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오로. 첫만남. 에서 이어집니다. http://secretgarden1.tistory.com/65

 

 

나팔 소리가 보다 가까이 들려왔다. 그것은 신다르 특유의 웅장하고 경쾌한 리듬이었지만 듣는 이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 굳어져 있었다.  참으로 간만에 -길 갈라드로서는 처음이었지만- 조우하는 놀도르와 신다르의 만남은 어렵게 성사된 것이기도했다.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길갈라드의 곁에서 키르단은 넉살좋게 웃어보였다.

"네놈이 긴장하는 꼴을 다 보는구나."
"....솔직히 좀 떨립니다"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아무리 신다르가 호전적인 종족이라고는 하나 놀도르의 왕위를 잇는 네게 함부로 대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오로페르 그자가 좀 불같은 성미이긴 하다만 말이다. 반은 농담으로 반은 진담으로 던지는 양부의 말을 한귀로 흘려보내며 길갈라드는 막사 안에서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킨 채 심호흡을 시작했다. 엘프와 인간의 동맹. 그 결속은 놀도르와 신다르조차 한 편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명분이었다.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놀도르에 대한 소문들은 험한 것들 뿐 이었지만 편견을 갖지 말자며 길갈라드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과거가 어찌되었든 지금은 현재와 앞으로 닥칠 미래가 더욱 중요했다. 그러기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지. 앞에 놓였던 찻잔을 들어 막 입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막사의 휘장이 빠르게 걷혔다.

"그린우드의 왕께서 당도하셨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자리에서 일어서는 길 갈라드의 눈이 꾹 감겼다 떠졌다. 결연한 표정으로 나가는 왕의 뒤를 따르던 키르단은 뜻 모를 한숨을 내 쉬었다.

 

당당히 나부끼는 청색의 깃발 틈으로 좀체 볼 수 없던 모습의 갑옷을 입은 엘프군이 대열을 갖추고 서 있었다. 빠른걸음으로 나서는 왕의 발걸음이 황급히 그들에게로 향했다. 투구와 마스크로 무장한 군대의 선두에는 꼿꼿히 등을 세운 가벼운 차림의 엘프가 서 있었다. 그린우드의 왕. 오로페르.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온몸에서 우러나오는 위압감. 고고함. 유독 다른 분위기를 가신들도 느꼈는지 수군대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엘론드가 무어라 잔소리를 하는것이 들렸고 곧 길갈라드는 오로페르의 앞에 당도했다. 자신과 비슷한 키의 왕은 슬쩍 눈을 치켜뜬 채 자신을 주시했다. 텅 빈 눈동자.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은빛의 머리카락.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생각하며 길갈라드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그의 입술이 먼저 열렸다.

"밝은 햇살이 그대와 나의 머리 위를 비추는군요. 별빛의 시대에 태어나 중간계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하신 지혜로운 현자. 린돈의 군주이신 키르단. 광활한 푸른숲을 지키는 저 오로페르가 인사드립니다."

숙여진 고개에서 흐르는 은빛의 머리칼은 익숙하리만치 눈에 아로새겨졌다. 다시 떠진 눈동자에 담긴 인물은 왕이 아니었다. 당황하는 부관들과 키르단의 표정들도 함께 시선에 와 닿았다. 이내 평정을 되찾은 키르단의 입이 열렸다.

"우리들의 만남에 별빛이 흐릅니다. 그린우드의 왕이자 용맹한 신다르의 후손 오로페르. 나 키르단이 그대에게 인사합니다. 놀도르와 신다르, 엘프와 인간의 빛나는 결속 이행하러 먼 곳까지 내딛은 그대의 발걸음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더불어 그대에게 소개할 이가 있습니다. 린돈의 진정한 군주이자 놀도르의 대왕. 빛나는 별의 가호를 받는 길 갈라드. 그가 여기에 있으니 제가 받은 인사는 분에 넘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키르단. 그대와 나의 뿌리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가장 지혜롭고 현명하다 일컬어지는 당신께 드리는 인사로서 오히려 부족함이 많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왕大王이라 일컬어지는 자신의 주군이 철저히 무시당하는 모습에 등 뒤의 엘론드가 검집에 손을 대는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역시 엘론드의 손이 검에 닿기도 전에 오로페르의 입이 먼저 열렸다.

