후로도 가끔. 임라드리스의 사절이나 손님으로 왔을 때마다 이렇게 밀회를 즐겼다. 그러고보면 이 관계도 꽤 오래되었군. 불현듯 떠올린 어린시절을 망상하며 레골라스는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품안에 들어오던 몸은 어느순간 단단한 청년의 몸으로 변했다. 여전히 처녀처럼 조여오는 안쪽을 느끼며 레골라스는 서서히 속력을 올렸다.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놀리면 새된 비명이 새어나왔다. 입속으로 들어간 손가락에 말랑한 혀가 감겼다. 몇번 잡아당겨 놀려주면 야한 소리가 났다. 그만하라 도리질치는 모습이 어여뻐 턱을 돌리고 키스해주었다. 곧 익숙하게 얽혀오는 혀는 언제나 달콤했다.
빼내진 손은 가슴으로 향했고 탄탄한 배를 주물거렸다. 세게쥐어 잡아당기면 안쪽이 쫀득하게 조여왔다. 파르르 떨리는 등줄기 사이로 식은땀이 흘렀다. 과연 얼마나 많은 엘프들이 이 장면을 보았을까.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술궂게 박자를 놓치며 고통을 주면 힘이 들어간 어깨가 또 경직되는것이 그대로 보였다. 레골라스는 그럴때에 이를 박아 넣는 것이 가장 좋았다. 파득 울며 경련하는 먹잇감이 고통을 호소해보지만 레골라스는 날카로우 송곳니로 맨살을 자근자근 씹었다. 피가 배일 것 같이 깊숙하게 물린 상처는 마치 순흔처럼 붉었다. 하얀 살결에 새겨진 상처는 마치 주인의 표식 같이 보였다.
경련하는 손이 더듬더듬 뒤쪽을 향했다. 내밀어 겹치면 꼬옥하고 잡은 손에서는 땀이 배어났다. 서서히 한계인 것을 느낀 레골라스는 허리를 굽혀 다시한번 키스했다. 단아한 이마가 찡그려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위와 아래는 늘 다른 법이라 레골라스는 웃음을 삼킨 키스를 다시 한번 보내며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안쪽에서 뜨겁게 퍼지는 느낌에 엘로히르는 몸을 선득하니 떨었다. 한참의 여운이 지나서야 손은 묶인 앞쪽으로 향했다. 구겨진 비단천이 풀어짐과 동시에 떨어지는 정액에 둘 다 웃어버리고 말았다.
"다신 묶지마."
"솔직히 말해서 감도도 더 좋았어."
"그거 아니어도 잘해."
"대단한 자신감인데?"
바닥에 깔린 모포를 둘둘감고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간만의 스릴넘치는 섹스는 이대로 눈을 감아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피곤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나가봐야 했다. 잠깐의 스릴을 즐기느라 공식적인 행사를 미룰수는 없었다. 먼저 일어나 지저분하게 구겨진 튜닉과 로브를 털어낸 레골라스는 엘로히르에게 먼저 건넸다. 아무말 없이 머리를 새로 땋기시작한 엘로히르는 곧 구겨진 옷을 몸에 걸쳤다.
"엘라단은 네가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
잠깐 멈칫거린 손놀림은 이내 다시 움직여 마지막 매듭을 감았다. 선연하게 올라오는 검은색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주시하자 레골라스는 되려 움찔 놀랬다.
"뭐 쌍둥이니까. 알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임라드리스의 왕자가 이렇게 몸을 굴리고 다닌다는게 사실 대놓고 떠들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병신, 지도 즐겨놓고서 어디서 발뺌이야."
"그러니까 엘라단이 알고 있으면 셋이 하잔거지. 어때?"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엘로히르를 쳐다보던 레골라스의 얼굴 위로 그나마 잘 개켜두었던 튜닉이 내리꽂혔다. 맞바로 받아쳐 뒤집어 쓰는 꼴을 면한 레골라스가 억울한 얼굴로 엘로히르를 쳐다보았지만 막 일어나 바지를 털고있던 엘로히르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에게 말을 건넸다.
"형은 건드리지마. 그럴 일 없어. 나조차도 만족 못시키는 꼬맹이주제에 어딜. 그리고 형 건들면 너랑도 끝이야. 알았어?"
