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와닿은 맨살의 감촉에 안나타르는 황홀한 듯 웃어댔다. 하지만 웃음이 오래가진 못했다. 왈칵 올라오는 비릿한 체액이 바닥으로 뿌려졌다. 제 입에서 떨어지는 피웅덩이를 보고도 그는 웃었다. 아니 즐거워했다.

"미친새끼."
"큭...큭크큭..흣.."
"말해. 엘론드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하아..왜. 왜 그분을..크큭.. 입에 담으십니까?"

참으로 이상하다는 듯 안나타르는 고개를 올려 스란두일을 쳐다보았다. 웃으며. 입가에는 피범벅이 된 채로. 그저 웃었다. 정말 말로 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스란두일의 표정이 한껏 험해졌다. 거칠게 다뤄 찢어진 상의덕에 잡을 곳이 없어진 스란두일은 두 손에 온전히 힘을 넣어 안나타르의 목을 감싸쥐었다. 한껏 가늘어진 눈가. 벌벌 떨리는 입술. 울컥울컥 나오는 피가 주위에 지저분하게 퍼졌다. 숨이 가빠 헐떡이는 순간에서도 안나타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진정 제멋대로 굴며 끝까지 하고픈 말을 지껄였다.

"정인..큭..이..라도. 되십니까? 크큭. 흑..흡..그는 단지..길 갈..라드..의. 가솔..일 뿐..히익!!!"
"닥쳐라. 네 입에 담을만한 이가 아니다."

목을 강하게 조여오는 압박감에 안나타르의 눈이 크게 떠지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가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이런 미친 놈은 내버려두고 엘론드부터 찾아야 했다. 해명해야 했다. 팔에 온 힘을 실어 안나타르를 내팽개쳤다. 바닥에 고꾸라진 채 밭은 기침을 내뱉는 안나타르를 내버려 둔 채, 스란두일은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미친듯이 뛰던 심장이 겨우 진정됐다. 강하게도 묶여있지도 않은 손목의 끈을 흔들어 빼낸 뒤, 안나타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입가를 문질러 닦았다. 손 끝에 피가 가득 묻어났다. 즐거웠다. 그래, 찾아낼 수 있을까. 너 따위가. 이 안나타르를 모욕한 대가는 작지 않을텐데 말이지.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울렸다. 미친놈처럼 보여도 상관없었다. 기쁘고 통쾌하고 속이 다 후련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소원을 깨뜨렸다. 사랑? 정인? 다 소용없는 말이었다. 한낯 감정에 호소하고 밀어를 속삭인다 해서 굳건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말의 불씨로 갈라놓을 수 있었고 혼란에 빠뜨릴수도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용맹스럽고 위엄있는 어둠숲의 왕자의 하룻밤 정을 받았던 이는 그가 그리도 원했던 엘론드가 아닌 안나타르. 바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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