"그대와 나는 만난 적이 없지만 그대가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군. 빛나는 별빛을 거머쥔 에아렌딜과 도리아스의 마지막 공주님 엘윙의 아들 엘론드. 그대의 얼굴 곳곳에서 아름다웠던 공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니 어찌 그대를 모른다 할 수 있을까. 온전한 신다르의 이름이 아닐지라도 그대의 몸 반쪽에 흐르는 것은 틀림없는 신다르의 피.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 여긴 별빛을 그대의 모습을 통해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건만 이렇게 마주하고보니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고 반가움의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는군."

예상치 못한 반응에 엘론드가 당황하는것이 느껴졌다. 눈을 곱게 접어올리며 상냥하게 웃어보이는 모습에서 길갈라드는 또다시 기시감을 느꼈다. 일단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키르단이 먼저 오랜 기간 행군해온 엘프들의 고단함을 언급하며 여독을 풀 수 있는 천막을 안내하겠다 나섰다. 세심한 배려와 친절함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넨 오로페르는 그제서야 싸늘한 눈으로 곁에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길갈라드와 다시한번 시선을 마주쳤다.

[천박한 놀도르]

그 시선에 담긴 뜻을 모를리 없었다. 짧게 헛웃는 소리가 새어나가자 등 뒤에 늘어서 있던 가신들이 덩달아 긴장하는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로페르는 이내 몸을 돌려 키르단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서야 길갈라드는 이제껏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엘론드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가만히 엘론드를 쳐다보다가도 다시 향한 시선의 끝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앞으로 향하는 오로페르의 뒷모습이 있었다. 여전히 헛웃음을 웃으며 뚫어질 듯 쳐다보는 대왕의 모습에 부관들은 제대로 화가 나셨다며 수군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공식적인' 오로페르와 길갈라드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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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아마에. 무제.

2014. 1. 1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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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밤마다 바르드를 괴롭혔으면 좋겠다. 하잘것 없는 목숨으로 위협하는건 이제 질색이라 아직 어린 아들의 생사. 그리고 이제 서서히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가는 첫째의 초야권을 두고 흥정하기 시작했다. 호수마을은 영주에게 종속적이어서 초야권 제도가있는데 영주는 그걸 붙들고 바르드랑 협상을 했지. 어자피 영주의 명을 어길 이들은 없었고 영주가 몸소 짝지워준다면 당연히 결혼해야하는 시기였지. 그대의 딸이 곧 16살이 된다지. 하며 띄워진 운으로 바르드는 불안과 공포에 엄습하게 되고. 평소보다 배는 늘어난 감시자들에 아이들은 불안해했어. 아무런 언급도하지않은 채, 그저 공포분위기만 조성하는 영주와 그 하수인덕에 바르드는 미쳐버릴것 같았지. 일 특성상 오랜시간동안 집을 비우고 있어야하는데 그 사이에라도 아이들에게 무슨일이 생긴다면..끔찍한 일이었어. 바르드는 영주를 찾아가. 대체 원하는게 뭐냐고 화를 내. 하지만 영주는 특유의 느끼한 미소를 지을 뿐 딱히 대답하지 않아. 옆에서 촉새처럼 중얼거리던 신하놈이 그냥 딸 데려와서 공개 초야권 치르시죠 라는 등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자 바르드는 주먹을날림.
영내에서 난동을 부리고 영주를 살해하려한 중죄로 바르드는 지하감옥에 갇힘. 덩달아 아이들과도 소식이 끊김. 며칠을 물과 빵 몇조각으로 버티고 꼭 일주일 되는 날 영주가 뒷짐지고 찾아옴. 죄가 크니 죗값도 비싸겠군. 네놈을 어찌하면 좋을까? 웃는 모습을 걷어차고싶었지만 뒤이어 들어온 촉새같은 놈이 딸을 데리고 들어와. 아빠!!! 소리지르며 우는 딸의 얼굴을 보며 바르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그런 모습을 보고 영주는 웃지. 오늘 네 딸의 초야가 있을거다. 그전에 아비의 얼굴은 봐야겠다더군. 영주님의 은혜인줄알아라! 하며 억지로 딸을 끌고나가고 분노와 공포로 오열하는 바르드를 앞에둔 채, 영주는 다가옴. 나직이 속삭여. 네놈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자면 당장 네놈의 목을 베고 네놈의 자식들을 벌거벗긴채 노예의 낙인을 찍어 팔아치워도 모자라지만 한가지 방법은 있지. 스스로 죄를 인정한 채 내게 자비를 구해라. 그 더러운 몸뚱이라도 바친다면 받아주도록 하지. 나는 관대하니까 말이야. 응? 킥킥거리는 모습에 바르드는 인정할 수 없단 듯 영주에게 침을 뱉어. 더러운 놈.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 있는욕없는욕을 다하지. 하지만 영주는 아랑곳하지 않아. 잠시 바르드를 쳐다보다가 위쪽에 있는 병사에게 소리질러. 오늘 치뤄지는 초야에 정예병사 다섯을 더 투입해라. 이왕이면 제대로 된 축제를 즐겨야지. 죄인의 딸년이니 그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안그런가 바르드.? 오후 10시다. 그 전에라도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내 구두에 키스라도 하며 구걸하는 편이 앞으로의 신상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싫다면 할수없지. 영주는 그저 웃으며 감옥을 유유히 빠져나감. 발광하는 바르드는 다시 묶인 채로 감옥속에 갇힘.