날선 반응을 보이며 제 할말만 하고 밖으로 나서는 엘로히르의 등 뒤로 레골라스는 그저 긍정의 말을 몇번 뱉어주는 것 밖엔 할수있는 것이 없었다. 하여튼 형 사랑은 지긋하다니까.
공식적인 만찬이 시작되자 머크우드의 왕 스란두일과 왕자 레골라스는 가장 상석에 앉아 놀도르들이 준비한 연회를 구경하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임라드리스의 로드 엘론드와 그의 자녀 엘라단, 엘로히르, 그리고 아르웬이 나란히 앉아 함께 구경을 했다. 여전히 연회에는 심드렁한 레골라스는 슬쩍슬쩍 곁눈질로 엘로히르를 훝었다. 어쩜 저렇게 아닌척 웃고 떠들수 있을까. 마치 아까와는 딴 사람 같잖아.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엘로히르와 눈이 마주친 레골라스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살짝 갸웃 하고 다시 아르웬과 이야기를 시작한 엘로히르를 다시 곁눈질로 살펴보던 레골라스는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인 엘라단을 발견하고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나가던 시종이 와인을 따라내며 엘라단의 어깨를 툭 친 모양이었다. 시종이 어쩔 줄 모르며 괜찮으시냐고 부산을 떨자 졸지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침착하게 웃으며 별 일 아니라 이야기하는 엘라단의 눈동자가 살짝 고통으로 흔들렸다. 소동이 무마되고 나서도 몇번이나 손을 올려 어깨를 주물러대는 몸짓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했다. 하지만 옆에서 살짝 자신을 잡아오는 스란두일 덕에 시선은 다시 연회석으로 향했다.
연회가 끝나고 먼저 일어난 레골라스를 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긋하게 목례를 올리고 자리를 벗어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레골라스는 잠시 고민을 했다.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 오랫만이라 한번 쯤 더 안고 싶었다. 어떻게 연락을 해야할까 생각하며 정원을 산책하고 있을 무렵 엘로히르와 아르웬이 손을 잡고 막 연회장을 벗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좋은 기회였다. 상쾌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르웬에게 작게 인사한 레골라스는 오빠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넌지시 말을 던졌다. 아르웬은 곱게 웃어보이며 엘로히르에게 금방 들어와서 동화책을 읽어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한 채 안가로 쪼르르 들어갔다. 여전히 미소를 풀지 않는 엘로히르가 동생을 배웅하고 자신에게로 돌아섰을 때, 레골라스는 뭔지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엘로히ㄹ.."
"엘로히르! 거기서 뭘 하는거야!"
"아, 형!"
살짝 찌푸린 얼굴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레골라스와 엘로히르를 번갈아 쳐다보던 엘라단은 레골라스에게 짧게 목례를 한 후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찾으신다. 지난번 너의 사냥 이야기를 머크우드의 왕께 들려드리고 싶으신 모양이야. 어서 가봐."
"하..하지만 레골라스님이 내게 볼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혹 급하신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따로 시간을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가보세요 엘로히르. 나중에 따로 찾아뵙죠."
"그럼."
곤란한 얼굴로 웃어보이던 엘로히르는 짧게 목례한 뒤 왔던 길로 뛰어들어갔다. 한참 그 곳을 바라보던 엘라단은 확 구겨진 얼굴로 레골라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멍청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엘...라단..?"
"닥쳐. 이름 부르지마."
성큼성큼 레골라스를 지나쳐 걷는 엘라단을 멍청하게 쳐다보다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고 쫒아가 그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윽.."
"하?"
"..왜. 네놈이 해놓고 까먹었냐? 으..."
날카로운 눈매로 꿰뚫을 것 처럼 자신을 노려보다 찌푸려진 미간은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올곧게 펴졌다. 손으로 계속 잡힌 어깨를 주무르며 레골라스의 손을 떼넨 엘로히르, 아니 엘라단은 겨우 고통을 멈추곤 등을 곧게 펴 일어섰다.
"눈응 옹이구멍이라 달고다니는 걸테지. 병신."
"...엘로히르..아니 엘라단.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좀."
"병신이 깨닫지 못할때 알려주어봤자 내 입만 아프지. 앞으로 이렇게 개인적으로 불러내는 일은 없었으면 해. 그럼 이만."
"엘라단!!!!"
"귀 안먹었어. 소리지르지마."
