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거라 생각하십니까?"

투명하게 빛나는 은색의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고개만 비스듬히 꺾어 목소리를 낸 이를 바라본 엘웨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글쎄."
"멜리안의 장막을 뚫었습니다. 평범한 이는 아닙니다."
"실마릴을 가져오는것도 쉬운 일은 아닐테지."
"루시엔을 지키고 싶으신거죠."
"아니, 나는 나의 모든 핏줄을 위험에서 지키고 싶은거란다."

그 중엔 너도 있겠지. 슬그머니 웃음이 피어난 얼굴에 오로페르는 시선을 돌렸다. 자연스레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이번에는 오로페르가 한숨을 쉬었다. 혈족이라는 굴레를 떠나서라도 왕의 총애를 받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머쓱한 일이었다.

"사실은 실패하길 바랄지도 몰라."
"그러십니까."
"이 안전한 곳에 다른 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해. 장막이 열리고 우리와 다른 이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저 놀도르처럼 분열되고 말거야."
"과한 걱정이십니다."
"아니, 과한 걱정이 아니야.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고 현실이란다. 나는 그저 조금 더 시간을 늦추고 싶을 뿐이지."
"왕께서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지실겁니다."
"너는 너무 어른스러운 말들을 뱉는구나. 오로페르."
"...이제 성인입니다. 저도."
"그렇지. 너도 루시엔도 성인이지."

다물린 입술과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쉬이 다가갈 수 없는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한참 복잡하게 흔들리던 눈빛이 금새 평정을 되찾고 평소의 짖궂은 표정으로 오로페르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른으로 대우해주기엔 너는 너무 작지 않느냐?"
"..클겁니다."
"이제 겨우 내 가슴팍인데 언제 클꼬. 성인이 되고나서는 키가 많이 크지 않는 법인데."
"왕께서 너무 크시단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까?"
"내가 좀 크긴 하지만 너도 유달리 작잖니. 루시엔보다 더 작은 것 같은데.."
"루시엔보단 큽니다!"
"몰랐구나. 이거 당장 가서 재 봐야 겠는걸?"

큭큭 웃으며 습관처럼 오로페르를 껴안는 엘웨의 행동에 은발의 엘프는 잠깐 미간을 찌푸리며 멈칫 했을 뿐, 밀어내진 않았다. 거부의사를 보였다가는 당장 이 밤중에 루시엔의 방까지 끌려갈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왕의 근심이 덜어지길 기도했다. 어린 엘프의 깊은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엘웨는 그저 품안에 쏙 들어오는 아이를 껴안고 즐거워하기에 바빴다. 멜리안의 장벽은 오늘도 단단했고 약간의 변수가 던져졌지만 도리아스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마이아의 축복이 함께하는 자신들의 왕국이 오래도록 안녕하기를 바라는 두 엘프의 마음은 별이 되어 하늘에 닿았다. 좋은 여름 밤 이었다.  

 

 

+) ( mm) 리퀘하신건 나무의 시대였는데 제가 착각을..OTL 으어어어어어ㅓ ㅜㅜㅜㅜㅜㅜ 일단 이거라도 ㅜㅜㅜ받아주시면 ㅠㅠㅠ어흐흐허ㅠㅠㅡ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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