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엘. 헤어짐.

썰/뻘설정 2013. 9. 8. 04:21

비님의 길엘그림을 보고 혼자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하구..<

 

사실 길엘 에프터 후에 길갈라드가 눈을 뜨면 엘론드는 없으면 좋겠다. 아침식사자리에서야 보았는데 평소처럼 대하는 엘론드의 모습에 한없이 죄책감을 느끼다가 겨우 입을 열어서 엘론드. 하고 불렀는데 엘론드 눈에 생기가 살짝 죽은게 보이면 좋겠다. 예 주군. 평소와 같이 대하는 엘론드였지만 그 속에서 분명 미약하지만 경직된 모습을 발견한 길갈라드는 그저 아니. 아니다. 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짧은 대화는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선을 그어버렸겠지.
그것들이 쌓이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터져버리면 좋겠다. 말하지 못하고 다가서지 못하는 길갈라드를 보면서 인내하고 참아왔던것이 기어이 올라 빵 터지면 화라도 내겠지. 자신을 부르며 바라보는 눈빛에 혼돈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 길갈라드는 죄책감이들까.
상처를 곪게 만든것은 하룻밤의 정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때문이었는데. 이미 상처받아 삭고 내려앉아버린 마음이 녹아내린것이 눈에 보일지경에서야 깨달은 자신을 향한 힐책을 퍼부어보지만. 엘론드의 눈빛에 이제는 자신이 비치지 않는다는걸 눈치채는거. 한걸음 다가서면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벽에 닿을때까지 주고받은 무언의 공격들이 아프게 가슴을 찔러오는데 더이상 갈곳없어진 몸뚱아리에 엘론드가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것이 또 마음에 들지않아 다가가 끌어안으려하지만 밀쳐내는 엘론드가 보고싶다

상처받은 모습으로 화들짝 떨어지려하지만 그 모습에 더더욱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대왕은 손을 내밀어보지만 그제서야 확 쏘아보며 좋으시냐고 매정한 말을 내뱉는 엘론드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좋으십니까? 저를 휘저어 놓으시고 혼자 상처받은 모습을 하시면 좋으시냔 말입니까. 몸을 취하셨으니 마음은 굽어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리하여 저를 피하셨습니까? 제 의견을 늘 존중한다 이야기하시곤 정작 중요할 순간엔 돌아보시지 않는것이 대왕의 믿음이고 사랑입니까?

아니라고 부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엘론드가 정말 자조적으로 웃으며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대왕. 죄송합니다. 대왕께서 품으시는 마음보다 제가 더 많은것을 품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벌을 받는게지요. 연모라는 감정이 함부로 품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인데 저는 너무 쉽게 그것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이러려고.. 한게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대왕. 시리게 웃으며 어느새 고인 눈물이 아릉거리며 떨어질 듯 말듯 속눈썹을 적시우는데 길갈라드는 정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으면 좋겠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여서 그리 대한것이라 자위했건만 스스로를 만족시키려 하는 변명 뿐이었구나. 조심히 손을 뻗어보지만 엘론드는 그저 슬피 웃으며 좀더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다가오지 말라는 행동을 이제는 표현하고 있었다.

저는 어자피 이제 내일 떠날 몸이니.. 대왕께서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밤이 깊었으니 들어가 쉬시지요.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데 반짝 하고 떨어진 것은 필시 별빛은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 맑은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 아련하게 빛이 났다. 천천히 몸을 틀어 안쪽으로 향하려 하는데 몸이 절로 반응했다. 뒤쪽에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꽉 부여잡은 팔이 덜덜 떨려왔다. 더이상 보내선 안됐다. 이건 너무도.. 너무도 잔인한 짓이었다.
놓아주십시오. / 그럴수 없다./ 그러지 마십시오/ 내가 미안하다../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리 말하지 말거라. 엘론드 나는../ 변명하려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어자피. 이미 끝난 관계 아닙니까.
끝이 나다니!! 그렇지 않다!! 길갈라드가 퍼특 놀라 팔을 풀고 엘론드의 얼굴을 보려했지만 엘론드는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떨리는 손을 길갈라드의 팔 위에 살그머니 얹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대왕. 저는.. 이걸로 괜찮습니다. 혹 아주 조금의 배려를 해주신다면, 잠시만....조금만. 이대로 계셔주세요. 잠시면...됩니다.
등이 떨리기 시작했고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차마 더 안을수도 손을 뗄수도 없는 엉거주춤한 자세였지만 엘론드의 슬픔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언제나 하얗고 곧게 뻗은 귀 끝이 붉어질 정도로. 배와 허리 근처를 감싸안은 팔이 떨릴 정도로. 처연하게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삭여내던 슬픔을 밀어낸 채, 엘론드는 자신의 몸을 안았던 팔을 조심스럽게 떼어낸 뒤 대왕을 쳐다보았다. 눈가가 아주 조금 발갛게 물들었지만 여전히 엘론드는 웃고 있었다. 마치 예전의 그 모습처럼. 수줍게 웃으며 애정가득한 모습을 담은 엘론드가 먼저 반 걸음 다가섰다. 코앞까지 가까워진 거리에서 둘은 느리게 시선을 교환했다. 곱게 휘어진 눈매가 애틋했다. 천천히 다가온 온기가 양 어깨를 감쌌고 살그머니 발꿈치를 들어올려 닿은 이마에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뜨거움이 닿았다.