가야겠다는 말만을 한 채, 정작 움직이지 않는 엘라단을 쳐다보며 레골라스는 한참 머릿속을 정리해야 했다. 엘로히르가 아니라 엘라단이...그러니까 아까 그게..
".......혹시 내가 이때껏 착각을 했던거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프린스 레골라스."
겨우 한숨을 쉬어낸 엘라단은 차가운 모습으로 등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며 새하얗게 질려버린 머릿속을 추스르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잠깐만, 설마 여기저기 하룻밤을 청하러 다닌다는 이야기도 다 거짓말인건가?
생각해보니 그랬다. 오늘 안았던 몸은 간만에 힘겹게 열린 듯, 뻑뻑하게 느껴졌다. 잘 풀리지 않아 툴툴대는 레골라스를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엘로히르, 아니 엘라단은 한마디 툭 던졌을 뿐이었다. 네가 실력이 없어서 내 몸이 동하질 않나보다. 이랬는데.. 혹 그게 아니라면...정말 오랫만이었다면..
난생 처음으로 부끄러움에 피가 귀 끝까지 몰렸다. 엘라단의 뒷모습이 사라지고서도 한참동안이나 레골라스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사과부터 해야했다. 입술을 깨물고 결심 한 듯, 엘라단이 향했던 안가로 발걸음을 떼었다. 일단 엘라단을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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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란안나. 노예상인과 왕자 7
눈을 감아도 들리는 것은 철컥이는 군장들의 소리밖에 없었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꼿꼿이 등을 세우는 자신의 왕을 주시하며 스란두일은 투구를 고쳐올렸다. 작은 소모전들을 치루고 인간의 군대와 조우하러 가는 길목이었다. 적은 수의 오르크패거리들과 몸풀기를 한 나 어린 엘프들은 작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했다는 자부심, 직접 칼을 들고 활을 쏘아올려 승리에 영향을 주었다는 뿌듯함. 그것은 전쟁을 고깝게 봐 왔던 자신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그럴때마다 그의 아버지는 조곤히 속삭이곤 했다. 병사들이 기분 좋아하는 것을 막지 말아라. 사기는 곧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너는 아니된다. 너에게는 병사들과 판세를 휘어잡을 전술과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하는 두뇌가 필요하다. 작은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큰 흐름을 보아라. 그것이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가 맞는 말 이었다. 하지만 스란두일은 피곤을 느꼈다. 아버지가 하는 말씀은 왕으로서 완벽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다르의 왕가가 고작 인간을 도우러 나서는 전쟁이라는 점은 정말이지 참기 힘든 수치라고 생각했다. 일루바타르의 자손인 엘프와 그 엘프중에서도 고귀하기로 치면 손에 꼽을 정도인 신다르의 힘은 소중한 것일진대 고작 인간. 그리고 빌어먹을 놀도르. 그런 것들을 위해 동맹군을 결성하고 머리맞대고 회의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 참이었다.
물론 그린우드의 왕은 오로페르. 나의 아버지이시니 그린우드의 백성들은 왕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 그건 나조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남들보다 한꺼풀 더 왕가의 위엄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나니 무엇이든 고깝게 보이기 마련이었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 자신의 궁에서 쉬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말도안돼.
어찌하여 그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게 고개를 젓고 마음을 비웠다. 그 아이는 그저 대용품이고 한낯 이용가치있는 '친구' 일 뿐이었다. 더이상 빠져들어선 곤란했다. 그건 맘속에 품고있는 이에게도 못 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갑옷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 아이가 만들어 준 것은 최고로 가볍고 편안한 것이었지만 마음의 무게가 담긴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번 거래를 받아들인 이상, 이것을 받은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를 지닐 수 없었다. 그저 친구로서, 연인인 척 하는 자의 의지로 내게 온 것이었으니 그 정도는 감내해야했다.
쓸데없는 생각일랑 집어치운 채, 스란두일은 그저 앞을 향했다. 저 멀리 인간들의 군대가 보였고 놀도르의 진영이 다가왔다. 엘론드가 저기에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놀도르의 군대와 인간들이 만들었다는 군대는 별 볼일 없어보였지만 오직 그는 예외였다.
그저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못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됐다. 스란두일은 미끄러지는 말고삐를 다시 거세게 움켜쥐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최전방은 이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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