되게길어졌는데 저러다가 이를 악물고 병사에게 영주님을 뵈러 가겠다고 말하는 바르드 좋다. 한 9시 40분쯤. 여전히 묶인 채로 끌려오면 영주는 이미 판을 거하게 벌려놓은 채 비스듬히 누워 술한잔을 마시고 있겠지. 옆에는 자신의 딸이 다비치는 옷을 입은 채 울먹이고 있겠고. 눈이 뒤집혀 달려나가려는것을 저지당한 바르드는 재빨리 상황 파악을 하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아. 하지만 자신을 불안하게 쳐다보는 딸의 눈빛을 보곤 눈을 감아. 존경...하는 영주님. 부디..비천한..제가.. 용서와 자비를 구할 수 있도록... 선처를...부탁드립..니다. 영주는 그 말이 나오자 자세를 고쳐앉음. 무릎꿇린 채 비참하게 자신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에 구미가 당김.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데. 하지만 쉽게 내보내줄 순없지. 아직어린 딸의 몸을 끌어당기며 가슴을 더듬어. 채 잡히지도 않은 어린 살결을 거칠게 휘어잡자 딸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바르드가 눈을 떠서 영주를 바라보지.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아무것도 못해. 그저 입술만 깨물뿐. 흐음..확실히 어린년이라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좀더 시일이 지나야 초야를 치룰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바르드. 그대가 지은 죄는 영주인 나를 능멸한 죄이기에 이리 쉽게 넘어가진 못할 듯 한데. 어떤가. 그대의 죗값을 대신 치뤄야 할 이 어린 딸을 대신해 그대가 벌을 받겠는가?
부드러운 말투로 얼러.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딸의 옷을 반쯤 벗겨놓은 채였어. 은밀한 부위로 자꾸 향하는 손을 딸이 울며 저지하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던 바르드는 눈조차 감지못한 채 제가 벌을 받겠다며 자비로우신 영주의 선처를 구했음. 내키지는 않지만. 선처하도록 하지. 이 아이는 도로 옷을 입혀라. 아, 당장 보내지는 말고. 아비가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못한다면 이 아이가 나머지를 치뤄야 할 것이 아니더냐. 하하하. 웃는 소리가 들리고 병사들이 딸을 끌고나갔어. 아빠!!! 울며 멀어지는 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바르드의 눈가가 붉어져. 모두를 다 물린 채 홀로 다가온 영주가 코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럼. 그대의 의지를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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