나마리에. 절대.. 잊지 못할겁니다. 나의 주군이시어. 마지막까지 보여지는 모습조차.. 엘론드는 너무나 엘론드다웠다. 몸을 돌려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엘론드를 차마 따라가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길갈라드는 꼬박 자리에서 밤을 새웠다.



엘론드가 군사들과 주민들을 이끌고 린돈으로 향하는 날. 대왕 길갈라드는 끝내 방 안을 떠나지 못했다. 혹자는 바쁜 정무때문이라고도 했고 혹자는 아끼던 가신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잠겼다고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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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아아--

며칠사이에 구물구물거리던 날씨는 결국 시원스레 빗줄기를 쏟아 내고야 말았다.
꽤나 거세게 내리는 것을 보니 검은구름을 잔뜩 몰고온 듯 보였다.

"이번 비는 좀 오래가겠는데요?"

막 결재를 끝마친 서류들을 모아 정리하며 엘론드가 말을 건넸다.

"아아. 그렇군.."

다소 피곤한 눈으로 막 펜을 내려놓은 길 갈라드는 앞에 놓인 찻잔을 쳐다보다가 단번에 마셔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론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제 그만 주무세요. 내일 아침에도 일찍 회의가 있으시잖아요."

그 말에 감았던 눈을 힘겹게 뜨곤 살짝 웃어보였다.

"그러도록 할까.."

하품을 하면서도 길갈라드는 침실로 향하는 법 없이 비척비척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서 한 곳을 멍하니 응시했다.

"대왕?"

"......."

"에레이니온. 뭐하세요?"

"응?.. 아...아니야..아무것도."

"뭐에요.."

다소 당황한 듯 하던 얼굴은 다시 예의 부드러운 얼굴로 돌아와 조용조용히 말을 꺼낸다.

"엘론드. 오늘은 내 방으로 와서 자거라."

"네?

"비가 오잖아."

".....네."

"옷갈아입고 와. 난 먼저 들어가마."

"알겠어요."


빙글 웃어보이곤 기지개를 켜며 침실로 들어가는 길갈라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엘론드는 한숨을 쉬었다.

 



조용히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단 한줌의 햇볕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한 면을 차지한 넓은 유리창은 두꺼운 린넨 커텐으로 덮여져 있었고, 그때문에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침대 위에는 그의 왕이 널부러져서 잠들어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매번 같은 자세로 쓰러질 수가 있을까. 조금 큭큭 거리며 웃던 엘론드는 얼른 미소를 지우고 제대로 이불을 덮어올렸다.

"뭐..같이 자자고 해놓으시고.."

그의 옆으로 들어가 눕고 막 눈을 감으려는 순간,
갑자기 밀려오는 따스한 온기에 길갈라드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떠졌다.

"벌써왔어?"

"그럼요."

"그래그래.. 그럼 자자."

그리고는 자신의 팔속으로 엘론드를 가두어 버렸다.

"...숨막혀요."

"어쩔 수 없어. 그냥 자."

"...비올때마다 외로움 탄다는건 핑계죠?"

"그럴리가. 정말로 외로운걸..."

"아무래도 핑계같아요."

"이런이런, 핑계라니 말도 안된단다. 더 놀아주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이걸로 참아줘?"

살짝 이마에 키스하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웠는지 엘론드는 머리를 폭 숙여서 제 얼굴을 숨겼다.

곧 익숙하다는 듯 길갈라드의 허리에 작은 손이 감겨왔다.
길갈라드 역시 엘론드의 어깨를 안고 잠을 청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외로 강했던 천둥소리에 길갈라드의 눈이 절로 떠졌다.
아니, 강한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옷깃을 잡고 바르르 떨고있는 손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 듯 했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저 눈을 꼭 감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는 엘론드를 보면서 안쓰러운 듯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던 길갈라드는 엘론드의 귀를 잡고 꼭 막아주었다.

얼마나 오래된 잠버릇일까..
사실,엘론드는 천둥치는 소리만 들으면 발작했다.
자신은 모르고 있는 일이다. 아마 엘로스는 알고 있었겠지만..
깨있을 때 듣는것은 상관없지만, 자신이 자고있을 때 천둥소리가 들리면 이렇게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았다.
저 과거의 어느날을 혹 떠올리는 걸까...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을 덜어주기위해 길갈라드가 할 수 있는건 단지 귀를 막아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걱정을 끼칠 수는 없으니까.

아아, 아가야. 비올때 외로움을 타는건 너이지 않니..

또 한번, 작은 천둥이 울고갔다.
그에 따라 움찔거리는 작은 몸이 너무 안쓰러워서 이불에 파묻고 자신의 몸으로 끌어당겼다.


소리가 잘 안들리는 모양인지, 떨림이 점차 잦아져간다.
이제는 숨소리마저 고르게 돌아왔다.

깨어나기 전까지는 조금 심했던 모양이지만, 서서히 멀어져가는 천둥소리를 미세하게 들으면서 다시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적어도 나와 있을 때는 괴로워하지 말아줘.
언제나 웃는 모습만 보여줫으면 좋겠다.
나의 아가야.


너는 자는 모습이 정말로 예쁘니까 말이야.

 

* 06년도 글 패러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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